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3

 

제 8 장

3

 

림강 마이허에서 불원천리 달려오며 고대하던 그 력사적인 순간은 불의에 닥쳐왔다.

늦은 새벽이였다.

련대병실귀틀집문이 소리없이 열리면서 사령관동지께서 들어오시였다. 너무도 뜻밖의 일에 《민생단》혐의자들은 한동안 멍청해서 사령관동지를 우러러보았다. 세찬 감격과 기쁨의 물결이 방안에 술렁인것은 그뒤의 일이였다. 아, 얼마나 그립고 뵈옵고싶던 사령관동지이시였던가! 그들은 어린애처럼 눈물을 흘려가면서 사령관동지의 모습을 우러렀다. 그러나 그것은 한순간, 그들은 곧 무거운 자책과 죄송한 느낌으로 하여 고개를 떨구었다. 그들은 사령관동지의 근엄하신 안색에서 자기들의 일로 하여 사령관동지께서 깊이 심뇌하시였음을 느끼였다.

이때 그들은 사령관동지께서 조선혁명전반을 령도하고계시는 몸이심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처럼 자기들의 마음을 괴롭히던 《민생단》문제는 보잘것 없는것이며 그 기나긴 밤과 밤을 이은 무서운 몸부림과 모대김도 모두 혁명의 근본문제와는 멀리 떨어진 사사로운 일이였던것 같아 일종의 부끄러움까지 느끼였다. 그리고 백날을 걸려도 못다할것 같던 가슴에 사무친 이야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것을 느꼈다.

방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나무우듬지를 스치며 지나가는 새벽바람소리가 와스스 들렸다. 그것은 일정한 사이를 두고 거듭되였다. 나무우듬지의 설레임소리가 잦아들었을 때 사령관동지의 다정한 음성이 나직이 울렸다.

《동무들, 고생을 하였습니다.》

그들은 놀라서 어깨를 흠칫하였다. 한일도 없이 사령관동지께 근심밖에 끼친것이 없는 자기들에게 그러한 과분한 말씀이 계실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것이였다. 뙤창에 바른 종이가 펄럭거리고 나무그림자들이 춤을 추었다. 새벽녘이 되면서 바람이 일고 나무가 몹시 설레였으나 방안에는 태풍이 지난 뒤같은 정적이 흐르고있었다.

《동무들이 고생을 하였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거듭 강조하여 말씀하시였다.

《나는 동무들에 대한 그 조사문건이라는것과 동무들자신이 직접 썼다는 <진술서>, <자백서>라는것을 보았습니다. 그게 여기에 있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주봉길이 갖다놓은 책상우의 문서배낭과 보따리를 가리키시였다.

《이것들을 보았으나 아무런 결론도 얻을수 없었습니다. 또 설사 그 자료라는것이 정확하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동무들을 직접 만나보는것보다야 나을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동무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맺힌 이야기들이 많을텐데 이야기를 합시다.》

녀성들속에서 먼저 《흑···》 하는 흐느낌소리가 울렸다. 사령관동지의 말씀을 방해할것 같아 몹시 삼가하여 숨죽이는 흐느낌이였다. 그 흐느낌은 무서운 힘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로 옮겨졌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흐리신 안색으로 울고있는 동무들을 바라보시였다. 그이께서는 한동안 서계시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이야기들을 하시오. 여기에는 누가 해명을 해주고 누가 해명을 바라는 일이 있을수 없습니다. 동무들자신이 투쟁하여야 합니다. 왜놈들은 무력만을 가지고는 안되니까 우리 대렬내부에 불화의 씨를 뿌리려고 하였는데 우리는 그것을 벌써 1년전에 송두리채 파헤쳤습니다. 그런데 불화의 씨는 제거되였지만 그 독소는 아직 남아서 동무들을 괴롭히고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한두사람의 힘으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우리모두가 힘을 모아 이 마지막 독소를 들어내야 합니다.》

그러시며 사령관동지께서는 어서 이야기들을 하라고 여러번 재촉하시였다. 그러나 침묵은 여전히 무겁게 드리웠다. 나무우듬지우로 스쳐지나가는 바람소리만이 다시금 와스스 설레였다. 입을 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엇에 쫓기듯 나무그림자가 뙤창에 한껏 들씌워질 때 사령관동지의 확신에 차신 발걸음소리가 울려왔다. 사령관동지께서 방한가운데로 난 통로를 따라 지나시는것이였다. 그이의 눈길은 가볍게 물결치는 대원들의 어깨며 그들이 손에 구겨쥔 모자를 어루만지며 지나가다가 문곁에 이르러 머리를 바투 깎은 나이지숙한 대원에게 머물렀다.

