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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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장을 떠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선로를 따라 기관구로 향하시였다. 금방 눈이 멎고 바람이 일기 시작하여 걸음을 옮기실적마다 알알한 랭기가 발목에 감겨들었다. 해주에 가서 벼 10차량분을 끌어올데 대한 문제는 한명구가 어떤 일이 있어도 1주일안으로 꼭 집행하겠다는 결의를 다지여 인차 결말을 볼수 있었으며 그것으로 해서 모두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이를 모신 일행은 빨간 신호등이 가물거리는 기관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이께서 철길복판에 서시고 량쪽 침목끝에 하나씩 갈라서 박원식이와 김책이 따라갔다. 몇걸음 뒤늦어 작업복 목깃을 일궈세운 한명구가 따라가고있었다. 기관구에 가보았대야 야간작업을 하지 않기때문에 로동자들은 만나볼수 없겠는데 김일성동지께서 굳이 가보자고 하셔서 헛걸음이 될줄 알면서도 가고있는것이였다.

《뭐니뭐니 해도 철도는 기본이 기관차라고 할수 있습니다. 헛걸음으로 되면 뭐랍니까. 눈에 덮인 철길을 한밤중에 걸어본다는것도 후에 다 인상에 남을수 있잖습니까.》

하는수 없이 김책은 거리로 에돌지 말고 환히 트인 철길로 걸어가자고 하였다. 길을 걸으면서 그이께서는 한명구에게 기관구형편을 자세히 물으시였다. 1주일후에 몇개 려객렬차를 정시운행해보겠다던 계획은 어떤 조건들에 의해서 담보되고있는가, 105명이 집결되였다던 로동자들의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지고있는가, 그들의 정치적동향은 어떤가, 철도공장보다 못한가 나은가, 그리고 기관차의 중소수리정도를 감당할만한 기능공들이 있는가, 겸해서 박원식동무가 강선에서 구해온 강재로 수리한것들이 지금은 어떤 상태에 있는가, 이제 겨우 6명으로 되였다는 공산당원들은 모두 무슨 분공들을 주었는가 등 그이께서는 한명구나 박원식이 미처 주의를 돌리지 못했던 문제들까지 파고드시였다. 철도공장로동자들을 설복했다고 해서 철도운수에 걸렸던것이 얼마간 해결되였다고 보지 않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련쇄된 고리인 기관구나 전기구, 보선구들에도 중요한 문제들이 배태되여있을수 있다고 보시였다. 철도공장사건이 우연한것이 아니라고 본다면 적아는 언제나 호상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마련이기때문에 기관구도 무시할수 없는것이다. 인입선정지신호등이 켜져있는곳에 이르렀을 때 고철무지뒤켠에서 검은 그림자가 얼씬하는것 같더니 빨갛게 단 철선같은것을 머리우에 날리면서 《빠방!》하고 총소리를 울리였다. 그이와 함께 모두다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박원식은 번개치듯 달려나가면서 괴한에게 총질을 하였는데 그것은 이미 모든것을 어둠이 삼켜버린뒤여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뜻밖의 사건은 이것으로 끝났다.

김책은 앞길을 막아서며 돌아가자고 하였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던쪽 방향으로 계속 걸음을 옮기시였다.

《우선 기관구까지 가고봅시다. 우리가 피해 달아나는 식으로 하면 놈들이 따라올수 있습니다. 그놈은 우리를 보고있을테지만 우리는 그놈을 볼수 없잖습니까. 박원식동무는 멀찍이서 우리를 따라오시오.》

한껏 걸음을 다그쳐서 인차 기관구 차고안에 들어설수 있었다. 어디에도 인적을 느낄만한것이 없었다. 여느날에도 밤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철도공장사건이 일어날 때에 사람들이 나와있을리 만무하였다. 하는수 없이 빈 작업장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되시였다.

불이 꺼진 차대가리가 그 어떤 괴물처럼 보기 흉하게 두석대 서있고 그 두리에는 수라장을 련상할만큼 험상한 쇠붙이들이 널려있었다.

《최근에 작업하던데가 어데입니까?》

그이께서는 난처한 몸가짐을 하고있는 한명구에게 물으시였다.

《차고에 서있는 <미가서 3>을 어제까지 수리하고있었습니다.》

《그렇소. 그러면 동무나 나나 다같이 남의 말만 듣지 말고 직접 제눈으로 보기로 합시다.》

그이께서는 기관차가 주런이 서있는 예비인입선쪽으로 나가시여 한쪽끝에서부터 막 밀어나가며 살펴보기 시작하시였다. 한명구는 하나하나 고장난 부위를 짚어가며 설명을 하였다. 12대의 기관차를 다 돌아보시고나서 그이께서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시였다.

《나는 리해할수 없소. 알고보면 기관차가 노상 없는것도 아닙니다. 이 가운데 7대는 약간씩 손질하면 쓸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자, 보시오.》 그이께서는 기름묻은 손을 닦던 종이를 집어던지고나서 땅바닥에다가 돌로 금을 그으시였다.

《자! 여기 해주에서부터 5개의 역에 내온 벼가 수백t이나 있습니다. 여기 평양에는 쌀이 없어 아우성입니다. 이 두사이를 나르게 될 기관차도 있기는 합니다. 다만 좀 낡았고 얼마간의 고장이 있을뿐입니다.》

땅바닥에 두 지점을 동그라미로 표시하시고 그것을 련결하는 직선을 힘있게 그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손에 잡으신 돌끝으로 땅을 내려찍으시면서 마주선 세사람에게 절절히 호소하시였다.

