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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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는 석양이 비낀 정원을 천천히 거닐고계시였다.

오늘 오전에 김일성동지께서는 불쾌한 보고를 두건이나 연거퍼 받으시였다. 그 하나는 오전에 본궁화학공장 기사 원시범을 찾아보았는데 종시 행방을 알수 없다는 공장에서의 전화보고였다. 보고에 의하면 공장에서 떠날 때 평양에 올라가 산업국에서 용무를 보겠다고 하였는데 산업국 접수구에 잠간 나타났다가 선자리에서 돌아간후 다시 오지 않았다고 하였다. 흥남제련소에 다시 사람이 찾아가보았는데 한 보름전에 왔다갔을뿐 그후 소식은 알수 없다고 하였다. 한동안 거처한 일이 있다는 경상골에도 가보았으나 원시범은 벌써 사흘전에 집을 나갔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도 어데로 간다는 말이 없이 훌쩍 떠났고 특히 이상한것은 어제 그 집 딸인 백추화도 집을 나간후 여직 돌아오지 않았다는것이다.

다음 하나는 최준걸이 사퇴하고 성흥광산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이였다. 사퇴의 리유로는 자기의 건강상태가 그런 중책을 감당할만한 형편이 못된다는것을 내대였다고 한다. 이것은 꼭 해명을 해야겠기에 급히 전보로 부르든지 사람이 가서 데려오도록 하라고 지시를 주시였다.

그러나 오후에는 흥남제련소에서 합금로시험이 성공하였으며 특수강생산의 돌파구가 열리였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공장장 리연수는 보고를 하면서 울음섞인 음성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리였다.

강병철이와 같은 애국자를 의심했다는것과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것이 얼마나 엄중한 결과를 낳는가 하는것을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하였다. 그이께서 강병철의 건강이 어떤가 물으시자 공장장은 건강도 좋고 첫 출강을 할 때 그는 로앞에 엎드려 울었다고 하였다.

《그럴수도 있을것입니다. 그 동무는 여직까지 수없이 많은 출강을 했을테지만 이번 출강만은 류다른 감정이였을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그의 건강을 잘 돌보아주라고 몇번이나 거듭 당부하시였다.

정문에 나갔던 김좌현이 급히 다가왔다. 《강선에서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그는 손을 들어 정원 서남쪽을 가리켰다. 아닌게아니라 보통문이 바라보이는 버드나무밑으로 분명히 일웅이같은 아이를 걸리고 키가 후리후리한 사나이가 오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을 향하여 마주 걸어나가시였다. 맨먼저 맞다든것이 3살짜리 일웅이였다.

《장군님!》

일웅이는 팔을 벌리고 달려들어 덥석 안기였다.

《오! 일웅이 왔구나.》

그이께서는 아이를 높이 들어올리고 한바퀴 빙그르 도시였다. 일웅이는 너무 좋아 팔다리를 버둥거리였다.

《며칠동안 같이 있었는데 이애가 날 이렇게 알아보지 않소.》

김정숙동지를 향해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어떻게 된 아이기에 그렇게 낯을 익혔습니까?》

《글쎄 이애가 눈도 뜨지 못하고 겨우 숨만 할딱거리더란말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몇달동안 함북 청진지구에 나가 공작하시다가 며칠전에 돌아오시였기때문에 그동안 일을 아실수 없었다.

장군님품에 안겨 좋아하는 아이를 본 양춘만은 코마루가 쩡 울려와 고개를 떨구고있었다.

이윽고 양춘만이 장군님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장군님! 제가 강선제강소 양춘만입니다. 뵈올 면목이 없습니다.》

벌써부터 그는 목멘소리를 하며 말을 똑똑히 번지지 못했다. 뒤이어 양춘만의 안해가 장군님께 인사를 올리고 김정숙동지께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장군님께서, 장군님께서 저희 공장을 찾아주시였을 때 저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서울로 도망쳤댔습니다. 저는 천추에 용서받을수 없는 죄를 짓고···》

《양동무!》 그이께서 말을 중단시키시였다. 《이 기쁜날에 무슨 그런 소리를 하고있소. 어서 우리가 만든 그 강철을 봅시다.》

더 이야기가 길어지면 양춘만의 서글픈 심정이 터져나올것 같아 재촉을 하시였다.

양춘만은 격정에 사무쳐 후들거리는 손으로 가방을 열어 종이에 싼것을 꺼내였다. 흰종이를 세거풀 헤치자 그안에서는 번쩍하고 빛을 뿌리는 강철덩어리가 하나 나왔다.

장군님께서는 네모나게 연마한 강편을 보물처럼 소중히 허공에 들어올리시였다. 순간 바야흐로 룡악산 마루에 걸리였던 저녁해가 그이의 손끝으로 날아와 번개같은 빛을 반사하였다.

