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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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렇게도 걱정거리로 되였던 쌀은 예정했던대로 10개 차량에 그득그득 실어놓았다. 5개 차량은 정미한 쌀이여서 유개차에 실었고 그밖의 5개 차량은 벼이기때문에 무개차에 싣고 풍을 씌우고 단단히 졸라매였다. 박원식은 맨 꼬리에 달린 무개차꼭대기에 자리를 정하고 벼짚과 가마니로 푹신하게 자리도 만들어놓았다. 첫추위치고는 좀 늦은셈인데 그대신 날씨가 맵짜고 바람이 몹시 불었다. 그러나 박원식은 상의앞자락을 헤쳐놓고 신바람이 나서 왔다갔다하였다. 맨앞에 나가 기관사에게 기술상태가 어떤가 알아도 보고 맨 뒤에 달린 차장칸에 가서 늦어서 래일 낮쯤해서는 꼭 평양에 들이대자고 약속도 하였다. 이제는 기적을 요란하게 울리고 해주역을 떠나면 모든 시름을 내던지고 여봐란듯이 평양에 들어서게 될것이였다. 아! 그렇게도 목마르게 기다리던 쌀이 이제 그들앞에 차례지게 된것이다. 그의 눈앞에는 쌀때문에 일어났던 가지가지 사건들, 그것을 둘러싸고 벌리였던 론쟁들, 그것때문에 악다구니질이 벌어지고 그것때문에 사람들의 인내성이 시험되였으며 그것때문에 정치사업에 큰 파문이 일어났던것을 회상하였다. 물론 이 한개 렬차의 식량은 필요한 량에 비하면 바다에 한바가지의 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눈석이물의 한바가지이다. 이제 쌀로 인한 어두운 그림자는 차츰 가셔지게 될것이다. 박원식은 차방통에서 다시 뛰여내려 기관차에서부터 4개 련결시킨 무개차량으로 가보았다. 거기에는 가마니가 실려있었는데 그 꼭대기에 사람이 잔뜩 매달려있었다. 이제 차가 떠나기만 하면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는지 알수 없는것이다. 사람들이 차츰 쌀을 실은 유개차지붕에 옮겨올수도 있고 또 가마니에 불이 달려 난판을 버릴수도 있다. 그는 철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절대로 뒤계선을 침범해서는 안되며 특히 담배불을 조심해야 한다고 루루히 주의를 주었다. 그런 다음 평양에서 같이 온 호송원들을 한방통에 하나씩 배치하였다. 유개차는 방통안에서 지키고 무개차는 짐짝우에서 감시하기로 하였다.

《어! 박원식동무!》

밑에서 고함소리가 날아올라왔다. 군복차림인 유격대 군의 리봉수아바이였다.

박원식이 내려갔을 때 리봉수는 어깨를 툭 치며 《그래 이만하면 되겠나?》하고 물었다.

《만족입니다. 난 고작해서 한 댓개 가져가게 될것으로 짐작했었지요.》

《첫술에 배부를수야 없지. 이달안으루 몇탕 더 하세. 여기보다는 안악, 재령이 기본이야. 거기서는 좀 넉넉히 나올것이 예상되네.》

리봉수는 자신만만해서 장담을 하였다.

리봉수가 장군님으로부터 식량문제에 대해서 전화지시를 받은것은 전달 10월중순경이였다. 장군님께서는 평양시민들과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탄광, 광산들에서 식료품이 떨어져 큰 곤난을 겪고있다고 하시면서 농민들의 여유곡물을 수매해도 좋고 성출미로서 자원적으로 내게 해도 좋으니 정치사업을 적극적으로 들이대라고 하시였다.

해주시에 나가있던 첫 파견원인 리봉수는 별로 자신이 없는 목소리로 해보겠노라고 대답을 했었다. 유격대에서 계속 군의로 복무한 그는 그런 규모가 큰 정치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었던것이다. 그러나 일단 농민들속에 들어가 첫 걸음을 떼니 상상외로 성과가 있어서 한 스무날사이에 수백t의 성출미를 모을수 있었다. 바로 그것을 장군님께서 절실히 필요한곳에 쓰시게 된다니 그는 더없이 기뻤다.

《우리가 부암동이나 요영구, 처창즈들에 식량을 보낼 때도 기분이 이랬었지.》

리봉수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여 못내 좋아하였다.