《우리는 말그대로 적수공권으로 일제와 싸워 조국을 찾기로 결심했던 사람들이 아니요. 총도 없었고 사람도 없었소. 초기 18명의 대원들이 하나하나 사람들을 모아들였고 매 사람은 목숨을 내걸고 일본군대나 경찰한데서 총을 벗겨내였소. 그래서 우리는 라남사단과 맞섰고 관동군과도 싸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철도를 움직일 사람이 있고 기관차도 있소. 부족하긴 하지만 쌀도 얼마간 있소. 이런 형편인데 우리가 누구를 탓해야 하겠는가. 로동자들이 소동을 일으킨것도 잘못된것입니다. 그뒤에서 롱간질을 하는놈을 잡아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해결안됩니다. 언제까지나 배고픈 사람한테 계속 참기만 하라고 할수는 없잖습니까. 한명구동무! 어떻습니까. 동무의 어깨에 이토록 중대한 과업이 놓여있습니다. 알겠습니까? 김책동무! 난 오늘 눈길을 걸으면서 이런것을 생각했습니다.

오늘 이 사태가 교훈적이 아니란말입니까. 기관차를 가지고 쌀을 나를줄 모르는자는 굶어죽어 마땅하다 문제를 이렇게 세워야 합니다. 박원식동무, 동무도 의견을 말해보시오.》

김책이 자세를 바로하면서 갈린 목소리를 내였다.

《사령관동지! 제가 일을 쓰게 하지 못했습니다.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

그때 난데없이 인적기가 뒤에서 들리였다.

일제히 고개를 돌리였다. 외등이 희미하게 비치고있는 철뚝으로 대여섯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철길을 가로질러 이쪽 차고로 다가오고있었다. 박원식이 달려갔다오더니 기관차수리공들이 온다고 하였다. 참으로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 7명가운데는 3명의 공산당원이 있었는데 그들은 철도공장에 나오셨던 장군님의 소식을 전해듣고 한시바삐 기관차를 수리해야겠다고 나왔다는것이다. 공산당원들이 친구 한사람씩을 설복해서 데리고 나오는중이라고 하였다. 역시 로동계급은 혁명의 주인이며 나라의 주인이였다.

김일성동지와 함께 일행은 눈물이 날만치 고마운 로동자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시면서 진심이 어린 말로 인사를 하였다.

그중 나이많고 덧저고리를 꿰입은 로동자의 손을 잡아주시다가 그이께서 놀라시였다.

《아니 이게 누구요. 내가 어데서 본것 같은데.》

《장군님 저올시다. 학교마당에 철봉대를 같이 세우지 않았습니까.》

《오! 그렇지, 리윤봉! 그래, 아이가 공부를 잘합니까?》

《잘합니다. 장군님!》

《그거 참, 기쁜 일입니다.》

《저희들이 일을 잘못하다보니 장군님께서 이 한밤중에 여기를 찾아오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힘자라는껏 기관차를 고칠터이니 어서 돌아들가십시오.》

모자를 벗어든 리윤봉은 가슴이 저릴만큼 고마운 인사말을 하였다.

철길옆에 기름걸레와 나무쪼각을 주어다가 고깔불을 일구었다. 마치 행군도중 잠간 몸을 녹이게 되는 그런 분위기였다. 설레이는 숲도 아득히 뻗어간 령마루도 보이지 않았으며 이 시각 이 령마루에 나타나게 될 통신원을 기다리는것도 아닌 철도기관구 한쪽 길바닥옆의 우등불가이다. 하건만 기름내와 콕스내가 풍기는 이 땅바닥의 냄새 그것은 참으로 많은것을 가슴에 안겨주고있었다.

(참말 내가 오늘 여기에 오기를 잘했다.)하고 그이께서는 생각하시였다.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이 로동계급을 만나지 못했을수 있는것이다.

《우리 로동계급은 마치 혁명군중을 끌고나가는 기관차에 비길수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붉게 물든 얼굴을 들고 두리에 앉은 로동자들을 향해 기관차가 짐을 끄는 시늉을 해보이시였다.

우등불에 손을 내대고 장군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있던 한명구가 슬그머니 모로 돌아앉더니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흔들면서 울기 시작하였다. 장군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보선구쪽으로 달려나가 길을 막아설 때도 알지 못했고 로동자들앞에서 연설하실 때에도 미처 몰랐으며 방금전에 류탄이 귀전을 스치고 지나갈 때에도 미처 그런 생각을 할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 철도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들이 례외없이 한명구 자기 자신이 감당해냈어야 하는것이였다. 그것을 피하지 말고 가슴으로 맞받아나가야 했었다.

《장군님!》 한명구는 자세를 바로하며 석쉼한 소리를 내였다. 《장군님! 철도문제때문에 심려를 그만하십시오. 제가 로동자들과 힘을 합쳐서 다시는 오늘과 같은 밤길을 걷지 않으시도록 하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한명구를 쳐다보시다가 웃음을 터치시였다.

《그렇소, 대단히 감사합니다. 좋습니다. 그 결의가 좋습니다.》

대지에 펼쳐진 흰 장막 그 한복판에 붉은점이 하나 살아 숨쉬는것처럼 우등불은 기세좋게 타오르고있었으며 그와 함께 열기를 띤 그이의 음성이 야음을 흔들며 멀리까지 물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