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장 3

 

3

 

안동권의 강의가 계속되고있을 때 옆방에서는 좌현이와 괴이한 청년이 마주앉았다.

《당신은 누구요?》

좌현은 푸른빛을 내뿜고있는 눈으로 수상쩍게 청년을 쳐다보고있었다. 하지만 이쪽 기분에는 관계없이 청년은 손바닥으로 이마의 땀을 문대면서 후후 큰숨을 내쉬고있다. 그는 괴이한 사건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얼마간 후련한 기분에 잠겨있는것 같기도 하였다. 어깨를 들었다놓으며 다시한번 긴 한숨을 쉰 뒤에 그는 자세를 바로하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평양철도검차구에 있는 방문선입니다.》

《그래서 그게 사실이요?》

좌현은 상대자가 정신이 똑똑하다는것을 알게 되자 한층 더 긴장해졌다.

《사실입니다. 그 고뿌에는 독약이 들어있습니다. 비상을 탔습니다. 실험해보면 알수 있습니다.》

탁자에 놓인 물고뿌를 보면서 좌현은 다시한번 몸을 떨었다.

《계속하시오. 누가 그랬는가? 목적이 뭔가?》

방문선이 그것을 알게 된것은 지금부터 약 보름전 3. l려관 2층 민기환의 방에서였다. 함흥 흥남지방에 갔다온 민기환은 기분이 대단히 좋아서 이제 안동권이만 돌려세우면 《만사는 오케이》라고 하였다. 어제 경상골에 있는 백씨네 집에 갔다와서는 안동권을 없애치워야겠다고 하였다. 오늘아침 일찌기 오라고 해서 민기환의 방으로 찾아갔는데 어느 한 청년에게 요새 방문선이 좀 수상한데 뒤를 밟으라고 하면서 새로 세운 대학에 나가보라고 하는 말을 엿듣게 되였다. 민기환은 어떤 청년에게 유리고뿌에 약을 쳐서 교탁에 가져다놓으라고 하는것이였다.

《령감태기는 1시간수업에 두세번 목을 추기는 습관이 있어. 서울대학에 있을 때부터라는거다. 십중팔구는 성공한다. 그러면 공산당의 협박에 못이겨 교단에 서기는 했지만 절개를 지켜 자결했다고 소문을 퍼뜨리면 된다. 아니면 공산당작간이라고 해도 무방하구···》

방문선이 그길로 달려왔는데 그가 대학현관에 들어섰을 때는 안동권이 한창 강의를 하는 도중이였다. 그래 그는 엉겁결에 교실문을 열었던것이다.

《알만하오. 그런데···》

좌현은 방문선의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한층 더 우울한 낯빛을 지었다.

《그게 다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방문선의 시선이 좌현의 가슴에서 의자로 그다음에는 옆에 앉아있는 김책의 발등으로 옮겨지는데 그의 손은 겨드랑밑으로 천천히 기여들어가고있었다. 방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리로 쏠리는가운데 그는 번쩍 빛을 뿌리며 오싹한 기분을 자아내는 검은 물체를 하나 꺼내 탁자우에 덜컥 소리나게 내놓았다. 그것은 권총이였다. 총구는 엇비슷이 창문쪽을 향해졌다. 좌현이 와락 달려들려고 하는 순간 그는 마루바닥에 털썩 쓰러지였다.

《선생님!》 그의 음성은 처절하게 방안을 울리였다. 《못난놈을 이 총으로 쏴주십시오. 개잡듯 쏴서 죽여주십시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좌현은 팔을 비틀어잡고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방문선은 마루바닥에 녹아붙은것처럼 엎드려 떨어지지 않았다.

《놔두시오. 무슨 사연이 있는것 같소.》

김책은 좌현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청년이 내놓은 권총을 집어들었다. 그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것을 즉시에 알아차렸다.

《의자에 앉아서 차근차근 이야기하오. 울지만 말고.》

한참동안 울고나서 얼굴을 들고 방문선은 우선 자기 소개부터 하였다. 서울서 중학을 다니다가 중퇴하고 여기저기 뜨내기생활을 하던중 해방이 되였다고 하였다. 그가 듣기에는 남조선에는 아메리카식 정치제도가 서고 북조선에는 로씨야식 정치가 실시된다고 하였다. 최근에는 몰락하였지만 몇해전까지 한 열흘갈이땅을 소작준것이 있었던 그는 해방이 되자 인차 서울에 올라가 살아갈 길을 모색하였다. 그러다가 민기환의 줄에 걸려 평양역 검차구에 들어박히게 되였다.

