제1장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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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청청한 가지들을 실실이 늘어뜨린 버들냄새가 강바람에 실려 산업국마당에까지 날려왔다. 자동차에서 내린 김일성동지께서는 강뚝버들을 바라보며 페부 가득히 싱그러운 강바람을 들이키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선통을 할셈인듯 자동차에서 내려서는 참으로 현관쪽으로 달려가는 책임부관의 뒤를 따라서시였다.

《회의실에 올라가면 되오. 회의실에서 지금 상반년총화가 진행되고있소.》

현관에 들어선 그이께서는 큰 걸음으로 회의장을 향해 계단을 올라가셨다.

그이를 맞이한 너렁청한 회의장은 갑자기 환희로 뒤설렜다. 두손을 높이 쳐들고 목청껏 만세를 웨치는 중년, 깊은 절을 드리다말고 만세의 함성에 합세하는 늙은 지배인, 장군님께서는 환히 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답례를 하고 정준택이 내드리는 의자에 앉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아직도 북받치는 환희를 참지 못해 만세를 웨치는 회의참가자들을 손세로 진정시키셨다. 지배인들과 기획국과 산업국 일군들은 허리를 꼿꼿이 편 긴장한 자세로 의자에 앉았다.

그이께서는 앞탁에 량손을 올려놓고 장내를 둘러보시였다. 삼복더위에 넥타이를 깍듯이 매고 손에는 부채를 든 로년지배인, 턱수염에 코수염까지 길러붙인 중년, 옥양목반소매샤쯔바람인 머리가 더부룩한 청년, 장군님께서 회의장에 들어서실 때 연단우에 섰던 물날은 보위색양복차림이던 젊은이는 어느새 연단에서 내려가 어디엔지 숨어버렸다. 나이도 경험도 각각이고 성미도 각이한 탄광, 광산지배인들이였지만 어떻든 이들이 관리하는 숱한 기업소들을 인민정권의 한개국에서 거머쥐고 지도하고있었다. 우리의 정권기관이 얼마나 큰 살림살이를 안고있는지 한눈에 알수 있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회의에 늦게 나와 안됐습니다. 그래 어디까지가 상반년계획을 완수한 지배인들입니까?》

그이께서 물으시자 지배인들은 옆에 앉은 사람을 돌아보기도 하고 정준택의 얼굴표정을 살피기도 하면서 어쩔줄 몰라했다. 김책이 회의를 집행할 때는 계획을 완수한 지배인들을 앞에 앉히고 계획을 못한 지배인들은 그뒤로 앉히는것이 하나의 관례였다. 그런데 이날은 그렇게 하지 않은 모양이였다.

《오늘은 미처 그런 질서를 세우지 못하고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정준택이 사죄하듯 말씀드리는데 그의 옆에 앉아있는 꺽두룩한 산업국 부국장의 몸이 꼿꼿하게 굳어졌다. 최가 성에 일부 《얼마우제들이》 니꼬라이라고 부르는 부국장이였다. 국장이 없는 기회에 회의장에 올라와 김책이 세워놓은 질서를 무시하고 지배인들이며 국의 간부들을 되는대로 앉힌 모양이였다. 그러고보니 부국장의 총애를 받는 사람들이라고 흔히들 말하는 국안의 간부들과 지배인들이 앞자리에 떡 버티고 앉았다.

《토론을 시작하기전에 재정총화는 지었습니까?》

《제가 질문하는 방법으로 몇개 기업소를 총화했습니다.》

정준택의 답변이였다. 재정총화도 제대로 지은것 같지 않았다. 김책은 회의전에 재정총화를 짓는 방법으로 지배인들이 언제나 공장, 기업소의 실태를 손금보듯 정확히 장악하고 사업을 하게 하였는데 이런 회의운영방법을 락후하고 촌스럽게 여긴다는 부국장이 처음부터 회의를 좌지우지하여 정준택은 재정총화도 제대로 짓지 못한 모양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쏘련의 가맹공화국에서 기업소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는 부국장때문에 산업국에서 애를 먹고있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이렇게 전횡을 부리고있는줄은 미처 알지 못하셨다. 그렇다고 집행부에 앉아있는 사람을 내놓고 비판할수도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회의장에 들어설 때 연단에 섰던 청년을 눈길로 찾으시였다.

