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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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남포로 가는 평탄한 도로로 승용차 한대가 경쾌하게 달리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몇명의 수원들과 함께 차에 앉아계시였다. 수원들가운데는 최준걸이 끼워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모시고가는분이 장군님이신줄은 전혀 모르고있었다. 그저 정치위원이라고 하기에 그런가부다하고 생각하고있었다.

산과 들에는 가을이 한창이였다. 은백색 해빛이 엇가로 내리질린 안골어구와 그것을 거쳐서 끝없이 펼쳐진 오리알빛 하늘이 정답게 다가오고있다. 그 옛날에는 무턱대고 높아만 보이고 험준한것으로만 기억되시였던 룡악산줄기는 화폭에 담긴 그림처럼 진한 곤청색으로 물들었으며 그것은 또한 온통 황토색으로 변해버린 순화벌과 조화를 이루고있다. 싱그러운 바람이 불었다. 어데선가 무르익은 과일내같은것이 끝없이 풍겨왔다. 길량옆에는 아카시아가 우거졌는데 바람이 그닥 불지 않는데도 동전잎같은 잎사귀들이 함부로 떨어졌다. 반반한 길에도 떨어지고 한참 떠가다가 밭뚝에도 내려앉고 또 어떤것들은 허공에 날아올라 가물가물 맴돌다가 어데론가 아득히 사라지군 하였다.

자동차는 가로수가 짧은 그늘을 던지고있는 새짬을 꿰질러 구릉이 진 언덕을 급히 뒤로 흘러보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금 매우 평온한 기분으로 창밖을 내다보고계시였는데 시야에 펼쳐진 자연서경들은 모두 마음 안구석에 깊이 묻혀있던 추억들을 낱낱이 뒤져놓으면서 과거에로 과거에로 이끌어가고있었다. 하여 지금 강선으로 가는 이 한가닥 길에는 사실상 두개의 심리가 펼쳐져있었다. 그 하나는 당창건을 앞두고 큰 규모의 산업부문로동계급을 만나보아야겠다는, 이미부터 그이께서 구상하신 용무와 관련된 사색이며 다른 하나는 완전히 이와 판이한것으로서 포평으로 떠나면서 20년전에 마지막으로 걸으시였던 이 고향길을 놓고 과거를 추억해보고싶으신 서정적인 기분이였다.

칠골뒤산 저기에는 나무숲이 우거졌었는데 지금은 반반한 벌거숭이가 되였다. 그다음 나진 오류골등판도 역시 그렇다. 석섬틀, 송산마을이 들어앉은 왼쪽 평지에는 온통 논이 생기고 아득히 바라보이는 자래동벌만이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논벌로 남아있다. 이제 잠간사이에 남리가 나지고 다박솔 오솔길을 빠져 순화강쪽으로 나앉은 언덕에 이르면 키낮은 사립문 초가집이 보일것이다. 거기가 고향인것이다. 연연 20년동안 아득히 멀리 떨어져계시면서도 항시 가슴속에 안고사시던 만경대이다. 어느덧 서리의 갈림길이 나졌다.

그이께서는 차에서 내려 같이 가던 좌현에게 만경대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며칠 더 있다가 들리겠다는 기별을 전하라고 하시고는 곧 강선쪽으로 향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차창에서 눈을 떼지 못하시였다. 앞을 가로질러 흐르는 대다리강, 이쪽에 높이 솟은 슬메산, 그것을 거쳐 다시 룡악산 봉우리들, 거기서 다시 서쪽으로 내려서면 금천골, 내맹이, 뒤고개, 그런 낯익은 산야들이 창밖에 흘렀다. 차가 룡산개를 끼고 돌면서 신동안으로 들어섰을 때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돌려 뒤자리를 보시였다. 좌현이를 갈림길에 떨구다보니 뒤자리에는 안경을 낀 최준걸이와 경위대원 최동무가 앉았을뿐이였다.

《최동무!》 그이께서는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옆으로 돌아앉으시였다. 《동무가 알아본데 의하면 우리 나라 강철공업이 언제쯤이면 제 궤도에 들어설것 같습니까. 가령 일제가 정상조업을 했던 43년이나 44년 수준에 이르자면말입니다.》

최준걸은 마치 기다리기나 했던듯이 안경을 벗어들면서 상체를 약간 앞으로 숙이였다. 그는 얼마전에 김책으로부터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준비하고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던것이다.

《말씀드리겠습니다. 1944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조선에서 강철은 20만t도 채 내지 못했습니다. 최고 18만이라는 기록이 있기는 한데 사실여부는 알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 강선은 1만t수준, 실지 생산은 8천~9천t정도였습니다.》

최준걸의 경제실태에 대한 료해보고는 계속되였다. 그는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세우기 위하여 그리고 자료에 대한 최대의 신중성과 과학성을 기하기 위해 문헌자료를 뒤지는 한편 강선, 송림, 청진, 성진 등을 직접 돌아보았던것이다.

