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1

 

제 7 장

1

 

바야흐로 눈석이가 시작될무렵이였다.

김일성장군님을 모신 사령부일행은 마침내 안도의 대원시림과 진펄지대를 벗어나 푸르허기슭의 벌판으로 나섰다. 무연한 버덩을 헤쳐나가면 자주 도로가 나지고 강기슭이며 양지쪽산턱에 크지 않은 동네나 농가들이 가끔가끔 눈에 띄였다.

씨하의 진펄을 지날무렵 언뜻 봄의 입김을 날려 산중에 깊이 쌓인 눈을 금시 다 녹일듯 하다가 미혼진에서 다시 얼구어버렸던 날씨가 마안산을 향해 떠난 그날부터 아주 풀릴 차비인지 양지쪽은 땅속의 얼음까지 흐물흐물 녹여버렸다. 서북차진펄을 지날 때에는 진창속에 말이 발목까지 빠져 애를 먹이더니 푸르허기슭의 진펄에 이르러서는 정갱이까지 빠져들었다.

이제 와서는 말이 오히려 길을 지체시키게 되였다.

사령부일행은 마침 처창즈근거지가 해산될 때 이곳 산속에 와서 화전을 부칠 작정으로 근근히 목숨을 이어가며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있는 인민들을 만난 기회에 그 말들을 넘겨주었다.

봄은 거의 다 온듯 하다가도 또 숲변두리에서 아직도 바재이는듯 음달이나 고원의 깊은 숲속에는 여전히 눈이 무릎을 치게 쌓여있었다.

때로는 진펄의 감탕판에 행전과 바지까지 적시며, 때로는 종일 깊은 눈을 헤치며 장군님을 모신 15명의 사령부일행은 마안산으로, 마안산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말이 없어지니 일행은 더욱 단출해진듯 하였다.

아직 군복을 입지 못한 리동백은 말할것 없고 언제나 사람들앞에서 유격대원답게 당당하고 의젓하게 굴려고 은근히 애를 쓰고있는 주봉길이조차 이제는 말발굽소리도 투레질소리도 들을수 없게 된 행군대오를 새삼스럽게 불안한 눈매로 돌아보군 하였다.

그들의 불안은 근거없는것이 아니였다. 자주 나타나는 도로나 부락들은 적이 어느때 나타날지 모른다는것을 의미하였고 실지로 행군대오를 앞질러 척후로 나가있는 강세호로부터 적들의 동태에 대한 보고가 자주 들어왔다. 때로는 강세호자신이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장군님께로 달려오군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그럴 때마다 지도를 펼쳐놓으시고 적정에 대한 보고를 주의깊이 들으신 다음 정황을 능숙하고 과감하게 처리하시군 하시였다. 이러한 일이 점점 자주 되풀이되였다.

푸르허와 대사하의 합수목어방에서 적《토벌대》가 길목을 지키고있으며 그놈들과의 충돌을 피하자면 100여리가량 동쪽으로 돌아가서 길을 건널수밖에 없다는 보고를 받으신 사령관동지께서는 긴장해서 바라보는 강세호와 리북철에게 힘있게 한팔을 쳐드시여 곧추 남쪽을 가리키시며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에돌아갈 시간이 없습니다. 하루바삐 새로운 사단을 꾸리자면 빨리 무송에 나가 2련대동무들을 찾아야 합니다. 그놈들도 이제는 우리가 백두산쪽으로 나간다는것을 알아채고 발악을 하는것이니까 맞받아치고 나갑시다.》

그리하여 이날 사령관동지께서는 강세호와 기관총수 현팔을 보내시여 큰길가의 적초소에 기관총의 세찬 련발사격으로 놈들을 제압하게 하신 다음 눈깜빡할사이에 일행을 길건너의 숲속으로 이끌어내시였다.

바로 그 이튿날 점심때였다.

푸르허물줄기를 따라 펼쳐진 버덩을 지나니 꽤 깊숙한 산줄기가 나지고 그 산아래에 엉성하게 흩어진 10여호의 마을이 펼쳐졌다.