《토론을 하던 젊은 지배인동무는 왜 내려갔습니까? 올라와서 토론을 계속하시오.》

옆의 사람이 팔굽으로 옆구리를 건드리기도 하고 몇몇 지배인들의 눈길이 쏠리기도 하는데 사람들속에 머리를 틀어박은 청년은 일어설념을 못했다.

《동무, 장군님께서 나오셨는데 그게 무슨놈의 버르장머리요. 일어서시오!》

부국장의 왜가리청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낡은 일본군복차림의 청년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본패잔병한테서 로획하지 않았으면 장마당에서 사입은 옷 같았다. 평양에서 열리는 회의에 이런 옷을 입고 참가한것으로 보아 생활에 여유가 없는 지배인이 분명했다. 청년은 김일성장군님께서 참석하신 회의에서 토론을 하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 자리에서 일어나서도 연단으로 올라올념을 못하고 쭈밋거리기만 했다.

《혁명규률이 어떤건지 알지도 못하고 고아대더니 왜 그러구 섰소. 빨리 나와서 프로레타리아행세를 해보오. 인민정권이 독재기능을 가졌다는것을 알지도 못하면서···》

장군님께서는 부국장의 이 말도 귀에 거슬리시였다. 산업국장이 없는 기회에 한번 본때를 보이고싶은 모양이였지만 채굴공업부문 책임일군들이 참가한 회의에서 무엇때문에 독재란 말을 하는가? 장군님께서는 손을 들어 부국장의 말을 막으셨다. 그이께서는 너무나 젊은 지배인이여서 나이부터 물으시였다.

《올해 몇살입니까?》

《스물입곱살입니다.》

《스물일곱살? 어디 지배인입니까? 유선탄광? 그럼 철도에 석탄을 대는 탄광이 아닙니까? 그런 탄광을 스물일곱살난 청년지배인이 관리운영한다? 우리 산업이 혈기왕성한 청년기에 있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올라와서 토론을 계속하시오.》

장군님께서는 로동계급출신이면 규률에서도 모범이고 용감성에서도 모범이여야 한다고 젊은 지배인을 고무해주시였다.

유선탄광의 갈탄이 철길옆에 떨어져있으면 기관사들이 기차를 멈추고 탄덩어리들을 탄통에 올려던지고서야 다시 출발한다는 말이 있을만큼 철도에서는 유선탄을 귀하게 여겼다. 장군님께서는 이러한 탄광을 스물일곱살의 청년지배인이 관리운영하고있다는것이 못내 만족하셨다.

《유선탄광은 계획을 못한 탄광입니다. 그래서 자기비판을 시켰는데 자기 탄광에서는 계획을 했다고 마구다지로 우겨대는겁니다.》

부국장은 정준택을 아예 제쳐놓고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그의 말을 들은 청년지배인이 온 장내에 울려퍼지는 우람찬 목소리로 웨쳤다.

《아닙니다! 우리 탄광은 계획을 했습니다. 제 토론을 하겠습니다.》

청년지배인은 분연히 연단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부국장의 말대로 배짱이 센 지배인같았다. 청년은 연단우에 올라서서 김일성동지를 향해 자세를 바로잡고 구령을 치듯이 웨치기 시작했다.

《장군님, 우리 탄광에서는 정주기관구 종업원들처럼 건국사상총동원운동을 해서 동발목도 자체로 끌어오고 권양기도 자체의 힘으로 살려서 계획량의 탄을 다 캤습니다.》

부리부리한 눈에 든든한 턱, 두툼한 입술이 유난히도 인상적인 거밋거밋한 얼굴은 흥분으로 해서 떨리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부드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다 웃음이 어린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이름까지 알고지냅시다.》

《전호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토론을 집행부를 향해서 합니까? 우리가 오늘 회의를 하는것은 상반년계획수행정형을 총화하면서 서로 경험을 배우고 교훈을 찾아서 1947년도인민경제계획을 초과완수하자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런 회의에서는 마음속에 품고있던 생각들을 다 털어놓는게 좋습니다. 독재라는건 아무한테나 막 적용하는것이 아닙니다. 오늘과 같은 이런 회의에서는 독재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충분히 발양될수 있게 집행부에서는 주의를 돌려야 합니다.》

배심이 든든해서 마구 고아대던 부국장의 번지르르한 얼굴이 갑자기 거멓게 질렸다.

