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결단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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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는 강선제강소 구내로 깊숙이 뻗은 철도인입선을 따라 걷고계시였다. 그사이 구내정리를 하였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발길을 들여놓을만 한 길조차 없었다. 철도인입선이 지나간 곳이 그래도 휘연히 틔여서 걸을만 하였다.

그이께서는 보폭과는 전혀 맞지 않게 놓인 침목들을 건너짚으며 걸으시는 이 시각에도 정준택으로부터 보고받은 그 사람들, 맑스주의고전이 어떻소, 현실적가능성이 어떻소 하면서 우리 당이 새롭게 내놓은 복구건설의 원칙적문제들에 대하여 의혹을 표시하고있다는 그 사람들의 언동을 두고 다시 생각해보시지 않을수 없었다.

전후복구건설의 웅대한 강령을 제시하여야 할 당 제6차전원회의를 앞두고 그러한 잡음이 들려오는것은 확실히 스쳐버릴 문제가 아니였다. 지금은 비록 그것이 미미하게 들려오지만 혁명의 파란곡절을 수없이 겪어오신 수령님께서는 그 잡음이 미구에 닥쳐올 그 어떤 엄혹한 폭풍의 전조처럼 느껴지기도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인민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보시려고 남포지구의 공장, 기업소들을 찾으시였다. 페허가 된 공장구내에 하얗게 뒤덮여 정리작업을 다그치는 로동계급들과 군인건설자들의 사기는 높았다. 그이께서는 그들과 허물없이 담화도 하시고 의견도 들으시였다.

강선제강소를 찾으신것도 바로 그때문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침목과 레루짬사이로 무성하게 자란 쑥대들을 밀어놓으며 제강직장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시였다. 그이의 뒤로는 차승룡과 정준택이 따르고 그들과 조금 떨어져서 한윤호, 신철 그리고 림형관을 비롯한 로동자들이 따르고있었다.

한윤호는 리웅천이 보이지 않는것을 다소 이상하게 생각하였으나 어찌보면 그것이 다행스럽기도 하였다. 정준택이 요구하여 리웅천이 주관하여 작성하였다는 그 복구안을 검토하여보았지만 그로서는 도무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그러니 차라리 리웅천은 수령님앞에 나타나지 않는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이께서 철길에서 벗어나 제강직장쪽으로 난 오솔길에 들어서시였을 때 한사람이 늘씬한 허리를 휘청거리며 마주 달려왔다.

《가만, 저 동무가 리웅천이 아닌가?》

그이께서 그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며 물으시였다.

《예, 옳습니다. 기사장입니다.》

지배인 차승룡이 대답을 올리였다. 리웅천이 나타나자 한윤호는 부쩍 긴장해졌다.

《넘어지겠소.》

그이께서는 달려오는 리웅천에게 주의를 주고 그의 두손을 반갑게 잡아주시였다. 그리고는 북받치는 감격을 어쩌지 못하며 물기어린 부리부리한 큰눈을 슴벅이는 리웅천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내각갱도에서 헤여진지 얼마만이요?》

그이께서 다정한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달포가 잘 됩니다.》

《허허, 벌써 그렇게 됐군.…》

그이께서는 쑥대를 헤치며 제강직장의 넓은 로상에 오르시였다. 운동장처럼 훤칠하게 넓은 로상에는 녹쓴 쇠붙이들과 광재덩어리들, 내화벽돌부스레기들이 한벌 뒤덮여있었다. 앙상한 철골만 드러난 천정에 기중기가 금시 무너져내릴것처럼 위태위태하게 매달려있었다. 그것은 참으로 보기조차 끔찍한 광경이였다.

일렬로 주런이 늘어서있는 전기로들은 대부분 형체도 찾아볼수 없었다.

《수령님, 여기 이 자리에는 이전에 1차지당 강철 15t을 생산하던 전기로가 있었습니다.》

리웅천은 1호전기로가 있던 자리를 가리키며 말씀올렸다. 그가 손짓하는 자리에는 쑥덤불이 무성하게 자라고있었다. 다만 함정처럼 어웅하게 내려다보이는 그 밑바닥에 쇠물찌꺼기와 광재, 내화벽돌부스레기가 널린것이 이전에 여기서 강철을 녹였다는것을 상기시켜주고있을따름이였다.

