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6

 

제 8 장

6

 

강세호는 미혼진병원에서 기어이 퇴원하여 사령부를 따라 마안산까지 찾아나온 차동범을 인차 만나보았다.

워낙 차동범은 강세호가 단출한 사령부일행과 함께 미혼진을 떠날 때 그와 같이 사령관동지를 모셔드리며 나왔으면 했지만 그때는 그렇게 할만큼한 건강조건이 못되였으므로 그냥 미혼진병원에 남았었다. 그때의 건강으로 16명의 단출한 사령부일행을 따라 나선다는것은 도움은 고사하고 심려와 로고와 부담만 더해드린다는것을 생각했던 차동범은 건강이 웬만해지면 병원에서 도망쳐서라도 사령부를 따라 무송으로 나오겠다고 강세호한테만 귀띔했었다. 그러더니 이렇게 벌써 이 마안산에 나타난것이다.

두사람은 서로 안고 빙글빙글 돌아가다가 해빛이 다양하게 내려쪼이는 훤한데로 나왔다.

그들은 떠들썩 웃으면서 서로 어깨를 쥐여박기도 하였다.

《이마에 감았던 붕대는 왜 풀어던졌어? 응? 병원에서 도망치는데 붕대가 방해되였던게로군.》

강세호는 군모를 숱이 많은 눈섭우에까지 내려쓰기는 하였으나 관자노리의 상처자리는 감추지 못한 차동범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솜외투의 앞자락을 헤쳐놓은채 걷고있던 차동범은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이거 만나자마자 인사가 좀 날카롭군. 강동무한테야 언제나 실물교육이 필요하지. 그래 한번 보아야 마음놓을 작정인가? 자 보라구-》 하고 차동범은 모자를 훌렁 벗고 딴딴하고 검실검실한 이마빡을 쑥 내밀었다. 뜻밖의 일이라 강세호는 뒤로 물러서며 쳐다보았는데 그때 벌써 차동범은 재빨리 모자를 쓰고말았다. 그런속에서도 강세호는 이마우에 동전잎만 한 상처자리가 난것을 알아보고 가슴이 쓰려서 못본척 하였다. 그리고는 마음에 없는 우스개소리를 하였다.

《허, 나는 차동무가 이렇게까지 정직할줄은 몰랐군. 거참 솔직한데-》

차동범은 튼튼한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다가 강세호의 등을 툭 쳤다.

《여보게 친구, 동무가 그렇게 깐깐한 친구인줄은 나도 처음 알았네. 걱정이 많으면 빨리 늙는 법이라네.》강세호는 앞에 드리운 나무가지들을 밀어놓으면서 한걸음 뒤에서 걸어오는 차동범에게 불편이 없도록 하느라고 애를 썼다. 단단하고 걸찬 이깔나무가지보다는 비록 메마르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황철나무가지가 연하고 탄력이 있어서 헤쳐나가기가 한결 헐했다. 이런 일에는 성질이 급한 차동범이보다 강세호의 손길이 다심한데가 있었다.

그들이 그간 서로 지내온 이야기를 나누며 은백색줄기를 곧게 세운 봇나무가 주런이 늘어선 공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가만-가만-》

차동범이 별안간 잦아드는 소리를 하며 강세호의 손목을 틀어잡고 어깨를 낮추었다. 그의 눈가에 천진스런 미소가 어렸다. 영문을 모르고 한걸음 뒤로 물러선 강세호는 차동범이 가리키는 두줄기 봇나무가 서있는곳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봇나무의 웃초리를, 다음에는 굵은 가지들을 더듬어보았으나 눈에 뜨이는것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영문인가 묻는듯 한 눈길로 차동범을 돌아보았을 때 몇걸음 옮기던 차동범이 봇나무밑둥을 가리키며 또 걸음을 멈추었다. 봇나무밑에는 진회색토끼 한마리가 꼬부린 등을 이쪽으로 돌리고앉아서 커다란 두귀를 까불짝거리며 장난을 하고있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갑삭 돌아앉아서 보란듯이 머리를 뒤로 젖히고 마른 봇나무잎사귀를 삽삽하게 씹었다.

《어떻게 한다? 붙잡아야 할텐데-》

하고 차동범은 눈짓으로 강세호더러 측면으로 나서라고 하였다. 강세호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토끼가 빠져나갈수 있는 저쪽변두리로 슬금슬금 걸어나가며 긴장한 눈초리로 토끼를 살폈다.

바틈한 목을 어깨에 박고 금시 덮칠듯이 두손을 들고 튼튼한 아래턱에 힘을 준 차동범은 날카로운 눈빛을 감추기라도 하듯 눈을 쪼프리며 외나무다리를 건느는것처럼 한걸음한걸음 더듬어갔다.

그러다가 그만 백포자락이 삭정이에 걸린것을 모르고 걷는 바람에 삭정이 부러지는 야무진 소리가 딱 하고 울렸다. 벌써 저편에서 방어태세를 하고있던 강세호가 못마땅한듯 성난 눈짓으로 흘겨보다가 나중에는 주먹까지 내보이였다. 차동범은 그저 입을 벌린채 눈을 꺼벅거리는것으로 사죄를 하였다.

