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4

 

제 8 장

4

 

작식터에서는 더운 김이 문문 피여올랐다. 장철구는 군복소매를 걷어올리고 앉아서 가마대신 쓰는 소랭이밑에 이깔나무삭정이를 꺾어넣고있었다. 철구의 맞은편에 앉은 얼굴이 갸름한 녀대원은 널판자우에다 밀가루반죽을 하고있었다.

《철구어머니, 노루를 몇마리나 잡을것 같아요?》

《글쎄··· 한다하는 명사수들이 갔으니까 대여섯마리는 문제없겠지. 장기령동무랑 고명창동무랑은 잣꼭지를 쏴떨구는 명사수가 아니우?》

《노루고기로 속을 넣고 만두를 빚어봤으면 좋겠네!》

《만두만 빚겠수? 칼제비국도 해야지.》 하고 철구는 소랭이를 덮은 나무판대기를 열었다.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그는 소금물에 절인 콩을 두개의 군용밥통에 퍼담았다. 그리고나서 중천에 뜬 해를 쳐다보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위대에 가보겠어요.》

장철구는 팔소매를 내리고 군복매무시를 바로잡았다. 그러자 밀가루반죽을 하던 녀대원도 해를 쳐다보았다.

《아유, 해님이 저렇게 높아졌네. 사령관동지께서는 아침식사도 번지셨는데···》

녀대원은 일어나서 철구의 어깨에 앉은 검불을 털어주었다.

철구는 작식터를 떠났다. 사령관동지의 크나큰 믿음으로 억울한 루명을 벗어던졌을뿐아니라 그이께 드릴 식사를 마련하는 영광을 지닌 철구는 무한한 행복감에 잠겨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회의를 마치시자 억울한 혐의를 받고있던 대원들의 기분을 전환시켜주시기 위하여 그들과 함께 사냥을 떠나시였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점심때가 되였는데도 돌아오시지 않으시였다.

《사냥군》들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서야 돌아왔다. 여느때없이 떠들썩한 대렬이였다.

고명창은 거무틱틱한 얼굴에 노상 웃음을 띠우고 앞장에 서서 걸었다. 그전날의 사냥군솜씨를 보이며 몰이군을 지휘한 고명창은 사냥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골짜기와 산등판을 돌아다니는 기분이였다. 그는 뒤를 돌아다보며 벌쭉거렸다. 고명창의 뒤에는 장대에 노루를 달아서 멘 동무들이 따랐다. 장대는 활등처럼 휘여가지고 금시 부러질듯 아츠러운 소리를 냈고 땅에 드리운 노루대가리가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거렸다.

밀영에 남았던 녀대원들이 여기저기서 달려나왔다. 삽시에 《사냥군》대렬은 녀대원들에게 둘러싸이였다.

《동무들, 수고했어요!》

《몇마리나 잡았어요? 뭐 일곱마리?! 그게 정말이예요?》

《어디 봅시다. 길을 좀 내요!》

《동무들, 대단해요. 정말 대단해!》

《구경군》들이 점점 늘어났다. 《구경군》들은 해빛에 반짝이는 노루털을 쓸어보기도 하고 흰점이 박힌 살찐 엉덩짝을 철썩 때려보기도 하였다. 또 어떤 녀동무는 활등처럼 휘여진 장대를 받아메기도 하였다.

《정말 고포수의 솜씨가 다르군요.》

겹겹이 둘러선 《구경군》들속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고명창의 청청한 목소리가 응했다.

《아니요. 명사수 장기령동무의 솜씨요.》

장철구는 뒤늦게야 달려왔다. 고명창은 철구를 보자 반갑게 손짓을 하였다.

《자, 철구어머니! 받으시오. 자그만치 일곱마리요.》

《정말 일곱마리네! 이 많은걸 다 어떻게 할가?》

철구는 처음에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졌고 다음에는 난처해서 두손을 마주잡았다. 될수록이면 《사냥군》들이 많은 노루를 잡아오기를 바라던 철구였으나 정작 여러마리를 잡아온걸 보니 그것을 처분할 일이 난감했던것이다.

