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5

 

제 8 장

5

 

장군님께서 사오년동안 품속에 고이 간직해오셨던 귀중한 돈을 받아들고 무송으로 천을 사러 길을 떠나던 순간부터 강세호의 마음속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직 그 혼자의 가슴속깊이 묻어두고있는 한가지 속궁리가 있었다.

그것은 헐벗은 마안산아동단원들의 옷을 마련하게 되는 이번 기회에 아직까지 기운 군복을 입고계시는 장군님께 새 군복을 지어올리려는것이였다.

사실을 정확히 말하면 바로 그렇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기때문에 강반석어머님의 고귀한 사랑이 깃들어있는, 가슴이 저리고 손이 떨려 감히 받아서 함부로 써버릴수 없는 그 20원돈을 더 이상 사양하지 못하고 받아쥘수밖에 없었던 강세호였다.

그는 결코 헐벗은 아동단원들에게 당장 옷을 해입힐 다른 길이 없었기때문에만 그 돈을 받은것은 아니였다. 벌거벗다싶이한 아이들의 정상이 아무리 가긍하고 또 그 애들에게 한시바삐 옷을 해입혀주시려는 장군님의 소원이 아무리 절절하시였어도 그와 같은 속궁리를 가지고있지 않았더라면 그 돈을 그렇게 쉬이 받지 못했을것이며 설사 받았다 해도 그 돈으로 주저함이 없이 선뜻 천을 사들지 못하였을것이다.

아이들에게 그 누구도 함부로 써버릴수 없는 그 사연깊은 돈의 래력을 말해주면서 며칠만이라도 참아달라고 터놓고 량해를 구하든가 아니면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적의 수송대를 치든가 그밖에 다른 방도를 찾았을것이다.

장군님의 소망이 그러하신데다 여러가지 딱한 사정때문에 어쩔수 없이 그 돈을 쓰지 않을수 없는바에는 어머님의 사랑이 장군님의 몸에 어떻게나 남아있어 그이께서 항시 어머님의 따스한 사랑을 온몸에 느끼실수 있도록 해드리고싶은것이 강세호의 심정이였다.

그렇게 하는것은 바로 장군님의 어머님께서 생전에 지니셨던 뜻을 지켜드리는 자기들의 드틸수 없는 의무이며 도리라고도 생각한 강세호였다.

지금껏 장군님께서 기운 낡은 군복을 그냥 입고계시도록 하고있는 자기자신에 대한 모멸감에 사로잡혀 그 누구앞에서나 무시로 얼굴이 뜨끈뜨끈하고 민망스럽기만 하던 강세호였던만큼 그는 자기 결심대로 집행하였다.

그는 무송에 가서 아이들의 옷감을 사면서 각별히 고르고 골라 한벌의 군복을 지을수 있는 천을 같이 끊었었다. 그리고나서야 가벼운 기분으로 돌아서서 마음속에 날개라도 돋친듯 마안산에로의 길을 재촉해왔던것이다.

사령관동지께서 재봉대에 찾아가 형편을 료해하고 지체없이 아동단원들의 옷을 짓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은 강세호는 재봉대에 도착하자 실태를 알아본 다음 우선 남녀아동단복을 한벌씩 짓게 하는 동시에 아무도 모르게 따로 간수해가지고 갔던 감으로 장군님의 군복을 지을데 대하여 의논하였다.

여기서 강세호는 장군님을 모시는 사업에서 빈구석들이 있다고 리북철을 충고한적 있는 자기자신에게도 그만 못지 않게 빈구석이 있었다는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장군님의 군복을 지어드리자고보니 필요한 치수를 알수 없었던것이다. 리북철이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사령관동지를 모시고있는 사람으로서 여적 그것조차 알아두지 않고 지내왔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그는 부끄러움속에 자신을 질책했다.

어림짐작으로 군복을 지어올릴수는 없었다. 언제나 흠모해마지않는 사령관동지의 군복을 처음 지어볼 영광을 지니게 된 마안산 재봉대원들도 강세호도 군복을 몸에 꼭 맞게 지어드려야 하겠다는 일치한 생각들을 가지고있었다.