《저희들은 이번에 여기다 종전 전기로의 2배가 되는 30t이상짜리 전기로를 설치하자고 합니다.》 《30t이상짜리를?…》

《예, 지금 새 전기로의 도면을 그리고있습니다.》

《벌써?》

그이께서 놀라시였다.

《예, 우리에게는 전쟁시기에 소개시켰던 설비들과 부속품들도 있고 유능한 기술자, 기능공들도 있습니다. 다 준비되였습니다.》

리웅천은 걸걸한 목소리로 기운차게 대답을 올리였다.

그때 리웅천보다 좀 처져있던 차승룡이 쿨럭쿨럭 기침을 하였다. 얼굴이 창백하고 허약해보이는 차승룡이 기침을 하는데 대하여 누구도 주의를 돌리지 않았으나 리웅천은 그것이 몹시 기분에 거슬렸다. 차승룡은 전기로를 확장하자면 대형변압기와 그에 알맞는 전동치차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 문제가 풀리기전에는 전기로확장공사를 할수 없다고 고집을 세워 리웅천과 여러번 충돌하였다.

《이번에 전기로를 복구할 때에는 여기 재료장까지 우리가 방금 지나온 철도인입선을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전기로의 생산능력을 아무리 높여도 원료를 실어들이고 생산품을 내보내는데서 걸릴것이란 하나도 없습니다. 지대정리를 이런 방향에서 내밀고있습니다.》

리웅천은 여전히 신심에 넘쳐 말씀드렸다. 그것은 벌써 하나의 결의에 그치는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지는 산 현실이였다. 리웅천의 류달리 깊어보이는 눈확속에서 열기있는 두눈이 자신심으로 황황 불타오르고있었다.

《그럼 확장된 전기로에서 첫 쇠물을 언제 뽑을것 같소?》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이제부터 한달이면 될것 같습니다.》

《한달?》

그이께서 다시 확인하듯 물으시였다.

《전기로복구전투일정표를 그렇게 짰습니다.》

리웅천의 대답소리는 거침없이 울리였다.

그이의 뒤를 따르고있는 숱한 사람들가운데서 유일하게 넥타이를 맨 한윤호는 어느사이 자기옆으로 물러선 차승룡을 못마땅해하는 눈길로 쏘아보았다. 그는 차승룡이 지배인으로서 자기가 주관하여 작성한 안전하고도 확신성이 있는 복구안을 위주로 그이께 보고드렸으면 하였으나 차승룡은 웬일인지 잔기침을 하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선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리웅천에게 전기로복구와 관련하여 몇가지 물으시였다. 리웅천은 이번에도 신심에 넘쳐 거침없이 대답을 올리였다.

《한달만이면 쇠물을 뽑을수 있단말이지. 대단하오, 대단해.》

그이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휑뎅그렁한 로상에 찌렁찌렁 울리였다. 조괴장을 거쳐 제강직장을 나서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 철도인입선을 따라 천천히 걸으시였다. 대동강쪽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강바람이 달아오른 더운 공기를 가볍게 휘저어놓았다. 하긴 제강소가 통채로 페허가 되고보니 강바람도 거칠것이 없었다. 그이께서 입으신 후렁후렁한 여름옷이 가볍게 흐느적이였다.

그이께서는 두손을 옆구리에 얹으시고 철길침목에 잠시 서계시였다.

차승룡과 리웅천이 잰걸음으로 그이의 곁으로 다가섰다.

일행은 어느덧 분괴직장앞에 이르렀다. 리웅천은 맨 땅이 휑하게 드러난 곳으로 그이를 안내하여드렸다.

《여기가 분괴직장 첫 생산공정인 가스발생로와 가열로가 있던 자리입니다. 그전에는 분괴압연기에 비해 가열로능력이 형편없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복구할 때에는 대담하게 가열로능력을 높이자고 합니다.

우리가 가열로능력을 2∼3배 높이는데 성공하면 우리 나라는 야금공업, 적어도 압연공업에서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선 나라로 될것입니다.》

얼굴이 상혈이 된 리웅천은 수령님앞이라는것도 잊어버린듯 선동적인 어조로 자기의 말을 마쳤다.

그이를 뒤따르던 수원들과 로동자들속에서도 웃음소리가 물결쳐갔다.