《철구어머니, 걱정마시우, 자셔줄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병원에랑 아동단원들한테랑은 안보내겠소? 그러구두 남으면 배낭에 지고다니면서 두고두고 먹읍시다그려.》

고명창은 여전히 청높은 음성으로 말하고는 껄껄 웃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대렬뒤에 서계시였는데 리북철이가 무엇이라고 말씀을 드리고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만족하신듯 고개를 끄덕이시면서도 부드러운 눈길만은 《사냥군》들한테서 떼시지 않으시였다.

장철구는 노루생각을 잊어버리고 대뜸 사령관동지 앞으로 달려갔다.

《사령관동지, 점심식사는 준비된지 오랩니다. 그런데 벌써 저녁때가··· 아침식사도 번지시고···》

《아닙니다. 철구어머니, 저 동무들을 보십시오. 저 동무들의 웃음을 진수성찬에 비기겠습니까?》

숲속에서는 웃음소리가 좀처럼 떠날줄 몰랐다. 혐의를 받고있던 사람들이 몇달만에, 그것도 사령관동지의 따사로운 품에 안겨 우울을 가시고 피여난 웃음이니 그럴만도 하였다.

어느덧 저녁노을이 숲변두리를 곱게 감쌌다.

이날저녁 사령관동지께서는 아침과 점심을 겸하여 저녁을 드시였다.

밤에는 유쾌한 오락회가 벌어졌다.

오래동안 노래도 춤도 잊었던 사람들이 이날 밤에는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고 다리가 뻣뻣해지도록 춤을 추었고 있는 재간껏 웃기고 마음껏 떠들썩하게 웃어댔다.

어찌 춤추고 노래부르지 않을수 있으랴.

혁명의 변절자, 배신자라는 그 몸서리쳐지는 억울한 루명을 벗어던지고 깨끗한 인간으로서의 자격과 혁명가로서의 당당한 자부심을 되찾은 그들은 행복에 겨워 노래부르고 환희에 넘쳐 춤을 추었다.

그러나 이 밤 그렇게 화락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사령관동지께서는 사령부귀틀집에서 앞으로 해야 할 사업을 생각하시고계시였다.

수많은 시름을 도맡다싶이 안고계시는 사령관동지이시였다.

일제는 조선인민혁명군사령부가 무송현 경내에 나왔다는것을 벌써 알아내고 《토벌》을 준비하고있었다. 그런데 사령부수하에는 이제 겨우 100여명이 있을뿐이였다. 친솔부대의 골간으로, 기둥으로 되여야 할 이 100여명의 사람들조차 버림받다싶이했던 사람들이였으므로 변변한 무기들을 못가지고있었고 더우기 탄알은 아주 적었다.

오늘 사냥을 나가서 그들이 가지고있던 총들을 시험해보니 대부분이 조준편차가 많은 낡은 총들이였다. 한사람앞으로 세알씩 가지고있었다는 탄알은 림강에 갔을 때 쓰고 오늘 사냥에서 쓰다나니 거의 다 떨어졌다는것이다.

경위대에는 대원 15명과 기관총 한문밖에 없다. 군복들도 말이 아니고 식량도 없다. 이런 형편에서 적들과의 대결을 어떻게 주동적으로 겪어나가며 또 어떻게 짧은 시일안에 저 사람들로 조선인민혁명군에서 가장 강력하고 핵심적인 주력부대를 꾸려낼것인가?

약간 지체될수는 있으나 백두산기슭으로의 전략적이동은 불가피한데 그 수많은 아동단원들을 어떻게 할것인가?

그밖에도 아직 소식이 없는 교하원정중에 있는 2련대성원들에 대하여, 환자들의 치료문제에 대하여, 백두산근거지창설을 위한 선발대파견문제에 대하여, 조국광복회창건을 준비하기 위한 공작원들의 파견에 대하여 하나하나 매듭을 푸시고 구상을 짜시며 방도를 찾아내셔야 하시였다.

모두가 번민과 우울을 털어버리고 춤과 노래로 즐기는 이 밤 사령관동지께서는 삼검불처럼 뒤엉킨 수많은 문제들을 안으시고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