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5

 

제 7 장

5

 

리북철은 두 대원과 같이 룡강산맥의 어느 한 수림속에서 어둠과 추위와 물탕과 싸우면서 여기저기 헤매고있었다. 그들은 늦어도 자정쯤에는 림강땅에 들어서려고 계획했었다. 그러던것이 뜻밖에 내리는 진눈까비와 물탕때문에 현경계를 20리 앞둔 지점에서 온통 물주머니가 되여 어둠속에서 헤매고있는것이였다.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지 못하고 그냥 헤매고있는 그들은 누구도 입밖에 내지 않았지만 인제는 행군을 중단하고 날이 샐 때까지 나무밑에서 진눈까비를 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버릇처럼 발을 옮기고있었다. 선두에 서서 걷던 리북철이 무릎까지 치는 물웅뎅이에 빠졌다가 발을 빼고 돌아서며 손을 내흔들었다.

대원들은 진눈까비에 푹 젖어서 잔뜩 무거워진 솜군복을 와스락거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어둠속에 희끄무레하게 누워있는것이 녹다 남은 눈인줄 알았는데 물바다였다. 세사람은 잠간 머물러서서 의논하였다.

벌써 이런 일이 두번 거듭되는셈이였다. 한번 머리속에 새겨둔 길은 눈감고도 어김없이 찾아간다던 리북철도, 림강지대의 태생이여서 이 아근의 지리는 손금꿰듯 한다던 문룡이도 이같이 지독스러운 어둠과 진눈까비의 조화 앞에서는 손을 들었다. 어둠은 모든것을 삼켜버렸다. 더구나 진눈까비때문에 생긴 《홍수》는 모든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들은 한참동안 미츠러지고 무릎걸음을 하며 《물바다》를 에돌아서야 간신히 산릉선을 찾았다.

리북철의 신호에 따라 대원들은 소가죽같이 꽛꽛해진 외투를 와스락거리며 걸음을 옮기였다. 이때에도 리북철의 머리에는 행군을 중단하고 날이 샐 때를 기다려 걸음을 다그치는편이 오히려 빠르리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100여명의 《민생단》혐의자들의 소식과 자기들을 기다리시여 잠못이루실 사령관동지를 생각할 때 리북철은 가다가 밤을 지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한순간도 쉴수 없다고 고쳐 다짐하였다.

그들은 오늘저녁무렵에 네채밖에 안되는 화전마을사람들한테서 바로 그저께 백여명의 유격대원들이 림강 마이허쪽으로 갔다는 소식을 얻어들었다. 행색이나 대렬구성에 대하여 말하는것을 보면 《민생단》혐의를 받고있는 사람들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리북철은 부랴부랴 다시 밤길을 떠난것이다.

하늘은 여전히 숨답답한 어둠속에 푹 잠겨있었다. 뒤에서 따르던 문룡이가 리북철을 불렀다. 리북철은 걸음을 멈추었다.

《경위대장동지, 림강땅은 서남쪽에 있겠는데 우리는 지금 동북쪽으로 가고있는것 같습니다.》

《문룡동무, 그게 무슨 소리요?》

리북철은 소스라쳐 놀랐다. 유격활동을 한 뒤로 이런 일이 있기는 처음이였다. 문룡이 손을 들어 나무우듬지를 가리켰다. 진눈까비를 맞아서인지 얼어붙어서 그런지 나무꼭대기어방이 어둠속이지만 약간 희끄무레하게 보였다.

《저걸 보십시오. 우리는 어쩐지 나무우듬지가 퍼진 방향과 반대쪽으로 가고있지 않습니까?》

리북철은 눈을 흡뜨고 올려다보았다. 문룡의 말이 옳았다.

리북철은 한동안 망연히 서있었다. 머리에 새겼던 표식이 하나도 쓸모가 없게 된것이였다.

이리하여 리북철은 라침판을 잃은 선장이 비장한 결심끝에 배를 몰듯이 나무우듬지의 생김새를 어림잡아 서남쪽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인제는 물웅뎅이가 나진다고 에돌아갈수도 없었다. 에도는 날에는 동쪽으로 가는지 서쪽으로 삐여지는지 걷잡지 못할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