어떻게 하면 정확한 치수를 맞춰낼수 있겠는가를 잠시 궁리하던 강세호는 최선금에게 생각이 미치자 그길로 병원을 찾아갔다.

왕청에서 몇차례나 사령관동지의 군복을 지어본적이 있는 최선금은 비상하달만치 소매길이며 모자테의 둘레 등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치수를 정확히 기억해두고있었다.

강세호는 병원에서 재봉대까지의 꽤 먼길을 날듯 한 기분으로 단숨에 돌아왔다. 그리고 순 녀대원들뿐인 재봉대원들의 살림에서 남자의 손이 가야 할만 한 일거리를 찾아내여 이것저것 손질해주면서 장군님의 군복과 견본삼아 우선 만들라고 부탁했던 남녀아동단복이 지어지기를 기다렸다.

재봉대원들은 어린 아이처럼 자주 곁에 나타나서는 옷이 어느만큼 됐는지 보고 또 보군 하는 강세호의 초조해하는 심정을 헤아려 밤에도 일손을 놓지 않고 갖은 정성을 다하였다. 재봉대원들의 귀틀집에서는 재봉기 돌아가는 소리가 밤새껏 울렸다.

장군님의 군복과 첫 남녀아동단복이 다 되자 강세호는 그것들을 정히 개여 배낭안에 넣어가지고 사령관동지께서 가 계실 제2련대병실을 찾아 지체없이 길을 떠났다.

재봉대원들이 대준대로 가파로운 고개를 두개 넘어서 다시 산굽이를 에돌아 텅빈 제2련대병실들이 자리잡고있다는 골짜기어구에 들어섰을 때 어디에선가 《련대장동지!》 하고 나지막하나 반갑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키낮은 전나무아래 바위뒤에서 개털모자를 쓴 경위대원 두칠이가 쌀쌀한 추위에 뭉툭한 코끝이 뻘개진 얼굴을 내밀고 싱긋 웃어보였다.

《여기서 뭘 하오? 보초근무요?》

《네.》

두칠은 나무아래의 바위뒤에서 나오려고 하였다.

《나오지 마오.》

강세호는 주위를 둘러보고 별다른 정황이 없다는것을 확인한 다음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날이 찬데 귀덮개를 내리우지···》

귀덮개를 우로 올린 두칠이의 털모자에는 삐죽삐죽한 마른 전나무잎들이 달라붙어있었다.

《일없습니다. 귀덮개를 내리우면 잘 듣지 못합니다.》

두칠은 《밝은 귀》로 알려져있는 경위대장 리북철의 본을 따고있음이 명백하였다. 항상 밝은 귀를 유지하기 위하여 아무리 추운 때라도 귀덮개를 내리우는 법 없는 리북철의 책임성있는 본을 따르는것은 좋은 일이다.

강세호는 저으기 흡족한 마음으로 지낼수록 정이 가는 두칠이에게 한가지 요령을 일러주었다.

《한쪽씩 엇바꾸어 내리우군 하라구. 동무네 대장도 단련될 때까지 그렇게 했다더구만.》

그것은 사실 리북철의 경험이 아니라 강세호자신의 경험이였다. 지난날 그는 사령관동지를 호위할 때 그와 같은 방법으로 귀를 단련시켰던것이다.

《모자테에다 고무줄이나 노끈을 두르고 거기에 끼워놓으면 한쪽 귀덮개만 올릴수 있소.》《알겠습니다. 앞으로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어서 들어가보십시오. 사령관동지께서 기다리실겝니다. 재봉대에서 오시는길입니까?》

《음, 재봉대에서 곧장, 그런데 몹시 기다리시오?》

《련대장동지를 찾으시는 말씀은 듣지 못했지만 제 생각에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불어났으니까요.》

《사람들이 많이 불어나다니?》

《<민생단>혐의자들이 왔다는 소식을 못들었습니까?》

강세호는 금시초문이였다.

《그 사람들이 왔소? 얼마나 왔소?》

《한 백명 잘되겠습니다. 우리 경위대장동지가 림강 마이허라는덴가 가서 찾아가지구 데려왔답니다. 그럼 련대장동지는 사령관동지께서 <민생단>보따리를 불태워버리신것도 모르고 오셨겠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강세호는 새라새로운 소식을 주어대는 두칠의 말에 얼떨떨했다.