《전호준동무는 언제부터 지배인사업을 합니까?》

《광복직후부텁니다. 징용에 끌려갔다가 돌아와보니까 왜놈의 기술자 하나를 붙들어놓구 탄을 캐서 식량을 바꾸어먹고있었습니다. 그래 제가 로동조합장이 돼서 왜놈기술자를 쫓아버렸습니다. 그후에 공장위원회 위원장을 하다가 지금은 지배인을 합니다.》

그러니 광복직후의 자치단체로부터 북조선인민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지배인으로 임명한 오늘까지 근 두해동안 탄광을 관리운영해왔다는것이였다. 배짱도 있고 일솜씨도 있는 손탁이 센 청년지배인같았다. 말을 나누실수록 마음에 끌리는 청년이였다.

《광복전에는 무엇을 했습니까?》

《궤도공을 했습니다.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조수질을 하다가 궤도공이 됐습니다.》

《궤도공을 했으면 힘든 일을 많이 했겠습니다. 고생도 많았겠구···》

《제 왜놈의 새끼들한테 끌려가서 그놈들의 탄을 캐준 그 힘으로 왜놈들과 싸우지 못한게 한입니다.》

《그렇지만 전호준동무는 지금 건국을 위해 애로를 극복하면서 석탄을 캐고있지 않습니까. 무장을 손에 들고 싸우는것만이 혁명이 아닙니다. 석탄을 캐는것도 혁명입니다. 그것도 민주기지강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혁명투쟁입니다. 유선에서 작년에 5만t을 캤지?》

정준택이 5만 8백t의 석탄을 캤다고 말씀드렸다.

《그 5만t으로 수많은 기차가 달렸습니다. 그렇지만 철도에서 요구하는 석탄을 다 보장했는가? 물론 유선에서 나오는 석탄만 가지고 우리가 철도를 운영하는것은 아니지만 유선에서 큰몫을 맡고있는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올해에 작년보다 거의 2배, 공업생산만 해도 92% 장성시키자고 합니다. 땅을 분여받은 농민들은 <쌀이 없이는 건국도 없다>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 증산투쟁에 떨쳐나섰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년의 2. 8배, 거의 3배나 되는 유연탄을 생산할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이께서는 정준택을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유선의 계획은 몇만t이요?》

《15만t입니다.》

《그것보시오. 작년의 거의 3배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올해 인민경제계획을 완수하자면 반드시 그만한 석탄을 유선에서 생산해야 합니다.》

《우리는 계획수자만큼 탄을 캤습니다.》

한결 낮아진 목소리긴 했지만 전호준은 의연히 고집스레 같은 말을 되뇌였다. 부국장이 또 끼여들려는것을 장군님께서는 엄한 안색으로 제지하시였다.

《그럼 지배인동무들앞에서 계획을 완수했다는것을 증명해보시오.》

전호준은 장군님께서 재정총화를 지으라는 말씀도 없으셨는데 지난 상반년기간에 왜놈들이 파괴하고 달아난 설비를 복구하여 생산이 얼마나 불어났으며 생산에 투자한 연료, 자재비가 얼마, 로임에 든 돈은 얼마, 지배인이 써야 할 돈은 얼마인데 어떤 항목으로 얼마나 썼으며··· 이런 식으로 근 30분이나 엮어내렸다. 탄광을 깐지게 운영한다는것이 알렸다. 그런데 석탄은 분명히 계획을 초과해서 생산했는데 금액상으로 계산하면 계획을 미달한것으로 되였다.

《어째서 석탄을 초과생산했는데 생산액은 미달입니까?》

장군님의 물으심에 청년지배인의 입에서 전혀 뜻밖의 웨침이 튀여나왔다.

