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결단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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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 황철을 돌아보고 평양을 향해 출발하시였을 때에는 벌써 해가 서켠으로 퍼그나 기울어져있었다.

황철은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우리만큼 혹심하게 파괴되였으나 그곳 로동계급의 사기는 높았다. 그이께서 무너져내린 평로자리에서 기초를 발견하시고 이 자리에다 본래의 50t평로보다 더 큰것을 앉힐수 없겠는가고 물으시였을 때 추상수를 비롯한 오랜 용해공들은 서슴없이 100t로를 앉히겠다고 결의하여나섰다. 그이께 지울수 없는 인상을 남긴 용해공들의 활기찬 모습은 승용차가 사리원방향으로 돌아서 달릴 때까지도 줄곧 눈앞에서 사라질줄 몰랐다.

차가 사리원교외를 지나갈 때였다. 메마른 먼지가 풀썩풀썩이는 신작로로 땔나무지게를 진 어린 나무군이 힘겹게 걷고있었다. 그때까지도 방금 돌아본 황철복구문제를 두고 이렇게저렇게 생각을 기울이고계시던 수령님께서는 운전사가 두번 경적을 울리였을 때에야 어린 나무군에게 주의를 돌리시였다. 불에 그슬린 나무등걸과 솔가지를 골박아진 지게다리아래로 해볕에 새까맣게 탄 반질반질한 장딴지가 유표하게 눈에 띄였다. 운전사가 다시 경적을 울리려고 하자 그이께서 《아이가 놀라겠소.》라고 주의를 주시였다.

운전사는 할수 없이 신호를 하지 못하고 속도를 늦춘 다음 어린 나무군의 옆으로 조심스럽게 몰았다.

《차를 세우오.》

차가 어린 나무군옆을 스쳐지나자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그이께서 어린 나무군을 보시고 마음이 좋지 않아 하신다는것을 알아차린 주인홍이 차에서 내렸다.

그때까지도 어린 나무군은 잔뜩 고개를 틀어박은채 힘겹게 자국을 떼고있었다. 아이에 비해서는 지게가 너무 엄청나게 컸다. 기름때가 반들반들 밴 굵다란 질빵이 앙상한 어깨죽지를 깊이 파고들었다. 간신히 비척비척 발걸음을 옮겨놓고있는 소년의 상혈진 얼굴에서는 콩알같은 비지땀이 뚝뚝 떨어지고있었다.

《얘야, 좀 섰거라.》

주인홍이 소리쳤다. 그때 뒤차에서 정준택과 백홍건이 내려 소년에게로 다가갔다. 소년은 그제야 우뚝 멈춰서서 자기에게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지게를, 지게를 벗겨주라구!》

불시에 이런 높은 목소리가 울리였다. 마지막으로 차에서 내리신 그이께서 소년이 어깨에 실린 나무짐을 이기지 못하여 비청거리는것을 보시였던것이다. 주인홍과 정준택, 백홍건이 황급히 소년에게로 달려가 짐을 받들어주며 어깨의 질빵을 벗겨주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금 허리를 굽히고 소년을 찬찬히 훑어보시였다. 노닥노닥 기운 저고리, 무릎우로 깡뚱하게 말려올라간 바지, 먼지투성이의 뻘건 맨발, 가무잡잡한 얼굴과 커다란 두눈만이 초롱초롱 반짝이고있었다.

소년도 앞에 막아선분을 쳐다보고있었다. 장군님과 소년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하였다.

소년의 얼굴에 차차 놀람과 당황해하는 표정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다음순간 소년의 입귀가 비죽비죽 일그러졌다. 이어 초롱초롱한 두눈에 눈물이 한가득 고이더니 불현듯 《장군님!》 하고 울먹울먹 웨치는것이였다.

《오, 네가 나를 알아보는구나!》

그이께서 두팔을 넓게 벌리자 소년이 그이의 품에 와락 거꾸러지듯 안겨들었다.

