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장 3

 

제 9 장

3

 

오늘 처음으로 최선금은 아이들의 부축을 받으면서나마 바깥으로 나오게 되였다. 아직 걸음을 떼자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이 어질어질하였지만 그래도 자리에서 일어나 걷게 되니 기뻤고 흐릿한 하늘이나마 바라보니 날아오를것만 같은 마음이였다.

아이들도 어머니와 함께 밖으로 나오니 좋아서 캐득거리며 어머니의 손을 이끌어주기도 하고 손이 빨갛게 되여가지고 어머니의 발길이 닿을 눈을 서둘러 치워주면서 최선금의 주위를 팽이처럼 돌아갔다. 그러면 선금은 눈을 쪼프리고 아이들이 하자는대로 손을 맡기고 자신보다는 어린것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것이 더 흐뭇하고 행복스러워 힘든 걸음을 옮기였다. 어머니가 자리에 누워있는동안 내내 침울한 그늘이 가실 날이 없던 아이들이였다.

오늘은 어머니를 데리고 봄날의 들판이라도 가는 기분이였다. 이렇게 기껏 걸어나온곳이 병원이 의지하고있는 나지막한 언덕우의 잣나무숲이였다.

성한 몸이라면 단숨에 다녀올곳을 최선금은 숨차하면서 쉬염쉬염 갔다. 간신히 잣나무숲속의 양지바른 바위밑 공지에 다달은 그는 아이들에게 잠간 앉았다 가자고 하였다. 아이들은 어머니를 위해서 뛰여다니며 새초며 마른풀을 뜯어다가 어른스럽게 자리를 마련하여놓고 자기들도 어머니곁에 바싹 붙어앉았다.

선금은 아이들을 끼고앉아 이 세상에 태여나 처음으로 잣나무라는것을 구경하듯 푸르싱싱한 잣나무를 한참동안 정겹게 바라보았다.

그것은 자기가 삶을 되찾았다는것을, 그리하여 이제는 그 어마어마하던 치욕의 루명을 벗고 혁명하는 대오의 성원으로 되였다는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하는것이여서 하늘이며 잣나무숲이며 그전에는 그렇게 두렵기만 하던 하얀 눈도 다 정겨웠고 새로와보이였다.

사람은 오래동안 병석에 누워있으면 감상에 젖기 쉽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최선금의 심정은 그저 행복, 재생의 기쁨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무엇인가 모자랐다. 혼수상태의 그 어려운 처지에서도 최선금이 목마르게 바란것은 단순한 삶에 대한 욕망이 아니였기때문이다. 최선금은 푸르청청한 잣나무와 자기를 즐겁게 해주려는 아이들을 사랑에 찬 눈길로 바라보면서 혁명가들의 대오에 다시 당당한 한 성원으로 서게 되였다는 한량없는 기쁨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돌이켜보면 들것에 실린 몸이 되여 눈보라치는 숲속을 헤쳐오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견디여낸것은 사령관동지를 뵙기전에는 결코 죽을수 없다는 한가지 념원이 있었기때문이였다.

최선금은 자기가 혼수상태에 빠져있을 때 문득 귀전에 울리였던 사령관동지의 조용하고도 웅글은 목소리를 기억하고있었다.

가슴사무치게 그리웠던 그이의 음성을 듣고 그이의 모습을 뵈온 그때부터 최선금은 다시는 사령관동지를 병석에 누워서 맞이할수 없다고 생각하였으며 그리하여 한시바삐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모지름을 썼던것이였다.

최선금은 아이들이 모아놓은 마른풀더미에 엇비슷이 기대였다. 하늘에는 엷은 구름이 가볍게 떠있었는데 그것은 어딘지 모르게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구름이였다. 구름이 지나가면 파란 하늘이 드러날것이고 숲속에는 밝은 해빛이 실실이 드리워질것이였다.

장군님을 찾아서 무릎을 치는 눈무지를 헤치고 혹은 들것에 누워오는동안 세월은 흘러 어느덧 사나운 겨울은 고개를 수그렸다. 선금은 감회에 잠겨 이윽히 하늘을 바라보고있다가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한테 준다고 잣을 따러 간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가까운 숲속에서 또렷하게 들려왔다. 최선금의 맞은편 잣나무가지에서 이름 모를 새가 울었다.

