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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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습관된대로 새벽 3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침대에서 일어나신 그이께서는 창가에 다가서시였다. 창밖은 아직 캄캄하였다. 어제는 평양에서 떠나서 하루종일 차칸에 앉아 여기 흥남에 늦어 도착하셨고 눌러 공장자치위원회에서 새날이 잡히도록 협의회를 하시였다. 하지만 전혀 피로를 느끼실수 없었다. 그이께서는 창가림을 밀어제끼고 문을 열어놓으시였다. 바다바람이 솔솔 불면서 미역내를 실어왔고 연두색 창가림은 가슴노리를 스적스적 건드린다. 두팔을 쩍 벌리고 심호흡을 하시였다. 싸늘한 공기가 온몸에 스미였다. 기분은 매우 상쾌하시였다. 그것은 아침서경도 좋았지만 아마 오래전부터 여기에 오시고싶었던 하나의 소망이 이룩된것으로 해서 오는 일종의 환희때문일수 있었다. 해방전에도 그이께서는 언제나 흥남 여기를 하나의 중요대상으로 지목하고계셨으며 해방후에도 역시 그러하시였다. 그것은 여기가 현대적인 대공업기지의 하나이며 따라서 산업로동자들이 집중된곳이기때문이였다. 그래서 그이께서는 10월에 당창건을 선포하시고 인차 동해지구를 돌아보실 예정이였던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낼수 없어서 하루하루 미루신것이 어언 12월, 년말이 가까와와서야 길을 떠나실수 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창문가에 서시여 시간이 갈수록 차츰 웅장한 자태를 하나하나 드러내보이고있는 공장을 흐뭇한 기분으로 내려다보고계시였다. 눈이 모자라게 아득히 펼쳐졌고 그 기상이 장엄하며 울뚝불뚝 높이 솟아 힘을 느끼게 하는 대공장의 정경이였다. 군데군데 눈이 부시게 야외등이 켜있었으며 그 빛을 반사해서 규모있게 쭉쭉 뻗어간 철골들, 배관들, 그사이에 엄엄하게 머리를 쳐들고있는 탕크들, 합성탑들···

참으로 장관이다. 우리에게 이런 재부가 있다는것은 하나의 자랑이 아닐수 없다. 피페하고 궁핍이 실실이 드리운 초가이영의 농촌마을, 길가에 다문다문 잇대선 읍거리들 그것들과는 놀랄만한 대조를 이루며 장엄하게 산업도시가 여기에 펼쳐져있다. 말그대로 이 나라 백의민족의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여기서 이제 인민의 복리를 위한 교향악이 울려나올것이다.

어느덧 날이 밝았다.

동켠하늘에서 희멀건 안개와 같은것이 차츰 흘러퍼지는가 했더니 어느새 놋대야같은 아침해가 불쑥 바다에서 솟아올랐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창문을 더 활짝 열어제끼시였다. 바람이 불어 창가림이 세차게 흔들리였다.

그이께서는 세면장으로 들어가시였다. 전등불도 밝고 수도는 압이 세게 내쏜다. 비누갑에는 진한 향기가 나는 연분홍색 비누가 들어있다.

《오! 흥남인민공장!》

그이께서는 크게 혼자소리를 내면서 비누를 집어드시였다. 글자획이 뚜렷한 우리 글이 비누에 찍혀있다. 신기한 물건을 처음 보시는것처럼 비누 한개를 이모저모로 뜯어보시였다. 부드럽고 매끈매끈한것이 손안에서 뱅글뱅글 돌아간다. 마치 살아있는 금붕어를 잡아쥐고계시는것 같은 감촉이다. 온 얼굴에 기쁨이 피여났다. 식사시간이 되였을 때 그이께서는 그 비누를 내다놓으시고 동석한 이곳 일군들과 수원들에게 흥분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이걸 보시오. 이것이 이 공장에서 만든 비누입니다. 여기에 흥남인민공장이라고 찍었습니다. 인민! 인민입니다. 참말 좋은 이름입니다. 이걸 누가 달았습니까?》

맞은켠에 앉았던 얼굴이 철색이고 이마가 벗어진 이곳 공장장 주정훈이 못내 황송해하면서 대답을 올리였다.

《저희들이 토론해서 그렇게 달았습니다. 왜정때는 일본질소비료주식회사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할수 없어 우리 인민이 제일 좋아하는 문구를 따다보니까 그렇게 되였습니다.》

나이는 50줄인데도 아이들처럼 어깨를 흔들며 좋아하였다.