그이께서는 소년의 더벅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머리칼에 달라붙은 솔검불도 떼내주시고 지게멜끈이 사정없이 파고들었던 연약한 어깨도 어루만져주시였다.

소년은 터져오르는 오열을 가신히 참는듯 흑흑 흐느끼였다.

《이름이 뭐지?》

이윽고 그이께서 소년의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물으시였다.

《벼ㅡ병철입니다.》

소년은 아직도 울먹거리며 겨우 자기 이름을 대였다.

《오 병철이, 몸에 비해서는 나무짐이 너무도 크구나. 집에 부모님들은 계시느냐?》

병철이는 대답대신 고개를 푹 떨구었다. 말못할 사연이 있는듯 땅바닥만 내려다보고있었다.

《장군님께 어서 말씀드려라.》

광복전 어린 시절에 병철이처럼 고생을 하던 주인홍이도 눈시울이 불깃해서 소년에게 달래는 어조로 재촉했다.

《우리 집에는 나와 동생 영실이밖에 없습니다.》

마침내 소년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 네가 호주란 말이냐? 참 용쿠나.》

그이께서는 다시금 소년의 어깨를 부드럽게 다독여주시였다.

병철이의 얼굴에 차츰 화기가 돌고 새별같은 커다란 눈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그이께서는 한결 마음이 놓이는듯 병철의 두손을 잡은채 허리를 펴시였다.

《병철아, 그럼 이제 너의 집으로 가보자. 너희들이 어린 몸으로 어떻게 살림을 해가는지 봐야겠다.》

그이께서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저의 집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느냐?》

《그리로는 차가 들어가지 못합니다. 오솔길입니다. 개울도 있습니다.》

《네가 그런 걱정까지 하느냐. 일없다. 걸어가면 되지.》

그이께서는 병철의 손을 잡고 앞에서 걸으시고 나무지게를 맞들어든 주인홍과 정준택은 뒤에서 따랐다. 승용차는 일행의 뒤를 조용히 움직여갔다.

큰길을 벗어나 왼켠으로 꺾어드니 개울이 나졌다. 개울에는 징검다리가 놓였다.

《가운데 큰 돌이 흔들립니다. 제가 손질해놓겠습니다.》

병철이 막 개울가에 들어서려고 하자 그이께서 애를 다잡으시였다.

《괜찮다, 흔들린다는걸 알면 넘어지지 않지.》

그이께서는 징검다리를 지나 조밭사이로 난 오솔길에 들어서시였다. 오솔길에는 가막사리와 엉겅퀴풀가시들이 달린 잡풀이 무성하였다. 소년은 자주 뒤를 돌아보며 바지에 달라붙을수 있는 풀가시들을 미리 없애버리려고 애썼다. 잡풀을 헤치며 얼마간 가느라니 언덕아래에 반토굴집들이 띄염띄염 들어앉은것이 보였다.

한 토굴집마당가에서 여라문살 나보이는 여윈 소녀가 튕겨나와 이쪽으로 달려왔다.

《제 동생 영실입니다.》

병철이 그이께 알려드렸다.

영실은 정신없이 달려오다가 급기야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것처럼 오똑 서버렸다. 그리고는 이쪽을 바라보기만 할뿐 더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모두들 놀랐다. 너무도 뜻밖이였던것이다.

그이께서 병철이를 내려다보시였다. 그러자 지금까지 그렇듯 화기에 넘쳐있던 소년이 기가 죽어 고개를 푹 떨구는것이였다. 그것은 그애가 자기 동생이 왜 갑자기 멎어서고 더는 움직이려 하지 않는가를 벌써부터 알고있다는것을 말해주고있었다.

《무슨 일이냐?》

그이께서는 나직이 물으시였다.

《장군님.》 병철은 힘겹게 얼굴을 들었으나 눈길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전쟁이 끝나고 군대에 나갔던 아버지들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영실인… 저렇게 아버지를 기다리고있습니다. 누가 오기만 하면 아버지인가 해서… 그런데 아버진…》

《어떻게 됐느냐?》

그이께서 다우쳐 물으시였다.