《쪼르릉 지-지-》 처음에는 목청을 돋구었다가 최선금이 이마에 손을 얹어 소리나는데를 찾으려고 하자 이번에는 선금을 놀래우지 않으려는듯 낮게 울었다.

새들도 사람이 그리워 마을근처에서 산다고 하는데 혹시 떼를 잃고 외따로 떨어져 저렇게 인적 없는 숲속을 헤매는것이 아닌지 모를 일이였다.

이름 모를 새는 울음소리를 그치지 않았다. 무엇인가 기쁨을 노래하고 새 소식을 읊조리고있는것이였다.

최선금은 애기주먹만 한 새가 비살처럼 머리우로 휙 지나가는것을 보았다.

배가 노란 작은 새는 넓지 않은 공지우로 날으면서도 은방울소리를 냈다.

어디서 저런 새가 왔는지? 아직도 얼음밑에서 잠자고있는 만물을 깨우쳐주기 위해서, 그리고 다가오는 봄을 노래하기 위해서 왔는지도 모른다.

최선금은 부러운 눈으로 작은 새가 사라진 잣나무숲속을 바라보았다. 새는 보이지 않고 멀어진 울음소리만 간간히 울려왔다. 그것은 어쩐지 선금에게 《어서 일어나요. 어서 일어나요.》 하고 독촉하는것도 같고 《봄이 와요. 봄이 와요.》 하고 속삭이는것도 같았다.

최선금은 정답고 고마운 새를 위해서라도 일어나 걸어다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뿐이고 다리가 떨리여 더 걸음을 옮길 자신이 없었다.

최선금은 이제 겨우 회복기에 들어섰을뿐이였다.

해를 가리웠던 구름 한가운데가 열리면서 따스한 해볕이 쏟아져내렸다. 볕에 노근해진 최선금은 작은 새의 은방울소리를 들으며 구름사이로 열린 파란 하늘을 보고있다가 달콤히 잠이 들었다.

쪽잠속에서 최선금은 조국땅에 진출하여 숱한 군중들앞에서 연설을 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남편과 일행이 되여 사령관동지를 찾아가던 일이 꿈속에 되살아났다.

일행은 쉬고있었는데 남편이 근심스레 담가에 누워있는 자기를 굽어보고있었다. 최선금은 일행이 자기때문에 지체하고있는것이 괴로와서 어서 떠나자고 성한 손을 내저었다. 리경준은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명일이 아버지, 왜 자꾸 지체하고있어요?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어서 떠나자요.》

최선금은 간절히 속삭이였으나 왜 그런지 말소리는 입안에서 뱅뱅 돌기만 하였다.

《여보!》

리경준이 이렇게 불러서야 최선금은 꿈이 아니라 생시라는것을 알았다. 틀림없는 남편의 목소리였다. 최선금은 한참동안 말도 못하고 남편의 근심에 찬 눈을 눈부신듯이 바라보다가 남편의 도움을 청하여 일어나앉았다.

《어떻게 또 왔어요?》

《민생단》보따리를 태워버렸다던 그날 자기한테 다녀간적 있는 남편이 불과 며칠이 안되여 다시 이렇게 나타날줄 몰랐다. 매일 같이 보고싶었던 남편이지만 정작 그가 눈앞에 나타난것을 대하니 고마우면서도 너무 사사로운 감정에 빠져있지나 않는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왜 한지에 나와있소?》

리경준은 그의 물음에 대답할 대신 도리여 되물었다.

