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5

 

5

 

흥남으로 다시 돌아온 강병철은 압축기직장과 전해직장을 돌아보았다. 비료공장에서는 여기가 첫 공정이면서 심장부라고 할수 있는것이다. 압축기직장에서는 파괴된 전동기들을 해체해놓고 코일부분을 수리하고있었다. 전해직장에서는 절연물들을 뜯어놓고 실험을 하고있었다. 두 직장 다 공정표에 예견한대로 작업이 추진되고있었다. 그러나 비료가 나오게 되자면 아직 할 일이 많았다.

강병철은 휴계실에 두었던 가방을 집어들고 공장합숙을 향해 떠났다. 그는 처량하기도 하고 또 그 어떤 대담한 활력을 느끼기도 하는 2중적감정을 품은채 우선 합숙으로 찾아갔다. 거의 비다싶이 된 합숙은 아무데나 마음에 드는 방을 고르라는 형편이였다.

썰렁한 합숙장판방에 배낭을 내려놓고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대두박을 깨뜨려서 밥이라고 지은것에 무우국과 된장 한접시뿐이였다. 식욕으로 보면 그것을 통채로 삼켜도 시원치 않을 형편인데 콩썩은 냄새때문에 도저히 목구멍을 넘길수 없었다. 2층 3호실 바닥에 맥없이 누웠는데 마루가 가볍게 울리더니 알릴듯말듯하게 문기척소리가 났다. 강병철은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이 방에 평양손님이》

대답이 나가기전에 먼저 그 녀인의 목소리와 함께 용모가 매우 아름답다는데 신경이 쏠리였다.

《네, 네, 제가.》

《식사를 전혀 안하셨더군요. 이걸.》

《이게 뭡니까?》

쟁반에 접시가 하나, 공기가 하나 놓였다. 녀인은 몹시 수집음을 타면서 대답도 남기지 않고 총총히 사라지는데 접시에 맞엎었던 보깨를 여니 거기에는 하얀 송편이 5개, 공기에는 김치 그리고 수저가 놓여있었다. 얼떠름해진 강병철은 어쩔바를 몰라 서성거리다가 책상우에 올려놓고 우선 김치국부터 마시였다. 잠시동안에 그릇을 다 비운 그는 담배를 붙여물었다. 흰연기가 솜송이처럼 덩어리가 져서 방안에 떠도는데 그것을 타고 그의 복잡한 심정이 여러갈래로 줄이 뻗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 대한 합숙녀인의 인정이다. 목이 메게 고마왔다. 여태 만주로 일본으로 서울로 안가본데가 없고 돈냥간 써가면서 별의별 미식을 다 맛본 그였지만 이렇게 맛나고 달게 음식을 먹어보기가 처음이다. 8. 15후 여직까지 있어보지 못한 평양손님에 대한 그 어떤 기대일수도 있고 너무 초라하고 가련해보이는 한 사나이에 대한 동정일수도 있다. 어쨌든 그에게 있어서 가장 약한 고리인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한동안이나 떨게 되는 인정의 금선을 사정없이 다쳐놓은것이다. 그는 갈아입을 옷도 없어서 줄무늬가 간 춘추 제낀옷에 와이샤쯔, 발에는 목다리가 긴 헐럭한 왜놈군화, 머리는 막 빗어넘기였는데 압축기직장 휴계실에서 얻어쓴 기름묻은 캡을 올려놓은 몸차림으로 거리로 나갔다. 그는 서호쪽으로 한참 내려가다가 제련소사택마을로 들어갔다. 전번에 와서 반나절이나 걸려 겨우 찾았던 길이여서 이번에는 직발 오천식이네 집에 찾아갈수 있었다.

오천식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오천식 어머니에게 위로의 말을 남기고 선자리에서 돌아섰다. 이제는 여기 와 일하기때문에 자주 들릴수 있다고 하니 녀인은 대단히 기뻐하였다.

합숙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한길에 나서서 얼마간 걸어가는데 지나가던 사람 하나가 문득 앞을 막아서며 《강병철선생이 옳지요?》하고 덥석 어깨를 그러안는것이였다.

《누구요 당신은?》

흠칫 놀라며 그는 목에 감긴 팔을 뿌려던지였다.

《신창탄광 박창술입니다.》

젊은이의 말소리가 어떻게나 컸던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돌아보기까지 한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탄을 캐서 건국을 한다던 사람이 여기에 나타나다니.》

《그러기말입니다.》

박창술은 너무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주머니에서 쌈지와 종이를 꺼내면서 아무데나 앉아서 이야기를 좀 하자고 한다. 려인숙이나 사무실에 갈 경황도 없다고 하였다.

길가 언덕의 돌등에 나란히 앉아 뻥뻥초에 불을 달았다.

