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5

 

제 3 장

5

 

앙상한 쇠스래나무가지끝에 둥실한 달이 걸려있었다. 숲속을 대낮처럼 밝혀주는 크고 환한 보름달이였다.

중대와 소대 단위로 몰려있던 대렬들이 저마끔 흩어지고 지휘성원들이 장군님 곁에 모여들기 시작하자 그이께서는 리동백에게 마치 량해를 구하시듯 말씀하시였다.

《우리들끼리 잠간 오늘 행군총화를 짓겠습니다.》

자기가 내처 장군님 곁에만 있으면서 많은 일을 보셔야 할 그이께 불편을 끼쳐드리고있음을 문득 깨달은 리동백은 눈치도 체면도 없는 자신을 마음속으로 힐책하면서 황황히 일어났다.

그가 자리를 피하려는것을 아신 장군님께서는 만류하시였다.

《그냥 계셔도 무방합니다. 앉으십시오.》

《아니 좀 바람을 쏘이겠습니다.》

리동백은 뒤걸음치며 사양하였다. 그러자 장군님께서는 쾌히 수긍하시였다.

《종일 말을 타고 왔는데 몸을 놀리는게 좋긴 합니다. 산보를 하면서 가벼운 운동도 하십시오. 그래야 몸이 풀립니다. 너무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하십시오.》

아닌게아니라 다리가 뻣뻣하고 허리가 지긋지긋했다.

리동백은 유격대원들의 눈에 덜 띄울만한데까지 벗어져나와 아침체조시간마다 학생애들과 같이 하군 하던 체조동작을 두번씩이나 되풀이하고나서 슬렁슬렁 거닐기 시작했다. 아니 난생처음 보는 유격대원들의 숙영준비에 눈이 팔려 구경을 돌아다닌것이다.

장관이였다.

어느새 여기저기 피여난 우등불들이 우르르 소리를 내며 삼단같은 불길들을 올리고있었다. 불무지마다에 김을 씩씩 내뿜는 군용밥통들이 걸려있었다.

두대의 굵은 나무대를 가지런히 눕히고 그사이에 장작으로 길게 불을 달아놓은데서는 주런이 걸린 여러개의 법랑소랭이가 김을 올리고있었다.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내가에서는 소매를 걷어올리고 시뻘건 팔을 드러내놓은 젊은 유격대원 몇이 우물가의 아낙네들처럼 솜씨있게 단검을 가지고 얼음판에 무우를 썰고있었다. 국거리를 만들고있는것이다. 궁근 얼음밑을 흘러가는 물소리가 둘둘 둘둘 웅글진 소리를 내고있었다.

개울 건너편 봇나무숲속에는 어느새 추녀끝을 높이 쳐든 커다란 기와집 같은 천막이 생겨났다. 어디선가 도끼들이 투닥거리고 톱들이 쓰르릉쓰르릉 나무를 켜댔다.

리동백은 강대를 찍어넘기고 자를 대고 잰것 같이 키가 가쯘하게 켜서 패놓은 장작을 차곡차곡 쌓아올리고있는 젊은 유격대원들옆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당장 때게 될 장작을 그렇게 일매지게 패는것이 이상스러웠고 또 그렇게 규모있게 쌓아놓는것도 이상스러웠다.

거기서 떠난 리동백은 담배를 피워물고 후미진데로 내려서다가 이번에는 두사람이 전나무가지로 《ㄷ》자 모양의 자그마한 울타리를 치는것을 보고 다시 멈춰섰다. 울타리안은 사람 하나 들어서기 알맞춤할만 한 자리밖에 되지 않는데 보초막을 친다고 인정하기에는 군사에 대하여 잘 알고있지 못한 그의 소견으로써도 자리가 적당한것 같지 않았다.

《이건 보초막인가요?》

그를 돌아다본 두 대원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일시에 쏟아져나오는 웃음을 참을수 없는듯 대꾸를 못하고 키득거렸다. 방금 서로 우스운 이야기를 하던 참인지도 모른다.

그중의 한사람이 웃음을 겨우 참아가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리고는 잠시 거북한 표정이다가 정중하고 공손하게 뒤간이라고 알려주었다.

(이 깊은 산중에 변소까지?! 더구나 하루밤 지내고 떠나가버릴 숙영지에?)

돌아서서 발 가는대로 산보길을 이어가던 리동백은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한가지 생각에 걸음을 멈추었다. 유격대가 여기서 여러날 묵을것이라는 생각이였다. 그렇지 않다면 하루밤 자고 떠날곳에 저렇게 착실한 살림차비를 할리가 없는것이다.

이제는 의문스럽던 여러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풀렸다.

어느덧 숙영지에는 여러개의 천막들이 질서정연하게 일어서있었다.

