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1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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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화로, 돈화로!

원정대는 행군을 시작하여 열하루만에 목단령가까이에 이르렀다.

사정없이 들이닥친 엄혹한 겨울은 대밀림속에서 푸른빛을 다 쫓아버리고 생의 온기라고는 전혀없는 차디찬 은백색의 세계를 펼쳤다.

돈화원정대는 사령부가 선택한 밀로를 따라 북동방향으로 가고 또 갔다. 그것은 전대미문의 빙설행군이였다.

눈··· 눈··· 어디에나 눈이 쌓여있었다.

험준한 산발들은 희끄무레하면서도 거밋거밋한 얼룩이 져 보이고 깊은 골짜기들은 희부연 어스름속에 묻혀있었다.

산비탈에서도 눈이 허벅다리를 치고 그밑에 얼음버캐가 깔려 자칫하면 허망 미끄러져 딩굴기 일쑤였다. 그럴적마다 나무그루나 가지를 잘못 건드리면 눈가루가 안개처럼 뽀얗게 흩날리며 쏟아져내렸다.

부대들은 한줄로 늘어서서 앞대원의 발자국을 뒤대원이 어김없이 밟아나가 적은 인원이 이동한것처럼 가장하였다. 보잘것 없는 력량의 적을 만나도 전투를 피하였다. 산릉선이나 골짜기에 몰켜있는 적들과 맞다들면 조심조심 뒤걸음질쳐 은밀히 멀리로 에돌아나갔다. 돈화땅에 들어설 때까지는 총소리를 울리지 말자는것이 사령부의 의도였던것이다.

원정대는 은밀성을 지키며 묵묵히 전진했다.

박주호는 행군종대속에서 억척스럽게 걸어가며 《무산아재》를 생각했다.

그 녀자는 숙영지의 마지막밤에 한순간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줴기밥을 만들어 도중식사로 모든 대원들의 배낭속에 다섯덩어리씩 싸넣어주었으며 련대가 떠날 때에는 멀리까지 따라나와 승리하고 돌아올라고 웃으며 손을 저었다.

박주호는 그 녀자가 자기한테만은 남다른 의미를 담아 웃어보이지 않았는가 싶어 두세번이나 뒤돌아보게 되였다. 멀리로 온 지금도 그 모습이 눈앞에 삼삼하고 가슴이 쩌릿해졌다.

방한모의 귀덮개를 내리고 싸창을 배앞에 찌른 민경식참모장이 행군종대의 후위쪽에 왔다가 자기앞으로 지나가는 대원들속에서 박주호를 알아보고 반색을 띠였다.

《동무구만··· 힘들지 않소? 이번에 잘 싸워야겠소!》

박주호는 그를 흘깃 돌아보고 주눅이 좋게 웃어보였다.

《예··· 걱정마시우다.》

민경식은 그 소리가 온곱지 않게 들렸던지 얼굴빛이 좀 근엄해졌다.

《이번이 좋은 기회라 하는 소리요!》

《예···》

두사람의 말소리는 잔물결이 주절대는 소리가 대하의 거창한 흐름속에 잦아들듯이 행군대오의 거세찬 숨결속에 가뭇없이 삼키여버렸다.

원정대는 묵묵히 전진했다. 굶주림에 시달려 움직일수 없는 부대가 움직여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