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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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다시 계속되자 김일성동지께서는 파견원들에게 더 보충적으로 제기할 문제가 있으면 제기하라고 하시였다. 모두 다른 의견이 없다고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사전에 발언요지라도 준비하시였던 모양인지 수첩장을 펼치시고 옆에 있는 잉크단지를 집어다 한옆을 지질러놓으시더니 고개를 드시였다.

《오늘 우리는 당면하게 제기된 중요한 문제들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토론하고있습니다. 이자리에서 우리는 몇가지 문제에서 반드시 일치한 의견에 도달해야 하겠습니다. 동무들도 언급했지만 우리는 지금 뜻하지 않은 일에 자주 부닥치게 됩니다. 례를 들면 우리가 지난 봄에 조국광복의 대사변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한창 다그칠 때 우리 조국이 38°선으로 갈라지리라고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정세로 하여 우리는 오늘 일제를 치고 조국을 해방하는데 못지 않은 난관에 부닥치고있습니다. 38°선이북에는 쏘련군대가 진주해서 민주주의적발전을 돕고있는 반면에 남조선에는 미국군대가 점령함으로써 벌써 한달어간에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난관의 성질과 그 정도를 능히 가늠할수 있게 하고있습니다. 남조선에서는 인민의 의사는 말살되고 전패국에서만 볼수 있는 가혹한 군정이 실시되고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 민족을 큰 비운의 언덕으로 떠밀고가리라는것은 명백한 사실로 되였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오늘 어떤 문제를 론의하든지간에 우선 먼저 이것을 념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어떤 문제에 직면하고있는가? 그것은 지난 8월 20일 군정간부회의에서 전부 언급되였습니다. 당을 창건하고 국가정권을 세우며 우리의 전취물을 능히 보위해낼수 있는 인민무력을 창설하며 령락된 인민생활을 하루빨리 안정시켜야 하는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전략을 수행하는 첫걸음에서부터 큰 난관에 직면하고있습니다. 그 실태는 지금까지 동무들이 말한 그대로입니다. 그러면 천가지 만가지로 얽히고 형태와 양상이 각기 다른 그 난관의 밑바닥에는 과연 무엇이 도사리고있겠습니까. 이것을 우리는 이자리에서 해부해보아야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발언을 일단 중단하시고 고개를 드시였다. 연설내용은 자못 신중하였으며 지어 처절한 느낌마저 자아내였지만 그이의 얼굴에는 신심이 어려있었고 어글어글한 눈에는 금방 미소를 피워올릴것 같은 맑은 정기가 넘쳐흐르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방안을 한번 둘러보신후 수첩장을 번지시더니 다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당을 창건하자고 해도 그 력사적위업을 감당할만한 인재가 있어야 합니다. 정권을 세우자고 해도 그 임무를 수행할만한 인재가 있어야 합니다. 인민무력을 창건하자고 해도 군사를 거느릴 지휘관이 있어야 합니다. 파괴된 경제를 복구해서 인민생활을 안정시키려고 해도 그것을 맡아나설 과학자, 기술자, 경영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교육도 문화도 보건도 사정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런즉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는 지금 당장 분출을 일으키려고 하는 인재부족이라는 지진파우에 올라앉아있는 셈입니다. 인재! 인재가 모든것을 결정합니다. 이미 여러번 말해왔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총포성이 울리지 않는 또하나의 큰 전역을 치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기아와 역병, 혼란과 무질서를 극복하고 이 땅에 자주적인 나라를 세워야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느덧 흥분되시여 음성이 한결 더 높아지였다.

《동무들! 우리는 현시기 우리 혁명의 성격을 정확하게 리해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력량편성도 정확히 해야 합니다. 우리 혁명은 일제잔재를 숙청하는 반제적과업에 사회발전의 결정적질곡으로 되고있는 봉건을 청산해야 할 과제가 겹쳐있습니다. 이 기초우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여야 하는것입니다. 이 위업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력량편성은 로동자, 농민을 주력으로 하고 거기에 지식을 가진 인테리들 돈을 가진 진보적자본가, 량심적인 종교인들을 포함시키기로 하였습니다. 이것은 조국광복회강령에서 다시 강조되였고 지난 8월 20일회의에서는 이에 대하여 변화가 없다는데 대해서 재삼 언급되였습니다. 계급적력량편성에서 우리가 지금 류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론의되고있는것을 하나의 초점에 집약하면 결국 인테리문제에 귀착됩니다. 일제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인테리는 일반 인테리와 사정이 다릅니다. 그들은 대부분 부유한 계급의 출신이기는 하지만 일제에 의한 민족적차별과 멸시를 당하였기때문에 혁명성이 강한것입니다. 이로부터 출발해서 우리는 벌써 오래전에 조선의 인테리를 혁명의 한 성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제기했던것입니다.