말들은 사람들에 앞서 저녁거리를 받았는지 군데군데 몰켜서서 머리를 주억거리며 무엇인가를 씹고있었다.

손이 난 유격대원들은 우등불둘레에 앉아 혹은 총을 닦고 혹은 신발을 손질하고 혹은 떨어진 단추를 달거나 나무가지에 찢긴 옷을 기우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다 익은 음식냄새가 숲속에 자욱히 떠돌았다.

외따로 떨어져있는 한 구석진곳에서는 어린것들의 소꿉놀이불같이 피워놓은 작은 불무지옆에 나이 지긋한 한 대원이 숨어앉아 무엇인가를 굽고있었다. 세그루의 애잣나무가 그를 가리워주고있었다. 잉걸불우에 올려놓은 군용밥통뚜껑안에서는 무엇인가 보질거리며 구미를 돋구는 깨고소한 탄기름내를 풍겼다. 남몰래 맛있는 무슨 기름튀기를 료리하는것이다.

엄동산중에서도 못하는 일이 없는것 같았다.

리동백은 무얼 하는지 알아보고싶었지만 여느 사람들보다 나이들어보이는 그 대원이 무참해하리라는것과 자기자신 또한 체면이 없어지리라는 생각이 들어 못본척 하고 슬그머니 그 옆을 피해 에돌아갔다.

산뜻하게 쳐놓은 장풍곁을 지나 봇나무만 골라서 피워놓은 우등불곁에 이르러 리동백은 두 전령병과 함께 계시는 장군님을 뵈옵고 멈춰섰다.

그이께서는 몇걸음 마주오시며 반기시였다.

《무슨 구경거리라도 있었습니까?》

《네, 한바퀴 돌면서 유격대가 숙영준비를 하는것을 봤습니다.》

하고 리동백은 대답했다.

《이런걸 첨 봅니까?》

《첨이지요. 거 산에서도 못하는게 없습니다. 그런데 저어··· 한가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주저하지 말고 물으십시오. 선생은 알아보실게 많아서 일부러 찾아온 걸음이 아닙니까?》

장군님께서는 호방하게 웃으시였다. 리동백이도 따라 웃었다.

《다른게 아닙니다. 여기에 얼마나 머무실 예정인지 그리구 여기서 뭘 하실걸 계획하시는지 알고싶었습니다.》

《한밤 자고 래일 새벽에 다시 떠납니다. 여기서 묵을 일이 없습니다.》

리동백의 짐작은 뒤틀어지고말았다. 다시 그 굳건한 숙영준비는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로 되였다.

《래일 떠난다는분들이 장작가리랑 쌓구 그렇게 굳건히 틀고앉을 차비를 합니까?》

《한밤 자고 떠난다 해서 아무렇게나 지낼수야 없지요. 조건이 허락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동무들은 되는대로 사는걸 좋아 안합니다.》

리동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루밤 자고 떠나가버릴 무인지경 밀림속에서 장군님 휘하의 인민혁명군대원들처럼 이렇게 알뜰하고 문화성있고 질서있는 생활기풍을 유지할만큼 높은 교양을 소유한 사람들이 어데 또 있으랴? 아무리 잘 교양받았다고 하는 문명인이라도 산속에서 뜨내기살이를 하게 되면 며칠 못가서 문명이전으로 되돌아가 되는대로 살아버릇하고말것이다.

리동백은 휘하 사람들을 교양있게 훈련시키신 장군님의 인격에 마음속으로 은근히 감복하였다.

《좀 쌀쌀해지는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갑시다.》

리동백은 장군님을 따라 천막안으로 들어갔다.

약간 매캐한 연기내가 떠도는 천막안은 훈훈했다. 안쪽의 한켠에는 잘 핀 잉걸불만 골라담아다가 모아놓았는지 한창 이글거리는 불무지가 있었다.

천막을 받쳐올린 가운데기둥에는 세대의 초대가 매달려있었는데 그중의 한대에는 이미 불이 켜져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나머지 두 초대끝에도 불을 옮겨붙이시였다. 천막안이 한결 더 밝아졌다.

《이게 잠자리겠습니다? 장군님.》

리동백은 맨땅에 상록수가지들을 깔고 그우에 마른풀대들을 베여다 두둑이 깔아놓은것을 보고 물었다.