《좋습니다. 대단히 좋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강철입니다.》 그이께서는 너무나 만족하시여 두팔을 허공에 들어올린채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강철! 우리의 강철입니다. 양동무는 큰일을 했습니다. 돌아가거든 이 강철을 만들어낸 전체 강선의 로동자, 기술자들에게 다시한번 나의 인사를 전해주시오. 정말 수고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장군님!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양춘만은 자기가 이제까지 품고있던 사연을 자세히 말씀드리려고 하였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이께서 너무나 기뻐하시고 분에 넘치는 치하의 말씀을 하시는데 압도되여 내심을 표현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있었다.

그러나 솔직하고 기탄없이 말씀드려야 량심앞에 떳떳할것 같아 온몸의 용기를 끌어 《장군님! 저는 장군님앞에 떳떳이 설 인간이 못됩니다.》하고 서두를 떼였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이쪽 심정을 다 헤아리신듯 《아니요. 아니요!》하고 부정하시였다. 《동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것은 우리의 이 첫 강철이 말해주고있습니다. 이안에는 동무가 가진 모든것이 포함되여있습니다. 사상도 인격도 감정도 다 들어있습니다.》 그이께서는 푸른빛을 발산하고있는 강철덩어리를 양춘만앞에 추석여보이시면서 《내 말이 틀립니까.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하고 물으시였다.

《장군님! 그 말씀이 옳습니다. 그러나 제가 나서 이날까지 어떤 길을 걸었는가를 말씀드려야···》

양춘만은 겨우 여기까지 말하고 숨을 돌리지 못하였다.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슴없이 이것을 받아들지 않습니까. 동무가 말해서 룡강에 있는 아버지가 10정보의 토지를 인민위원회에 내놓았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서로 변치말고 이 한길을 걸어가는것입니다.》

양춘만은 고개를 숙이고 서서 그이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였다. 이때 그의 온몸에 뜨거운것이 쭉 흘렀다.

8. 15, 그날부터 해방의 감격이 3천만을 격동시키고 환희에 잠기는데 유독 그만은 그렇지 못하였다. 그의 가슴은 환희 절반, 이름할수 없는 죄의식 절반으로 뒤섞이여서 차츰 온 넋이 주접이 들고 쇠바줄에라도 칭칭 얽매이는것 같았다. 하던것이 이 순간에 하나의 보람으로 돌변한것이다. 그는 한생 뜨거운 열풍앞에서 순도가 높은 철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와 함께 조선혁명의 위대한 령도자에 대한 자기의 충성심에서 최상의 순도를 보장하기 위해, 일편단심 그것을 위해 애를 쓰고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말로는 표현할수 없었다.

《양동무, 이렇게 서있지 말고 걸읍시다. 해방덕분에 우리는 일찌기 알게 되였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고 또 저 일웅이를 보시오.》

일웅이는 단풍잎이 널린 나무밑으로 달려가고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정원을 거닐으시면서 말씀하시였다. 당창건을 선포하기 하루 앞두고 강선에 갔던 이야기를 하시였다. 그러나 박원식이 서울 갔다 허탕치고 돌아온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시였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현관으로 나오신 그이께서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시고 말씀하시였다.

《그래 이제는 우리가 무엇을 더 도와주면 되겠습니까? 사소한것이라도 다 말씀하시오.》

《장군님!》하고 양춘만은 눈을 빛내이며 대답을 올리였다. 《저는 아무것도 필요없습니다. 오직, 오직 장군님의 신임 그것이면 됩니다.··· 김책동지한테서 저의 책을 받았습니다. 장마당에서 파지로 팔리는것을 장군님께서 가져다 보관하셨다고 했습니다. 저는 지금 인간이 지녀야 할 모든것을 다 가지고있습니다. 늦게나마 믿음을 잊지 않고 일생을 통해서 행동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물방울이 영원히 말라없어지지 않으려면 바다속에 뛰여들어가야 한다고말입니다. 동무는 강철덩어리를 안고 우리의 리념의 바다속에 뛰여들었습니다.》 그이께서는 양춘만의 어깨를 잡아 와락 가슴으로 당겨가시였다. 양춘만은 한가슴에 덥석 안기여 몸을 떨었다. 《그만큼 바다물은 불었고 그만큼 그 흐름은 세차졌습니다. 그 무엇도 이 흐름을 멈추지 못합니다. 절대로 멈춰세우지 못합니다.》

아직 머리를 들지 못한 양춘만의 어깨너머로 그이의 웅글은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리였다.