《잘했습니다. 일본놈들은 천황페하를 내세우지만 우리는 인민을 내세우는것이 기본입니다. 인민의 공장에서 인민을 위해 물건을 만들고 인민에게 복무한다는 뜻이 잘 나타나있습니다. 보기도 좋고 냄새도 좋고 쓰기도 좋습니다. 이것을 보아도 우리는 벌써 승리한것입니다. 일제는 공장을 파괴해놓고 다시는 여기서 비료가 나오지 못한다고 했다는데 그자들의 면상을 후려갈긴셈입니다.》

계속해서 그이께서는 지난밤 늦게까지 협의회에서 하신 말씀을 다시 반복하시였다. 흥남은 우리 인민의 생활을 안정시키는데 있어서 큰 몫을 차지하고있다. 비료가 있어야 쌀이 나오고 쌀이 있어야 정치를 할수 있다. 현재 우리는 큰 식량난을 겪고있다. 온 나라가 대기근의 찬바람속에서 떨고있다. 이것을 해결함이 없이는 우리는 단 한걸음도 전진 못한다. 나라를 세우자고 해도 쌀이 있어야 하고 경제를 복구하자고 해도 쌀이 있어야 한다. 그 명줄이 바로 이 공장에 달려있다. 그래서 벌써 와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쌀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평양철도공장사건을 상세히 말씀하시였다. 그 과정에 10여성상 같이 싸워온 항일유격대원 박원식이 희생되였다는데 대해 처절하게 말씀하시였으며 탄광, 광산 로동자들이 굶주리면서 석탄이나 쇠돌을 캐고있는데 대하여 언급하시였다.

식사가 끝나고 공장시찰을 시작하려고 하시였을 때 언제나 침착하던 김좌현이 땀을 벌벌 흘리며 나타나 떠나는 시간을 좀 미루어야겠다고 말씀올리였다.

《왜 시간을 늦잡아야 합니까. 그러지 않아도 오늘일정이 긴장한데.》

거울앞에서 넥타이를 매시던 김일성동지께서 리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시였다. 김좌현은 자기 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않을수 없었다. 김좌현이 공장으로 통하는 한길에 나갔을 때 거기에는 벌써 수천명 군중이 모여서 왁작 끓어번지고있었다. 경각성이 높은 김좌현은 군중속에 들어가 여론수집을 해보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김일성장군님께서 이곳에 오셨다는것을 알고 공장종업원들과 그 가족들이 떨쳐나 숙소길목을 지키였다. 여적 신문지상에서 사진을 보았을뿐 직접 만나뵈온적이 없는 그들은 《장군님을 뵈오러 가자!》하고 이른새벽부터 떨쳐나섰다. 그들은 골목골목에 모였다가 날이 밝자 삽시간에 한길가로 밀려나왔다. 김좌현은 급히 이곳 일군들과 합의하여 군중들을 다 돌려보낸 다음에 장군님께서 공장을 돌아보시도록 하자고 하였다.

《사실이 그렇다면 나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가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시였다.

《그렇게 되면 호위사업이 더욱 곤난하게 됩니다.》

《호위사업? 호위사업이라는것이 무엇입니까?》

《사령관동지께서도 아시다싶이 며칠전에는 여기 전해직장에서 고급기능공이 2명이나 암살되였습니다. 련속 인명사고가 일어납니다. 악당들이 공장에 매일이다싶이 나타나 불도 지르고 기계도 파괴하고 도적질도 해간다고 합니다. 더구나 김책동지가 저한테 엄격한 지시를 준것이 있습니다. 지난달 첫눈이 오는날 밤에 평양철도기관구로 가다가 악당들이 쏜 2발의 총탄이 머리우를 스쳤다고하면서···》

말을 번지기조차 아슬한것이였다.

《그래 그런 일이 있다고 해서 내가 인민들을 피해달아나야 한단말입니까. 좌현동무, 별스럽게 생각할것이 없습니다. 그래 우리가 보천보거리를 쳤을 때 숱한 사람들이 모여오지 않았댔소. 연설두 했구. 항일무장투쟁시기 우리는 간데마다 허물없이 군중을 대하지 않았소. 간데마다! 15년동안이나··· 그런데 해방된 제 땅에서는 그럴수 없단말입니까?》

넥타이를 바로잡고 상의를 입으신 그이께서는 서슴없이 현관을 나서시였다. 거리에서는 벌써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김일성장군 만세!》

《조선독립 만세!》

수천명군중이 공장정문까지 잇닿은 대도로 량옆에 구름떼처럼 모여서 왁작 끓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을 번쩍 높이 들어 답례를 보내시면서 보도복판으로 천천히 걸어나가시였다. 환호성은 더욱더 높아져 온 거리와 공장을 들었다놓았다. 남녀로소가 모두다 발을 동동 구르며 두팔을 마음껏 흔들었다.

그이께서는 잠간 걸음을 멈추시고 머리를 숙여보이기도 하고 그만 진정하라는 표시로 손을 저어보이기도 하시였다.