사위는 고요한데 사택마을쪽에서는 이따금씩 박수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누가 또 격동적인 연설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강선생! 나를 좀 살려주시오.》

성미가 급한 박창술은 강병철의 팔을 잡아흔들었다.

《내가 뭐 당신을 어쨌다고 그러오.》

덤볐다치는것이 재미있어 강병철은 우정 제빠듬해보인다.

《강선생이 내 목을 쥐고있지요. 사정을 들어보시우.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우리가 탄광에 돌아간지 열흘도 안돼서 쌀을 보내주시였습니다. 건국을 잘하라고말이지요. 그런데 석탄을 캐야 건국을 하지요. 막장에서 물을 다 퍼냈는데 착암기부속이 없고 정대가 없습니다. 내가 역전려관에서 만났을 때 말하지 않았나요. 우리한테 정대를 만들어달라고요.》

《어허 이 친구 이거 생사람 잡겠다. 정대를 만들어낼수 있는가 해서 만들수 있다고 했지 언제 만들어주겠다고 했나?》

《그건 옳습니다. 그쯤했으면 그거나 저거나 같구 같지요. 강선생, 여기 제련소에서도 그런 깡쇠를 만들수 있다면서요?》

박창술은 숨돌릴새 없이 몰아댄다. 그럴수록 강병철은 차츰 더 완완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련달아 마라초 2대를 태웠다. 그러면서 그는 속구구를 해보고있었다.

여기 제련소에서는 동과 금 제련이 기본이였는데 그 기술상태는 이제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로만 성해있다면 그런 정도의 합금은 별로 어려울것이 없다. 정작 생활에 부닥치고보니 김일성장군님께서 자기와 같이 보잘것없는 기술자와 마주앉으시여 강철에 대해서 론의하신 그 사연과 의의가 절박하게 안겨왔다.

《여보, 탄광친구!》하고 강병철은 잠시도 자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박창술의 어깨를 붙잡고 말을 걸었다. 《이렇게 하기요. 내가 이제 제련소를 돌아보고 의논하는것이 어떻소. 여기서는 중공강은 못만들어. 림시대용으로 정머리를 만들어볼수는 있지.》

《그러니 결국 대답은 외상이 아닙니까? 그렇게는 못합니다. 죽으나사나 나는 정대를 가지고가야 합니다. 내가 강선생을 찾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압니까. 처음에 난 성진에 갔댔습니다. 그다음에 청진에 갔었구요. 그래도 찾을 길이 없어 평양에 갔습니다. 김일성장군님께 건국을 하겠노라고 맹세를 올렸는데 석탄을 캐지 못하면 우린 죽은 몸이나 같습니다. 석탄을 못캐면야 탄광은 해서 뭘하며 탄부가 무슨 소용있습니까. 강선생, 우릴 도와주시오.》

《알겠소. 그러나 여보! 당신도 아다싶이 강철이라는것이 그리 간단치 않소. 더구나 공구강은 간단치 않소. 다문 한t의 강철이라도 온 공장이 움직여야 뽑아낼수 있단말이요.》

《아하···》 박창술은 진지하게 듣고있다가 갑자기 맥빠진 소리를 지른다. 그러고나서 옹근 이틀동안 공장장 리연수를 따라다니면서 사정해보던 이야기를 하였다. 서대문감옥에서 나온지 오라지 않다는 리연수는 박창술의 청원을 첫마디에 일축해버리였다. 당신네가 석탄을 캐지 못하는 리유나 여기서 합금로를 돌리지 못하는 까닭은 같고같다고 하였다. 그래 박창술은 평양서 기술자가 왔다는데 그래도 안되는가 하니 그것은 더 우환거리라고 했다.

박창술은 이야기에 아지를 달지 않고 꼿꼿이 강병철을 설복하는데로 나갔다.

강병철은 박창술을 려인숙으로 돌려보내고 제련소쪽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제련소정문에 들어선 그는 곧추 용해직장으로 나갔다. 맨처음에 합금로가 있고 그다음에는 연, 동을 뽑는 로가 있었다. 어데나 모두 숨을 죽이고있다. 열풍이 불고 매캐한 류황내가 풍기던 곳에 맑고 싸늘한 공기가 흐르고있다.

강병철은 이미 눈에 거친적이 있었던 대상을 새로운 의미를 담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박창술의 요구를 들어주는데는 별로 힘들것이 없었다. 로를 복구해서 돌리면 된다. 구리를 용해하던 로가 그중 많이 파괴되였다. 그것을 복구하면 구리도 뽑고 겸해서 탄광이나 광산에서도 쓸수 있고 기계절삭에도 쓸수 있는 특수합금제련도 할수 있을것이다. 한동안 쓸수 있는 정광도 있었다.