《더는 못…옵니다.》

《뭐라구?》

《전사하였습니다.》

그이의 가슴속에 무거운 돌덩이 같은것이 철렁 떨어졌다.

(아, 그래서 저 애가…)

그이께서 먼저 걸음을 떼시였다.

《영실아.》

그이께서는 두팔을 벌리고 영실에게로 다가가시였다. 그래도 영실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영실아, 나다.》

그이께서 갈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웨치며 걸음을 빨리 하시였다.

영실의 얼굴에 놀람과 격정이 한데 뒤엉킨 착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영실은 두팔로 자그마한 가슴을 부여안고 반사적으로 몇걸음을 옮기였다.

그이께서 걸음을 더 빨리 하시였다. 순간 소녀는 그이를 향해 마주 달려왔다.

《아버지장군님!》

두팔을 한껏 벌린 그이의 넓은 품에 날아들며 소녀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웨쳤다.

그이께서는 영실이를 와락 그러안으시였다. 뒤따르던 수행원들의 눈들에 눈물이 핑 돌았다.

영실은 그이의 품속에서 가는 종다리를 자꾸만 부자연스럽게 비꼬았다. 짚신의 신날이 끊어져 발가락이 흉하게 나온것을 감추어보려고 헛되이 애쓰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보지 말아야 할것을 보신것처럼 이내 눈길을 돌리시였다.

그이께서 두 아이를 량팔에 하나씩 끼시고 반토굴집에 들어서시였다.

유리창문에 분홍색천으로 창가림을 하고 땅바닥에 구름노전을 깐 반토굴집은 겉보기와는 달리 무척 알뜰하게 꾸려져있었다. 바람벽에는 사진들을 넣은 액틀이 걸려있었고 기둥에는 석유등잔이 매달려있었다.

그이께서는 사진을 유심히 보시였다. 기름을 찰찰 발랐으나 그래도 정수리에 붙어있지 못하고 이마에 내리덮인 머리칼, 병철이와 영실이에게서 이미 본 커다란 두눈, 툭 삐여진 관골과 쩍 벌어진 어깨… 신랑은 넘치는 행복을 감출수 없는듯 빙그레 웃으며 칠보단장을 하고 다소곳이 머리숙인 신부의 팔을 끼고 점잖게 서있었다. 병철의 부모들의 결혼사진이 틀림없었다.

그 옆사진에는 소대장의 견장을 단 신랑이 허리에 찬 권총집에 한손을 얹고 가슴을 내민 자세로 찍혀있었다.

《저의 아버지입니다.》

그이의 안색에서 줄창 눈길을 떼지 않고있던 병철이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얼마전에 폭격에 돌아갔습니다.》

《음.》

그이의 음성이 또다시 비통하게 흐려지였다.

《리당위원장아저씨랑 돌봐주어 일없습니다.》

뒤에서 병철이 챙챙한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몸을 돌리며 병철의 감실감실한 얼굴을 지켜보시였다. 그 얼굴은 전에없이 어른스러워보였다. 그것이 더구나 그이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나이에 비해 너무도 일찌기 철이 들면서 숙성하여가는것이 가슴아프시였던것이다.

《그래 리당위원장아저씨랑 잘 돌볼테지. 네가 내 걱정을 다 하는구나.》 그이께서는 웃으며 어린 세대주의 연약한 어깨를 사랑스럽게 다시금 껴안아주시였다. 《그럼 병철이네 부엌살림구경이나 해볼가.》

《아이 거두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영실이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당황해했다.

《거두지 않은들 뭐라니. 물드무도 있고 당반도 매고… 허허, 제법이거든.》

그이께서는 가시장을 대신한 당반에 얹혀져있는 몇개 안되는 사발도 들어보시고 아구리가 깨진 토기단지도 들여다보시였다. 당반 맨 아래단에는 여러가지 산나물들이 싱싱한 그대로 더미더미 쌓여이었다.

