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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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후였다.

강병철은 로의 양생기간이 불안전하다면서 시험을 2일간 연기할것을 주장하였고 공장장 리연수는 불안전한것은 당신의 심리일뿐이지 여직까지의 공칭기간은 되고도 남는다고 우겨대였다. 리연수는 자기딴에 타산이 있었지만 그것을 공개할수가 없었다. 평양에서 회의가 있은 후 오기섭에게 개별적으로 불리워가 일제때인테리를 함부로 끌어들였다는 엄격한 책임추궁이 있을터이니 그리 알라는 경고를 받았던것이다. 그때 오기섭은 강병철이라고 지명은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그를 념두에 두었던것만은 사실이다. 요새 오기섭이 함흥에 와있다는 소문도 있어서 리연수는 강병철의 처리가 매우 난처했던것이다. 《태평양로조사건》으로 함흥형무소에 미결로 있을 때 련루자들을 불지 않기 위해 그는 고추가루물을 두주전자나 마신적이 있었고 손톱눈에 참대송곳을 꽂고 몇번이나 기절한적도 있었다. 그후 그는 서대문형무소에 이감되여 8년을 복역하였다. 그동안에 받아안은 온갖 학대, 고문, 멸시 그것이 오늘에는 반일감정으로 온몸이 불타오르게 하였다. 때문에 강병철이에 대해서도 왜놈들에게 복무한 기사였다는 한가지 리유만 가지고도 치를 떨었다. 하지만 그는 이때 지나치게 자기 주장을 내리먹였다가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뜻하지 않게 《뜨물바가지》를 뒤집어쓸수 있다는것을 고려하여 2일간 연기하는데 마지못하여 동의하였다.

《그대신 2일후에는 점수를 빡빡하게 매길테니까 그건 각오해!》

리연수는 적의가 로골적으로 어린 얼굴로 안경알속에서 파르르 떨고있는 강병철의 눈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강병철은 정신없이 직장으로 돌아나왔다. 2일간 기일을 연기했다는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그 어떤 큰 불안과 압력을 느끼게 하였다. 그의 계산에 의하면 최저계선이 2일이다뿐이지 그것이 안전수치는 아니였던것이다. 마음이 한껏 더 불안하였다. 불우한 한 인간의 운명이 합금로와 공장장 리연수 그 새짬에 끼워서 할딱거리고있다고 생각되였다. 때마침 작업반원들이 휴계실에서 더운물을 마시며 쉬고있었다.

《어떻게 됐어요?》

임형춘이 쓰거운 낯으로 물었다.

《2일간 더 연기하기로 했소.》

《아니 안전하게 하자면 닷새는 더 있어야겠다고 하구선 왜 2일이요.》

《글쎄 그렇게 됐소. 그것도 겨우.》

강병철은 최한덕아바이한테서 쌈지를 달래서 마라초를 굵직하게 말아물었다.

《내 당장 공장장과 뚜꾸고오겠수다. 제가 뭘 기술을 안다고 우릴 숙보는가.》

《형춘이!》 최한덕아바이는 문을 지끈지끈 후려닫고 나가는 임형춘을 불러세웠다. 《그런건 우리가 상관할게 못돼. 해방은 됐지만 집안에 애비에미가 있는것처럼 공장의 웃사람은 공장장이거던. 정 의견있으문 파견원동지를 만나!》

점검작업이 계속되고 기일을 놓고 계속 론의가 분분한 가운데 어느덧 48시간이 지나서 합금로시험을 하게 되였다. 그동안 설비가 적지 않게 복구되였다. 천정기중기, 2대가 살아났고 용수뽐프도 돌아갔으며 그밖의 부대설비의 소소한것까지 다 갖추어졌다. 그중에서도 제일 난공사였던 로체보수도 손색없이 말끔히 끝났다. 강병철은 소재를 장입하기전에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벽체부분을 세세히 점검하였다.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더 견고하게 굳었다. 그는 작업반원들을 정렬시켜놓고 차례로 지시를 주었다. 그것으로 보수로부터 생산에로 작업공정이 넘어가게 되였다.

잠시후부터 기계와 설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가슴을 꿈틀할만치 충격을 일으키게 한것은 소재의 장입이였다.

원료덩어리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로안으로 설걷어내려간다. 그것이 몇번 거듭되여 로안에 소재가 무드기 쌓이게 되자 이제는 시꺼멓고 견고하게 생긴 카봉이 쑥 내려가면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불꽃이 일었다. 합금로와 함께 온 공장안이 부르르 떨면서 붕붕 소리를 내였다. 불꽃은 연방 튕기면서 사위를 눈부시게 비치였다.

강병철은 운전대를 지키고있었다. 전류, 전압, 용수, 가스 등의 바늘이 일시에 떨었다. 이때 그는 침착하게 계기판을 들여다보고있었지만 바늘이 지시하는 그 계선이 무엇을 말해주는지 알지 못할 정도로 흥분되여있었다. 담배를 붙여물기도 하고 상의를 벗어서 작업대우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기도 하고 또는 탁자우에 놓인 사발시계를 이쪽저쪽으로 돌려놓기도 하였지만 바로 이 시각에 그것이 그가 해야 할 응당한 행동이였는지 어쩐지 알지 못하고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홀연 랭랭한 기분에 잠겨 민감하게 하나의 초점에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전압!》하고 약간 사이를 두었다가 배전공이 조절기쪽으로 손을 뻗쳤을 때 《2단투입!》하고 구령을 주었다. 철커덕하고 조절기에서 용수철 튀는 소리가 나는것과 동시에 그 어떤 괴물이 용을 쓰는것과 같은 괴이한 소리가 나면서 모든것이 일시에 와르르 떨었다. 다음순간 《꽝!》하고 폭음이 일면서 지진파가 울리듯 철골들이 후두두 떨었다. 로동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란간밑으로 뛰여내리기도 하고 철골뒤에 숨기도 하였다. 현장안은 온통 연기에 뒤덮이였다. 푸른 가스가 로두리를 천천히 감돌고있다. 모든것이 실로 눈깜빡할사이에 벌어졌다. 강병철은 창문을 열어잡고 사고현장으로 뛰여내리려 하였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벽에 의지한채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였다.