《바깥에 나오고싶었어요. 너무 바람을 쏘이고싶어서···》

《그러다가 감기라도 들면 어떻게 하겠소.》

《일없어요. 이제는 살아난것 같아요. 근심하지 마세요. 난 지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어요. 애들이 좀 부축해줬지만 난 여기까지 거의나 제발루 걸어나왔어요.》

중태에 빠져있던 안해가 단 며칠사이에 산보를 할수 있을만큼 좋아졌다는것이 잘 믿어지지 않았던지 리경준은 의아쩍은 눈길로 최선금의 안색을 살피고 다시 살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건강하셔요?》

《건강하시오. 그이께서는 당신에 대해서 몹시 심려하고계시오.》

《전 이젠 일없어요. 다 나았어요. 가시면 제가 오늘부터는 산보랑 한다구 말씀드려주세요. 저때문에 그이상 심려하시지 않도록 해주세요.》

《당신이 단 며칠사이에 이렇게 좋아졌다는 보고를 들으시면 매우 기뻐하실거요. 그런데 아이들은 어디 있소?》

《잣송이를 따다가 어머니를 준다면서 저기 잣나무숲으로 들어갔어요.》

최선금이 이런 말을 하고있는데 마침내 아이들이 돌아왔다.

《아버지!》

《아버지!》

아이들은 리경준을 보자 대뜸 소리를 지르며 그의 품에 안겼다.

《그래 우리 명일이랑 명숙이랑 그새 더 큰것 같구나. 엄마때문에 걱정들을 했지?》

명숙이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고 명일이는 그저 싱긋 웃어보이였다.

《아버지! 이것봐.》

명숙은 큰 감자알만 한 잣송이를 불쑥 아버지앞에 내밀었다.

《오, 잣이로구나. 우리 명숙이 용타. 누가 땄지?》

리경준은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오빠.》

《명일이가 땄어? 그 참 대단하구나.》

《오빠는 장기령아저씨처럼 잣을 딴다고 아침마다 막대기를 쥐고 련습을 했는데뭐.》

그러자 명일이가 한마디 하였다.

《내가 잣을 따면 명숙이는 잣을 모으고 죽을 쒀서 엄마랑 환자아저씨들이랑 대접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장기령아저씨는 안오시나요?》

《장기령아저씨는 바빠서 못온단다. 왜놈들을 족치러 갔지. 아저씨는 왜놈들한테서 기관총을 뺏어메구 돌아온댔다.》

《야, 장기령아저씨가 기관총을 쏘는걸 한번 봤으면 좋겠네.》

《아버지는 우리와 같이 있게 됐나?》

불쑥 명숙이가 묻는 말이다.

《아버지도 가서 싸워야지. 장군님의 명령을 받들구 싸우러 가야 해. 명숙인 아버지가 같이 있으면 좋겠나?》

명숙은 말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명숙인 아버지가 다시 가는게 섭섭한 모양이구나. 그대신 명숙이랑 명일이랑 기쁘게 해줄 선물을 가져왔다.》

《야!》

어린것들은 환성을 올리며 리경준이 잔등에서 벗어놓은 배낭에 매달렸다.

《아버지, 정말?》

《아버지, 무슨 선물?》

기쁨이 커서 배낭을 풀어헤칠동안도 참아낼수 없을만치 마음이 안달아난 아이들이다.

《보채지 말구 기다려요.》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최선금이도 배낭아구리매듭을 푸는 남편의 손이 너무 굼뜬것만 같았다.

《야! 옷!》

열어헤친 배낭속에서 먼저 단추 달린 까만 웃옷을 알아본 명일이가 소리쳤다.

리경준은 명일이의 웃옷과 바지를 들어내여 그에게 안겨주었다.

《아버지 내 옷?···》

자기 옷은 없는줄 알고 금시 눈물이 가랑가랑해질듯 하던 명숙이가 《야-》 하고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손벽을 쳤다. 경준은 명숙이한테도 흰 광목저고리와 근거지에서 입던것처럼 아래단에 두줄의 흰띠를 두른 새까만 치마를 안겨주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마련된 옷인지 알아보기도전에 무턱대고 좋아했다. 명일이는 이제까지 입고있던 헌 웃옷을 벗어던지고 제절로 새옷을 입어보느라 씩씩거렸고 명숙이는 제몸에 견주어보고 또 보고나서 입기 아까운듯 다시 차곡차곡 개기 시작했다.

최선금은 방금전처럼 자기가 그냥 꿈을 꾸고있는것이 아닌가싶어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아이들과 그 애들에게 새옷을 입혀주고있는 남편, 그리고 공지의 한옆에 서있는 그 푸르청청한 잣나무를 새삼스럽게 둘러보았다.