어느정도 기분을 눅잦힌 방문선은 조리있게 사연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집게다리는 말했습니다. 민기환의 지시다. 공산당을 녹이자면 철도를 녹여야 하고 철도를 옴짝 못하게 하자면 쌀공급이 안되도록해야 한다. 그러니 너는 해주에 가서 쌀이 못오도록 해야 한다. 그래 나는 집게다리를 따라나섰습니다. 신원역 급수장의 뽐프를 파괴하라고 해서 제가 기름을 치고 불을 달았습니다. 흑교를 지나서 기차굴을 빠지니 이미 약속한대로 우리 패거리들이 기차방통을 떼기 위해 달라붙었습니다. 박원식선생이 우리 아이들하구 결사적으로 싸우는것을 나는 보았습니다. 그 선생은 총을 가지고있었지만 쏘지 않았습니다. 말로만 자꾸 물러가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정 위급하니까 공포를 놓으며 위협했습니다. 거기에서 실패한 우리는 중화에 와서 뒤를 따랐습니다. 과수원언덕에 올라섰을 때 집게다리란놈이 박원식선생을 먼저 쐈습니다. 박선생은 가슴을 움켜쥐고 도랑에 굴러떨어졌습니다. 이때 나는 머리속에서 번개가 번쩍하는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내들었던 이 총으로 집게다리의 골통에 대고 한방 쏘고 그다음에는 잔등에 대고 또 쐈습니다. 그리고 나는 추격해온다고 아부재기를 치면서 도망쳤습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방문선은 자기의 솔직한 자백이 상대편에 어떻게 리해되는가 알아보기 위해 두릿두릿 좌우를 살피고있다.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김책이 물었다.

《그러고보니 더 큰 의문이 생기는데 도대체 어떻게 되서 마음을 돌려먹게 되였는가?》

유심히 듣고있던 방문선이 고개를 주억거리고 대답하였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해주에 떠나기전에 박원식선생을 만난 일이 있습니다. 철도공장에 나오신 장군님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장군님은 참말 인자하고 너그러운분이라고 하였습니다. 박원식선생이 무엇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가 하길래 나는 다른것은 모르겠다, 팔이 하나 없는 아바이가 있지 않는가, 그 아바이를 보신 장군님께서는 친히 그가 앉은 자리까지 찾아가시여 팔이 없는 소매를 만져보시였다, 그 한가지 사실을 보고 나는 눈물이 날만치 인정이 있는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박원식선생은 당신 말이 옳다. 우리 장군님께서는 얼마전에 강선제강소에 나가셨는데 양춘만이라는 기사가 가족을 버리고 어데론가 도망가고 없었다. 그 집에는 3살난 아이가 앓고있었는데 칠골고개까지 왔다가 되돌아가 아이를 데려다가 치료해주시였다고 하였습니다.

박원식선생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 길가에서 한 10분 가면 있는 고향집에는 들리지 않으시고 곧추 강선에 가셨다가 돌아오셨다고 하였습니다. 집을 떠난지 20년이나 되는 고향집이라고 했습니다. 박원식선생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기차방통에 앉아 나더러 배가 고프겠는데 밥을 먹으라고 했습니다. 해주에서 가지고 떠난 줴기밥입니다. 박선생은 자기도 굶었는데 기어이 날 먹으라고 하더군요. 그런 사람이 죽어서는 안되지요. 나는 박선생이 총에 맞아 쓰러질 때 마음을 달리 먹었습니다. 김일성장군님의 뜻을 받들고 일하는 사람을 해쳐서는 안된다, 이렇게 마음먹었습니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초들초들 마른 입술을 감빨고나서 방문선은 고개를 들어 방안을 둘러보더니 성급하게 말을 계속하였다.

《빨리 민기환을 체포하시오. 그놈이 흥남제련소 로도 폭파시켰습니다. 자기 부하 문가를 보내서 카봉에 물을 치게 했습니다.》

《제련소 로를 그놈이 폭파했단말이요?》

김책이 너무나 놀라와 큰소리로 웨치였다.

《그렇습니다. 지금 황금정에 있는 3. l려관에 있습니다.》

《좌현동무! 시보안서에 전화를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