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2

 

2

 

장군님께서 안동권을 바래우고 돌아서시자 인차 《똑 똑》 문기척소리가 났다.

《들어오시오!》

뒤미처 가볍게 문이 열리더니 안경을 낀 최준걸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얄팍한 수첩이 하나 들려있었는데 아마 거기에 강병철에 대해서 료해한 자료가 적혀있을것이였다.

정중히 인사차림을 한 최준걸은 김일성동지께서 권하시는대로 응접탁앞에 앉았다. 그이께서는 출장중에 고생이 있었을것이라고 하시면서 건강이 어떤가부터 물으시였다. 최준걸은 무릎에 손을 얹었던것을 내리우면서 일어서려고 하였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팔을 잡아눌러 앉으라고 하시였다. 이제는 한두번 만난사이도 아닌것이고 또 나이로 봐도 한둘 차이가 있거나말거나 한건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시였다. 또 그렇게 하게 되면 딴데 신경이 가서 솔직하고 친근한 담화가 이루어질수 없다고 하시였다. 그러나 최준걸은 근엄한 표정을 조금도 흐트리지 않고 끝내 일어나서 대답을 올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미 그를 정직형으로 보고계시였다. 그이께서 최준걸의 인격을 잘 료해할수 있었던것은 경제문제를 토론하는 몇번의 모임에서와 특히 강선제강소에 같이 갔던 그때였다.

그때 최준걸은 5년안으로 경제를 복구해야겠다는 이쪽의 욕망이 강하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실태로 보아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명확하게 대답하였다. 거듭 물었지만 역시 같은 대답을 하였다.

흔히 사람들은, 특히 그것이 나약한 인테리인 경우에는 자기의 대답을 항상 권위있는 상대자의 요구에 맞추기에 진력하는것이다. 그러나 최준걸은 그렇지 않았다.

《흥남에서 합금로 1호가 폭발한 실태는 이렇게 되여있습니다.》 하고 그는 수첩을 펼치였다.

그는 설명을 계속하였다. 처음에는 공장전모를, 다음에는 합금로를, 그다음에는 사고의 이러저러한 류형을 소개하고 나중에 강병철기사에 의해 야기된 사고를 분석하였다.

최준걸의 보고에서는 과연 기술자답게 공뜬 소리 한마디도 없이 날자, 시간, 몇분몇초가 나오고 위치와 거리 그리고 질량에 의한 단위가 정연하게 계산되였다. 문제시할수 있는 기술적요소가 22가지라고 하면서 지나칠 정도로 세밀한 설명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일단 지나자 누구에게나 쉽게 리해될수 있는 통속적인 표현으로 간명하게 사고원인을 해명하고 그의 책임소재와 복구대책까지 제기하였다. 그의 결론에 의하면 로폭파는 어느 누군가의 고의적인 행동에 의해 생겨난 사건이다. 22개의 요소가운데서 21가지는 사고를 부정하고 한가지 요소만 사고요인으로 되고있는데 그 요소인즉 로에 전기가 투입되는 전도체가 불량했다는것이다. 전도체에는 허용수치보다 5배나 더 많은 수분이 함유되여있었는데 그 위치로 보나 기술상태로 보아 거기에는 물이 침습될만한 아무런 조건도 없었다. 어느 누가 고의적으로 물을 붓지 않고는 도저히 그런 결과가 생겨날수 없었다. 하다면 누가 그런 험한짓을 했겠는가? 그 하나는 일제가 도망치면서 그렇게 했을수 있고 다른 하나는 그 이후에 어느 암해분자가 그렇게 했을수 있다.

《고의적인것이 틀림없습니까?》

최준걸의 보고에 의해 거의나 확정적인 사실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이께서는 전혀 다른 의견이 나오기를 기다리고계시였다. 혹시 어떤 기술적부족 또는 과실이나 부주의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고되기만 한다면 이 사건은 이 시기에 흔히 있을수 있고 리해될만한것으로 된다. 그러나 최준걸의 대답은 너무나 확신적이였다.

《장군님, 틀림없습니다.》

《동무와 다르게, 말하자면 정반대로 볼수 있는 경우를 념두에 두었습니까?》

《물론 그것도 고려하지 않은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차피 경제나 기술은 말보다 물질적근거들이 있기때문에 그것을 무시할수 없습니다. 이 자료들은 모두 현지에서 확인된것입니다.》

《다른 경우에도 역시 그런 정도의 담보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있을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저의 수준에서 이렇게 볼뿐이지 이것을 절대화하지 않습니다.》

《절대화하지 않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옆방에 있는 좌현에게 오기섭을 부르라고 이르시고 최준걸이한테 돌아오시였다. 그이께서는 최준걸에게서 22가지 요소로 된 조사문건을 받아드시고 한장한장 펼치며 재차 설명을 요구하시였다. 설명을 듣고계시는 그이의 심정은 매우 복잡해지시였다. 그것은 한 인테리의 운명과 관련되여있기때문이였다. 더구나 그 인테리는 비록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몇달전에 한번 만난적이 있었으며 그때 그이께서 내린 판단이 그이후에 엄청난 차이를 이루고있기때문이였다. 솔직히 말하면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를 믿으시였다. 하긴 지금도 그때처럼 그렇게 믿고싶으시였다.