《그건 그렇구, 봉수아바이, 아무리 애착이 있어두 군복은 벗어야겠습니다. 우린 평양서 사령관동지께서 개선연설을 하실 때 사복을 갈아입으신것을 계기로 다 이렇게 입고있습니다. 한 10년이상 습관돼있어서 처음엔 좀 헐적한게 긴장이 풀리는것 같더란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것대로 좋은점이 있어요. 군중성이 더 있구.》

《알만하네. 언제 또 오겠나? 그런데 다리치료를 잘해야겠소. 이제 가면 좀 쉬라구. 그러다가 통세를 내면 고생해.》

평산벌에서 부상당한 다리를 념두에 두고 하는 소리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봐가다 인차 또 오지요.》

그때 기적소리가 울리면서 덜커덕하고 차방통들이 자리드팀을 하였다. 박원식은 리봉수를 와락 그러안으며 볼을 문대였다. 눈물이 글썽해지기까지 한다. 날렵한 동작으로 벼가마니방통에 기여오른 박원식은 손을 흔들어 리봉수와 함께 해주를 작별하였다.

렬차는 기분좋게 해주벌을 빠져서 신원쪽으로 달리였다. 개인전호모양으로 움푹하니 자리를 만든데 들어앉은 그는 담배를 피울가 하다가 그만두고 웃설미를 한 가마니를 들썩해놓고 무개차를 감시하였다. 누구든 쌀방통에 얼씬만 하면 고함을 쳐서 물리쳐야 하는것이다. 1시간나마 내다보았지만 별일 없었다. 그렇게 되자 그는 전투가방에 넣어두었던 나무토막과 접이칼을 꺼내였다. 나무토막은 대체적인 륜곽이 잡혀있어서 이제 인차 권총으로 완성될것이 알리였다.

이제 태엽장치를 해서 치차가 돌아가면서 련발로 소리가 나게 할 작정인데 이것저것 부속이 맞갖잖아 여태 애를 먹고있었다. 그는 가방에 손을 넣어 물큰한 줴기밥덩이를 한쪽에 내놓고 이번에는 곰을 하나 집어내였다. 아직 손댈 여지가 좀 있기는 하지만 입을 벌리고 앞발을 든 고놈은 참말 재미있게 생겨먹었다. 영이라는 4살잡이 사내애가 이 곰새끼를 받아쥐면 입이 터진 팥자루가 될것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인동이만은 만나기만 하면 그저 《아저씨 권총 달라.》인데 이번에도 퇴방을 맞지 않겠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장군님께서도 《하나 만들어보지.》라고 말씀하시였기때문에 야단은 야단이다···

박원식은 나무를 깎았다. 하얀 칼밥이 튕겨나면서 볼과 코등을 다치고 어깨너머로 날아간다. 그러나 이 감미롭고 야릇한 동심은 한순간에 불과하고 바로 이 길, 쌀로 인한 해주왕복에 대한 본래의 생각에로 인차 되돌아가고말았다.

김일성동지로부터 황해도에 가서 쌀을 가져오도록 하라는 지시가 있은후 인차 한명구가 떠날 차비를 하였다. 한명구는 장군님의 지시를 자기가 직접 접수했기때문에 자기가 갔다와야겠다고 우기였다. 그때 박원식이 기관차수리를 다그쳐서 렬차운행을 정상화하라는 지시는 어떻게 하겠는가고 하자 입이 딱 막혀버렸다. 쌀수송은 다른 사람이 대신할수 있지만 기관차수리는 그렇게 될수 없다는것이 명백하였다. 이렇게 되여 박원식의 안대로 해주에는 자기가 가고 한명구는 시급히 기관차수리작업에 달라붙게 되였었다.

박원식은 지금 나무를 깎으면서도 자신이 제기한 안이 적절했다는것을 다시금 느끼고있었다. 그것으로 해서 그는 가슴이 부풀만치 흥분되여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인민들에게 돌려주시는 배려를 자신이 직접 집행하게 된다는 남다른 긍지가 가슴가득 차있었던것이다. 눈내리는 밤길, 그것도 적탄이 귀부리를 스치는 그 삼엄한 길을 걸으시여 기관구에까지 가셔서 친히 과업을 주신것이다.