《사령관동지께서 그 <증거문건>이란걸 다 검토해보시구 또 그 <민생단>혐의를 받았던 사람들과 친히 담화해보시구나서 어제아침 그 동무들앞에서 이따위 의심보따리는 우리 조선혁명에 백해무익하다구 선언하신 다음 손수 그 <민생단>보따리에 불을 지르셨습니다. 그러자 모두 울구 정말 굉장했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과거는 다 백지로 인정한다, 동무들은 이제부터 다 새 출발을 한다고 선포하시구 친히 그 사람들을 데리시고 나가시여 어제 하루를 사냥으로 즐기도록 하시였습니다. 노루만 해도 자그만치 일곱마리나 잡았습니다. 저녁에는 고기만두를 빚어 모두 푸짐하게들 먹구 오락회를 열구 굉장하게 노는게 참 볼만 했습니다.》

두칠이는 어제 자기가 본 장쾌하고 감격적인 광경들을 신이 나서 이야기하였다. 강세호는 그 모든 일들이 자기가 없는 때에 벌어졌다는것이 은근히 섭섭했고 두칠이가 몹시 부러웠다.

《그래 사령관동지께서는 지금 어디 계시오?》

한결 더 마음이 급해진 강세호는 가만 둬두면 한정없이 그냥 떠들어댈것 같은 두칠이의 말이 잠시 동강난 틈에 물었다.

《병실마당에 찾아가보십시오. 아까 사령관동지께서는 거기서 <민생단>혐의를 받았던 사람들로 림시대렬편성을 해주시고계셨습니다.》

《경각성있게 근무를 잘 서라구. 적들이 벌써 우리 인민혁명군사령부가 무송땅에 나왔다는걸 알고있으니만치 언제 여기에도 나타날지 모르니까.》

두칠이와 헤여진 강세호는 급한 걸음으로 골짜기를 톺아올라갔다.

웅성거리는 말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이 덮인 개울옆의 잔디밭에 여라문명 나마 되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낡고 허술한 군복차림들이였으나 한결같이 밝은 얼굴빛을 띤 그들은 무슨 명절 맞을 준비를 하는 사람들마냥 유쾌한 롱말을 주고받으면서 맨 가위로 텁숙해진 머리를 깎기도 하고 깨진 절반짜리 쪼각손거울을 나무옹이우에 받쳐놓고 앉아 면도를 하기도 하였다. 그중의 한 대원은 날을 잘 세운 단검으로 시꺼먼 수염이 한벌 덮인 턱과 목을 밀어내고있었다. 얼음을 까낸 개울물에서 헉헉 흐느끼며 머리를 씻는 대원도 있었다. 방금 세수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문댄 두 대원의 시뻘건 얼굴에서는 김이 피여올랐다.

개울건너편 산비탈에는 다른 한무리의 사람들이 해를 마주하여 모여앉았는데 몸매 다부지고 목이 밭은 한사람이 그앞에서 주먹으로 가끔 허공을 내리치며 그들에게 무슨 말인가 하고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병실로 쓰는 귀틀집마당에는 두개의 대렬이 정렬해 서있었는데 그 무슨 행군준비정형을 검열하기라도 하는듯 대렬책임자들이 그들의 정돈상태를 살펴보고있었으며 마당 한귀퉁이에서는 다른 한떼의 사람들이 무기소제를 하기도 하고 혹은 배낭을 손질하거나 목달개를 달거나 행전을 치거나 신발을 손질하고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어디 계시는지 보이지 않았다.

강세호가 마당 한옆에서 복장과 무기를 손질하고있는 사람들에게 알아보려고 다가가고있을 때 분비나무숲사이의 오솔길에서 전령병 주봉길이 달려나오다가 그를 보고 멈춰서며 인사를 했다.