그러나 리웅천이 말하는 그 가열로에 대하여 비교적 깊이 파악하고있는 두사람인 차승룡과 한윤호는 기쁨에 앞서 불안이 자꾸만 가슴속으로 차오르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그것은 리웅천이 수령님앞에 전기로를, 그것도 종전의 2배로 확장한 전기로를 한달안으로 복구하여 첫 쇠물을 뽑겠다고 장담하여나선 그때부터 그들의 가슴속에 차오르기 시작한것이였다.

한윤호가 강선제강소에 내려와 제강소복구안을 검토할 때만 하여도 그러한 불안은 없었다. 물론 그때에도 기사장이 주관하여 작성한 복구안에 미흡한 구석이 적지 않았고 현실적가능성도 충분히 담보되여있지 않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몇사람의 개별적의견이므로 크게 문제시할것이 못되였다. 그런데 지금은 문제가 달랐다. 차승룡과 한윤호는 그이께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사실만을 보고드려야 할 기사장이 전기로와 가열로를 쌓을 내화벽돌 한장 없는 형편에서 2∼3배로 능력을 높인다느니 뭐니하면서 너무도 흥분을 앞세우는것 같아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경솔하게 판단하면 어차피 실패를 면할수 없는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자기들의 기분을 선뜻 내비치지 않았다. 차승룡은 전쟁전부터 이곳 지배인을 하면서 우와의 관계를 잘 맺고 아래사람들과의 사업에서도 튀는 일이 없는 비교적 원만한 수완가로 평판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기에 그는 지금도 기사장의 말에 의견을 가지고있으면서도 난색을 보일 분위기가 아니라는것을 재빨리 간파하고 입을 다물고있었다.

그렇지만 성미가 칼칼하고 랭철한 한윤호는 어느때나 론리적인 판단에서 어긋나는것이라면 참을줄 몰랐다. 그러나 제강소의 주인들이 있고 자기의 상급인 정준택이 있는 자리여서 감히 나서지는 못하였다. 이런 면에서 한윤호는 매우 용의주도하였다.

《가열로에서 1,200℃로 가열된 강괴는 다음공정인 압연기로 넘어갑니다.》

리웅천은 마치도 최신식가열로가 일떠서고 거기서 가열된 강괴가 단김을 내뿜으며 압연공정으로 넘어가는것을 보기나 하는것처럼 손짓을 하며 신이 나서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실지 그의 눈앞에 보이는것은 커다란 두개의 폭탄구뎅이자리였다.

《직탄을 맞았구만.》

《예.》

차승룡이 힘없이 대답하였다.

그이께서 폭탄자리 가까이에 있는 대형프레스가 뭉청 부러진것 같은 육중한 설비를 바라보시였다.

《축세기입니다. 폭탄에 허리가 부러졌습니다.》

차승룡은 그이께 축세기복구에서 나서는 몇가지 어려운 문제들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보고드리였다. 그러면서도 축세기를 수입하여야 하겠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한윤호는 차승룡에게 불만어린 눈길을 피끗 던지고는 비로소 자기 차례라는것을 의식하고 그이의 앞으로 한발 나섰다.

《축세기에는 굉장한 고압이 걸리는데 그 축이 부러진것이 더구나 문제입니다. 그래서 그 문제는 국가적으로 대책을 세우자고 합니다.》

《어떤 대책이요? 수입하자는겁니까?》

그이께서 의문을 품고 물으시였다.

《수입을 예견할 때는 하더라도 우리가 먼저 자체로 해결해보겠습니다.》

리웅천이 서슴없이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그러자 한윤호와 차승룡은 얼굴을 붉히며 어색해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그들의 어색한 기분을 돌려세우려는듯이 웃으시며 정준택이더러 당사자들이 자체로 해보겠다니 먼저 그렇게 해보도록 하는것이 어떤가고 의논조로 물으시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용접이 어렵긴 하겠지만 전혀 불가능한것도 아닙니다.》

《그 문제는 그렇게 합시다. 다른 의견이 없습니까?》

그이께서 물으시자 모두 의견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일본놈들은 분괴압연직장의 생산능력을 년산 3만t으로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복구할 때에는 가열로능력을 높여 년산 5만t, 전망적으로는 10만t수준으로 올리려고 합니다.》

리웅천이 자신있게 말씀드렸다.

《대단합니다. 한번 대담하게 해보시오.》

그이께서는 리웅천을 적극 고무해주시였다.

그이께서 페허속을 헤치며 제강소의 여러 직장을 돌아보시고 정문앞에 다시 오시였을 때에는 해가 서산마루에 걸려있었다.