그는 로를 깐깐히 돌아보았다. 배전실은 새까맣다. 성냥불을 켜대서야 계기판이 보이였다. 다음은 로본체에 올라가 전극이며 쇠물이 새까맣게 얼어붙은 로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다음은 기중기에도 올라가보았다. 화구앞에 얼마간 서있다가 다시 한바퀴 돌았다. 어느것이나 다 기술상태가 명백한것이여서 다시 따져볼 필요가 없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수 없었다.

강병철은 어둠이 내려덮인 로앞에서 쇠장대를 깔고 앉았다.

담배를 붙여물었다. 푸른 연기가 어둠이 깔린 로앞으로 서서히 흘러가고있다. 지난날의 일들이 영화화면처럼 언뜻언뜻 나타났다. 려순공대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철공소를 경영하는 한편 생약도매상을 겸한 아버지는 돈을 버는데 있어서는 맹수와 같이 포악하고 극성스러웠고 그것을 쓰는데 있어서는 고양이처럼 요령이 있고 이악하였다. 그런 아버지가 부산발 봉천행 특급렬차 《히까리》에 앉히면서 《네 재간껏 날아보아라.》해서 떠난 길이 8. 15까지 수난이 겹쌓인 일제에게 복무한 그 길이였다. 예로부터 중국과 함께 동방을 노리였던 침략자들이 모두 보잘것없는 하나의 항구에 그토록 큰 관심을 가지고 다투고있던 바로 그 려순거리에 발을 들여놓은것이다. 동쪽에 황금산, 서쪽에 로호미반도(늙은 범의 꼬리반도)라는것에 의해 아늑하고 온화한 물굽이가 생긴 여기에 대륙에 뻗친 일본의 촉수 관동청, 관동군사령부, 요새 사령부들이 자리잡고있었다. 그 이전에는 제정로씨야가 여기를 조차해서 동방진출의 발판으로 썼었다.

바로 려순공대는 이 촉수에 앞잡이가 되고 또한 뒤수습자가 될 임무를 지닌것이였다.

지금 보면 조선사람인 강병철이 이속에서 그 무엇인가 조선적인것, 정의로운것,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악한것은 아닌것 례컨대 인간을 살륙하거나 재산을 강탈하는것이 아닌 그 무엇을 바라서 이 려순공대 교실에 앉아 수업을 했다는것은 마치 불속에서 물을 구하자고 한것과 같은 극히 어리석은짓이 아닐수 없었다.

다음은 야하다제철때의 일이 떠올랐다. 일본제국이 자기들의 강대성을 강철생산량으로 재고있을 때 야하다제철은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있었으며 따라서 군부의 물음에 모든것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줄수 있었던것이다. 이곳 강철이 진흙이나 화강암으로 높이 쌓아올린 중국의 성벽들을 격파하였고 수많은 동남아와 태평양지역의 항구와 겨울을 모르는 열대와 아열대거리들을 정복하게 했다. 강철수레의 동음을 타고 또 강철이 작렬하는 빛을 따라서 나가는 일본군국주의의 마수가 아시아의 거의 전부를 거머쥐였던것이다. 이 진격을 멈춰세울수 없을것 같았다. 하지만 력사는 힘겹기는 하지만 자기 궤도를 그대로 굴러서 오늘에 이르렀다.

강병철은 제낀옷의 목깃을 세우며 몸을 후두두 떨었다.

발길이 돌려지는 곳마다 선량한 사람들의 피가 스민 그 땅으로 야하다강철이 자국을 찍으며 나갔다. 그 자국가운데 어느 하나는 그것이 극히 적은것이고 보잘것없는것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강병철의 몫이 있었을것임에 틀림없었다.

이 몸서리치는 복무도 당시의 매일매일은 극히 평범하게 아무런 고려도 주저도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였었다. 아침밥을 먹고 공장에 나가서는 상급이 시키는 일에 순종하였으며 그때그때의 실험지수나 합성프로를 계산하면서 하루가 가고 또 다음날이 왔던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3천만이 목소리를 합쳐 저주하고 규탄하는 일제 36년간의 억압과 착취 거기에, 그 저주의 대상속에 강병철이 서있게 된것이다.

온몸이 죄의식에 압착되면서 등골에서 식은땀이 쭉 흘렀다. 입술이 바삭바삭 마르고 머리가 뗑하였다.

어쨌든 어제는 려순에서 시작되였고 오늘은 이 흥남에서 시작되는것이다. 어제는 일본인들이 메워준 짐을 지고 그들이 떠미는 길로 지향도 목적도 없이 미친놈처림 달려나갔다면 오늘은 나라는 인간의 지향이 있고 내가 선택한 길에 내 발을 들여놓는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병철은 로앞을 거닐기 시작했다.