《고명창동무가 아니요?》

고명창은 어깨를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가 인차 숙이였다. 혐의자들의 눈길이 사령관동지께 쏠렸다.

《고동무가 옳구만, 동무야 할 이야기가 많을테지, 어서 말을 해보시오.》

《···》

고명창의 가슴속에서 회파람소리 같은것이 새여나왔다. 뜻밖에 새여나온 한숨소리에 고명창자신도 놀라며 그것을 부정하려는것처럼 고개를 저었다.

《동무는 자신이 <민생단>과 관계가 있다고 했지만 나한테는 어쩐지 믿어지질 않습니다. 그래 그게 사실입니까?》

고명창은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손에 쥐였던 모자를 주무르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는데 그의 검은 눈섭은 서글프게 축 처지고 얼굴은 이그러져 금방 울음이 터질것만 같았다. 그는 눈을 꾹 감고 입속말로 중얼거리듯 말하였다.

《사령관동지, 전 <민생단>입니다.》

뙤창에는 수천마리 새들이 몰켜왔다가 날아가듯이 나무가지가 한껏 허리를 굽혔다가 일어서는것이 언뜩거렸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있었다. 사령관동지의 엄하신 음성이 방안을 쩌렁하고 울렸다.

《동무가 <민생단>이라니? 그러면 동무는 여기에 무엇때문에 왔습니까? <민생단>에 들었을것 같으면 일본놈들한테 갈것이지 무엇때문에 산에서 먹지도 못하고 이 고생을 하면서 돌아다니는가? 집에 가서 뜨뜻한 구들에서 지내며 농사나 하면 편안할텐데 무엇때문에 산에서 고생하는가? 그래 4∼5년동안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 왜놈들과 싸운것은 무엇때문이였소? 어서 대답을 해보시오.》

고명창은 고개를 떨구고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이윽고 고명창은 속으로 단단히 결심한듯 꼬깃꼬깃 꾸겨진 모자를 도로 품안에 꾹 움켜쥐며 머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눈물이 글썽해서 사령관동지를 바라볼뿐 말을 못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조용히 말씀을 이으시였다.

《나는 그래도 여기에 오면 동무들과 같이 백두산을 넘나들면서 유격활동도 하고 또 동무들을 조선에 내보내여 지하정치활동도 시키리라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랑림산맥으로 뻗어나가며 유격투쟁을 확대해나가고 반일민족통일전선의 기치아래 전민족을 궐기시켜 본때있게 싸워보리라 생각하고 남호두에서 불원천리하여 동무들을 찾아왔는데··· 그래 동무가 <민생단>이라니···》

사령관동지께서는 고명창의 손을 잡아드시였다. 고명창은 웬일인지 몰라 이끄시는대로 손을 치어올리였다.

《동무들, 고동무의 손을 보시오.》

사령관동지의 말씀에 유격대원들은 머리를 들었으나 영문을 몰라 고명창의 손이 아니라 사령관동지의 심각하신 얼굴만 우러러보았다.

《이 동무의 다섯손가락이 왜 이렇게 몽드라졌소? 병기창에서 작탄을 만들고 무기를 수리하느라고 줄칼질을 하는바람에 손가락 끝이 이렇게 몽드라지지 않았습니까? 동무가 만든 작탄에 얼마나 많은 왜놈들이 죽었는가말입니다. 동무가 만든 첫 작탄이 터졌을 때 동무는 얼마나 기뻐하였소? 동무가 만약 원쑤의 편이라면 그렇게 기뻐할수가 없습니다. 그래 이 손으로 왜놈의 손을 마주잡았다는게 사실이요? 왜 말이 없습니까?》

고명창은 여전히 사령관동지의 모습만 지켜보고있었다. 다만 무엇을 이야기하려는듯 움죽거리는 입술과 들먹이는 어깨가 그의 가슴속 깊은곳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났다는것을 말해주고있었다.

《말해보시오. 동무가 이 손으로 정말 왜놈의 손을 잡았단말이요?》

《아, 아닙니다. 제가··· 제가 어찌 그렇게···》

《그런데 어째서 <민생단>이라고 하오?》

《그건··· 그건··· 허위자백을 했습니다. ···자꾸만 걸고 따지고드는데 못견뎌서··· 약해져서··· 저의 결백성조차 끝까지 주장해내지 못한 제가 무슨 혁명가의 자격이 있겠습니까. 자기도 지킬줄 모르고··· 강박앞에 무릎을 꿇은 저따위는 차라리··· <민생단>으로 몰려죽는게 낫습니다.》

고명창은 그만 머리를 푹 숙였다.