그이께서는 이전에 제강소 사무실들이 있던 곳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물론 사무실들은 폭격에 없어지고 그대신 어린 백양나무 한그루가 페허에 뿌리를 박고 싱싱하게 자라고있었다.

《허허, 불비속에서도 저 백양나무는 죽지 않고 용케 살아있구만.》

그이께서 의미있게 말씀하시자 일행은 모두 걸음을 멈추고 백양나무를 쳐다보았다.

 

불비를 이겨낸 백양나무였지만 아직은 어리고 연약했다. 짙은 회색빛이 도는 나무밑둥은 겨우 팔목만 하였고 무더위에 지친듯 축 늘어진 끝이 뾰족한 동그스름한 이파리들도 무성하지 못하였다. 엷은 그늘도 변변치 못했지만 그래도 이 근방에는 그만한 장소도 없었다.

《모두들 저 백양나무아래에 가서 앉읍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백양나무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그리로 앞장서 천천히 걸어가시였다.

누군가 급히 가져다놓은 딱딱한 나무의자를 뒤로 밀어놓고 옆에 있는 콩크리트토막우에 허물없이 앉으신 수령님께서는 전쟁시기 강선제강소 로동계급이 전선용사들 못지 않게 잘 싸운데 대하여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금 당이 강선의 로동계급에게 큰 기대를 걸고있다는데 대하여 말씀하신 다음 화제를 돌려 지배인에게 제강소복구에 필요한 자금을 얼마로 보는가고 물으시였다. 그냥 앉아서 말하라고 하는데도 차승룡은 굳이 일어났다.

《저희들이 타산해본데 의하면 최소한 3,000만원은 있어야 할것 같습니다.》

《3,000만원.》

수령님께서는 받아외우시며 계획위원회 의견을 묻는 눈길로 정준택을 돌아보시였다.

《저희들은 1,500만원정도로 예견하고있는데 그것도 단꺼번에 다 줄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정준택의 말을 달리 표현하면 계획위원회는 제강소에서 달라는 액수의 절반, 그것도 몇차례 나누어줄수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나라의 재정형편이 사실상 그처럼 빈곤하였다.

(이제 수령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실가?)하고 수많은 눈길들이 빛발쳐오는 속에 수령님께서는 생각에 깊이 잠겨 먼 대안쪽 하늘을 이윽히 바라보시다 말고 심중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 나는 오늘 전후인민경제복구건설문제를 토의하게 될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준비를 하다가 동무들과 의논해보고싶은 문제가 있어서 나왔습니다. 의논하자는 문제는 다른게 아니고 나라의 살림살이문제입니다.》

강선에 나오신 의도와 론의점을 명백히 하신 수령님께서는 무릎에 놓았던 왼쪽 손을 들어 허리를 짚으시며 잠시 좌중을 둘러보시였다.

모두 하나같이 잘 먹지 못하여 기름기가 돌지 않는 여위고 가무잡잡한 얼굴들이다. 두볼이 꺼지고 관골만 두드러진 중년남자들, 쩍 벌어져야 할 가슴이 우그러들고 목만 성큼한 젊은이들, 나이보다 퍼그나 겉늙어보이는 작업복차림의 녀인들, 견장자리 뚜렷한 퇴색한 군복차림의 제대군인들, 작업장에서 곧바로 달려온듯 망치며 스파나를 그냥 쥐고있는 사람들… 아마 이들중에는 집이라고 할만한 집에서 사는 사람이 몇 안될것이고 일터에 점심밥을 가지고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라의 형편이 어려우니 허리띠를 더 졸라매지 않으면 안된다는것을 설명해야 하시는 수령님의 심중은 천근처럼 무거우시였다. 하지만 현재로서 다른 해결책은 없었다.