《철도에서 간선미화운동을 하기때문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청년지배인의 말을 리해하기 어려워 국장을 돌아보셨다. 정준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석탄은 계획대로 생산했지만 철도측의 요구에 제때에 응하지 못해 채산상으로는 계획을 못한 기업소로 평가받게 되였다고 말씀드렸다. 탄광과 철도사이에 그 어떤 마찰이 있은 모양이였다.

그이께서는 청년지배인에게 물으시였다.

《철도에서 하는 미화운동이라는게 동무네 탄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히 말해보시오.》

《간선에서는 10만km무사고주행을 한다, 정시운행을 한다 하면서 기차가 달리니까 철도가 일을 잘하는것 같지만 우리같은 지선탄광에서는 화차가 제때에 들어와본 일이 없습니다. 들어올 때도 일여덟개, 어떤 땐 열개이상이나 망탕 들여미니까 화차에 탄을 제 시간에 채울 재간이 없습니다. 우리 탄광의 저탄장은 꾀꼬리둥지만 해서 많이 실어야 겨우 세개 화차를 채울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여덟개나 열개이상의 화차에 탄을 채우자면 사무원, 부양가족까지 총동원해서 며칠씩 역사질을 해야 합니다.》

청년지배인은 거침없이 엮어내렸다. 화차에 탄을 다 채웠다는 통지를 해도 기관차가 제때에 들어오지 않아 기일이 연장되였을 때에도 연체료를 받아낸다고 한다.

《저는 철도에서 간선미화운동을 하기때문에 우리같은 지선탄광에선 계획을 미달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배인들이 통쾌한 나머지 요란한 웃음을 터뜨렸다. 김일성동지께서도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전호준의 말이 그럴듯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비판할것은 비판하고 말할것은 말하는 그의 담찬 성미와 솔직성이 마음에 드시였다.

《유선에 지금도 석탄이 얼마나 쌓여있소?》

《연체료를 적게 물려구 여기저기 로적해놨다가 지난 보리장마에 수백t이나 류실됐습니다. 또 철도에서 실어갈것은 다 실어가구 벌금까지 받아냈기때문에 탄광에 쌓여있는 탄은 제가 떠날 때 천t정도밖에 안됐습니다.》

탄광, 광산 지배인들이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는것으로 보아 인민위원회 부서들과 은행같은데서 쓸데없는 규정을 만들어 생산에 지장을 주는것 같았다.

《다른 탄광, 광산에서는 어떻습니까? 탄광, 광산들은 주로 지선을 리용해서 석탄과 광석을 실어내는데 의견들을 말해보시오.》

몇명의 지배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호준의 말을 지지했으며 어떤 지배인은 철도에도 벌금을 먹이는 규정을 내오자고 했다.

《그럼 이번에는 산업국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부국장동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최부국장은 장군님의 불의의 질문에 잠시 당황해하는 빛이더니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몇마디의 말을 했다.

《철도는 군대와 같은 질서와 규률이 없이는 한시도 유지할수 없습니다. 철도는 질서와 규률을 세우기 위해 자기네 규정을 갖고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장동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준택은 정중히 말씀드렸다.

《그 규정을 작성하는 회의에 저도 참가했습니다. 그때는 기차가 지선안으로 들어가주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여서 철도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인민위원회의 결정으로 채택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연체료규정을 만들 때 좀더 심중하게 론의해야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장군님께서는 정준택의 답변에 저으기 만족한 안색이였다.