간밤을 숲속에서 보낸 일행이 휴식도 겸해 마을에 잠시 들려 간단히 점심요기를 하고 막 떠나려 하는데 별안간 보초소에서 위험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려오고 뒤미처 리북철이가 권총을 뽑아들고 뒤를 경계하면서 사령관동지께로 달려왔다.

《사령관동지, 적정입니다.》

리북철은 숨을 몰아쉬며 말을 더듬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장군님께서는 이미 행장을 다 갖추시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집들에 몇사람씩 흩어져 쉬는 대원들이 출발준비를 갖추기를 기다리시다가 리북철을 돌아보시였다.

《저 앞산줄기에 떠돌아다니던 산림대가 있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은 산림대로 가장한 적 <토벌대>였습니다. 그놈들이 사령부가 이 마을에 든것을 눈치채고 은밀히 내려와서 포위했습니다. 여기는 념려마시고 산으로 올라주십시오.》

리북철은 낯빛이 질려 애원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평소에 그리도 침착하고 듬직하던 리북철이가 어지간히 다급해하는것을 보시고 벌써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하신듯 이윽히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시더니 눈길을 앞산쪽으로 돌리시였다. 앞산의 산줄기는 밋밋스름한 굴곡을 그리며 남북으로 아득히 뻗어나갔는데 그 곁가지들이 무수한 주름살처럼 푸르허기슭으로 뻗어내렸다. 그중 한가닥이 바로 동네변두리를 스치며 지난해의 묵은 새초가 엉성하게 덮여있는 버덩으로 이어져있었다.

앞산 비탈로부터 동네로 이르는 버드나무가 듬성듬성한 새초밭에서는 벌써 총소리가 자지러졌다.

《저것은 강세호동무입니까?》

사령관동지께서는 천천히 전투가방의 멜빵을 조이시며 총소리나는쪽을 눈길로 가리키시였다.

《그렇습니다. 련대장동지는 결사적으로 적을 견제하겠으니 한시바삐 사령관동지를 모시고 마을에서 벗어나라고 저더러 당부했습니다. 그런데 적들이 벌써 이쪽으로도 우회했습니다.》

《큰일을 앞두고 벌써부터 결사전을 서둘 필요도 없고 결사전을 할만 한 대상도 못됩니다. 현팔동무를 나에게 보내시오. 그리고 북철동무는 나머지 대원들을 데리고 전투를 하다가 포위가 풀리면 즉시 앞산턱밑으로 빠져 적을 옆으로부터 타격하시오.》

《알았습니다.》

리북철은 장군님께서 하시는 말씀의 뜻을 이런 급한 정황속에서는 명백히 리해할수는 없었으나 우선 장군님을 호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선뜻 달려나가려는데 마침 현팔이가 기관총을 비껴들고 달려왔다.

《현팔동무, 사령관동지를 잘 모시오.》

리북철은 현팔에게 짤막하게 한마디 하고 장군님께 비장한 결의가 어린 얼굴로 경례를 올린 다음 대원들이 달려오는 골목을 향해 맞받아 달려나갔다.

《현팔동무, 저 둔덕중턱에 서있는 버드나무가 보입니까?》

장군님께서는 현팔의 한쪽팔을 끌어당기시여 맞은편 언덕을 가리키시였다.

빤히 바라다보이는 그 언덕에 유표한 지형지물로서는 거의 유일하달만치 외따로 서있는 그 가지만 앙상한 버드나무는 아무 눈에나 쉬 뜨일 극히 평범한 보통나무에 지나지 않았다.

현팔은 강세호련대장과 리북철경위대장이 사령관동지를 보위하기 위하여 결사전을벌릴 각오를 하고있는 이 촉급한 시간에 너무나 태연하게 서계시는 장군님의 모습과 지금 당장은 아무런 의의도 있어보이지 않는 그 껑충한 버드나무를 번갈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보입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현팔의 목소리를 긴장한 나머지 석쉼하게 갈려나왔다.《좋습니다. 재빨리 저 자리에 기관총좌지를 잡아야 합니다. 갑시다.》

그이께서는 낮으나 힘찬 목소리로 말씀하시고 성큼 걸음을 떼시였다. 현팔은 그이의 뒤를 따라 새초밭속을 달리면서도 그렇게 유표한 자리에 기관총좌지를 잡으라고 하신 그이의 의도를 선뜻 리해할수 없었다.