이제 전화로 하든지 아니면 직접 찾아가서 《쌀을 실어왔습니다.》하고 보고드리면 《수고했소.》 그것으로 끝날수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그 한마디 말씀속에 혁명가들의 사업과 생활의 빛나는 자취들이 하나하나 생겨나는것이다. 그것이 사슬처럼 련달려 한생을 이어 놓게 되였을 때 혁명하는 사람들은 웃음을 짓고 최후를 맞을수 있는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칼질을 하는데 넙적다리가 모질게 쿡쿡 쏴났다. 참아볼가 했지만 참을수 없이 통세가 났다. 해주에서 유격대군의 봉수아바이가 자꾸 보자고 해서 처치를 받았는데 그 약독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칼이며 총가목이며 나무판대기들을 한쪽에 치워놓고 상처자리를 풀어헤치였다. 총탄 들어간 자리와 빠져나간 자리가 벌겋게 부어올랐다. 솜으로 진물을 찍어내고 이번에는 좀 헐럭하게 붕대를 감았다.

렬차는 역시 자기 관습대로 매개 역을 하나씩 톺아나가면서 사람들이 내리고 또 타기도 하고 숱한 짐짝이 상하운동을 거듭한끝에 이미 한숨돌리기로 예정한 신원역 구내에 들어섰다. 여기서 기관차에 물을 넣고 석탄을 보충하며 차륜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고가 생겼다. 오늘아침에 급수뽐프가 완전히 소각되여 급수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세상에 제일 흔한것이 물인데 물이 없어 차가 못간다는게 말이 되는가?》

박원식은 기름이 게발린 모자를 삐딱하니 올려놓은 이 역의 어느 한 철도 종업원청년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러니까 화주인 당신 맘대로 하라잖소. 우리 철도에서는 뽐프가 있어야 급수를 하게 돼있소. 기관차가 뭐 당신네 놀음감인가 하오? 자그만치 초롱으로 1 000개를 길어와야 하오. 1 000개, 알겠소? 세상에서 제일 흔한게 물이라고? 철딱서니없는 수작···》

박원식은 뽐프장에 들어가보았다. 거기서도 숱한 사람들이 왁작 떠들고있다. 어제밤까지 쓴 뽐프가 몇시간사이에 이렇게 될수 있는가 하는것이다. 이것은 외부작간이다. 반동의 암해행동이다. 별의별 해석과 규명과 규탄이 쏟아져나왔지만 실태를 변경시키지는 못하였다. 결국 전동기를 교체해야 하는데 그 예비가 어데 있으며 설사 있다 해도 두세시간으로는 안된다.

박원식은 자기 주위에 웅기중기 모여선 사람들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무슨 수가 나야지 이 복잡한 역구내에 쌀차량을 그대로 세워둔다는것은, 그것도 언제 떠나게 될지 기약할수 없이 세워둔다는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였다. 그는 자기옆에 선 청년에게 시선을 딱 멈추었다. 하루이틀에는 불가능하다는 한심한 결론을 하고있지만 그래도 그 청년이 아는 소리를 하는것 같고 또 그를 평양기관구나 검차구에서 본것 같은 기억이 있기때문이였다.

《동무 생각엔 어떻게 하면 좋겠소?》

박원식이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다른수는 없지요. 평양에 가서 예비모타를 가져오는수밖에요.》

《예비모타가 어데 있소?》

《가서 찾아봐야지요. 보선구나 전기구에 있을수 있지요.》

《동무는 평양철도에 있지 않소? 내 본것 같은데.》

《검차구에 있지요.》

《검차구? 여긴 왜 왔소?》

《두루두루 볼일이 있어서요. 난 차바퀴외는 상관없어요.》

모두다 쓴입을 다시며 헤여져간다. 역구내에서는 차가 못가게 되였다는 소문이 퍼지자 짐짝들을 들고 지고 사방으로 손님들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한때는 죽을 기를 써가며 매달리던 그들이 이제는 보따리를 이고지고 그 누군가에 대해서 걸직한 상욕을 퍼부으며 멀어져가고있다.

박원식은 전투가방을 쌀방통에 훌쩍 올려던지고 절뚝절뚝 다리를 절며 역장실로 달려갔다. 전화통에 매달려 평양철도국장을 찾았다. 선로상태가 불량했기때문에 혼선이 생기는가 하면 평양교환이 나오기는 했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한 15분 걸려서 겨우 한명구와 통화할수 있게 되였다.

《예! 10방통을 끌고 지금 신원역에 왔습니다.》 박원식은 온 방안이 즈릉즈릉 울릴만치 큰소리를 쳤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급수를 할수 없습니다.》

한명구는 이미 보고를 받았기때문에 앞질러 알려주었다.