《그 규정을 만들 때 참가한 기획국장동무도 연체료규정에 결함이 있다는것을 인정하고 지배인동무들도 그 규정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제기를 하니 그 결정을 다시 제정해야 합니다. 당면해서는 저탄장을 고려하지 않고 화차를 막 들이밀고서도 연체료를 받아낸 철도에서는 연체료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또 탄차를 제때에 끌어가지 않았으면 철도에서 벌금을 내게 해야 합니다. 그럼 유선탄광에서는 잘못한게 없는가?》

이때 김책이 빠른 걸음으로 집행부에 들어서서 장군님곁으로 다가왔다. 정준택이 다음 자리로 옮겨앉으며 김책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장군님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전호준동무한테는 잘못이 없는가? 지배인동무도 유선탄광의 저탄장이 하나밖에 없고 그것마저 꾀꼬리둥지만 하다고 했습니다. 그 저탄장에 맞추느라고 두개나 세개의 화차를 끌고 기관차가 오고가는것은 확실히 랑비입니다. 단꺼번에 12개의 화차에 석탄을 쏟아넣을 저탄장을 만들수 없겠지만 계획을 받았을 때 저탄장이 걸릴수 있다는것을 생각하고 화차를 여섯개쯤 받을수 있는 저탄장을 만들었다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그렇게 해도 상반년계획을 못했다는 말을 들었겠습니까?》

김책이 날카로와진 얼굴로 연단에 서있는 전호준을 돌아봤다.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것 같은데 옆에 장군님께서 계시여 입을 열지 않는듯 싶었다.

《부위원장동무는 유선탄광 지배인을 잘 알지 않습니까? 부위원장동무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개별적으로 만나서 비판을 좀 하겠습니다.》

《우린 전호준동무의 말을 통해 산업운수부문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것을 알았습니다. 화차를 더 합리적으로 리용할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할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크지 않은 실무적문제입니다. 지배인동무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은데 올해 인민경제계획을 완수하자면 어떤 각오를 가져야 하는가를 말해주는것이 좋겠습니다.》

《알았습니다.》

김책이 자세를 바로잡으며 애써 눅잦힌 목소리로 청년지배인에게 물었다.

《전호준동무, 동문 지금 도장을 어디에 두고있소? 장군님께 도장을 보여드리오.》

청년지배인은 김책의 뜻밖의 말에 어리둥절한 빛이더니 허리춤을 더듬어 새까맣게 탄때가 낀 끈에 매달려있는 사무도장을 꺼내들었다. 도장도 갈탄쪼각처럼 반들반들한것이 새까맣다.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왜 그 도장을 허리에 차고 다니라고 했소?》

《자기 손으로 도장을 찍어야 할데만 찍기 위해 허리에 차고 다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도장을 찍을데다 찍었소?》

《연체료지불증서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기차를 들여보내지 않는데 어떻게 합니까. 장군님께서 어느쪽이 잘못했는가를 알아보시구 평가를 다시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김책의 여윈 상반신이 후두둑 떨렸다.

《동무의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그렇게 쉽게 튀여나올수 있소? 산업국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있으니 내놓고 말합시다. 동무가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경험도 어린 젊은 동무라고 해서 지배인으로 임명하는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걸 내가 동무를 보증했소. 내가 동무에게 임명장을 줄 때 뭐라고 했소. 첫째로 당원의 량심을 가지고 우리 당의 건국사상을 받들어야 한다고 했소. 두번째는 도장을 허리에 꼭 차고다니면서 지배인이 책임을 질수 있는데만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했소. 그런데 지금의 동무사업을 놓고 어떻게 당원의 량심을 가지고 건국에 이바지하는 지배인사업을 했다고 말할수 있소?》

김책은 자기가 신임해온 청년지배인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있는것이 못내 가슴이 아픈듯 이윽히 전호준을 마주봤다. 전호준은 부위원장의 힐책하는 눈길을 마주볼수 없는듯 더부룩한 머리를 숙였다. 전호준의 제기를 자못 통쾌해하던 지배인들도 웃음을 거두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무거운 정적이 내리덮인 장내에 김책의 무게있는 음성이 또 울려퍼졌다.

《물론 장군님께서 지도해주시는 회의에 참가했으니 해결받을것은 해결받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자기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악하게 노력하다가 해결할수 없는 문제에 부닥쳤을 때 제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전호준동무가 자기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아글타글 노력했는가? 장군님께서도 방금 말씀하셨지만 저탄장을 한두개 더 만들면 계획을 못한 지배인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수 있었습니다. 그래 저탄장을 한두개 더 만드는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입니까?》

장군님께서 조국의 운명과 관련된 어떤 난문제를 안고계신지 알지도 못하고 저탄장이니 연체료니 하면서 제기를 했다고 생각하니 김책은 참을수가 없었다.