《이건 수수께끼는 아니지만 수수께끼 4촌쯤은 되는 문제인데 다같이 들어봅시다. 전쟁통에 가산을 다 잃고 완전히 빈털터리가 된 어떤 집에 이런 문제거리가 생겼다고 가정합시다. 이제부터 무엇에 의지해서 어떻게 살아나갈것인가? 전쟁전에는 꽤 살던 집이라 전답도 있었고 재봉침에 야장간까지 가지고있었는데 야장간은 폭격에 날아나고 재봉기는 후퇴때 잃어버리고 전답은 온통 폭탄구뎅이투성이여서 죄다 다시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였습니다. 그러니 모든걸 령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조건인데 과연 무엇부터 하는것이 가장 맞는 해결책이겠는가? 전답을 사서 먹을것부터 풀겠는가? 배는 좀 곯더라도 재봉기를 사서 우선 옷부터 해결하겠는가? 아니면 당장 배를 곯고 옷은 없더라도 야장간부터 차려놓고 거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쌀과 옷을 마련하겠는가?…

누가 대답해보시오. 자신의 경우라면 어떻게 하겠는지?…》

군중들은 술렁거렸다. 누가 대답하나 보자는듯 목을 빼들고 여기저기 돌아보는 사람, 이마를 맞대고 옆사람과 수군수군 론의하는 사람, 손바닥을 두드려가며 제 주견을 력설하는가 하면 머리를 수굿한채 대답을 찾아 생각에 골몰한 사람… 그러는중에 뒤쪽에서 누군가 제꺽 일어섰다. 얼굴이 둥글넙적하고 목이 성큼해보이면서 부접좋게 생긴 사람이였다.

《수령님, 다른게 없습니다. 금강산두 식후경이라구 먹는게 첫쨉니다. 그러니 전답부터 장만하는게 옳습니다.》

《먹는게 첫째이므로 전답부터 장만하는게 옳다.》

수령님께서 첫사람의 말을 그렇게 되받아외우시며 누가 다른 생각이 있으면 말해보라는 뜻으로 좌중을 둘러보시는데 바로 앞줄에서 키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젊은이가 기운차게 일어났다.

《아닙니다. 수령님, 그까짓 배고프거나 옷이 꿰진것은 좀 참더라도 대장간부터 꾸려놔야 합니다.

전쟁을 겪어 파고철도 많겠다 대장간만 꾸려놓으면야 그까짓 쌀이나 옷같은건 얼마든지 나옵니다.》

《동무는 대장간…》

그때 뒤쪽에서 가벼운 소요가 이는듯 싶더니 손에 토목수건을 감아쥔 작업복차림의 중년 녀인이 일어났다.

《수령님, 남정들은 대장간이니 전답이니 하는데 우리 녀자들한테는 시제 당장 급한게 입을것입니다. 먹을것도 급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벗구서야 문밖출입도 못하질 않겠습니까?

재봉기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녀자들은 그것만 있으면 집식구들을 다 입히고 먹여살릴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녀성의 재봉기에 대한 주장은 군중의 비난을 샀다.

《쯧쯧쯧…》

《녀자들이라는게 조렇게 막혔어. 아무렴 대장간이나 전답을 재봉기에 비길가?》

《요새처럼 어려울 땐 그저 땅을 뚜져먹는게 상책이야.》

《야금야금 돈벌이야 대장간이 낫지.》

그런 비평의 말들이 수령님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그 녀성의 말을 통해 인민들의 입는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것인가를 새삼스럽게 통감하시였다.

론의가 차츰 활발해지자 좌중은 흥분되였다. 단번에 두사람이 일어났다. 수령님께서는 손을 들어 중간쯤에 일어난 견장자리가 뚜렷한 군관복차림의 젊은이를 앉게 하고 앞줄에서 일어난 늙수그레한 로동자에게 먼저 언권을 주시였다. 그가 약간 먼저 일어나기도 했거니와 아까부터 옆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하는것을 보시였던것이다.

《수령님, 저희들은 에… 이사람 생각두 같습니다만 (그는 앉아있는 옆사람을 가리켰다.)그 세가지는 다같이 장만해야 한다구 생각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에… 시방 우리 형편이란게 말이 아닙니다. 솥에 넣을게 별루 있나 입을게 변변하나… 그렇다구 전기로를 건설하지 않을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즉 힘은 좀 들더래두 참구서 먹고 입는 문제와 쟁기벼리는 야장간, 이 세가지는 다같이 급하니 같이 장만해야 옳을줄로 압니다.》

《세가지를 다같이 장만해야 한다. 그럼 이젠 저 뒤쪽 동무의 말을 들어봅시다.》

선코를 떼웠던 군관복차림의 젊은이가 일어섰다.

가슴을 쭉 펴며 절도있게 차렷자세를 취하더니 말도 간단명료하게 했다.