잠시후 마루를 구르는 소리가 나더니 가죽장화를 신은 오기섭이 나타났다.

김일성동지께서 흥남제련소 로폭파사건에 대해서 그간 료해한 내용을 들어보자고 하시자 그는 이미 그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고있은듯 거침없이 자기 견해를 내놓기 시작하였다. 오기섭은 원래 감각이 예민하긴 하지만 침착한편이 못되며 더구나 용의주도하게 짜고드는 편도 아니였다. 그대신 그는 추리가 고도로 발전되여있어서 어느 한 론리의 한끝을 붙잡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사색을 뻗치는데 그 결론은 가끔 큰 편차없이 과녁에 가닿군하였다. 오기섭은 한 단락씩 넘어갈 때마다 맞은켠에 앉은 최준걸을 쳐다보군하였다. 그것은 자기의 보고가 틀림없이 최준걸이 료해한것과 큰 차이가 있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될수 있다는것을 예견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는것 같았다.

《결국 이렇게 해서 저는 합금로 폭파사건이 어떤 우발적인 자연재해이거나 뜻하지 않은 기술부족에 의한것이 아니라···》

오기섭은 말을 중단하고 최준걸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최준걸의 얼굴에서 아무러한 특이한것을 찾아볼수 없었다.

《결국 그곳에 들어간 기사 강병철의 소행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였습니다.》

그는 자기 견해가 결코 허황한것이 아니고 확고한 담보가 있다는것을 납득시키기 위해 몇가지 더 설명을 보태였다.

그런후에 오기섭은 약간 동안을 두었다가 다시 결론에로 되돌아가서 《때문에 이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게 되였습니다!》 하고 일단 보고를 끝내였다.

총이 세서 꽛꽛하게 일어선 머리는 이전이나 다름없이 언제 빗을 대보았는가싶게 헝클어져있었으며 그가 늘 애착을 가지고있는 가죽잠바는 유난히 번들거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수첩에 받아적고계시던 만년필을 덜컥 소리가 나게 떨구시였다. 이 한가닥 음향이 침묵에 잠기였던 방안공기를 모질게 자극하였다. 오기섭이와 최준걸의 시선이 일제히 그이께로 쏠리였다.

《최준걸동무! 하나 물읍시다. 그렇다면 동무는 아까 제기한 그 두가지 요인가운데서 어느것이라고 짐작합니까? 8. 15당시입니까? 아니면 그 이후입니까?》

《장군님! 그 이후라는것이 명백합니다. 왜냐하면 8. 15당시라면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 자연건조만으로도 습도가 그렇게 높지 못할것입니다.》

《그렇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이번에는 오기섭이쪽으로 상체를 기울이시였다.

《오기섭동무, 동무의 조사자료에 대해서 당사자인 강병철기사는 어떻게 생각하고있습니까?》

이때 최준걸이 고개를 번쩍 들었는데 안경알이 강한 반사광을 내뿜었다. 그것은 최준걸이 자기도 그것을 따지고싶었다는것을 열렬히 부르짖는듯싶었다.

《너무 야박해서 저는 그것을 우정 뒤에 돌려놓았었는데 하는수 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본인 즉 강병철자신이 내앞에서 자기의 고의적행동이라는것을 인정하였습니다.》

계속해서 오기섭은 그가 고의적일수도 있다는 충분한 근거를 대기 위해 그의 가정출신과 본인의 성분에 대해서 그리고 그 행위의 구체적동기 같은것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그가 강병철의 결정적인 약점으로 보는것은 그의 가정출신이 부유하다는 점이였다. 즉 중산층이상에 이르는 기업가의 아들인 강병철이 어떤 리유에 의해서도 계급적으로 적대되는 프로레타리아를 위해 복무할리는 없을것이라고 력설하였다.

《어떤 인간이든지 그의 현재를 리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이전이 어떠했는가를 보면 알게 되는데 강병철은 만주침략의 본거지이기도 한 려순에서 공부하였습니다. 때문에 조선과 중국을 침략하는 독아를 가지게 된 그는 인차 일본 야하다에 건너가 충실한 일제의 앞잡이로 되였습니다. 그 과정에 어떻게 했는가는 흥남에 있는 한 절름발이청년이 말하고있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볼수 있을진대 오늘의 그 결과가 어떻겠는가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으며 따라서 현실이 일목료연하게 그것을 보여주고있습니다.》

오기섭의 말투는 처음부터 자신만만하였다.

《알만합니다. 동무들의 의견을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