이때 씹기를 그만둔 토끼는 눈송이가 달라붙은 주둥이를 높이 쳐들고 귀를 칼날같이 곤두세웠다. 반짝거리는 눈은 앞을 바라보고 두귀는 앞뒤로 숙여지기도 하고 좌우로 번져지기도 하다가 나중에는 한데 모여 쭈뼛 일어섰다.

그러더니 강세호쪽으로 냉큼 돌아앉았다. 이때 강세호는 공지에 나섰을 때였으므로 몸을 숨기지 못하고말았다. 초조감에 사로잡힌 차동범은 허리를 굽히라고 손시늉을 하더니 토끼의 뒤로 달려갔다. 그러나 토끼는 당황함이 없이 몸을 움츠렸다가 방비가 약한 구석을 찾고는 껑충 뛰여 달아났다.

《우-우-우-》

《우-여-어-》

두 련대장은 정신없이 허둥지둥 앞서거니 뒤서거니 토끼를 쫓았다. 곧추 달려가던 토끼는 방향을 돌려 원을 그리며 달렸다. 자신이 있는듯 한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달리다가 획 우측으로 꺾더니 강세호가 두팔을 벌리고 막아 서있는 바로 그 잡관목덤불속으로 자취를 감추고말았다. 두 련대장은 토끼가 다시 나오기로 약속이나 한듯이 컴컴한 덤불속을 한참동안이나 들여다보았다. 이윽고 차동범이 먼저 허리를 펴며

《에헤, 허탕을 쳤군.》 하고 아쉬운듯 손을 털었으나 눈에는 만족한 미소를 담고있었다.

《음, 땀을 쭉 뽑았군.》 하고 강세호는 토끼때문인것이 아니라 차동범을 놓고 하는 소리라는 뜻으로 그를 외면한채로 묻지 않은 눈을 탁탁 털었다. 그러자 차동범은 껄껄 웃으며 강세호의 등을 툭 치며 슬쩍 밀쳤다. 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다가 유쾌하게 웃으며 또 밀림속을 거닐었다. 토끼의 출현으로 두사람은 한결 명랑해졌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동무의 부상때문에 내내 걱정하셨다네.》

《쓸데없는 부상을 당해놓고··· 머리에 붕대까지 감으니까 보는 사람마다 인사라니까. 사령관동지께서 보시면 또 심려하실것 같아 붕대를 풀어버렸네.》

밋밋한 피나무가지를 꺾어든 강세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내 그런줄 알았네.》

《그새 강동무가 혼자서 수고많았네. 무송에두 다녀오구··· 도중에서 뭐 그 천이랑 빼앗길번 했다면서?》

《건 어느새 벌써 들었나?》

《사령관동지께서 말씀해주시더군. 나는 사령관동지를 만나뵙고 정말 새삼스럽게 동무나 나나 얼마나 그이의 사랑을 받고있는가를 깨달았네. 동무에게 자주 단독임무를 맡기게 되신다고 하시면서 동무의 신변이랑 얼마나 걱정하시는지···》

강세호는 가슴이 후더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왔다.

《나는 정말 사령관동지께서 나 한사람만이라두 걱정하시지 말아주셨으면싶네.》

차동범은 한숨을 내쉬였다.

《아 참! 언제 가면 우리들이 제구실을 해보겠는지! 사령관동지의 심려를 덜어드려야 할 우리들이 늘 걱정만 끼쳐드리니··· 얼굴이 뜨겁네!》
튼튼한 턱을 언뜻 들고 날카로운 눈으로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차동범은 목멘 소리를 하였다. 이즘에 듣지 못하였던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는 꽤 높았음에도 강세호는 귀를 기울이였다. 그것은 마치 차동범의 열정으로 높이 뛰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으려는것 같았다. 강세호는 말보다는 표현되지 않은 차동범의 심중을 리해하는데 습관되여있었다.

이렇게 이야기는 자연히 사령관동지를 잘 모시는 문제를 두고 흘러갔다. 이것은 지휘성원들끼리 만나면 꼭 되풀이하는 이야기의 흐름이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한동안 사령관동지를 잘 모실 문제를 두고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그들은 오늘아침 림시로 대렬편성을 했다는 《민생단》감투를 벗은 사람들을 앞으로 정식대렬편성을 할 때에는 경위대에 많은 인원이 가도록 하자는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조직되는 자기 련대들에서 가장 우수한 대원들을 골라 리북철이한테 넘기자는 약속을 하였다.

또한 그 더러운 루명을 벗은 사람들을 잘 돕고 훌륭히 키워내여 그들에 대한 사령관동지의 크나큰 신임을 찬란하게 빛내이자는 결심들도 다졌다.

차동범이와의 짧은 상봉의 즐거움을 나누고난 강세호는 다시금 아동단원들의 옷때문에 재봉대원들에게로, 그다음에는 한남실에게로 향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