우리 조선혁명의 실태가 이것을 요구하고있는데야 무엇때문에 그것을 고의적으로 회피하겠습니까. 우리가 사색하고 우리가 창조성을 가지는것은 누구도 침해할수 없는 우리의 신성한 권리입니다. 조선혁명은 조선공산주의자들이 책임집니다. 여기서 론의의 폭을 한껏 좁혀서 인재문제전반이 아니라 과학자, 기술자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안길동무가 말한것처럼 청진제철소 제강소가 서있습니다. 김일동무는 신의주제지공장도 서있다고 했습니다. 김책동무의 보고에 의하면 흥남지구공장들이 다 섰습니다. 겸이포제철도 서고 문평, 남포 제련소도 조업을 못합니다. 기차가 다니지 못합니다. 우리가 평양철도에 나가본데 의하면 기술자가 없어서 고장난 기관차를 수리하지 못하며 가동할수 있는 기관차는 기관사가 없어서 뛰지 못합니다. 실태는 이렇습니다. 현재까지 료해한데 의하면 일제는 패주하면서 조선산업의 85%를 파괴했습니다. 이런 형편에서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인테리를 포섭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는 이미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충분히 체험하였습니다. 우리 혁명의 려명기에 빛나는 공적을 쌓은 차광수, 김혁 동무들을 비롯한 수많은 인테리들을 우리는 기억하고있습니다. 이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수 있습니다. 인테리를 적극적으로 혁명에 인입해야 하며, 과거인테리들을 아량있게 포섭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새 인테리를 육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 길만이 우리를 승리의 언덕에 올라설수 있게 할것입니다. 때문에 우리의 견해에 의하면 앞으로 당의 구성성분을 짜는데 있어서도 마치와 낫만이 아니라 당당히 펜도 인입하도록 고려돼야 한다는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과거인테리를 대하는데 있어서 우리를 스스로 따라오는 대상과만 손을 잡아서는 안됩니다. 우리를 외면하거나 지난날 일제에 복무한 죄책때문에 동요하는 층도 적극적으로 끌어당겨야 합니다. 우리가 방임하거나 밀쳐버리면 그들은 꼿꼿이 적의 편으로 넘어갑니다. 미제국주의자들은 우리 인테리들을 저들의 손에 넣으려고 갖은 음모를 다할것입니다. 적들도 결코 졸고있지는 않을것입니다. 때문에 인테리문제는 날카로운 계급투쟁선상에 놓여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앞에는 당, 국가, 무력 건설과 함께 아득히 뒤떨어진 경제와 문화를 하루빨리 선진국가수준에까지 따라세워야 할 과업이 제기되여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문맹퇴치운동을 대대적으로 벌려 인구의 80%에 달하는 문맹자의 눈을 띄워주어야 합니다. 전반적인 의무교육을 실시하며 고등교육을 새로 실시해야 합니다. 현재 하나도 없는 대학도 내와야 합니다. 종합대학도 내오고 단과대학도 앞으로 도처에 내와야 합니다. 민족문학예술도 보건사업도 대대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 모든것이 다 인테리들의 역할을 떠나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한가지 문제에서 의견일치를 보아야 하겠습니다. 며칠전에 일부 사람들은 우리에게 인재문제가 긴장한것은 사실인데 그것을 푸는 방도의 하나로서 형제당에 방조를 청해보는것이 어떤가고 하였습니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으며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인재문제는 좋으나 궂으나 제사람 아니고서는 풀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자기 사람과 자기 힘을 믿고 자기자신이 해결하는외 다른 길이 없습니다.》

이어 그이께서는 기본문제는 다 이야기되였다고 하시면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실무적조치를 취하는데로 넘어가자고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책상우에 놓인 수첩을 다시 들여다보시면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파견원동무들은 모두 이미 맡은 기본과업들을 수행하는 한편 이제부터 특히 인재문제와 관련한 사업에 깊은 주목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김책동무도 여기 있는 기간 한몫 해야겠는데 어떻습니까?》

그이께서는 근엄하게 앉아있는 김책이쪽으로 믿음과 기대에 찬 시선을 보내시였다.

김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하였다.

《인재육성과 관련한 사업을 맡으면 어떻겠습니까? 정치학교들도 더 내오고 과학자, 기술자를 양성하는데 힘을 써보고싶습니다. 저번날 장군님께서 말씀하신바와 같이 지금 당장 공업전문학교를 하나 평양에 내오고 계속해서 대학을 내오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구체적인 분공은 따로 토론합시다.》

그이께서는 대단히 만족해하시며 방안을 둘러보시였다.

《최현동무가 제기한 무기는 주겠습니다. 전리품으로 넣어둔것이 좀 있습니다.》

최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알았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다음 안길동무가 제기한 기술자문제는 차츰 해결합시다. 우선 함북도안에 있는 대상을 다 장악하시오. 어제 김책동무는 종로거리에 경성제국대학 교수가 와있다는것을 알아냈고 평양역전 려관에서는 대구에서 왔다는 전기기사를 하나 찾아내였습니다. 일본 야하다제철소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김책동무.》 김책이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이께서는 《대구에서 왔다는 기술자를 언제한번 만나봅시다.》라고 하시였다.

다음에는 창문을 등지고 앉아 두릿두릿 좌우를 살피고있는 김일에게 물으시였다.

《김일동무도 기술자를 요구했지.》

《그렇습니다. 이제는 자체로 해결해보겠습니다.》

김일은 자신있게 대답하였다. 장내는 모두 흐뭇한 기분에 잠기였다. 그이께서 명확하게 제시하신 길을 따라 가면 못해낼 일이 없을것 같았다. 얼굴이 모두 환하게 밝아졌고 신심에 넘치였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또 합의를 보아야 할것이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마지막 문제는 간단하기때문에 휴식없이 끝내자고 량해를 구하신 다음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이미 예비회의에서 합의된것이기는 하지만 다시한번 확인하자는것입니다. 당창립대회를 10월 10일에 열자는데 대해서 다른 의견이 없겠습니까?》

전원이 찬성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문제가 신중한것이기때문에 매 사람의 의견을 개별적으로 또 물으시였다. 그러나 역시 다른 의견이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