《사령관동지께서 어디 계시오?》

《지휘부귀틀집에 계십니다. 이 길을 따라가다가 등성이를 넘어서면 거기에 자그마한 귀틀집이 하나 있습니다.》

주봉길이 대준 그 귀틀집근처의 넙적한 너럭바위우에서는 리북철이와 현팔이가 기관총을 분해해놓고 앉아 한창 무기소재를 하고있었다. 리동백이도 옆에서 그들을 거들어주면서 기관총작용원리를 설명하는 리북철의 말을 듣고있었다.

강세호를 보자 세사람은 일시에 일어났다.

《수고했소. 경위대장동무! 그 사람들을 용케 찾아 데려왔더구만.》

리북철을 여러날만에 보는 강세호는 거수경례를 붙인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기름이 묻어 어지럽습니다.》

리북철은 오른손을 등뒤로 가져갔다.

《원 별소릴 다 하오.》

강세호는 가볍게 나무라며 손을 그냥 내밀었다.

《괜히 손을 더럽히지 마십시오. 곧 사령관동지를 뵈올텐데요.》

강세호는 그러며 끝내 악수를 사양하는 리북철에게 새삼스럽게 정이 갔다.

《재봉대에서 오는길이요. <민생단>보따리가 재로 돼버렸다면서?》

《벌써 들었습니까? 참 장관이였습니다.》

《여기 들어오다가 두칠동무한테서 방금 들었소. 지나오면서 보자니까 모두 얼굴들이 이만저만 밝지 않더구만. 명절준비를 하는 사람들처럼 흥성거리구··· 뭐 벌써 대렬편성까지 했다면서?》

《아까 사령관동지께서 억울한 루명을 썼던 사람들을 가르시여 림시로 소대들을 편성해주셨습니다. 무기도 골고루 돌아가게 고려해서말입니다. 무기라는게 형편없습니다. 쓸만 한 총은 몇자루뿐이구 나머지는 총알도 제대로 나가지 않는것들입니다. 탄알들도 거의 없구. 그래서 사령관동지께서는 우선 무기와 탄알을 확보하기 위한 소규모의 전투들을 계획하고 준비하도록 지시하시였습니다. 새로 조직되는 부대에 믿을만 한 화력기재라군 이 기관총 한문밖에 없다싶이합니다. 아까 사령관동지께서는 대렬을 림시로 편성하시고나서 그 동무들앞에서 현재의 각박한 형편을 뚫고나갈데 대하여 절절히 말씀하시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기관총 한문밖에 없다, 기관총으로 적들을 들이칠테니 동무들은 육박전을 벌려서라도 무기와 탄알을 빼앗으라고말입니다. 그러자 모든 동무들이 환성을 올리며 육탄이 되여 싸워서라도 무기와 탄알을 갖추겠다고 앞을 다투어 다짐들을 했습니다.》

강세호는 《민생단》혐의를 받았던 사람들이 미구에 있을 출전을 마치 명절을 맞는것 같은 기분으로 준비하고있는 그 심정이 리해되였다.

《재봉대에 갔던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리동백의 물음이였다.

《먼저 견본만 한벌씩 가져왔습니다.》

하고 강세호는 다시 리북철을 돌아보며 물었다.

《사령관동지께서 계시오?》

《네, 계십니다. 어서 들어가보십시오.》

강세호가 귀틀집에 들어서자 사령관동지께서는 반가와하시였다.

《수고했소. 그래 아이들의 옷은 어떻게 됐소? 몇벌이나 만들었소?》

《우선 남녀아동단복견본만 가져왔습니다.》

《견본을? 어디 봅시다.》

강세호는 배낭속에서 견본으로 만든 옷들을 차례로 꺼내여 통나무책상우에 놓았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그 옷들을 일일이 다 펴보시고 쳐들어보시기도 하셨다.