먼저 부문별 경제실태가 소개되였다. 채취공업, 금속공업, 전력공업, 화학공업, 경공업, 이런 순서로 나가면서 일제시기의 평균치수와 오늘의 실태가 대비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강조되고 구체적인 자료가 안받침된것은 일제가 패망하면서 공장을 파괴한 실태였다. 끊임없이 품명과 수량이 라렬되고 파괴상을 거듭 언급하게 되였을 때 최준걸은 목이 메여 잠간동안씩 말을 중단하군 하였다.

자동차가 흔들리는대로 자연스럽게 몸을 맡긴채 최준걸의 설명을 듣고계시던 그이께서는 손을 내대시면서 《그만합시다, 그만.》하고 중단시키시였다.

최준걸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순간 자신의 료해자료가 기대에 어긋날만치 불충분한것이 아닌가 하는 위구심이 생기였다. 그러나 가슴을 쓸어만지시면서 침울한 기색을 짓고계시는 그이의 모습을 뵙자 인차 또 다른 하나의 실책을 깨닫게 되였다. 그로서는 실태에 대한 사실성과 정확성에 대해서만 고려했을뿐이지 그것을 통해서 환기되실 그이의 심리적 충격에 대해서는 고려를 돌리지 못했었다. 물론 내 나라가 받은 이 상처를 감출수는 없는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질의것을 반복라렬함으로써 쓰라린 상처를 거듭 헤집을 필요는 없었던것이다.

《차를 좀 세우오!》

그이께서는 자리를 고쳐앉으시면서 운전수에게 손을 들어 지시하시였다.

차는 멎고 일행은 그이와 함께 길가에 내려섰다. 마침 그 길옆은 달마산에서 뻗어내린 바위등판이여서 아무데나 앉을수 있었다. 이제 10분을 채 못가서 강선제강소가 나질것이였다.

《여기 앉아서 자세히 들어봅시다.》

그이께서 최준걸을 가까이 불러앉히시였다. 이리하여 최준걸은 다시 보고를 계속하게 되였는데 이번에는 현실태에 대해서는 최소한 적게 말씀드리면서 될수록 그에 대한 복구전망을 많이 언급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선광전문가이면서도 일반 경제학분야에 대해서 늘 학구적인 태도로 관심해왔기때문에 그 어느 부문을 놓고도 별로 막힘이 없이 의견을 제기할수 있었다. 그가 경제일반에 대한것을 총괄분석하고 전망을 제기하면서도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한것은 그이께서 당면하게 직접 관심을 가지고계시는 강철, 석탄, 운수 부문에 대한 문제였다. 더구나 오늘 이 걸음이 다름아닌 강철공장에 향해지고있다는것을 념두에 둘 때 거기에 력점을 찍는것은 응당한것이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원상복구를 위해 시간이 얼마나 걸릴것 같소?》

보고가 거의 끝났을무렵에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모든것을 동시에, 그리고 정상적인 조업을 하는 조건에서 만 5년은 걸릴것으로 추측됩니다.》

《5년이라···》

그이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입가에 빙긋이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것은 짐작하셨던것보다 너무나 차이가 많다는 놀라움의 표시였다.

그러나 최준걸은 침착하게 자기 론리를 펼치였다.

《5년간에 되기만 해도 그것은 큰 성과입니다. 저의 타산으로서는 설비와 자재, 로력 같은것은 보장되는것으로 예견한것이며 기타 요인들 례를 들면 경영상 문제들인 자금, 기술적담보 같은데서는 아무런 장애도 받지 않는것으로 예견하였습니다. 정치위원동지, 저는 5년간에라도 해결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전례없는 기적이며 력사앞에서 큰 위훈으로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그이께서는 빛나는 시선으로 최준걸을 쳐다보시였는데 거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의아쩍고 불만스러운 색조가 비껴있었다.

《5년이라···》그이께서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시였다. 《그래 현재 우리 형편에서 경제를 추켜세우자면 우선 어느 고리를 줴야 할것 같습니까?》

역시 이에 대해서도 최준걸은 사전준비가 있었기때문에 즉석에서 대답할수 있었다.

《경제는 역시 자체의 고유한 법칙에 의해서 발전하기때문에 주관적욕망과는 관계없이 움직입니다. 때문에 우선 자금이 필요한데 정상경제라면 경공업과 상업을 발전시켜 거기서 얻은 수입으로 중공업에 투자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선 주권기관을 빨리 내오고 그 법에 의해서 경제질서를 세워야 하며 통화안정을 위해서 시급히 화페를 발행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알만합니다.》

그이께서는 우선 경제학적으로 예견할수 있는 그런 전망적인것보다 당장 공업기업소의 무정부상태를 어떻게 가시고 전체 기업소가 조업을 동시에 개시하도록 할것인가 그리고 당면하게 걸린 석탄, 강철, 식량, 그에 따르는 수송문제를 풀기 위한 어떤 묘술이 있겠는가를 탐구하려고 하시였다.