《이건 고사리가 아니냐?》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예. 그런 고사리가 이 뒤산에 있습니다.》

《또 무슨 산나물이 있느냐?》

그이께서는 당반에 있는 나물들을 하나하나 주의깊게 여겨보며 물으시였다.

병철이 뒤산에서 자라난 산나물에 대하여 신이 나서 설명하여드렸다.

정준택은 그이께서 어린것의 설명을 자못 흥미있게 들으시는것처럼 하고있으나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계신다는것을 느꼈다.

그이의 안색이 다시 흐려지였다. 그런데도 어린것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번에는 솥뚜껑을 열더니 거기서 데쳐진 돼지풀 같은것을 집어내였다.

《이건 길짱구입니다. 우리 집으로 올라오는 길섶에도 많습니다. 리당위원장아저씬 내버리라고 하지만 끓는 물에 데친 다음에 오래 울구어내면 일없습니다. 이 풀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병철은 여태까지 자기의 말에 적극 호응해주시던 장군님께서 갑자기 입을 꾹 다무시고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자 지지자를 구하듯이 제 동생을 넘겨다보았다.

《정말 맛있습니다. 좁쌀죽에 섞으면 얼마나 달콤한지…》

영실이 오빠의 말에 맞장구를 치였다.

《그러니 이 좁쌀죽에 섞은것이 그 풀이였구나?》

그때 마침 가마뚜껑을 열어보시던 그이께서 가마안에서 벌렁벌렁 끓고있는 좁쌀죽을 들여다보며 물으시였다.

《예, 그 풀입니다. 정말 달콤합니다.》

병철은 장군님께서 관심해주시자 너무도 기뻐 환히 웃으며 거의 소리치듯 대답을 올렸다.

그이의 안색은 더욱더 컴컴하게 흐려지였다.

정준택은 그이께서 모진 아픔을 간신히 참고계신다는것을 알아차리자 철없는것이 풀죽먹는 자랑을 하면 할수록 그이께서 더 가슴아파하신다는것을 알지 못하는것이 안타깝기만 하였다.

《그래 어디 보자꾸나. 이 풀이 달콤하단 말이지?》

그이께서 병철의 손에서 반나마 말라버린 풀을 받아들며 말씀하시였다.

《예, 달콤합니다. 메워도 먹고 지져도 먹고 볶아도 먹고…》

《메워도 먹고, 지져도 먹고…》

그이께서 병철의 말을 나직이 받아 외우시였다.

《예, 아무렇게 먹어도 맛있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이번에도 영실이 오빠의 말을 덧붙였다.

《맛있단 말이지?》

그이께서 또다시 철없는 두 어린것의 말을 되받으시였다. 그이의 음성은 알릴듯말듯 떨리였다. 그이께서는 일찌기 어린 시절에 병철이 자랑하는 그 풀죽밖에도 타개죽, 송기떡, 쓰디쓴 미타리나물 같은것으로 노상 끼니를 에우시였다. 일제와 혈전을 벌리던 간고한 나날에는 백두밀림의 이름모를 초근목피로 때식을 에우신 때가 그 얼마였는지 모른다. 그때는 조국의 광복을 그리며 그 풀죽도 오히려 달게 여기시며 간난신고를 이겨왔거늘 마침내 조국광복의 념원이 성취된 오늘에 와서 과연 우리 후대들이 또 이런 풀죽을 먹어야 하는가?

그이께서 당반의 풀들을 보시였다.

《이건 말리운 쑥입니다. 쑥으로는 쑥밥, 쑥떡, 쑥버무리, 쑥국 다 좋습니다. 그리고 이건 씀바귀입니다. 씀바귀는…》

어린것은 자기의 말이 그이의 가슴에 아픈 못질로 된다는것은 전혀 생각 못하고 계속 흥이 나서 자랑을 하였다.

정준택은 더이상 참아낼수 없었다.

《병철아, 이젠 그만하려무나.》

정준택의 말이 떨어지자 병철은 얼떠름해져서 장군님을 쳐다보았다.

《병철아, 너 몇살이지?》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병철은 화제가 갑자기 돌변하는데 놀라 새까만 눈을 덩둘하게 떴다.