양춘만네는 떠나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날이 어두워진 다음 대동강가로 나가시였다. 신양리 댁에서 떠나 상수리고개를 넘어 옥류소 있는데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이의 오른쪽에 김정숙동지께서 서계시고 그옆에 필남이가 바투 붙어갔다. 그이께서는 곤색 제낀옷을 입으시였지만 넥타이는 매지 않으시였고 구두도 장화가 아니라 간편하게 단화를 신으시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는데 소슬바람이 불어 이마의 머리카락을 자주 날리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자주저고리에 깜장치마를 입으시였고 머리는 쪽지시였다. 어느때인가 장백 도천리에 지하공작을 떠나실 때 밀영에서 보았던 그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걸음 뒤떨어져 따라오는 필남을 자주 돌아다보시였다. 아직 22살 처녀티를 가시지 못한 미망인이다. 필남은 이때 젊은 녀자들에게 류행되였던 양복차림을 하였다. 진한 도라지색 스카트에 회색홑섶제낀옷이다. 머리는 굽슬굽슬하게 파마를 하였다. 필남을 만나 위로를 하고 또 그가 살아나갈 방도를 의논하자고 언제부터 생각하시였는데 그럴 기회를 좀처럼 가지실수 없었다. 그래 김정숙동지에게 진작 말씀해두시였던것인데 오늘에야 이런 조용한 시간을 가지게 되시였다.

《필남동무!》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옆을 돌아보시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뒤따라가고있었지만 신경은 고도로 긴장돼있어서 필남은 인차 그이옆으로 다가섰다.

《내가 언젠가 김책동무네 아이들을 찾아보라고 했는데 좀 알아보았습니까?》

필남이로서는 힘에 부치고 과남한 과제여서 도저히 감당해낼수 없는것이라고 보았기때문에 장본인인 김책과 한번 말을 건네보고 진작 단념해버리고말았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필남은 목안에 기여드는 소리를 내였다.

《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어째서? 김책동무한테 물어보면 대강 어데쯤인지 짐작이 가겠는데.》

《김책동지한테 물으니까 동무가 그런 걱정 안해도 돼. 내 자식은 내가 찾을테니까, 동무는 지금 작식대원이니까 그거나 잘하오. 그러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래서 그만두고말았겠소. 원래 김책동무는 그런 사람이요. 하지만 그 무뚝뚝한 가슴에 눈물이 얼마나 많은지 아오. 요새는 술이 한잔만 들어 가도 박원식이, 박원식이 하고 상을 두드리며···》

김책을 두둔하다가 뜻하지 않게 필남이의 상처를 다쳐놓게 되여 인차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그이께서는 김정숙동지쪽으로 고개를 돌리시였다.

《그렇게 합시다. 필남동무와 함께 우리 유자녀들을 다 찾아 한데 모이게 합시다. 그래 그 부모들의 유언대로 아이들을 우리가 맡아 키웁시다. 유자녀를 공부시키기 위한 학교도 내오고 살림도 할수 있게 만들어줍시다. 그러면 필남동무가 보람을 느끼며 우리곁에서 일할수 있을것입니다. 어떻소. 필남동무!》

박원식의 말이 나오자마자 참고참아오던 설음이 또 북받쳐 벌써부터 눈물을 흘리던 그는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숙여보이였다.

《반대없으면 그렇게 합시다. 그쯤하고 오늘밤은 만시름을 놓고 우리 함께 강바람이나 쏘입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옥류소 둔덕을 지나 물길을 따라 련광정쪽으로 걸어가시였다. 강가에는 아낙네들이 얼음구멍에 대고 밤늦도록 빨래를 하는데도 있고 저쯤 아래에서는 나루배대신에 얼음우를 건너보겠다는 행인들이 몰켜서서 웅성거리고있었다. 선창에는 장작더미, 때를 놓친 김장독무지들이 듬성듬성 널려있고 그 두리에 짐을 지키는 사람들이 간혹 보이기도 하였다. 동뚝우에서는 무슨 흥정판이라도 벌리였는지 남정들이 몰켜서서 말씨름을 하고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떻게 하든지 필남이를 위안하고 고무하실 생각으로 녀인들짬으로 자리를 옮기시였다. 필남은 이심전심으로 장군님의 뜻을 헤아리고 되도록이면 명랑해지려고 하였다.

《참말, 밤에 보는 평양은 더 아름답습니다.》

필남은 이렇게 서투른 수로 자기 감정을 위장해보려고 하였다. 그럴수록 김일성동지께서는 가슴이 더 옥죄이는것 같으시였다. 그래 우정 사색을 다른데로 끌고가시였다.