《최고사령관동지, 저도 세가지를 다같이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가만, 동무는 군대에서 제대되였소?》

《그렇습니다. 근위 2사 3련대 1대대에서 군무하던중 부상을 입고 지난 3월에 제대되였습니다.》

《어디를 부상당했소?》

《왼쪽 무릎관절에 파편이 박혔더랬는데 걷기는 좀 불편하지만 일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조심해야 하오. 부상처란 말썽을 부리기 쉬우니까.… 그건 그렇고… 동무는 세가지를 다같이 장만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건… 이자 먼저 동무가 말한것처럼 우리의 어려운 현실이 그걸 바라고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현실이 그걸 요구한다. 그건 옳소. 그런데 하나도 아니고 세가지 동시에 장만하자면 배도 더 곯아야 할게고 힘도 곱절 들어야 할텐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오?》

제대군관은 그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본듯 즉시 명백하게 대답하였다.

《수령님, 그건 참고 견뎌야 합니다. 지금은 어려워도 앞으로 잘 살 때가 오겠는데 그쯤한 고생이야 이겨내지 못하겠습니까? 저는 목표가 있고 희망만 있으면 곤난을 극복하는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앉은 자세를 약간 바꾸시며 새삼스러운 눈길로 제대군관을 바라보시였다.

《수령님, 저희들은 수령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수령님께서 가르쳐주시는대로 하겠습니다.》 리웅천이 흥분어린 목소리로 말씀드리자 여기저기서 로동자들이 일어섰다. 그들은 한결같이 수령님의 의향을 듣고싶어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군중심리의 변화를 환한 안색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요청에 기꺼이 응하시였다.

《나도 세가지를 다같이 마련하는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래야 하는가? 그건 앞서 두 동무가 말한것처럼 먹고 입는 문제도 걸리고 새 생활을 창조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는 일도 다같이 중요하기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선차적으로 힘을 넣어야 할데가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중공업과 함께 경공업, 농업, 이 세가지를 동시에 발전시키되 여기에는 반드시 우선적으로 힘을 넣어야 할 부문이 있다 그 말입니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나는 이제부터 동무들에게 우리가 결심한 전후인민경제복구건설의 원칙과 방향에 대하여 말하려고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 이렇게 말씀을 떼시자 로동자들은 삽시에 정숙해졌다. 락조가 비낀 로동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모두 붉게 타고있었다. 그이께서는 그것이 자연의 아름다운 빛발이 비껴서만이 아니라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계시였다. 로동자들은 모두다 숨을 죽이고 흥분하고있었다.

《우리는 전후인민경제를 복구건설하는데서 오늘보다 래일을 먼저 내다보면서 장차 실현하여야 할 공업화의 기초부터 튼튼히 다져놓으려고 합니다. 다시말하여 공업화의 기초로 되는 중공업부터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그이께서는 여기에서 일단 말씀을 끊으시고 앞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찬찬히 바라보시였다. 자신의 뜻이 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를 가늠해보시는것 같았다. 그이께서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씀을 시작하시였다.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경공업과 농업도 동시에 발전시키자는것이 우리의 결심입니다. 경공업과 농업을 발전시키는 경우에도 그 토대를 튼튼히 다져놓는데 힘을 넣어야 합니다. 례를 들면 먹고 입는 문제를 푸는것도 다른 나라에 손을 내멀어 먹을것, 입을것부터 들여오는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당장은 어렵더라도 우리의 손으로 먹을것, 입을것을 생산하는 공장, 기업소들을 많이 건설하여 오늘의 세대뿐아니라 후대들도 잘 먹고 잘 입을수 있는 그런 만년대계의 경제토대를 튼튼히 다져놓는다 그말입니다.

이것은 물론 헐한 길이 아닙니다. 내가 여러번 말하였지만 정전은 완전한 평화가 아닙니다. 우리는 침략의 기회를 호시탐탐노리고있는 미제와 직접 맞선 상태에서 이 어려운 길을 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이 길은 가고싶으면 가고 가고싶지 않으면 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길이 아닙니다. 어떤 난관이 가로놓여도 반드시 제힘으로 뚫고나가야 할 길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 길이 오늘의 안락이 아니라 래일의 행복을 위한 길, 후손만대의 번영을 약속해주는 길이기때문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길로 또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분연히 나설수 있습니까?》

《있습니다!》

한 목소리로 울리는 드높은 웨침소리였다.

