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거목과 뿌리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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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끄무레한 새벽빛이 엷은 서리꽃무늬가 돋친 창가에 비끼였다.

마가을 찬서리를 들쓴 정원수들이 은빛머리채 같은 가지들을 드리우고 이따금 알릴듯말듯 흐느적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랭기가 풍기는 창가에 오래도록 움직일줄 모르고 서서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간밤에 한 일군으로부터 륜환선거리에 새로 입사한 사람들이 방들이 추워 고생한다는 말을 들으신 그순간부터 그이의 가슴속에 차오르기 시작한 불안과 걱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이를 괴롭히였다.

그이께서는 더는 눈을 붙이지 못하리라는것을 아시고 저택을 나서시였다.

찬서리가 내리는 새벽의 쌀쌀한 랭기가 옷섶으로 스며들면서 몸을 오싹하게 하였다. 어느사이 옷에는 한점두점 서리발이 돋기 시작하였다.

《수령님, 서리가 내리는데 방으로 들어가십시다.》

뒤따라 나온 주인홍이 말씀드렸다.

《괜찮소. 새벽바람을 맞으니 무겁던 머리도 가벼워지는것 같소. 우린 이제 륜환선거리에 가봐야 하겠소.》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았습니다.》

《가느라면 밝겠지. 륜환선거리에 새집들이를 한 사람들이 추워서 떨고있다는데…》

《그러면 제가 차를 부르겠습니다.》

《그만두오. 먼 길도 아닌데… 사람들이 일하러 나가기전에 가봐야지.》

하늘은 아직도 컴컴하고 도글도글하게 여물어보이는 별들이 총총하였다.

륜환선거리의 다층살립집들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로등의 불빛이 희미하게 보이는 거리를 말없이 거니시며 이따금 어둠에 휩싸인 집들을 바라보시였다.

《제가 어느 집이건 달려가서 주인을 깨우겠습니다.》

주인홍이 초조하여 말씀을 드리였다.

《그만두오. 좀 기다리면 불들이 켜질텐데…》

그이께서는 만류하시였다.

어지간히 시간이 흘렀을 때 어느 한 집에서 불이 켜졌다.

《갑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불켜진 집을 찾아 걸음을 옮기시였다. 어둑컴컴한 현관을 지나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리용하게 된 널직한 널마루방에 들어서시였을 때 바로 불켜진 집의 방문이 열리였다.

《아니…》

주인아주머니는 때아닌 이른 새벽에 찾아온 수령님을 만나뵙고 너무도 놀랍고 반가와 어찌할바를 몰라하였다.

《기별도 없이 새벽에 찾아와 미안하게 되였습니다. 주인들이 직장에 나가기 전에 집구경을 하자고 이렇게 일찍 찾아왔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 허물없이 소탈하게 말씀하시자 주인아주머니는 어서 방에 들어오시라고 하며 뻬치까옆에 오구구 몰켜서 자는 아이들을 깨우려고 하였다.

《그만두시오. 자는 애들을 왜 깨우겠습니까.》

그이께서는 이불도 거두고 애들도 깨우려는 주인아주머니를 손저어 만류하시며 방안에 들어서시였다.

남편의 직장은 어디며 가족은 누구누구인가, 한달수입은 얼마나 되는가 하는데 이르기까지 세세히 알아보신 그이께서는 새집이 마음에 드는가고 물으시였다.

《토굴에서 살다가 이런 아빠트에 이사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이때 뻬치까옆에 누운 아이가 몸을 꼬부리며 이불을 끄당기였다. 아이들이 방이 추워서 발편잠을 자지 못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이들에게 옆에 있는 이불을 가져다 덮어주고 널마루로 된 방바닥을 골고루 짚어보시였다.

《마루방이 온돌방보다 어떻습니까?》

그이께서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으시였다. 아주머니는 어떻게 대답을 드릴지 몰라 머뭇거리였다.

《옛날 우리 할아버지들은 따뜻한 온돌방에 올방자를 틀고앉아서 며느리한테서 밥상을 받아야 사는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늙은 부모를 모시는데나 갓난아이를 키우는데는 온돌방이 제일입니다. 그래서인지 환갑이 지난 시아버지가 촌에서 여기 와 며칠밤 자보더니 널마루방이 선듯선듯한게 허리병이 도지는것 같다고 하며 어제 촌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럴것입니다. 확실히 마루바닥도 여기 이 뻬치까도 우리 인민의 생활풍습에는 맞지 않습니다. 우리 조선사람들은 옛날부터 온돌방에서 살아왔기때문에 따뜻한 온돌방을 제일 좋아합니다.》

륜환선거리의 새집들을 돌아보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아침식사도 미루시고 곧바로 집무실로 돌아오시여 평양시안의 건설부문일군들의 협의회를 소집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여기에서 살림집들을 인민들의 요구에 맞게 건설할데 대하여 가르쳐주시면서 남이야 뻬치까를 놓든 널마루를 깔든 상관하지 말고 이미 건설한 다층살립집들은 물론 새로 건설할 살림집들에도 반드시 온돌을 놓아주어야 하겠다고 간곡히 말씀하시였다. 그리고는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과 방도까지 하나하나 세워주시였다.

하지만 그이의 시름은 여전히 덜어지지 못하였고 무겁던 마음도 가벼워지지 못하였다.

무엇인가 아직도 부족한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인가?

륜환선거리의 다층살림집 마루방에 꼬부리고 누운 아이들의 정상이 눈앞에서 사라질줄 몰랐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건설부문일군들이 돌아간 다음에도 여전히 깊은 사색에 잠겨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