본정2층집에서 만나뵈웠던 장군님, 의지와 힘과 예지와 순결함을 동시에 나타내고있던 그이의 웃음, 그런가 하면 똑바로 쳐다볼수 없을만큼 열정에 불타고있는 눈, 그 시선은 나를 순식간에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더듬어내려가면서 모든것을 꿰뚫어보는듯 하였다. 하여 마치 불빛이 모든것을 드러내듯이 그이앞에서 그 무엇을 숨길수도 없었고 또한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함께 일해봅시다.》하고 그이께서는 권고하시였으며 《지식있는 사람은 지식으로》라고 우리를 찍어서 불러주시였다.

그이께서는 여기를 등지고간 양춘만의 아들을 구원해주시였다. 바로 지금 내가 서있는 이 마당은 그러한 우리 장군님께서 바라시는 곳이다. 이제 어떤 시련과 난관이 이 인생의 쪽배를 어느만치 들볶아놓을지 알수 없는것이지만 어쨌든 이 숨진 금속로에 불을 지펴 지난날의 어리석음과 헛된것 그리고 죄악적인 모든것을 불태워버리고말것이다. 그속에서 박창술의 요구도 해결될것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쇠란간을 타고 땅에 내려섰다. 그때 어둠속에서 《거 누구요?》하는 고함소리가 나면서 불을 비쳐대였다.

《나요? 난 새로 온 기삽니다.》

《기사라구요? 평양서 왔지요···》

《예!》

그들은 서로 통성을 하고나서 간데라불을 돋구어 벽에 걸고 휴계실 걸상에 마주앉았다. 할일도 없고 잠도 오지 않아 여기서 늘 밤을 보내군 한다는 최한덕은 올해 갓 50이라고 한다. 여기 제련소가 생겨서부터 슬라크도 퍼내고 배합물도 져나르는 로동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로가 멎은 다음부터는 생기가 없어지고 살아갈 재미도 없다고 하였다. 집에는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아들이 있다고 하는데 산중에 들어가 부대기를 일궈먹으면서라도 이 제련소 사지판만은 면하자고 한다는것이다. 그러나 최한덕은 행여나 이제 좋은 세상이 올수도 있는거구 또 어느새 그렇게 되였는지 정작 떠나자고 하니 쇠물로가 그리워 훌쩍 뜰수 없어 이날저날 미루고있다고 하였다. 키가 작고 눈섭이 검고 오돌차게 생긴 로인은 성미가 매우 완강해보이였다.

《내 아까 저녁켠에 합숙에 들렸다가 우리 딸년한테 칭찬을 해줬쉐다.》

하고 설명하는 로인의 말을 들으면 떡 한접시의 사연을 잘 알수 있었다. 최한덕이 직장으로 나오던 길에 딸이 취사원으로 있는 비료공장합숙에 들렸다. 그의 말에 의하면 합숙이란 사실상 이 공장성원의 기식터이면서 동시에 새 소식을 잘 알수 있는 조화통이기도 하다는것이다. 아무때고 평양에서 무슨 소식이 있어야 공장이 다시 숨을 쉬게 될것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있었다. 여러가지로 론의하던 김일성장군님 개선소식도 저번날 평양에서 파견원이라는 사람이 와서 회관에 모아놓고 강연을 하였는데 그때 누구보다 맨먼저 그 소식을 알게 된것도 합숙에 매일 한번씩 들리군 하던 최한덕이였다. 새 사람이 나타나면 우정 구실을 만들어가지고 찾아가 알아보는것이다.

오늘도 역시 그런 생활습성에 의해 들렸는데 딸애가 대두박을 넘기지 못하는 평양손님이야기를 하였다. 딸애가 속을 태우다가 장마당에 나가 송편 한접시를 사다 대접했다고 하기에 《거 너 참 잘했다. 평양서 오는 손님인즉은 모두 나라를 세우자고 수고하는분들인데 끼를 넘기면 되겠느냐. 그 나라인즉은 우리 나라거든. 너 애비같이 로동하는 사람들 나라라고 하더라.》고 했다는것이다. 그런후에 최한덕은 묻지 않는 딸이야기를 꺼내였다. 올해 20살난 딸애는 여기 서호에서 20리 들어간 골안 지주집에 부엌데기로 있었다고 한다. 아들이라는것은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가서 쇠물이 쏟아지는바람에 발가락을 다 잃고 몽둥발이 돼서 집에 누워있다고 하였다. 불우한 운명이 등나무넝쿨처럼 칭칭 감겨돌아간 최한덕이였다.

《그러니 이제 이걸 살려서 구리나 연을 뽑게 되겠수다?》

푹 꺼져들어간 눈이 강병철에게 큰 기대를 날려보내고있다.

《그렇게 하자고 합니다.》

《됐구만, 됐어.》

입에 물었던 고불통을 뽑더니 성글어진 이새를 드러내놓으며 최한덕은 흐드러지게 웃었다.

최한덕은 강병철을 앞세우고 대포 한잔을 낼수 있다고 하면서 합숙 식당안으로 끌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