《네, 행군중에 숙영할 때에는 이렇게 해놓고 자군 합니다. 몹시 추울 때에는 오히려 천막을 치지 않고 우등불을 크게 피워놓고 그 밑에서 몸을 덥히며 자는편이 낫습니다.》

《여기다 모포를 깔겠습니다?》

《여벌이 있으면 깔겠는데 지금은 여벌이 없어서 그러지 못합니다. 좀 배기구 찌르긴 합니다만 푹신한 멋도 있어서 괜찮습니다. 좀전에 바깥에서 말씀드린것처럼 우리는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인것만큼 비록 하루밤을 지내더라도 살멋이 있게 꾸려놓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형편이 이 이상 더 훌륭한것을 마련할수 없게 합니다.》

《장군님께서도 이런데서 주무십니까?》

《우리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나한테야 이 이상 더 좋은 잠자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나는 이런데가 좋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진정으로 만족하신듯 밝은 웃음을 지으시였다.

하루밤의 로숙침상으로는 정말 그 이상의것을 마련할수 없는 조건이였다. 그러나 알뜰하고 문화성있게 꾸리기를 좋아하는 인민혁명군대원들이 장군님께도 그와 같은 잠자리밖에 마련해드리지 못하게 될 때마다 그 심정들이 오죽 안타까우랴싶었다.

《우리는 단련돼서 일없지만 아직 단련이 부족한 어린 대원들을 이런 잠자리에 눕힐 때면 마음이 편치 못해서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단 며칠간이라도 한곳에 머무를 때에는 구들을 놓고 따뜻한테서 자게 합니다.···》

천막밖에서 인기척을 느끼신 장군님께서는 말씀을 끊으시고 누가 왔는지 들어오라고 찾으시였다.

출입구자락이 조심스럽게 들리더니 나어린 전령병이 머밀머밀하며 들어왔다. 봉길이였다. 눈덕을 내리깔고 흐린 기색이였다.

《봉길동무가 좀 뿌루퉁했군. 무슨 일이 있었소?》

장군님께서는 웃음속에 물으시였다.

봉길은 눈을 들었다가 다시 떨구었다.

《말해보라구.》

장군님께서는 달래듯 재촉하셨다.

《경위대장동지가 저만은 오늘 저녁 식사운반을 하지 말라는것입니다.》

장군님의 입가에는 전에없이 의미있는 웃음이 피여났다.

《어째서?》

봉길이는 더 깊이 머리를 숙이고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웅얼웅얼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사령관동지께 가서··· 그런 처벌을 당하게 된 까닭을 알라고 했습니다.》

《배식자격정지정도의 <처벌>밖에 못받았소?》

《네.》

《너무 눅거리로군. 그런 <처벌>을 당하면 오히려 편안해서 좋지.》

장군님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봉길이도 숙인 머리를 들며 씨물 웃었다. 그리고는 웃을 체면이 못된 처지에서 웃는것이 창피스러웠던지 귀바퀴까지 새빨개졌다.

《저리 들어가 리선생옆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해보오.》

봉길의 곁에 다가가신 장군님께서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떠미시고는 그가 서있던 출입구가까이에 쌓여있는 마른풀을 땅바닥에 고르롭게 펴놓으시였다. 그러신 다음 천막에 드나들기 편리하게 출입구자락을 젖혀올려 흘러내리지 않도록 손질하시였다.

해사한 보름달이 새물새물 웃으며 터놓은 출구의 한 귀퉁이로 갸웃이 천막안을 들여다보았다. 여기 들어온 애젊은 전령병이 어찌고있나 알고온듯이.

봉길이의 일이 어떻게 돼갈지 궁금스레 앉아기다리던 리동백은 뚜껑짬으로 김이 몰몰 새여나오는 군용밥통 두개를 량손에 나눠든 강세호가 들어서는것을 보고 바삐 일어났다.

그가 자리를 피할 기미임을 알아채신 장군님께서는 그의 팔소매를 잡고 제자리에 눌러앉히시였다.

(끼니때마다 그이의 곁자리에 끼여들다니?)

리동백이 이렇게 될줄 모르고 주책없이 멍청히 앉아있은 자신을 마음속으로 꾸짖고있는동안 경위대장 리북철과 전령병 한종삼이도 음식그릇을 날라왔다. 강세호는 건초깔개우에 저녁을 차리기 시작했다.

《종삼동무는 그만하구 봉길동무옆에 가만히 앉아있소.》

하고 이르신 장군님께서는 경위대장에게 분부하시였다.

《동무네 몫도 이리 가져오시오. 좀 비좁은대로 오늘 저녁엔 같이 둘러앉아 동무해줍시다.》

누구를 동무해주시자는 말씀이신지 리동백은 그 뜻을 해득할수 없어 얼떨떨해하며 유격대의 숙영지에서 처음 보는 저녁상에 눈길을 주었다.

비록 맨땅우에 마른풀을 깔고 그우에 그냥 차려놓은 소박한 음식이지만 깨끗하고 성의있게 만들었을뿐아니라 이런 눈덮인 무인지경 산속에서는 뜻밖이라 할만큼 희귀하고 빛다른것도 올라있는 저녁이였다.