버드나무까지는 직선거리로 400m 남짓하였다. 기관총명중률은 더없이 좋을 거리였으나 너무나 유표한것이 장군님의 신변때문에 마음에 걸리였다. 어느새 시꺼먼 개털외투들로 변장한 《토벌대》놈들이 크지 않은 동네를 멀찍이 에워싸고 죄여들고있었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벌써 지형을 다 보아두신듯 허리를 치는 묵은 새초밭사이를 헤치시며 곧장 산중턱으로 치달아오르시였다.

한편 리북철은 사령관동지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하여 자기 지휘하에 남은 대원들을 이끌고 일단 사령관동지께서 계시던 집까지 왔다가 그이께서 계시지 않는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강쪽으로 죄여드는 적을 향해 불질을 하며 달려나갔다. 불과 얼마 안되는 대원을 데리고 아직도 산쪽으로 난 길목에서 뻗치고있는 강세호에게 마음속으로 존경을 표시하면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

《동무들, 우리가 얼마나 오래 견지하는가 하는것은 곧 사령관동지의 안전을 얼마나 든든히 지키는가 하는것과 같습니다. 련대장동무의 모범을 따라 결사적으로 싸웁시다. 그리고 리선생.》

하고 리북철은 사방에서 자지러지는 총소리때문에 어지간히 당황해진듯 한 리동백을 불렀다.

《선생은 이 수류탄을 더 가지십시오. 이런 때는 손에 서툰 총보다 이것이 나을수도 있습니다. 만일의 경우에는 이걸로 놈들을 제끼고 내달려야 합니다.》

《경위대장동무.》

리동백은 뜻밖에도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너무 나때문에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도 조선인민혁명군대원입니다.》

리북철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날리며 총을 재우는 리동백의 심각한 얼굴을 이윽히 뜯어보았다. 분명 강한 충격을 받기는 했으나 이미 죽음을 초월한 침착성이 깃들어있었다.

적탄이 토피담벽을 허물고뜯고 묵은 풀대를 쓸어눕혔다.

《생포하라!》

《왼쪽으로 죄여라!》

적지휘관놈의 악다구니소리가 뚜렷이 들렸다.

리북철은 결단성있게 돌아서서 대원들을 산개시키고 쓸어드는 적들에게 불을 안겼다. 적들은 무리로 쓰러졌다. 그러나 놈들은 너무나 많았다. 아무리 쏘아눕혀도 자리가 나지 않았다.

어느새 강세호네 길목쪽에서도 총소리가 성글어진다.

(사령관동지께서만 무사하시다면···)

리북철은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총신이 화끈 달만큼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면서도 리동백을 지켜보며 그를 위험에서 막아주느라고 왼심을 썼다.

《침착하게 겨누어서 하나, 둘, 셋, 던지시오!》

리동백은 몸을 솟구었다.

꽝!

묵은 새초밭속에 꺼먼 개털외투의 얼룩을 지으며 흙먼지와 불기둥이 한꺼번에 치솟았다.

그래도 적들은 메뚜기떼처럼 껑충껑충 뛰며 덮쳐들었다.

별안간 기관총소리가 터져올랐다. 리북철은 땅바닥에 바싹 엎드리며 고개를 돌렸다. 적도 아군도 사격을 멈추었다. 정신차릴새 없이 련발로 날아오는 기관총탄알은 혼전속에 든 적아를 정확하게 가려보며 뒤전에 몽킨 적들만 골라 휩쓸어눕혔다.