꿈이라고 믿기에는 모든것이 너무나도 또렷했다.

《명일이 아버지, 어떻게 된 일이예요?!》

《꼭 맞는구나. 신통히 꼭 맞는구나.》

새옷을 입고 싱글벙글 입을 다물줄 모르는 명일이를 이리저리 돌려세우며 실밥이랑 뜯어주고 품이며 기장이며를 살펴보고있던 리경준은 명숙이의 새옷차림까지 돌보아주고나서야 말하였다.

《장군님께서 우리 아이들에게 입히자고 친히 짓게 하신 옷이요.》

《네?!》

최선금은 아직도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장군님께서요?!》

《그렇소.》

하고 경준은 아이들의 새옷에 깃든 사연을 이야기하였다. 철없어 그저 좋아만 하던 명일이와 명숙이도 숙연해진 표정으로 조용히 서있더니 눈물이 가랑가랑해졌다.

《장군님께서는 이 옷들을 내주시면서 어머니도 앓고 아버지도 애들곁에 있지 못한데 동무네 아이들부터 입혀야 내 마음도 좀 가벼워지겠다고 하시질 않겠소. 나는 그저 울음이 북받쳐서···글쎄 우리 애들에게 입힐 새옷을 내주시는 장군님께서는 지금껏 낡은 군복을 입고계시질 않겠소···》

리경준은 눈굽이 척척해졌다.

최선금은 자기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는 어린 남매를 그러안고 그들의 머리우에 뜨거운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

사령관동지께서 친히 자기 곁에 찾아오셨을 때 그이께서 물날은 군복을 입고계시는것을 보고 몹시 가슴아팠던 최선금이였다. 그이께서 그리도 애타게 아이들의 옷때문에 심려하시는줄도 모른채 제 아이들한테 차례질 옷조차 바느질 못하고 편안히 누워지내며 온갖 시름과 부담을 죄다 그이께만 안겨드린 최선금이였다.

《아이들의 옷을 못하더라도 누구보다 먼저 그이께 새 군복을 지어드려야지··· 기운 군복을 입으시고 지내시는줄을 알면서··· 저는 그래도 먼저날 강세호동지가 장군님의 군복치수를 알아보려구 저를 찾아왔길래 아마 장군님께 새 군복을 지어드리려구 그러는줄로 여겼댔는데 어쩌면 이렇게··· 이렇게···》

떠듬거리며 남편에게 원망스럽게 말하던 최선금은 그만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였다.

《엄마!》

《엄마!》

명숙이와 명일이도 최선금의 품속에 더 깊이 파고들며 울었다.

《강세호동지는 당신이나 우리보다 더 깊은 생각을 가지구 장군님의 새 군복을 마련했댔소. 장군님의 어머님께서 남기신 그 귀중한 돈을 그냥 아이들한테만 다 써버릴수가 없어서 어머님의 깊은 뜻과 사랑을 군복에 누벼 장군님의 신상에 남겨드리려구말이요. 그런데 사령관동지께서는 그 새 군복을 미혼진에서 입대한 유격대에서 제일 나이 많은 좌상인 <대통령감>이라구 하는 대원에게 입히시였소.

강세호동지랑 리북철경위대장동무랑 그냥 사령관동지께서 입어주시길 간청하구 <대통령감>도 내막을 알고 사양하구 또 사양했지만 사령관동지께서는 나이 많은분이 입어야 젊어보이고 좋다고, 젊은 사람들은 앞으로도 새 군복을 입을 기회가 많은데 어서 입도록 하라고 하시며 기어이 <대통령감>에게 입히시였소. 그리고는 어찌나 기뻐하시던지···》

그 언제나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돌보지 않으시고 자신께 차례지는 자그마한 기쁨도 수하사람들에게 돌려주시는 사령관동지시였다.

모든 심려는 도맡아 안으시고 수하사람들에게는 오로지 기쁨만을 안겨주시려고 마음 쓰시고 또 마음 쓰시는 사령관동지!