조밥에는 세일정도이지만 툭툭 속살이 터져나온 팥알들이 섞이고 된장 대신 맨소금을 넣어 끓인듯 한 말간 국에는 그나마 감자국거리가 들어있었으며 삶은 닭알 세알에 양념은 못쳤지만 소금으로 무친 깨끗한 무우생채 그리고 무슨 가루를 묻혔는지 얇게 저민 감자속을 넣어 기름에 튀겨낸것까지 있었다.

줄창 산속을 떠다니며 고생하는 사람들이 이만큼 차려놓았다는것이 참으로 놀라왔다.

《이거 웬 감자랑 가루랑 생겨서 튀기까지 만들었소?》

찬그릇들을 어린 두 전령병과 리동백이 앉은쪽으로 가까이 옮겨놓으시던 장군님께서도 좀 뜻밖이신듯 경위대장 리북철을 돌아보시였다.

《강세호동지가 어디선지 좀 구해와서···》

리북철은 강세호의 눈치를 흘끔 살펴보며 얼버무렸다. 그런 일이 있은척 하지 않는 강세호에게로 옮기신 장군님의 시선에 말없는 감사의 정이 어려있었다.

《우리 살림에 이만하면 부자놈들의 진수성찬 못지 않구만.》

장군님께서는 대견스런 웃음을 지으시며 곁에 앉아있는 봉길이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으시였다.

《자, 오늘은 봉길이가 주인인데 봉길이부터 들라구.》

그이께서는 살뜰히 권하시였다. 내내 머리를 숙인채 앉아있던 봉길은 너무나 놀라서 커다래진 눈을 두리번거리며 장군님과 둘러앉은 사람들 그리고 범상치 않은 음식그릇들을 돌아보았다.

《우리 쌍둥이전령병 종삼이도 봉길이하구 같이 닭알을 하나씩 맛보라구.》

하고 장군님께서는 삶은 닭알 하나씩을 봉길이와 종삼이의 밥그릇우에 얹어주시였다. 종삼이도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며 묻듯이 봉길이를 돌아보았다.

장군님께서는 나머지 닭알 한알을 그릇채로 리동백의 밥그릇과 국그릇사이를 비집고 옮겨놓으시였다.

《어려운 길을 찾아오신 귀한 손님에게 별로 대접할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침 오늘같이 좋은 날에 오셨으니 이만큼이라도 찬을 차릴수 있는것 같습니다. 어서 드십시오.》

《네.》

리동백은 앉은채 장군님 쪽에 허리를 굽석했다.

《그런데 유격대에서는 오늘이 어떤 뜻깊은 날로 되는지 저도 좀 알고나 들게 해주십시오.》

리동백은 장군님께 소청을 올렸다.

장군님께서는 봉길이를 정겹게 돌아보시며 말씀하시였다.

《우리 봉길동무한테 명절로 되는 날입니다. 봉길동무가 이 세상에 태여난 날이지요.》

장군님의 기쁨에 넘치신 말씀을 듣고 리동백이나 쌍둥이 전령병 종삼이보다 당자인 봉길이가 더 놀랐다. 그는 오늘이 자기의 생일날이라는것을 전혀 모르고있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불에 덴 어린아이처럼 흠칫 몸을 젖히며 얼굴을 찡그리였다. 마치 자기앞에 차례진 생일상이 천만부당한것이기라도 한듯.

그러나 너의 생일이 틀림없다고 일러주시는듯 한 장군님의 정겨우신 눈길에 접하자 불쑥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며 흐느껴울기 시작했다.

(당자도 알지 못하고있는 생일날을 장군님께서 어떻게 알고계시다가 이렇게 살뜰하고 다정한 가족적인 좌석까지 마련하신것일가?)

리동백이 자못 놀랍게 여긴것은 바로 이러한것이였다.

《어린애처럼 못나게 굴지 말구 자, 어서 들라구.》

장군님께서는 울고앉아있는 봉길이의 손을 끌어다 저가락을 쥐여주시였다.

《주인이 나앉아있으니 우리도 얻어먹을수 없지 않소? 강세호동무랑 경위대장동무랑 일부러 없는걸 얻어다 차려놨는데 그 성의를 제깍 받아줘야지.》

그이께서는 환히 웃으시며 둘러앉은 사람들을 돌아보시였다.

《달도 좋은데 오늘 밤엔 우리모두 노래랑 부르면서 봉길동무와 같이 즐겨줍시다.》

터놓은 천막문앞에 막아선 덩실한 보름달도 벙글벙글 웃고있었다.

웬일인지 리동백이도 눈뿌리가 저려나며 이슬방울이 솟아오름을 느꼈다. 다시 젊어져 봉길이또래의 나이가 될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여 이 따뜻한 사람들을 따라다니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