《정말 고동무답지 않소···》

고명창을 내려다보시는 사령관동지의 눈길에는 짙은 련민의 정이 어리여있었다.

장철구는 사령관동지를 뵈옵게 되였을 때 완전히 자기를 잊어버리고 그전날 행군준비를 마치고 사령관동지의 검열을 받을 때처럼 언제나 배낭뒤에 매달고 다니던 밥통이 제대로 있는가 하여 등뒤에 손을 가져가기까지 하였다. 그는 왜 자기가 여기에 와있으며 동무들이 무엇때문에 많이 모여있는지도 잊어버렸다. 가까와지시던 사령관동지의 발걸음이 멎고 여러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자기를 지켜볼 때에야 장철구는 사령관동지께서 자기앞에 와계신다는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장철구가 감격으로 몸을 떨며 머리손질을 하고 그이께 드려야 할 말씀을 찾고있을 때 사령관동지께서 먼저 말씀을 하셨다.

《철구어머니시구만,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그새 머리가 더 성겨졌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침통하신 안색으로 허옇게 살이 들여다보이고 머리칼이 버성겨진 철구의 머리를 보시다가 가슴아프신듯 눈길을 돌리시였다.

그제서야 그는 사령관동지를 찾아 왕청을 떠나 먼 돈화의 수림과 림강의 마이허를 거쳐 이곳까지 오던 때의 자기의 심정을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으나 사령관동지께서는 벌써 자기앞을 뜨시였다. 장철구는 자기문제를 물어보시지 않으시고 지나가신 그이를 찾을듯 모자를 든 손을 들기까지 하였으나 무엇이 주저되였는지 입을 열지 못하였다.

그이의 뒤모습을 바라보는 철구의 눈에서는 굵다란 눈물방울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그전날과 다름없이 《어머니》라는 그 가장 친근한 말씀으로 자기를 불러주신 사령관동지의 크나큰 믿음에 대한 감사의 눈물, 기쁨의 눈물이였다.

장철구는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서도 사령관동지의 옷자락이 점점 마르기 시작하면서 더욱 또렷해지는 흙탕물자리를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장기령앞을 지나가시다가 그를 알아보시고 걸음을 멈추시였다. 대뜸 그이의 격하신 음성이 방안에 울렸다.

《장동무가 아니요? 어떻게 되여 동무가 여기에 와있소?》

모두 긴장하여 사령관동지를 지켜보았다. 사령관동지께서 대원들때문에 이렇게 격분하신 일은 일찌기 없으셨던것이다. 장기령은 머리를 푹 수그리고 꼿꼿해있었다.

《동무야 혁명동지들이 불행을 당하고있는것을 보면 천리라도 달려와서 보고를 해야 할 사람이 아닌가? 기관총은 어데다 두고 혼자 와있소? 기관총이 없이야 동무가 무슨 장기령이겠소? 기관총도 버리고 여기 와있단말이요?》

《···》

《그래 어느쪽이요? 혁명을 그만두려고 생각했소? 그렇지 않으면 <민생단>관계자란말이요? 장동무가 혁명을 그만둘수는 없는것이고··· 그래 동무가 <민생단>과 관계했단말이요?》

장기령은 눈을 꾹 감았다. 그의 해볕과 바람에 그슬린 단단한 목에서 손가락같은 피줄이 꿈틀거렸다.

《그래 어느쪽이요?》

사령관동지께서 재촉하시자 장기령은 몸을 떨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도로 머리를 숙이며 목안에 잦아드는 소리로 말씀드렸다.

《사령관동지, 저··· 저는 절대로 <민생단>이 아닙니다.》

《그럼 이제는 혁명을 안하기로 하였단말이요?》

사령관동지의 말씀은 엄하시였다. 장기령의 구리빛 목에서 또다시 손가락같은것이 꿈틀거렸다. 그는 사령관동지께 무슨 보고라도 드릴 때처럼 결연히 머리를 들었다.

《사령관동지, 저는 <민생단>보다 더 엄중한 죄를 범했습니다. 저의 잘못으로 귀중한 동무가 <민생단>으로 몰려 희생되였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제가 똑똑히 처신을 못했던 탓으로 오만복동무가···》

장기령은 끝까지 말씀드릴수 없었다. 무엇을 간절히 부탁하듯, 구원을 바라듯, 그 커다란 눈에 눈물이 글썽해서 창고밖으로 지나가던 오만복의 모습이 떠올랐다. 장기령은 오만복의 가슴아픈 모습을 지워버리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다음 순간 장기령은 사령관동지의 뜻밖의 말씀에 그만 떨떨해졌다.