적들은 뻥해서 도대체 이런 벼락이 어디서 떨어지는가 하고 하늘과 땅을 두루 살폈다. 그러면서 뒤로 비슬비슬 쫓겼다. 그러자 기관총탄알은 란도질을 하듯 적진을 후려쳤다.

비로소 적의 눈길은 둔덕중턱의 버드나무아래에서 내뻗치는 예광탄의 불줄기를 알아보았다.

《저쪽이다!》

한놈이 소리치자 적의 서렬은 별안간 수리개에게 쫓기는 참새떼처럼 우르르 버드나무가 선 둔덕을 향해 달려갔다.

《아, 사령관동지!》

리북철은 한순간에 풀려나가는 적의 포위진을 멍하니 바라보며 땅바닥에 무릎을 꾼채 아까는 미처 다 리해할수 없었던 그이의 말씀의 깊은 뜻을 다시금 새겼다.

《저기 장군님께서 계십니다.》

리동백이 리북철의 무릎을 잡아흔들며 그역시 목메인 소리로 말하였다.

《북철동무, 사령관동지를 보위하지 않고 뭘하고있소?》

허물어진 담장을 바람처럼 뛰여넘어 달려오며 강세호가 소리쳤다.

리북철은 목이 메여 사령관동지의 말씀을 전하면서 우리가 사령관동지를 호위해야 하겠는데 오히려 사령관동지께서 우리모두를 구원하셨다고 말했다.

그들이 산턱으로 빠져 적을 옆으로부터 갈기려고 할 때 어느새 둔덕중턱에서 울리던 기관총소리는 마구 내갈기는 적의 일제사격소리에 휘말려든듯 흐리마리해지더니 별안간 동네 저편에서 적의 옆구리를 후려갈기기 시작하였다.

적들이 둔덕중턱의 버드나무만 겨누고 무질서하게 불질을 하며 치달아오를 때 기관총은 벌써 자리를 옮긴것이였다.

적들을 유인하기 위하여 일부러 눈에 잘 뜨이는곳에 기관총사격좌지를 잡게 하셨다가 놈들이 휩쓸어들자 그 틈에 기관총을 빼내여 적들을 옆으로부터 공격하시려는 사령관동지의 의도를 비로소 다 깨달은 강세호와 리북철은 재빨리 대원들을 이끌고 장군님의 명령대로 기관총의 반대쪽 익측에서 적을 공격하였다.

적을 마주 끼고 치자 급해맞은 놈들은 더는 견딜수 없어서 앞산과 둔덕이 갈라지는 잘루목으로 내빼기 시작하였다.

이때 산천에 쩡 하고 메아리치는 사령관동지의 명령이 울렸다.

《돌격 앞으로!》

유격대원들은 총창을 비껴들고 만세소리도 드높이 골짜기로 덮쳐들며 적을 휩쓸어버렸다.

(이것이로구나 신출귀몰이란 바로 이런것이로구나.)

리동백은 만세소리와 함께 내달리며 마음속으로 목메여 부르짖었다.

 

×

 

김일성장군님께서 령활하신 전법으로 적의 포위를 역포위로 전환시키시여 적의 대부대를 단숨에 산산토막을 내버리신 그날밤에 사령부일행은 이미 푸르허기슭에서 몇십리나 벗어져나온 숲속에서 우등불을 피우고 잠자리를 마련하였다.

통쾌한 승리로 끝나기는 했으나 힘겨운 전투를 치른데다 전에없이 먼길을 헤쳐온 대원들은 모두 눕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하였다. 끝까지 우등불을 지키고있던 리북철이마저 그믐달이 기울자 내리드리우는 눈시울을 비비기 시작하였다. 오직 사령관동지께서만 진대통우에 걸터앉으시여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밤이 깊어감에 따라 어깨에 걸치신 솜외투의 깃에는 차츰 성에가 진하게 내불리고 앙상한 나무가지를 스쳐나온 쌀쌀한 찬바람이 무릎우에 펼치신 책장을 번지였다.