《맵시두 있구 성의있게 아주 잘 만들었구만. 아동단원들이 받아입으면 얼마나 좋아하겠소! 그런데 왜 두벌밖에 못만들었소? 재봉대의 형편이 어려운 모양이구만?》

《재봉대원이 모두 세동무뿐인데다 재봉기는 두대뿐입니다. 그중에 한대는 북이 못쓰게 돼서 돌리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래서 그 치마와 저고리는 손으로 누빈것입니다.》

《누빈거라? 손으로 누빈게라면 여기 재봉대에도 최선금동무처럼 솜씨있는 재봉대원들이 있는 모양이군. 견본은 마음에 드오. 유격근거지때에 입히던 아동단복과 같은것이니 아동단원들도 물어보나마나 마음에 들어할거요. 다 이 모양대로 해입히도록 합시다. 재봉기와 손이 모자란다니 여기 있는 작식대원들과 녀대원들에게 호소해서 손으로 누벼서라도 어서 벗은 애들부터 입혀줍시다. 필요하다면 남성동무들의 손까지 빌립시다. 좀 서투르게 지었다 해도 우리 아이들은 나무라지 않을것입니다.

그 애들도 유격대원들의 성의를 알아줄거요. 될수록 아이들의 몸에 꼭 맞게 지어야겠소. 한남실동무보구 당장 급하게 해입힐 아동단원들부터 몸을 재가지구 천이랑 여기 가지구 와서 녀대원들에게 맡기도록 하라면 될것입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손수 사내애의 옷견본을 차곡차곡 접으시며 말씀하시였다.

《알겠습니다.》

강세호도 치마를 접고 저고리도 마저 접었다.

《그런데 한가지 부탁할것이 있소.》

사령관동지께서는 접으신 옷을 강세호의 손에 넘겨주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여덟살나는 사내애옷과 여섯살나는 계집애옷을 한벌씩 먼저 만들어 나에게 보내줄수 없겠소? 이 옷은 너무 커서 맞지 않을것 같아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세호는 사령관동지께서 누구한테 입히시려는지 몰라 궁금했지만 외람된 질문으로 될것 같아 묻지 않았다. 마안산아동단원들가운데는 여덟살나는 사내애는 몇이 있었지만 여섯살로 보일만큼 어린 계집애는 본 기억이 없었다.

《그럼 래일 저녁때까지 나에게 동무가 직접 가져오시오. 동무가 오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으니 꼭 동무가 가지고 래일 저녁때까지 와야겠소.》

사령관동지께서는 강세호에게 하실 이야기를 끝내신듯 그가 아동단복들을 배낭에 도로 넣기를 기다리셨다. 그러나 강세호는 접은 옷들을 배낭옆에 쌓아놓은채 머밀머밀하고있었다.

《무슨 할 말이 있소?》

사령관동지께서 물으시였다.

《네!》

강세호는 몸을 바로잡으며 대답했다.

《그럼 말할게지. 뭘 동무가 다 망설이며 그러오?》

사령관동지께서는 가벼이 나무라시듯 말씀하시며 정겹게 웃으시였다.

강세호는 여며놓았던 배낭아구리를 헤치고 그안에서 새로 지어온 사령관동지의 군복을 꺼냈다.

그는 그 군복을 정히 받쳐들고 자기와 군복을 의아쩍게 번갈아보시는 사령관동지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사령관동지의 군복을 새로 지었습니다.》

잠시 책상우에 놓은 군복을 지켜보시다가 강세호를 넘겨다보시는 그이의 눈에는 놀라시는 빛이 어렸다.

《천이 어디서 났소?》

《그 20원에서 한감을 끊었습니다···》

강세호는 무엇인가 더 말씀드리고싶었으나 말하지 않았다. 그의 눈길은 부지중 사령관동지께서 입고계시는 낡은 군복바지의 기운 자리로 쏠리였다.

장군님께서는 그 군복을 마련한 강세호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시였다.

어머님의 고귀한 사랑을 그 군복에 옮겨 그대로 남기고싶어하는 강세호의 심정을 장군님께서는 너무나도 잘 알수 있으시였다.

《잊지 않겠소. 내가 이렇게 좋은 동무들속에 있다는것을 아신다면 우리 어머님도 퍽 기뻐하실거요!》

그러시면서 통나무책상우에 놓인 군복을 쓸어보시던 장군님께서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마침 잘되였소. 그러지 않아도 군복 한벌을 속히 마련할수 없을가 하고 궁리하던참인데··· 그리고 한가지 기쁜 소식을 전하겠소. 오늘 차동범동무가 퇴원하여왔소. 강동무를 기다리던데 어서 만나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