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1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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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는 집무실에 계시였다. 사위는 고요에 잠기여 가뭇 그 어느 밀림속에서 숙영할 때처럼 깊은 감회에 잠겨들게 하였다.

그이께서는 지금 정세자료를 연구하고계시였다. 국제국내정세에 대한 단편자료들이 책상 한켠에 무둑히 쌓이였다. 그 자료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시느라면 처음에는 대체적인 륜곽이 떠오르고 그 다음에는 차츰 본질이 명료하게 드러나면서 개개의 현상들의 호상 련관과 얽힘을 정확하게 리해할수 있게 된다.

새벽이 되자 방안공기가 쌀쌀해져서 그이께서는 상의단추를 꼼꼼히 채운후 의자를 바투 당겨놓으시였다.

벌써 2~3달이 휘딱 지나갔다.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 자신께서도 놀랄지경이였다.

이해에 이르러 지구상의 모든 나라, 모든 민족들이 정치, 경제, 문화, 도덕 등 이를테면 전반적생활분야에서 대전환을 일으키고있다는것은 이미 실제 사실로 되였다. 제2차 대전은 그 영향에서 벗어날만한 어떤 공백지대도 남기지 않고 모두다 그 좌중에 휘몰아넣었다. 그로 하여 지금 인류는 전쟁이라는 재난을 다시 맛보지 않기 위해 종전의 방식대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린것이다. 이 흐름을 인식했거나 또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어쨌든 모든 사람들은 이미 발길을 다른데로 돌리였거나 그 방향각을 대폭 수정하였다. 속된 말로 표현하면 태반이 다 거꾸로 뒤집히고말았다. 독일의 히틀러는 모두 다 없애치우고 독일과 자기자신만이 살아남아있겠다고 호언하였지만 그자신이 자기를 없애치웠으며 동구라파에서는 전세기부터 그렇게도 저주하고 끔찍스럽게 여기던 《공산주의유령》이 뽈스까, 체스꼬, 웽그리아, 로므니아, 벌가리아의 상공을 배회하다가 그것은 미구에 땅에 내려앉아 국가와 사회체제를 만들어놓으리라는 확신을 보이고있다. 쏘련사람들은 서쪽으로 한걸음 내디디기 위해 죽음을 무릅써야 했던 고난의 길로부터 동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기분좋게 고향으로 돌아가고있다.

아시아에서도 큰 변화가 생겨났다. 《만세일계》로 우상화되였던 일본천황 히로히도가 창피를 무릅쓰고 만천하에 항복한다는것을 라지오로 방송하였으며 100만정예대군을 자랑하던 관동군이 싸워보지도 못하고 며칠어간에 물거품 사라지듯 하였다. 동경 앞바다에 뜬 《미즈리》호 함상에서는 사상최대의 화려하고 장중한 항복서조인식이 있었는데 이 치욕의 마당에서 일본황실이 보존될 가망이 있었다 하여 야마도민족은 감격으로 그것을 맞이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있다. 우리는 다 죽어도 황실을 보존하자. 이 천황신의 광신자들의 호소에 의해 전패한 황실의 《정조》유린을 막기 위해 《정조부대》가 편성되여 점령군을 맞았다는 비극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언론자들은 패전의 근본요인이 천황신에 미친자들의 정신주의때문이라고 소리높이 론단하고있다.

조선에는 38°선이 생겨났다. 미주둔군은 입으로는 《해방》을 가져왔다고 말하고있는데 9월 8일 한낮 인천거리에서 상륙을 맞이하러 나간 한 조선의 녀인이 도로계선을 한걸음 넘어섰다 하여 그를 땅크로 깔아죽이였다. 인민의 의사에 의해 조직된 인민위원회를 일격에 해산시키면서 남조선전역에서 일제가 통치하던 식민지법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미군이 선포하였다. 광주의 어느 한 로인이 총을 메고 서있는 미군병사에게 당신네는 남의 땅에 와서 왜 주인행세를 하려드는가 하자 즉석에서 총을 쏴서 가슴에 구멍을 내였다. 38°선에 카빙총을 메고 선 미국군대가 통행인을 향해 함부로 총질을 하고있다.

사정은 어떻든간에 40년동안 줄곧 조국을 떠나 해외로 흘러나가던 조선사람들이 홀연 발걸음을 돌려 제땅으로 물밀듯이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수십년동안 역홈에서 부두에서 동구길에서 눈물을 뿌리며 리별에 리별을 거듭하던 마을과 거리에 상봉의 감격이 차넘치고있다. 돌아온다. 모두 돌아온다, 북간도에 갔던 사람들, 일본에 끌려갔던 사람들, 군대로 강제징집당했던 청년들, 《정신대》로 끌려갔던 처녀들, 《보국대》로 갔던 장정들이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과 정든 사람들을 만나고있다.

그런가운데 평양역에는 놀라운 광고문이 한장 나붙었다. 11월 17일부터 려객렬차 하나를 정시운행한다는것인데 맨밑에 평양철도국장의 서명이 있었다. 사동탄광에서는 갱도에 찼던 물을 다 퍼내고 다시 정상조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원산, 신포의 가재미장사들이 화물차빵통에 앉아 흥정을 벌리고있다. 청진, 신흥, 의주, 강계, 혜산, 맹산, 곡산 어데를 가나 군이나 면, 리에 인민위원회가 나와 일을 보고있다. 학교마당에서는 아이들이 뽈을 굴리고 장작이나 김장남새를 실은 달구지가 꼬리를 물고 거리로 들어오고있다.