새삼스러운 그이의 유별한 사랑에 목메여 최선금은 소리내여 흐느꼈다.

《세상에··· 우리 사령관동지 같으신분이··· 또 어디 계시겠어요!》

경준이도 한참 이야기를 못하다가 말을 이었다.

《정말 그렇소. 사령관동지께서는 모든 유격대원들과 우리들에게 조금이라두 더 기쁘게 더 좋게 해주시려구 늘 자상하게 마음을 쓰고계시오. 오늘만 해도 그렇지. 사령관동지께서는 내가 아이들과 당신을 꼭 만나보구 길을 떠나게 하시려구 우리 아이들의 옷을 자신께서 받으시였다가 나한테 내주셨소.》

최선금은 행복에 겨워 그냥 솟구쳐오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행복한 사람을 두고 말할 때 지금의 자기 식구들처럼 그렇게 행복한 사람들이 어디에 있으랴! 유격대원들치고 그 누구인들 장군님의 고귀한 은정에 접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만 자기네 가정처럼 큰 은정, 큰 행복을 받아안은 가정은 둘도 없을것이다.

최선금은 그지없이 송구스럽고 안타까왔다.

《어떡하면 이 은정에 보답할가요? 저는 이렇게 앓고있지, 저애들은 어리지··· 혁명에 도움줄 대신 부담과 근심걱정만 끼치고있으니···》

《그러게 어떻게 하나 어서 건강을 회복해주오.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면 그만큼 앞당겨 심려를 덜어드리게 되질 않겠소?》

최선금은 아무 말 없이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말보다 더 뚜렷하게 그 마음속을 내비쳐주고있는 정기어린 눈으로 남편을 쳐다보았다.

《정말이지 인차 회복할테니 당신도 안심하구 사업을 잘 하세요.》

병원에 내려와서 리경준은 최선금에게 자기가 사령관동지의 지시에 따라 무송에 나가 당분간 공작하게 되였다는것을 알렸다.

리경준은 안해에게 남호두회의에서 조성된 국제국내정세의 요구에 맞게 광범한 반일민족통일전선체조직을 결성할데 대한 새로운 방침이 제시된데 대해서와 그 거족적인 조직이 앞으로 전반적조선혁명을 앙양시킴에 있어서 놀게 될 거대한 역할과 의의에 대하여, 사령관동지께서 기울이시고계시는 로고와 그이의 구상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있는 준비사업들에 대하여 간명하게 리해시켜주었다. 그는 또한 미구에 선포하게 될 조국광복회의 창건준비를 위한 지하정치공작에 대하여 그리고 자기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각지에 파견되여나간다는것도 말해주었다.

리경준은 떠날 때 안해에게 부탁을 남기였다.

《여보! 당신한테 한가지 부탁할게 있소. 우리 장군님께 새 군복을 한벌 마련해드리지 않겠소. 내 공작지에 내려가면 군복감을 구해서 보낼테니 어떻게 하나 꼭 당신 손으로 그이의 군복을 지어드리도록 해주오. 당신이 건강을 회복하고 짬짬이 지었다면 그이께서도 사양하지 않으시고 받으실거요.》

《알겠어요. 꼭 그렇게 해주세요. 나도 사실 그런 이야길 하자던 참이였어요.》

《그럼 우리 그렇게 하기로 약속합시다.》

그들 부부는 헤여지며 서로 당부하고 서로 격려하였다.

명일이와 명숙이도 엄마말을 잘 듣고 엄마를 도와 엄마가 빨리 추서게 하겠다고 말하면서 아이들다운 인사말을 하였다.

명일이는 아까 아버지가 《대통령감》이라고 하는 령감이 사진기를 구하면 보내줄것을 아버지에게 부탁했다는 말을 귀결에 듣고난뒤 그 말을 잊지 않았던지 아버지가 돌아오면 엄마랑, 큰엄마랑, 장기령아저씨랑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였다.

《오냐, 그렇게 하자. 조국광복회가 창건되는 경사스러운 날에 우리 같이 기념사진을 찍자꾸나.》

리경준은 아이들과 약속하였다.

리경준은 안해와 아이들의 따뜻한 바래움을 받으며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