《열두살입니다.》

《열두살.》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며 병철의 두손을 꼭 잡으시였다. 그이의 안광에서 무엇인가 번쩍하였다.

정준택과 백홍건은 자기들의 가슴속에서도 뜨거운것이 솟구쳐올라 목구멍을 꽉 메우는것을 느꼈다.

병철은 그제야 자기가 장군님께 그 어떤 커다란 걱정을 드렸다는것을 느꼈던지 그이의 불깃한 안광에서 얼른 눈길을 떼고는 잠잠해졌다.

이윽하여 그이께서 두 아이를 앞에 앉혀놓고 학습과 생활에 대하여 세세히 알아보시는데 밖에서 여러 사람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이께서 어린 남매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시였을 때에는 벌써 마당에 이곳 리당위원장과 여러 농민들이 모여와있었다.

《부모없는 고아들을 돌봐주느라고 그간 수고가 많았습니다.》

그이께서 해볕에 얼굴이 검붉게 탄 리당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이렇게 치하하시였다.

리당위원장이 매우 송구해하며 그이께 전쟁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라에서는 고아들에게 여러가지 배려를 돌려주었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이께서는 그런 방조는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하시면서 부모없는 아이들을 전적으로 국가가 맡아서 키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그이와 농민들사이에는 화기에 넘친 이야기가 벌어졌다. 병철이네 어린 남매가 살고있는 이곳은 하동마을이라고 불렀다.

그이께서는 하동마을의 실정을 세세히 료해하시였다.

하동마을에는 전쟁전에 부림소만 하여도 열두마리나 있었는데 이번 전쟁기간에 적들의 폭격으로 여러마리가 죽고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 적들이 도살해서 지금은 겨우 두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였다. 관개시설과 농기구도 거의나 파괴되였고 량곡은 물론 종곡도 몹시 부족하다는것이였다. 마을주민의 거의 절반이 령세농민이였다.

《그러나 일없습니다. 전쟁에서도 이겼는데… 이젠 다 일없습니다. 이 병철이네를 두고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다 잘 돌보겠습니다.》

리당위원장이 그이께 거듭 말씀을 드리였다.

《전쟁의 상처를 빨리 가십시다. 령세농민문제도 해결하고… 그럼 리당위원장동무와 여러분들을 믿고 우리는 떠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큰길에 나서시였다.

리당위원장과 농민들, 어린 남매도 큰길에까지 따라나왔다.

《얘들아, 며칠만 참아라. 이제 너희들 데리려 사람들이 올게다. 너희들은 학원에서 근심걱정없이 공부해야 한다. 좋지?》

그이께서는 두아이를 다시한번 한품에 그러안으며 말씀하시였다.

《예. 좋습니다.》

《그럼 됐다. 리당위원장동무, 아이들을 며칠동안만 더 맡아주시오. 그리고 령세농민문제도 풀어봅시다.》

그이께서는 리당위원장에게 말씀하시다가 문득 어린것들이 자신의 바지에 달라붙은 풀가시를 하나하나 뜯어내고있는것을 내려다보시였다. 어린 병철이 잡풀이 무성한 오솔길로 그이를 모셔드릴 때 이미 풀가시들을 앞장에서 털어버렸으나 그래도 몇개는 바지에 달라붙은것 같았다. 뜨거운것이 치밀어올랐다.

《병철아, 영실아, 그만두어라. 그 가시는 내가 집에 가서 뜯어도 된다.》

그이의 목소리는 갈리였다.

그이께서는 백홍건에게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토굴집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빨리 집을 주어야 하겠습니다. 내 그동안 많이 생각해보았는데 여기 사리원지구에 강남요업공장 같은 큰 공장을 하나 앉혀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사리원에 남아서 부지조사를 하겠습니다.》

백홍건이 대답을 올리였다.

승용차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울고있는 아이들과 농민들의 바래움을 받으며 하동마을을 떠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더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였다.

괴로운 침묵속에 승용차는 땅거미 질무렵에야 내각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