그동안 가장 급선무로 되였던 당은 이미 창건한것만큼 이제는 정권기관을 빨리 내와야 한다. 북조선전령역을 포괄하는 행정조직을 내와야 한다. 그것은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라는 명칭을 띠게 될것이다. 그것에 의거하여 토지문제도 밭갈이전에 해결해야 하는것이다. 이렇게 되자면 북조선에 있는 각 정당 사회단체의 통일전선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그이께서 이런것을 생각하고계실 때 옆에 따라섰던 김정숙동지께서 《대동강에 대해서 좀 말씀하십시오. 산에 계실 때는 자주 대동강을 자랑하시더니.》하고 함뿍 정서에 취한 말씀을 하시였다.

《그렇소. 너무 할말이 많아 지금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몰라 그러오. 나도 이렇게 대동강기슭을 걸어보는것이 오늘이 처음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새삼스럽게 사위를 살펴보시였다. 강은 얼어붙어 번들거렸다. 음달진곳에는 눈이 있었지만 날씨가 따스한데다가 밀물이 올라오군 해서 강바닥은 유리알같이 야경을 반사하였다. 그리하여 강바닥에 또하나의 평양이 찬란하게 펼쳐져있었다. 아직도 초저녁이다보니 저쪽 대동교밑에서 얼음지치는 아이들의 잴잴거리는 소리, 들들들들 썰매 끄는 소리가 손에 잡힐듯이 들려온다. 여기저기 불을 켜들고 얼음구멍을 지키는 낚시군들도 보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잠간 그윽한 눈길로 그이를 쳐다보다가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끝내 여기에 와닿았군요.》

장군님께서 잠간 사이를 두었다가 《그렇소.》하고 대답하시였을 때 김정숙동지께서는 눈물이 글썽해서 고개를 떨구시였다.

짤막한 한마디 말씀과 고요한 그 눈빛은 참으로 많은것을 이야기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잠간 사색에 잠기시였다.

소사하, 가둑나무가 우거진 골짜기에 홍안의 청년들이 렬을 지어섰을 때 그들은 모두 해방된 조국땅에 발을 들여놓고 그 기쁨을 안은채 단 하루라도 살아보면 좋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바로 그것을 위해 그들은 얼마나 많은 사선을 넘어왔던가. 그들은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그 목표를 향해 하루의 쉬임도 없이 한걸음 또 한걸음 걸어왔던것이다. 그 과정에 골짜기를 메웠던 그 대렬은 하나둘 줄어들기도 하고 또 그만큼 보충되고 늘어나기도 하면서 오늘 이 평양에 와닿았다. 하여 종착점에 이른것은 당초에 시작했던 그들중 극히 적은 일부 사람들만이였다.

아득한 옛일을 추억하고계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꿈나라처럼 몽롱하게 비껴간 릉라도쪽으로 시선을 던지시였다. 발을 한번 구르면 훌쩍 창공에 날아오를것만 같은 기분이였다. 하늘높이 날아올라 《오! 우리는 여기에 왔다.》 이렇게 웨치면 그 메아리는 스무해동안 점점이 찍으면서 오늘에 이르게 한 무수한 발자취들이 일제히 화답해나설것만 같다.

《자! 그만하고 또 걸읍시다. 저기 한끝까지 걸어갑시다.》

그제서야 김정숙동지께서도 명상에서 깨여나서 말씀하시였다.

《왜 그런지 우리 혼자만 온것 같지 않아요.》

《그렇소. 우리모두가 다 왔지. 같이 오구말구.》

《저는 지금 이런걸 생각하고있습니다. 우리 동무들가운데 낯설은 이국땅에 떼장 하나 똑똑히 덮어주지 못한것이 있잖습니까. 그 동무들을 모두 여기 평양에 옮겨왔으면 합니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요.》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한걸음 나서면서 말씀하시였다. 《나도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댔소. 김책동무와도 의논해보았는데 역시 동감이요. 그들을 모두 여기에 옮겨옵시다. 그래서 아름다운 이 평양을 한눈에 굽어볼수 있는 높은 언덕에 안장합시다. 그들은 명예도 훈장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다만 해방된 조국땅을 한번만이라도 밟아보고싶다는 소망뿐이였습니다. 비석도 세워줍시다. 후손만대에 전해지도록 크게 세웁시다. 조국광복의 성전에 생을 바친 우리의 선렬들이 여기에 고이 잠들고있다고 쪼아박읍시다. 그리고 이 평양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일떠세웁시다. 그들이 항상 흡족한 마음으로 바라볼수 있도록 합시다. 필남동무 생각엔 어떻소? 그렇게 하는것이···》

《장군님! 제 마음에 꼭 듭니다. 그러면 저도 박원식동무를 생각해서 더는 울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나서 필남은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울기 시작하였다.

《옳소, 그렇게 합시다.》

그이께서 손을 들었다가 쭉 밑으로 내리그을 때 달빛을 받아 팔굽이 번쩍 빛을 뿌리였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옷섶이 열리는것을 바로잡으며 그이께서는 다시 강기슭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