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장 3

 

제 11 장

3

 

박문필과 교원의 체포에 대한 소식을 리경준에게 알린것은 비밀조직성원인 전공 김태준이였다.

박문필과 교원이 놈들에게 체포되여 경찰서에 압송되여갔다는 통보를 받은 시내조직에서는 긴급수습대책을 세우면서 그 누구에게보다도 먼저 리경준에게 이 사실을 알려 그가 피신하게 하기 위하여 즉시에 촌으로 련락원을 띄웠다. 그리고 리경준이 그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채 시내로 돌아올수 있다는것도 타산하여 몇몇 조직원들이 그가 돌아올수 있는 세개의 길목을 지키며 기다리게 하였다.

그런 과업을 받은 사람들중의 한사람이였던 전공 김태준은 양지촌에서 동문밖거리로 들어서는 길목의 전주대우에 올라가 애자를 갈아대고 끊어진 전기줄을 잇는척 하며 기다리고있다가 리경준을 만났다. 그는 리경준에게 소식을 전하고 양지촌에 있는 교외조직원의 집에 피신하도록 하였다.

이런 불의의 사태를 예견하여 미리 박문필에게 주의할 점들을 일러도 주고 이런저런 경우에 대처할 약속도 해놓은 리경준이였지만 처음에는 그자신도 저으기 당황하였다.

무엇보다도 그를 당황하게 한것은 이번 사태를 폭발시킨 원인과 단서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지 못하는 그것이였다. 그에게 빚어진 사태를 통보해준 전공도 그들이 체포되였다는 사실밖에는 아는것이 없었다.

몹시 불안한 가운데서도 약간이나마 다행으로 여기게 되는것은 교원과 박문필 이외의 어느 한 조직원도 체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였다. 따라서 그들에 대한 체포는 조직의 활동이나 조직선을 알고있는자의 변절이라든가 밀고에 의한것이 아니라 순전히 적의 감시를 눈치채지 못한 교원의 실수가 빚어낸 후과인듯 하였다.

리경준은 조직에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만단의 대책을 취하면서 사태발전을 주시하였다.

적들은 교원과 박문필의 집만을 수색하였다. 놈들은 철숙에게 사진사인 리경준과 주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나 리경준의 방에서 사진사가 할빈에서 두루 《굴러다니던 사람》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첩(그것은 리경준이 자기를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둔것이였다)을 본 놈들은 미리부터 준비되여있는 철숙의 대답을 듣고 리경준에 대하여 반신반의하는 기색으로 돌아갔던것이다.

수색때에 놈들이 철숙에게 한가지 더 물어본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주인이 등사기를 어디 갖다두었거나 잠간이라도 가져온적이 없었느냐는것이였다. 교원의 집을 수색할 때에도 그와 동일한 질문이 있었다고 하였다.

분명 놈들은 삐라사건에서 확실한 단서를 찾아내기 위해 애쓰고있는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을 간파한 리경준은 대담하고 결단성있게 수습대책을 세워 박문필과 교원을 무사히 풀려나오게 하리라고 결심하였다. 조국광복회창립대회를 목전에 둔 지금 무송지구지하혁명조직대표로서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 회의에 가게 되여있는 박문필을 쇠살창안에 둔채 어찌 혼자 가서 장군님을 뵈올수 있으랴?

리경준은 더이상 사태를 관망하여 숨어배겨있을수 없었다. 그는 차라리 자기가 대신 쇠살창속에 들어가 앉게 되더라도 박문필이 풀려나오게 할 각오를 품었다.

그는 조직원들을 발동하여 시외의 어디에 등사기가 있는가를 탐문해냈다. 박문필과 교원이 체포된후 삐라사건이 자취를 감춰버리게 되면 놈들은 반드시 분실당한 등사기가 박문필과 교원의 수중에 있으며 바로 그들이 그 등사기로 삐라를 밀어왔다고 인정할것이다. 공교롭게도 유격대에 등사기를 보낸것과 두사람의 체포가 일치한 때인만큼 다른 등사기를 지체없이 구해서 삐라사건을 계속 일으키지 않으면 박문필과 교원에 대한 혐의가 짙어질것은 명백하였다. 그러므로 리경준은 새로운 등사기공작이 곧 두사람을 구출하는 유일하고 속한 길이라고 여기였다. 특히 근거없이 체포된 박문필은 빨리 나올수 있다고 생각되였다.

탐문한 결과 등사기 있는데가 몇군데 나졌는데 그중 가장 안전하게 해결해낼수 있는것은 한 목재판가까이에 있는 제재소사무실의 등사기였다.

그는 그 등사기를 빼낸 다음 자연화재가 일어난것처럼 사무실과 제재소에 불을 질러 등사기의 분실에 주목이 돌아가지 않도록 면밀히 행동계획을 짜고 자기가 직접 그 일대 지하조직성원들과 함께 이 공작을 현지에서 지휘하였다.

 

콩크리트벽에 머리를 기댄채 의식을 잃었던 박문필은 강아지란놈이 그 축축한 혀바닥으로 볼을 핥는것만 같아 강아지를 물리치려고 손을 내젓다가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강아지는 보이지 않고 높다란 뙤창으로 차거운 바람이 스며들고있었다.

뙤창에 꽂힌 쇠살창사이로 별들이 반짝거리는것이 내다보였다.

집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지친 몸으로 창문가에 기대서서 밖을 내다보면 언제나 자기를 반기던 별, 사람들의 가슴가슴에 장군님의 뜻을 심어주기 위하여 밤길을 걸을 때면 머리우에서 자기의 리상처럼 반짝이던 그 별들이였다.

박문필은 몸을 움직이려 하였으나 웬일인지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려고 하여도 예리한 칼끝으로 뼈속을 찌르는것 같이 아파서 꼼짝할수 없었다.