《지금 적들은 조선은 100년이 걸려도 다시 일떠서지 못한다고 떠벌이고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과 3년안에 복구기의 방대한 과업을 완수하고 가장 짧은 력사적기간에 우리 나라를 강유력한 사회주의공업국가로 일떠세울것입니다. 나는 당중앙위원회를 가장 가까이에서 믿음직하게 보위하고 있는 강선의 로동계급들이 이 성스러운 투쟁의 앞장에 서리라는것을 굳게 확신합니다.》

순간 로동자들의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8월의 무더위를 몰아내며 대동강으로부터 물결쳐오는 시원한 강바람에 그이의 엷고 하늘하늘한, 혼솔이 닳은 여름옷깃이 펄럭이였다.

《수령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제강소복구는 우리들이 다 맡아하겠습니다.》

불현듯 아무런 난관도 없이 일하는 사람처럼 웃는 얼굴로 수령님을 위로하여드리는 리웅천의 목소리가 높이 울리였다.

《나도 그렇게 믿습니다. 강선제강소는 어디까지나 우리자체의 힘으로 복구건설하여야 합니다.

그러되 제강직장부터 먼저 복구하여 쇠물이 빨리 나오게 하고 련이어 분괴압연직장을 복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분괴압연직장의 중요설비를 복구하는것은 쉽지 않을것입니다.》

《수령님, 저는 강선토배기입니다. 강선제강소에서 용접공으로 잔뼈가 굵어진 사람입니다. 사실 제강소가 몽땅 마사지기는 했지만 복구가 그리 힘든것은 아닙니다. 끊어진것은 잇고 째진것은 다시 붙이고 넘어진것은 일궈세우면 됩니다.

분괴직장 축세기때문에 몹시 걱정하시는것 같은데 념려마십시오. 제가 어떻게 하나 용접으로 해결하겠습니다.》

몸은 체소하나 무척 단단해보이는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낮으나 힘있는 어조로 결의를 다지였다. 신심과 확신에 넘친 그 목소리는 그이의 심금을 뒤흔들었다.

《저 동무 이름이 뭡니까?》

그이께서 앞에 앉은 리웅천에게 물으시였다.

《림형관이라고 합니다. 8급용접공입니다.》

《림형관동무, 좋은 말을 해주어 고맙습니다.》

그이께서 말씀하시자 로동자들속에서 또다시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림형관을 비롯한 로동자들의 미더운 모습을 바라보시였다. 그이께서는 그 모습들에서 3년간의 전쟁을 치르고난 우리 인민,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내고 제손으로 이 땅에 부강한 조국을 다시 일떠세울 굳은 각오를 다지고나선 우리 인민의 철석의 의지를 보신것이였다.

(우리의 로선은 정당하다! 우리는 이 길로 가야 한다!)

그이께서는 굳게 확신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으며 의자우에 놓인 도마도쟁반을 드시였다. 그리고는 리웅천에게 도마도를 집으라고 권하시고 다른 로동자들에게도 차례로 도마도쟁반을 돌리시였다.

모두들 즐겁게 웃으며 도마도를 들었다.

이때였다. 강남에서부터 강선까지 그이를 모시고온 정준택과 주인홍에게는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 기쁨이 찾아들었다.

그이께서 환히 웃으며 부채질을 시작하신것이다.

폭양이 내려쪼이는 강남의 달아오른 소성로와 황철의 불타는 해탄로앞에서 땀을 철철 흘리시는 그이께 주인홍은 《수령님, 부채질이라도 하십시오.》 하고 몇번이나 안타까이 말씀드리군 하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그저 《부채질?》 하고 한마디 외우실뿐 손에 든 부채에 대해서는 감감 잊으신듯 싶었다.

그런데 서늘한 대동강바람이 불어오는 이 석양녘에 그이께서는 비로소 한시름 놓이는듯 환히 웃으며 부채질을 하시는것이였다. 감격과 기쁨에 휩싸여 그이를 우러르는 정준택과 주인홍은 소리없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였다.…

그로부터 이틀후인 1953년 8월 5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당중앙위원회 제6차전원회의 높은 연단에서 전후복구건설의 웅대한 강령을 밝혀주시면서 비단 복구기뿐아니라 사회주의건설의 전기간에 걸쳐 튼튼히 틀어쥐고나가야 할 로선,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킬데 대한 우리 당 경제건설의 기본로선을 내외에 엄숙히 선포하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