《오늘밤에 뽐프모타를 보내니까 래일 올라오시오.》

《빨리 보내주어야지 차가 서있으면 도적놈들때문에 견디기 힘듭니다.》

《그러나 할수 없지요. 뽐프모타는 그이상 빨리 못갑니다. 차가 없어요.》

박원식은 손맥이 풀리였다. 간데마다 다그쳐서 예정한 시간에 평양역에 대리라던 계획은 파탄되고마는것이다.

《그런데요 파견원동지! 여기 강선의 리만석동무가 지금 와있습니다. 양춘만을 찾아다니던중인데 중화에 있는 삼촌네 집에 와있다고 합니다.》

《뭐요, 양춘만이가?》

박원식은 눈이 커지며 다그쳐 물었다.

《중화에 있는 삼촌네 집인데 과수밭주인이라고 합니다. 역에서 등성이를 하나 넘으면 양수환이라는 령감이 있답니다.》 말을 잠간 중단하고 뭐라뭐라 하는것을 보면 전화통옆에 리만석이 있는 모양이다. 한명구는 다시 계속하였다. 《분명히 그 집으로 들어 가는걸 본 사람이 있다는데 그길로 떠났다고 우기더랍니다. 그래 강선으로 가는 길목을 지켰는데 거기룬 가지 않았답니다. 그러니 그 집에 숨어있을수 있다는거지요. 혹시 평양에 들어왔을수도 있구 어찌다가 서울로 되돌아갈수도 있는거구 하여간 그리 아시오.》

한명구의 말로는 성차지 않아 그는 리만석을 바꾸어달래서 다시 설명을 들었다.

한명구가 전하는 말과 차이가 없었다.

《어쨌든 와서 의논합시다. 거기서는 어쩌는수가 없으니까 모터는 틀림없이 밤차에 보내겠습니다.》

박원식은 역장실에서 뛰쳐나왔다. 그는 한시도 지체할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모터가 오기를 기다릴수도 없었다. 《양춘만이 중화에 왔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테다. 그러자면 한시바삐 가야 한다.》 그는 혼자말을 하면서 역구내로 달려나갔다. 아직도 역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고있었다.

흑곤색작업복차림을 한 박원식이 사람들앞을 막아서며 《여기 좀 서시오.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하고 팔을 내흔들었다.

《이건 또 어데서 나타난 연설쟁이야?》

《여보! 우린 기차가 못가서 밸이 꼴렸단말이요. 당신이 무슨 수가 있소?》

《옹근 하루 굶어서 아무 생각 없다.》

중구난방으로 악담이 쏟아진다. 해방바람에 한껏 들뜬 기분이 나쁜것을 당할 때는 누구나 이렇게 영악해진다. 그러거나말거나 박원식은 모자를 벗어 휘두르며 모이라고 소리친다.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내가 이제 알아보니까 급수모터가 타서 차에 물을 댈수 없습니다. 이대로 두면 차가 언제 떠날지 모릅니다. 반동놈들은 우리의 철도가 제대로 가지 못하게 하려고 악착한 짓을 했습니다.》

《여보! 여보! 알만한데 무슨 수가 있는가 그거요. 그걸 말하오.》

《옳소!》

모여선 사람들이 웨치였다. 영문을 모르고 모여온 100여명 사람들이 왁작 떠들어댔다.

박원식은 도람통꼭대기에 훌쩍 뛰여올라갔다.

《여러분! 우리가 못가고 주저앉으면 좋아할건 반동놈들입니다. 기관차에 초롱으로 l 000개의 물을 넣으면 갈수 있다고 합니다. 우선 저 앞개울에서 길어올리는것이 어떻습니까. 우리 인원으로 한명이 10개씩 길으면 됩니다. 물초롱은 우리가 이 거리에 들어가 하나씩 빌어옵시다. 자! 그렇게 합시다. 그러면 늦잡아도 2시간후면 떠나게 됩니다. 오시오.》

옳다느니 밸빠진놈의 수작이라느니 여하튼 입가진 사람들은 모두 한마디씩 씹어대면서 와야 박원식의 뒤를 따라나섰다. 그가운데 누군가 한마디 하였다.

《물을 긷지 않는 사람은 태우지 않겠습니다. 차탈 사람만 따라오시오.》

그바람에 와하고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들었다. 혼잡속에 또 하나의 혼잡이 겹쳐진것이다. 숱한 사람들이 벌떼 흩어지듯 인가에 찾아가 물초롱, 물동이, 어떤 사람은 세수대야 등을 얻어들고 개울에서 물을 길어올리였다. 박원식은 흘끔흘끔 쌀방통을 감시하면서 물지게를 지고 강언덕을 달려내려가고 달려올라왔다. 그러면서 선동을 하였다.