그럴수록 군중들은 더욱더 세차게 끓었다. 전설로나 듣던 백두산의 장군님, 꿈에서나 볼수 있었던 그 장군님께서 지금 손을 뻗치면 닿을수 있는 거리를 두고 앞을 지나가시는것이다.

김일성장군 만세!》

《조선독립 만세!》

군중들의 웨침소리는 그이의 가슴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그이께서는 지금 온몸에 용솟음치는 기쁨을 억제하지 못하여 그저 손을 들고 미소를 짓고계시였다. 그럴수록 군중들은 더 세차게 설레였다. 그들은 해일처럼 밀려들어 장군님을 에워쌌다. 그가운데서 김좌현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어쨌든 공장쪽으로 길을 틔워 빠져야 하겠는데 그렇게 해낼수 없다. 그는 팔을 벌리고 《길을 내시오. 길을 내라요.》했지만 그 인파를 막아내는수가 없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맨앞에 서서 가느다란 두팔을 들어올린 어느한 할머니앞으로 다가가시였다. 어데 사는가, 년세는 얼마인가 하는것으로 문안을 하려고 하시는것 같은데 군중의 환호성때문에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함경도식으로 머리수건을 쓴 할머니는 장군님의 웃으시는 얼굴과 덥석 자기를 안아주시는것을 통해서 말보다도 더 똑똑하게, 말보다도 더 뜨겁게 정을 느낄수 있어서 단번에 그만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만경대할머니와 어쩌면 그리도 신통히 같은지 모르시였다. 깊이 패인 이마와 볼의 주름들, 무엇이나 직시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시선을 피하는 아늑하고 사려깊으며 언제나 젖어있는것 같은 눈길이 그러하였다. 청년들도 안기고 로인들도 안기였다. 김좌현은 들먹이는 가슴을 붙안고 한옆에 나서있었다.

《그렇다! 이들이 바로 인민이다. 그이께서 언제나 그토록 존중하고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고 믿고계시는 인민! 인민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늘 가르치시던 그 인민과 장군님께서 지금 상봉하시는것이다. 로동계급! 그들의 열정이 작탄처럼 폭발한것이다. 아! 참으로 장쾌하다.》

숙소에서 공장까지 10분이면 넉넉한 사이인데 1시간이상 걸리시였다. 걷다가는 돌아서시고 또 걷다가는 돌아서시군 하였다.

흥분을 안으신채 그이께서는 전해직장을 다 돌아본 다음 압축기복구장을 거쳐 하조직장으로 나가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공장장 주정훈에게 물으시였다.

《그동안에 30%에 해당한 생산공정이 복구되였다는데 그에 대한 기술지도는 누가 했습니까. 참말 성과가 놀랍습니다. 여기에는 그 누군가의 큰 노력이 스며있습니다.》

계속해서 그이께서는 여기 합성탑이 일부 파괴되고 대형압축기도 한두대 못쓰게 됐다는데 그것은 큰 피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끼친 파괴는 거기에 비할바가 아니라고 하시였다. 일제는 패망하면서 이제 공산당이 들어오면 기술자들의 목을 달아맬것이라고 악선전을 해서 산지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들을 빨리 찾아와야 한다, 그 사업은 기계 몇대를 수리하는데 비길수 없이 중요한 사업이다, 파괴된 설비는 복구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을 운영하자면 기술자가 있어야 한다, 김책동무가 와서 기술자들이 없어서 사립학교를 꾸려놓고 기능을 배워주던 교원을 공장장으로 임명했다기에 잘했다고 칭찬을 했다고 하시면서 그이께서는 하루빨리 기술자들을 찾아올데 대해서 거듭 강조하시였다.

《현재 우리가 종합한 자료에 의하면 일제가 패망시에 파괴한 공장기업소가 85%나 됩니다. 이안에는 흥남공장압축기장이나 합성탑에 폭발장치를 한것도 포함되여있습니다. 빨리 사람들을 집결하시오. 그래야 우리는 다시 일어설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누가 기술지휘를 하고있습니까?》

《장군님! 여기에 강병철이라는 기술자가 찾아왔었습니다. 그 동무는 려순공대 출신으로서 유능한 기술자입니다. 그 동무가 주동이 돼서 복구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합금로에 가있습니다. 특수합금강을 만들어 탄광 광산에서 쓰는 정머리도 만들고 공작기계에 쓸 바이트도 만든다고 했습니다. 화학공장에도 가고 기계공장에도 가고 5개공장을 다 돌아가며 기술지도를 했었습니다.》

《합금로가 폭파되였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그이께서는 더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 평양을 떠날 때부터 강병철에 대해서 생각하고계시였는데 정작 와보니 꼭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굳어지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