그것은 조국광복회의 강령초안이였다. 우등불가에 전투가방으로 지질러놓으신 또 한뭉테기의 원고는 장차 백두산지구에 진출한다음 광범한 군중들속에서 정치사업을 벌릴 때 쓰시려고 준비하고계시는 혁명연극 《한 자위단원의 운명》의 대본이였다.

방금까지 그 원고를 손질하시던 장군님께서는 문득 이미 써놓으신 조국광복회강령의 교육조항에 조선혁명의 특성이 더욱 뚜렷이 반영되도록 다듬으실 생각이 드시여 강령초안을 집어드신것이였다.

달이 기울어감에 따라 하늘에는 별들이 더욱 많아지고 더욱 초롱초롱해지는듯싶었다.

그것은 마치 구원을 부르는 수많은 조선의 어린 눈동자들처럼 그이의 사색을 끝모를 깊이에로 이끌어가는것이였다.

그이의 생각을 잡고 놓지 않는것은 별들만이 아니였다.

안도현 미혼진으로부터 무송현 마안산까지의 길은 장군님께 평생 지워질수 없는 지난날의 각가지 사연들을 걸음마다 련상시키는 감회깊으신 길이였다.

항일무장투쟁을 벌릴데 대하여 호소하신 송강, 항일무장투쟁을 준비하시던 시기에 짧은 한때를 보내셨던 흥륭촌, 머슴으로 가장하시고 친히 지방정치공작사업을 하셨던 푸르허 가까운 농촌, 그 농촌은 낮에 전투를 치른 강기슭에서 량강구쪽으로 하루길이 못되는 거리에 있었다. 그뿐이 아니였다. 깊어지는 병환에 계시는 어머님을 남겨두신채 갓 조직된 유격대를 이끄시고 남만으로 떠나시던 소사하, 남만에서 동만으로 가시던 걸음에 들리셨을 때에는 사랑하는 어머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시고 영영 다시는 뵈올수 없으셨던 그 소사하 토기점골, 언 두부와 마실줄 모르시는 술 한병을 가운데 놓으시고 철주동생과 마지막으로 헤여지셨던 량강구···

너무도 비싼 대가를 치르시면서 무장투쟁의 첫걸음을 내짚으셨던 자욱자욱이였다.

사오년만에 그 땅을 다시 밟으시며 지나시는 장군님께는 걸음마다 가슴속에 방울방울 피눈물이 고이시게 하는 추억이시였다.

또한 앞으로 마안산에서 벌리시기로 계획하신 수많은 일들이 그이를 잠못이루시게 하였다.

조국광복회창립과 관련한 문건들을 완성하는 한편 정치공작원들을 국내외 여러곳으로 내보내야 할것이였다.

마안산에서 편성하기로 된 새 사단의 골간이 될 2련대의 일도 궁금하시였다.

제2련대는 마안산에 후방기지와 지휘부를 두고 지난 겨울을 무송일대에서 지내기로 되여있었다. 그들이 미혼진회의에 아무러한 련락도 보내오지 못한것으로 미루어보면 통신이 가닿지 못한것이 분명하였다.

과연 추측대로 통신이 가닿지 못했는지 아니면 자리를 어디로 옮긴것인지, 어느쪽인지 가보셔야만 아실수 있는 일이였다.

그이께서는 더는 한자 보탤수도 없고 깎아낼수도 없을만큼 빈틈없이 다듬어진 교육조항을 입안으로 외워보시다가 우등불가로 위태롭게 번져나오는 주봉길의 담요와 한종삼의 실한 장딴지를 조심스럽게 바로잡아놓으신 다음 천천히 찬서리 내리는 숲속길을 거니시였다.

아무리 힘든 행군끝이나 아슬아슬한 전투를 치르신 날도 김일성장군님의 일과에는 조그마한 변화도 없으시였다. 대원들을 모두 잠재우시고 손수 우등불을 손질해가시며 바위나 진대통을 책상삼아 무르익은 사색을 글줄우에 옮겨놓으시는 이러한 밤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리고 그 어떤 격렬한 전투가 지나간 날에도 그 어떤 위험한 적정이 예견되는 날에도 계속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