《자! 보시오. 하면 됩니다. 1 000개는 잠간에 됩니다.》

그는 바로 이런 방법을 사동탄광에 가서 써먹은적이 있었다. 갱도에 물이 차서 막연해있을 때 먼저 물탕에 들어서서 선소리를 치면서 석탄물을 퍼올렸다. 그래 갱도 하나를 살리는데 9일간 밤낮 초롱으로 물을 퍼내고 고열탄을 져내서 기관차연료로 쓰게 했었다.

물초롱을 들고 절뚝절뚝 다리를 절면서 둔덕을 톺아오른다. 온몸이 물에 젖었다. 아니 땀에 젖었다. 이마에서 땀이 흘러 턱밑에서 뚝뚝 떨어지고 눈앞에서 별찌가 날았다. 그러나 그는 입술을 씹으면서 참고 견딘다. 다리는 불덩이처럼 달아오르고 온몸으로 찌륵찌륵 아픔이 뻗어나간다. 물초롱을 든 팔이 떨리더니 그다음에는 성한 다리가 뻣뻣해지면서 하늘이 빙그르르 돌았다. 박원식은 통나무 자빠지듯 맨땅에 쓰러졌다. 얼굴을 땅에 박은채 인차 쳐들지 못하는데 물이 온몸을 적시였다. 어느 한 청년이 달려와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동무는 힘이 진했소. 좀 쉬오.》

청년은 앞자락을 쥐여짜주면서 돌등에 앉아있으라고 하였다.

《아니 힘이 진한것이 아니요. 돌에 발이 걸채였소. 에익.》

박원식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웃음이 아니라 고통을 참는 모지름이 그려졌다.

《아니 이거, 바지에 피가, 이게 웬거요. 다쳤구만요.》

청년은 당황해하면서 가랭이를 걷어올리였다. 우에서부터 발뒤축까지 뻘겋게 되였다.

《일없소. 거기에 그러루한 구멍이 하나 있소. 동무, 날 버려두고 빨리 물을 길으시오. 자 어서.》

박원식은 청년의 등을 떠밀었다. 사연을 알수 없었던 청년은 두세번 뒤를 돌아다보며 물초롱을 들고 철뚝으로 올라갔다. 박원식은 초롱을 집어들고 강가로 되돌아내려갔다. 한걸음 옮기재도 칼로 다리를 도려내는것 같은 통세가 났다. 그러나 자기가 주저앉고나면 군중들이 흩어질것 같아 그는 이를 사려물고 구령을 쳤다.

《앞으로! 하나, 둘.》 입술을 씹어 딸기즙같은것이 턱으로 흘러내리였다. 《또 하나, 둘.》 신바닥에 꿀쩍꿀쩍 피가 고여올랐다.

《여러분! 잠간이면 됩니다. 기운을 내시오.》

한쪽손을 머리우에 쳐들고 고함을 질렀다. 몸은 부서지는것 같았다. 그러나 기차손님을 선동해서 반동들과 맞서 싸운다는것은 매우 통쾌한 일이였다.

《자! 벌써 절반 찼습니다. 제꺽 30분만 더 하면 되겠습니다.》

군중들도 기세가 올랐다. 참으로 막연하던것이 그래도 앞이 보이게 되니 통쾌하였다. 무작정 차가 못가고보면 사실 큰 고생을 살것이였는데 요행 패기있는 한 젊은이의 발기로 급한 목을 피하게 되였다.

《그 젊은이가 인재는 인재로다. 해방이 되니 여기저기서 제갈량이 뛰쳐나오는판이야.》

《그러기다 꿀벌들도 왕벌을 중심으로 뭉친다는거요.》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수수께끼요. 1 000초롱의 물이니 100명이서 10초롱씩이라는 계산이지.》

탕크에 물이 차넘칠 때 사람들은 손을 들어 만세를 소리높이 불렀다.

렬차는 이미 예정한것보다 약간 늦어서 낮 1시 30분에 기적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면서 구내를 벗어져나갔다. 손님대접을 받을수 없었던 승객들이 방통우에 아무렇게나 앉은채로 《해방덕에 별일을 다 당해본다.》하며 아무데나 대고 모두 손을 흔들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