《누가 다치지는 않았소?》

《여기로 다 모이시오!》

어데선가 멀리서 울리는것 같은 고함소리를 들으면서 몇초동안 서있던 강병철은 밑둥이 잘린 통나무처럼 철썩 땅바닥에 나가자빠졌다.

현장을 지키고있던 리연수가 작업반원들을 확인하였다. 임형춘이 다리에 화상을 입었고 리순만이 벽돌장에 맞아 머리가 터졌다. 그외는 별일 없었다.

《강병철이 어데 갔는가.》 리연수는 급히 소리쳤다. 《강병철을 붙잡으라! 부상자는 병원에 업고가라. 아니 의사를 오라고 하라. 보안서를 부르라!》

얼마후 배전실바닥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강병철을 맞들어 내왔다. 휴계실에서 구급처치가 진행되였다. 의사가 없다보니 의학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약창고에서 알만한 약들을 들어내다가 처매기도 하고 먹이기도 하였다.

《인공호흡을 시키라.》 리연수가 사납게 호통을 쳤다. 《이대로 죽어버리면 뭐가 뭔지 모르게 된단말이다.》 옆에서 지키고있던 리연수는 강병철이 숨이 돌아서는것을 보고 또 엉뚱한 생각을 해냈다. 《음식물을 다 토하게 하라! 혹시 약을 먹었을수도 있어.》

이런 식으로 리연수는 연방 새로운 추리를 해내였다. 그러나 그의 음성이나 얼굴표정은 밝지 못하였으며 지어 진속을 알수 없을 정도로 당황했고 얼룩진것이였다. 책임이 두려워서였다. 오기섭이 사건을 알기만 하면 직통으로 《상급의 지시를 묵살하고 파괴행위를 용납한자》라는 규탄을 받을것이며 《저놈이 친일분자보다 더 나쁜놈이다.》하고 잡아넣을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제 강병철이 의식이 회복되여 무어라고 변명할지 무슨 소리를 줴칠지 알수 없는 노릇이다. 《당신이 하라는대로 해서 이렇게 됐소.》할수도 있고 《솔직히 말해서 나는 고의적으로 그랬소.》할수도 있는데 어느것이든지 공장장으로서는 받아안을수 없는 고통거리였다.

인공호흡과 연방 들이댄 강심제 주사의 덕에 강병철은 드디여 의식을 회복하였다. 휴계실 장의자에 쓰러졌던 그가 눈을 뜨자 벌떡 일어나면서 두리번두리번 좌우를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옆에 앉은 최한덕아바이를 띠여보자 그는 와락 부둥켜잡으며 소리쳤다.

《아바이! 카봉에 들어가는 전원예방기를 봐주시오.》

《흥? 전원예방기!》하고 리연수가 아니꼽게 낯을 돌리였다. 《여보, 시험은 끝이 났어. 락제요. 연극이 왜 그렇게 빤드름하오.》

그러거나말거나 강병철은 실성한 사람처럼 《예방기를 보라!》 또는 《카봉의 습도를 보라!》하고 고함을 지르며 벌떡벌떡 일어나는것이였다.

리연수의 지시에 의하여 보안서장 박인국이와 최한덕아바이가 병철을 지키였고 그외는 모두 사고현장을 수습하는데 착수하였다. 사방에 널린 쇠붙이들을 한데 모으고 로를 식히기 위해 랭각수를 쏘아넣었다. 앞을 가려볼수 없게 증기가 피여오르고 먼지가 떠돌았다. 리연수는 로앞에 발을 쩍 벌려디디고 서서 이것저것 지시도 하고 간간이 강병철에 대해서 된욕을 퍼부었다. 평양에서 돌아오는 참 가차없이 내쫓아야 하는데 파견원의 권고에 못이겨 두고보자는 식으로 하였더니 결국은 이모양이 된것이다. 결국은 제손가락으로 제눈을 찌른 격으로 되였다. 그러나 종당의 책임소재는 어떻든간에 강병철의 교활하고 간악하며 지어 《살을 아끼지 않는 해독행위》는 이가 갈릴 지경으로 적개심을 불러일으킨다. 며칠후에 온 공장 종업원들을 다 모아놓고 경위를 알려준 다음 없애치워야 한다. 그렇게함으로써 아직 눈뜨지 못한 프로레타리아의 각성을 높여야 할것이다.

석탄먼지가 뽀얗게 오른 장화를 두거덕거리며 리연수는 합금직장안을 돌고있었다. 떡판처럼 쩍 벌어진 등판은 맥없이 기우뚱거리였고 총이 센 머리카락은 꼿꼿이 일어났다. 서대문형무소에 10년가까이 있으면서도 언제한번 이렇게 녹초가 되게 맥빠진적이 없었는데 졸지에 딴 사람처럼 되였다. 그가 내화벽돌과 정광이 뒤섞인 원료작업장 철길을 걸어가고있을 때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였다.

《공장장동지!》

고개를 돌리니 보안서장 박인국이 허리에 찬 일본도를 붙잡고 달려오고있었다.

《왜 그러오?》

《범인을 어떻게 할가요?》

《범인?》

리연수는 쓰거운 웃음을 띠고 반문하고나서 《범인이야 당신네가 처리해야 하잖소.》하고 화를 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