이것이 이 나라 풍경이며 현 세계가 보여주고있는 양상이다. 얼핏 보건대는 모두 비슷비슷하게 들끓고만 있는것 같지만 약간이라도 정색해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두가지 색갈을 띠고 날을 따라 그 선명도가 높아지고 있다는것을 알수 있다. 남쪽에는 운무가 짙고 한 소나기 퍼부을 음산한 기운이 덮여있으며 북쪽에는 찬란한 해빛아래 모든것을 활짝 드러내놓은 맑은 날씨이다. 습기를 한껏 머금은 구름이 남해로부터 거슬러 태백산쪽으로 한강을 낀 저지대쪽으로 쏠리고있다.

날이 밝았다.

사색에 잠겨계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문득 전화기를 당겨 김책을 부르시였다.

잠시후 김책과 마주앉은 그이께서는 밤사이에 생각한것을 먼저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듣자고 하시였다. 김책이도 밤을 새운 모양이여서 약간 지친듯한 기분이 얼굴에 나타나있었다. 언제나 한두마디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마련인 김책은 딴 의견은 없다고 하고 각 지방에 나가있는 파견원들의 사업정형을 보고하였다.

김책의 보고가 채 끝나기전에 김일성동지께서는 먼저 몇가지 묻자고 하시였다. 신창탄광을 비롯한 안주, 덕천 등 평남지구와 고원탄광 등 동해의 탄광, 광산들에 보내는 식량이 별 사고없이 정확하게 가닿았는가고 하시였다. 다음은 평양역 사정을 알아보시였다. 이미 귀띔한바 있었지만 로동자들속에서 철도국장 한명구에 대한 불만이 점차 커가고있다는데 거기에도 역시 나쁜놈들의 작간이 숨어있는것 같다고 하시였다.

《그런데 장군님, 한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흥남비료공장에 내려간 강병철이 로폭발사고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강병철이가 무슨 로를 폭파시켰단말입니까?》

그이의 물음은 전혀 믿을수 없다는 의혹과 함께 너무나 뜻밖이라는 놀라움이 엇섞여있었다.

《제련소의 로를 복구해서 정머리에 끼우는 특수합금강을 만들자고 하다가 시험에서 폭발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닥 놀랄만한 사건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련소에서는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있다고 합니다. 대개 고의적인 작간으로 추측하고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보고가 파견원을 통해서 올라온것이 아니기때문에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데서 올라온 보고입니까?》

《공장에서 온 사람이 최준걸한테 말했다고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약간 침울한 감정에 잠기시였다. 양춘만의 《배신》에 뒤이어 철도의 한명구도 비난받고 있는데다가 강병철이마저 고의적인 행동이라고 한다면 간단히 보아넘길 개개의 현상이 아닌것이다.

《최준걸동무가 지금 뭘하고있습니까? 그 동무를 보내서 알아보게 합시다. 혹시 기술적으로 해명해야 할것도 있을수 있잖겠습니까. 기왕 말이 난김에 말해둡니다만 이런 문제에서 우리는 신중해야 하겠습니다. 일부 사람들속에서 우리의 견해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였던것만은 사실이 아닙니까. 그런데 요새 련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그 의견의 정당성을 립증이라도 하는것 같은 묘한 형태를 띠고있습니다.》

《예, 사태가 좀 이상하게 번져지고있습니다.》

《어쨌든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 이릅니다. 우선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쥐여야 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온화하게 말씀하시였지만 사실 내심에서는 강한 부정이 일어났었다.

강병철은 그런 악한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는 거칠다고 할 정도로 과격한 기질이였지만 그에게서는 악의라든가 위선 같은것을 전혀 찾아볼수 없지 않았던가.

《그러면 최준걸동무를 래일 흥남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현재 함흥지구에 나가있는 오기섭동무는 그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가지고있습니까?》

《전화로 알아본데 의하면 대단히 격분하고있습니다. 이제 자세한것을 직접 알아보겠다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하고 그이께서는 의자등받이에 기대시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김책동무, 이런 형편에서 우리는 더이상 지체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토의하던 행정국들을 내옵시다. 그렇게 해서 북조선 전역을 하나로 통괄하는 행정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을 보고 의견을 내시오.》

그이께서는 책상서랍에서 문건 하나를 꺼내시였다. 거기에는 북조선 행정 10개에 대한 초안이 적혀있었다. 김책은 산업, 교통, 농림, 상업, 체신, 교육 이런 순서로 나간 10개의 행정국과 검찰, 재판에 대한 명단에 주의를 집중하였다.

김책이 돌아간 후에도 김일성동지께서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방안을 계속 서성거리시였다. 양춘만의 도피, 한명구에 대한 비난, 강병철의 로폭파 그 현상들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여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고있는것이다.

이 현상이 우연한것이 아니고 우리가 범한 실책에 의한것이라면 그것은 과연 무엇에 기인하는것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