《오만복동무가 잘못되다니? 아니요. 오만복동무는 아주 건강해서 싸움을 잘하고있소. 지금 북만에 있는 반일부대속에 들어가서 중요한 사업을 하고있소.》

《네?!》

그는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어 멍하니 그이를 우러러보기만 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몇걸음 옮기시다 마시고 뒤를 돌아보시였다. 머리와 함께 굽은 어깨를 숙이고있는 뒤모습이 퍽 낯익은 모습이였다. 리경준이였다.

《리경준동무, 어떻게 되여 여기 와있소? 나를 찾아서 떠났다는 사람이 나한테 안오고 여기 와있다니, 앓는 선금동무도 돌보지 않고 여기 와있다니···》

리경준은 어깨를 굽힌채 말이 없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대원들을 돌아보시였다.

《여기에 모인 왕청동무들은 모두다 최선금동무의 신세를 진 동무들입니다. 동무들이 입고있는 군복도 그렇고 나도 최선금동무가 지은 군복을 입었습니다. 우리한테 입힐 군복을 지으려고 밤잠을 안자고 그렇게도 애쓴 동무한테···》

차마 그 루명이라는 말을 입밖에 내실수 없으시여 사령관동지께서는 말씀을 끊으시고 대원들의 얼굴을 살펴보시였다. 대원들은 불현듯 선금의 미소어린 얼굴을 회상하였다.

《우리모두가 자랑으로 여기는 최선금동무는 지금 부상당한 몸으로 밀영병원에 누워있습니다. 훌륭한 녀성혁명가인 선금동무의 그 깨끗한 량심을 그 어떤자도 모독할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또한 허락하지 않을것입니다!》

이윽고 사령관동지께서는 걸음을 바꾸시여 방안 한쪽끝으로 가시였다.

《민생단》혐의자들은 사령관동지께서 방 한쪽끝에 가시는동안 사열을 받듯 차례차례로 고개를 들며 기운차게 자기들의 결백함을 아뢰였다.

이윽고 사령관동지께서는 도로 책상앞에 서시여 그들을 바라보시였다.

《동무들을 오늘 누가 <민생단>이고 누가 <민생단>이 아니라고 결론하기는 곤난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누구도 증명할수 없기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동무들에게 오늘 선포할것은 지금 이 자리에는 <민생단>은 한명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동무들자신이 다 <민생단>이 아니라고 하기때문입니다. 나는 동무들의 말을 믿습니다. 과거에 들었던 사람은 안들었던 사람과 같이 오늘부터 새 출발을 하면 되는것이고 안들었던 사람은 원래 <민생단>하고는 관계가 없이 억울하게 의심을 받았으니까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과거에 들었던 사람이나 안들었던 사람이나 오늘부터는 다 백지로 돌아갑니다. 동무들은 다 지금부터 새로 출발한다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나간 일은 더는 문제로 되지 않습니다.

나는 이 문서보따리를 더는 캐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혁명은 안하고 이따위 문서보따리만 뒤지고앉아있겠습니까? <진술서>요, <조사서>요, <증거문건>이요 하는 문서보따리보다도 동무들자신이 혁명의 길에서 싸우겠다는 그 결의를 나는 믿습니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람을 옹호해 싸울수는 없습니다. 믿지 못할것을 옹호해나설수 있다는것은 말이 안됩니다.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하고 동무들을 부당하게 박해하고 동무들의 혁명가적, 인간적존엄을 훼손하는 이따위 문서보따리는 우리에게 백해무익합니다.

동무들! 나는 이 시각부터 동무들을 그토록 괴롭히던 <민생단>혐의가 완전히 무효라는것을 선포합니다.》

일시에 흐느낌소리가 이구석 저구석에서 터져올랐다. 그것은 사령관동지에 대한 다함없는 충성의 맹세였고 그동안 어둠속에서만 지내던 사람들의 태양에 대한 열광적인 환호였다.

마당에 쌓은 문서더미는 자그마한 산을 이루고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친히 그 어마어마한 문서더미에 불을 지르시였다.

문서더미는 삽시간에 불길에 흽싸였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가슴속에 드리워져있던 암흑의 장막을 영원히 불태워버리는것 같은 그 불길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오래도록 바라보고있었다.

눈물에 젖은 그들의 얼굴에서 신선한 아침해볕이 번들거렸다.

마침내 태양이 떠오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