《1947년도인민경제계획이 어떤 계획입니까? 우리가 국가를 자체로 관리운영할수 있다는것을 내외에 증명해보일뿐아니라 민족의 앞날을 확신할수 있게 하는 계획이라고 장군님께서는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이 회의에 참가한 지배인들이 부강한 자주독립국가의 지배인이 될수 있는가 없는가를 보여주는 계획이라는것입니다.》

《지배인동무들은 부위원장동무의 말을 명심해서 들어야 합니다.》

장군님께서 회의장끝에까지 울려퍼지는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미국놈들이 우리가 세운 금년도계획을 놓고 뭐라고 하는지 압니까? 절대로 수행할수 없는 허황한 계획이라고 말하고있습니다. 어째서 수행할수 없는 계획이라고 하는가? 국가관리능력이 없는 조선민족이 경제를 92%나 장성시킬 예정인 올해계획을 어떻게 수행하겠는가, 이것입니다. 부위원장동무가 올해계획을 국가관리능력을 시험하는 계획이라고 한것은 이것을 념두에 둔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정말 올해계획을 수행할수 없는가? 지배인동무들은 상반년계획을 완수했습니까, 못했습니까?》

조선민족을 모욕하는 미제침략자들의 망발에 격분한 지배인들이 일제히 완수했다고 소리높이 웨쳤다.

《완수했습니다. 지금 연단에 나와있는 전호준지배인도 규정이 잘못되여서 채산상으로는 계획을 못했지만 석탄은 계획을 초과해서 캤습니다.

문제의 잘못은 저탄장을 확장하지 않은것이고 이 회의에 와서야 철도에 대한 의견을 제기한것입니다. 올해 인민경제계획이 얼마나 중요한 계획인가 하는것을 알지 못했기때문에 이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비판을 좀 받았습니다.》

전호준은 송구하고 부끄러워 머리를 무겁게 떨구고 서있었다. 그이의 말씀이 계시여 연단에서 내려선 그는 눈굽에 맺힌 눈물을 주먹으로 훔치며 자기의 자리에 가앉았다.

장군님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우리가 왜 올해를 경제건설의 해로 선포했는가를 지배인동무들은 알아야 합니다. 그건 조선민족은 능히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할수 있다는것을 온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섭니다. 두해전까지 망국노의 설음을 안고 살던 우리가 이런것을 증명해보이는 올해 인민경제계획을 완수할수 없겠습니까?》

온 장내의 여기저기에서 장군님의 말씀에 호응하는 드높은 웨침이 터져올랐다.

《할수 있습니다!》

《반드시 초과완수하겠습니다!》

뜨거운 열기가 차넘친 장내를 둘러보시던 그이께서 회의장 한가운데 앉은 전호준의 얼굴에 시선을 멈추셨다.

《유선탄광 지배인동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전호준은 자리를 차고 일어나 웨쳤다.

《할수 있습니다. 전 탄을 생산하는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는것을 사실 지금까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내려가면 꾀꼬리둥지같은 저탄장을 활 밀어던지고 열두개 화차를 받을수 있는 저탄장을 건설하겠습니다. 이자리에서 맹세문을 쓴 다음에 이 도장을 누르겠습니다.》

전호준은 허리춤에서 갈탄처럼 반들거리는 도장을 꺼내들기까지 했다. 온 장내에 청년지배인의 결심을 지지하는 웃음, 요란한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장군님께서도 유쾌하게 웃으시였다. 김책, 정준택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여올랐다.

《바로 저런 기상이 있어야 합니다. 수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기상입니다. 우리 당의 정책을 받드는 저런 결심을 우리는 건국기상이라고 합니다. 상반년계획을 완수하지 못한 지배인들은 모두 유선탄광 지배인처럼 비상한 결심을 품고 올해 계획을 반드시 초과완수해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오전회의를 끝내자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국장실로 향하던 그이께서 부국장에게 전호준을 데려오라고 지시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