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장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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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은 대동강가를 걸어가고있었다. 가을바람이 선들선들 불어 옷자락을 날리였다. 원시범이와 함께 여기를 같이 걷던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해가 되여온다. 원시범이 생각이 떠오르자 왈칵 가슴이 흔들리면서 온몸이 화끈 달아났다.

《시범이!》

대동문에 이른 강병철은 더 걸음을 내뗄수가 없었다. 숱한 사람들이 대동문루각과 련광정 그리고 평양인경 두리에 모여들어 구경을 하고있었다.

《원시범이! 너는 지금 어데 있느냐?》하고 강병철은 또 부르짖었다.

(원시범이! 우리가 그토록 모대기며 찾던 조선의 지성인이 나가야 할 길은 드디여 열리였다. 자네가 항상 말하던것처럼 인생의 길은 여러 갈래도 아니며 또한 내가 말하던것처럼 두갈래도 아니고 오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김일성장군님을 따라가는 단 하나의 길뿐이다. 우리는 끝내 자기가 가야 할 정로를 찾은것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청소년시절에 서로 저도 모르게 현혹되였던 예수 그리스토가 이끄는 그 길도 아니였으며 더구나 알라신이나 석가모니도 아니였다. 우리가 쓰거운 낯을 짓고 넘겨다보던 명예와 향락과 치부를 위한 그것도 아니였더란말이다. 그래 우리는 끝내 그 가냘픈 인정의 끄트머리, 우리의 량심이라는것에 매달렸었지. 그러나 그 량심이란 일제의 권력앞에서 무색한 낯을 짓고 염낭에 쑤셔넣지 않을수 없잖았던가. 그래서 우리는 신앙도 재능도 금력도 량심도 믿을수 없게 되였으며 나중에는 허탈상태에 빠지고말았었지. 그래 나도 허무한 이 인생을 스스로 포기할 생각을 할만치 어리석어졌었다. 그러다가 나는 한줄기 빛을 붙잡을수 있었다. 그 빛이란 곧 김일성장군님께서 우리에게 돌려주신 믿음이다.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믿는 그이의 밝은 빛이 나의 령혼을 밝혀주었다. 아! 그이께서 우리 인테리에게 안겨주신 믿음, 그것은 실로 놀라운것이다. 내가 오늘저녁에 보고 들은것만 해도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만한것이다. 평양철도국장 한명구, 그를 위해 1명의 유격대원이 자기몸을 바쳤다. 강선제강소 양춘만은 제도와 리념을 따지기전에 인간을 존중하고 인정의 리치에 서있는 장군님을 따라 끝까지 가겠다고 땅과 재산을 내놓고 나섰다. 원시범이! 내 말을 듣는가. 우리 민족이 김일성장군님과 같은 그런분을 모시게 되였다는것은 전민족의 행복이고 영예이다. 무엇으로 그렇게 말할수 있는가. 만약 우리에게 밤이 가고 낮이 온다는 그 단순한 하나의 자연현상에 대해서 그것을 믿을수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면 모든것이 비정상적으로, 부조리로 얽히게 될것은 물론이고 물질진화의 최고성과인 리성이라는 그자체마저도 부정하게 될것이 아닌가. 그러나 다행히도 인류는 그에 대한 드놀지 않는 믿음에 기초하여 살아가고있는것이다. 이 리치와 마찬가지로 무궁무한한 우주공간에 떠있는 삼라만상이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고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영원히 자기 존재를 유지하고있는 그 힘과 법칙이 있는데 그것을 만유인력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다면 우리 민족, 우리 겨레가 바로 그렇게 각기 제나름의 생활양태와 방식을 가지고 영원무궁할 번영의 길에 들어서게 된것은 무엇때문인가. 바로 그 《만유인력》은 김일성장군님에 의하여 베풀어지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 그 위대한 사상이다. 그것은 온 민족을 뗄래야 뗄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로 융합시키는 인력이며 그것을 통채로 번영에로 이끌어나가는 대견인력이다. 원시범이! 너도 이제 어데 가서 무엇을 하든 이 인력권외에 서있지 못할것이다. 같이 가자. 그래서 그이를 중심으로 해서 돌고있는 하나의 자그마한 행성으로 되자.)

강병철은 모지름을 쓰면서 껄껄한 대동문 돌벽에 볼을 비비였다.

눈물에 젖은 들판은 달빛을 받아 거울처럼 푸른빛을 반사하였다. 고뇌에 젖어 늙어보이는 얼굴에 어린애와 같은 순결하고 평온한 기운이 물결치고있다. 마치 그는 너무나 큰 격동을 이기지 못하여 가뭇 잠든것처럼 보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