《이미 충분히 료해하고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하고 최준걸은 침착하게 고개를 들면서 계속하였다. 《전체 기업소를 동시에 조업한다는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선 공업은 부문간, 제품호상간 공정이 사슬처럼 련결되여있는데다가 파괴정도가 서로 다르며 조업을 위해 갖추어진 조건들이 또한 서로 각이하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한 부분이나 몇개 기업소를 특수하게 따로 떼서 조업할수 있겠는가 하는것도 구체적인 타산이 있어야 할것 같습니다.》

그의 론거는 확고하였으며 지어 그의 억양마저도 드놀지 않았고 빈틈이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옴짝 못하게 묶이운셈이 아닙니까.》 그이께서는 옆에서 돌쪼각을 하나 집어드시더니 바위등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려놓으시였다. 《이 안에 포위된셈이지요? 결국.》

최준걸이 고개를 끄덕여 어줍게 웃어보이자 그이께서도 웃으시였다.

《내가 보기에는 이 포위환을 뚫을 유일한 구멍은 모든 공장, 기업소가 일제히 작업을 개시하는거라고 봅니다. 깨진데서는 복구하고 그렇지 않은데서는 생산을 진행하는 식으로말이요.》

그이께서는 돌로 포위환을 북북 그어헤치시였다. 원을 이루었던 선이 여러군데 토막이 나자 그이께서는 돌로 땅바닥을 두드리시였다.

《5년이라는 기일은 너무 깁니다. 물론 동무가 말한 그 경제학이 요구하는 기초조건들을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있습니다. 정권도, 법률도, 화페도 없습니다. 말그대로 맨주먹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어이 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살아갈수 있습니다.》

《5년전에는 힘들것 같습니다.》

그는 솔직성이 지나쳐서 외람되게 처신하고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부터 그는 경제일군으로서 정확하고 철저한 성품을 가졌다는 말을 들었었고 그것으로 해서 칭찬도 받고 또 비난도 사군 했다. 《제털 뽑아 제구멍 메꾸는 사람》이 주관에 사로잡혀 정치위원앞에서 혹시 어떤 실책을 범하고있지나 않는지 불안스러웠다.

《그렇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솔직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를 믿음에 찬 눈길로 바라보시며 말씀하시였다. 《솔직한 충고가 고맙기는한데, 해봅시다. 우리에겐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가 총을 잡고 유격전을 벌릴 때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유격전이라는것은 정규군의 강력한 지원이 있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며 공고한 후방이 있는 조건에서만 성립된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경험이 만들어낸 정설이며 하나의 준칙으로 되여있었습니다. 우리는 정규군도 없었고 후방기지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앞에는 무장투쟁의 길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마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앉아서 죽어야 했습니다. 그래 하는수 없이 왜놈들의 총을 뺏어들고 싸우게 되였고 결국 오늘에 이르렀던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혁명전쟁의 기존규범을 어기고 반칙을 범한셈입니다. 오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전체 인민에게 나라를 사랑해서 일어서라고 하겠습니다. 법률에 의해서가 아니라 애국심을 가지고 말입니다. 식량이나 로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자신과 후손을 위해 당분간 고생하자고 호소하겠습니다.》

최준걸은 그것이 이제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될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상상이 미치지 못했으나 무엇인가 쇠기둥같은것이 가슴에 박혀오는것을 력력히 감촉하였다.

《한가지 물읍시다. 인테리의 경우에 우리의 호소에 대해서 어떻게 태도를 취할것 같습니까? 그거야 최동무가 잘 알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말씀드리기 곤난합니다. 왜냐하면 처지가 각기 다르기때문입니다.》

《처지가 다르다는 측면만 보면 그렇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차이보다 공통점을 더 중시해야 합니다. 그들에게는 모두 애국심이 있습니다. 인테리들은 모두 다름아닌 조선민족입니다. 때문에 그들은 망국노의 설음을 뼈에 사무치게 체험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재산을 얼마간씩 가지고있었다는것이나 일제에게 얼마간 복무했다는 그것보다 중요한 처지가 아니란말입니까. 또 동무처럼 기술을 가지고 조국건설에 이바지하겠다는 그것이 우리 인테리들의 일반적 소망이 아니란말입니까. 난 며칠전에 남조선에서 온 한 기술자를 만나보고 그것을 확신할수 있었습니다.》 그이께서는 마치 자기자신이 어떤 잘못이라도 저지른것처럼 침울해진 최준걸을 쳐다보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이런 관점에서 로동자도 믿고 기술자도 믿고 또 사무원들도 믿읍시다. 그들은 애국의 길로 나설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최준걸의 얼굴에 미소가 피기 시작하자 매우 만족해하시였다. 일행은 그이를 모시고 차에서 내리였다.

《여기가 강선제강소라! 선녀가 내려온다고 해서 강선이라고 했다는데 이렇게 변했구만. 갈밭이 우거지고 물새가 새끼치던곳인데 강철이 나온단말이지.》 그이께서는 허리에 손을 짚으시고 공장전경을 바라보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