박문필은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차츰 어둠에 익어지면서 우중충한 세멘트벽과 굳게 닫힌 철문이 어둠속에서 우렷이 떠올랐다. 그제야 박문필은 여기가 감방이라는것과 자기가 모진 고문을 당한후 감방에 와서 의식을 잃었다는것을 깨달았다.

박문필은 동지들이 그리웠다. 특히 리경준이가 그리웠다. 적들이 매일같이 악착한 고문을 들이대며 유격대와의 련락선을 대라, 조직을 대라고 악을 쓰는것을 보면 조직은 무사한것 같았으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안타깝고 불안하였다.

그는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수 없어서 뜬눈으로 밤을 밝혔다. 무시로 갈마들군하는 동지들에 대한 생각으로 하여 박문필은 육체적고통과 살점을 꽁꽁 얼구는 추위도 잊었다.

이튿날 아침에 박문필은 밖에서 들여보낸 꾸레미 하나를 받았다.

어머니가 몇번 그런 차입품을 들여보낸적이 있었기때문에 이번에도 어머니가 들여보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번의것은 달라보였다.

어머니가 들여보내던 차입품은 비단보자기 아니면 하얀 반지에 싼것이였는데 이번것은 허줄한 포장종이를 차근차근 무어서 싼것이였다.

박문필은 꾸레미를 손에 든채 신기한 물건이나 보듯이 한참동안 살펴보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여 조심스럽게 펼쳐보기 시작하였다. 무엇일가? 누가 보냈을가? 종이를 헤치면서도 박문필은 줄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안에는 정성들여 빚은 주먹밥 세개가 들어있었다. 밥덩이는 아직 따스하였다. 방금 밥을 지어서 들여보낸것이 분명하였다.

그리고 한쪽에는 경찰들이 헤쳐본듯 한 종이로 달달 만 물건이 있었다. 박문필은 그것도 역시 조심스럽게 들어서 무릎우에 올려놓고 천천히 헤쳤다. 거기에 뿌리를 자른 푸르싱싱한 파 한대와 유지에 싼 고추장 한덩이가 있었다.

고추장과 파는 박문필이가 언제나 즐겨하는 음식이였다. 그는 싱싱한 파잎에 고추장을 찍어먹기를 좋아하였다. 언제인가 의사는 그에게 매운 음식을 삼가하는것이 좋겠다고 권고하였으나 박문필은 그 말을 잊어버렸다. 철숙이도 박문필의 성미를 알고 때때로 신선한 파를 고추장에 받쳐 상에 올려놓군 하였다.

박문필의 이러한 식성을 알고있는것은 이 세상에서 오직 한사람, 철숙이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것은 철숙이가 들여보낸것이였다.

감방안에는 향긋한 파냄새가 풍기였다.

그는 종이를 헤쳐놓고 연한 줄기 하나를 잘라서 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었다. 금시 정신이 드는것 같았다. 착하고 어진 안해가 새삼스레 그리웠다. 박문필은 다시 싱싱한 파허리를 꺾다말고 주춤하였다. 뜻밖에도 대속에서 돌돌 만 종이쪽지가 무릎우에 톨롱 떨어지는것이였다. 박문필은 감방문을 흘끔 살펴본 다음 그 종이쪽지를 집어서 펴보았다. 조그마한 종이쪽지에는 연필로 깨알같이 박아쓴 글자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서 습관대로 손을 눈언저리에 가져갔으나 어느때건 눈에 꼭 붙어있군 하던 안경이 이상하게도 잡히지 않았다.

어제 감방에서 쟁강소리를 내며 콩크리트바닥에 떨어지던 안경생각이 간절하였다.

박문필은 해빛을 따라가며 글을 읽었다.

 

산과 강은 변함없음. 산에서 인사를 보냄.

 

산은 공작원이였고 강은 조직이였다.

(조직이 무사하다! 동지들이 무사하다!)

박문필의 파리한 얼굴에는 기쁨의 미소가 어리였다. 박문필은 애써 일어서서 아픈 다리를 옮겨놓으며 간신히 두손을 마주잡고 흔들었다.

《경준동지, 동무들, 반갑소. 기쁘오!》

박문필은 비틀거리다 겨우 물기가 축축한 벽에 의지하여 몸을 가누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 하였다. 그처럼 기다리던 동지들의 소식을 앉아서 받을수가 없었던것이다. 어쨌든 일어서서 동지들에게 인사를 전해야 하고 또 내가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는것을 보여주고싶었다. 그리하여 박문필은 창가로 얼굴을 돌리고 웃음을 지어보이였다. 이윽하여 안경이 없어 한결 우묵해보이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핑 고이였다.

그러던 박문필의 생활에는 변화가 일어났다.

면회날도 아닌데 그 다음날 아침 박문필은 감방안에서 아버지의 방문을 받았다. 언젠가는 아버지의 방문이 있을것이라고 짐작을 한 박문필이였으나 정작 늙어버린 아버지를 뜻밖에 대하고보니 가슴이 떨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감방안에 들어서서 아들의 험상스러운 정상을 보게 된 늙은이의 커다란 눈은 놀람과 슬픔으로 가늘게 떨리였고 뒤이어 곧 눈물이 어리였다.

《싱싱하던 사람을 이꼴로 만들다니.》

늙은이는 열려진 감방문밖을 돌아보며 떨리는 손으로 피멍이 든 박문필의 어깨를 만졌다. 이윽고 늙은이는 한숨을 내쉬였다.

《너의 어머니두 오겠다는걸 겨우 말렸다. 이런덴 녀자들이 다닐곳이 아니지. 너의 어머니는 며칠째 밥 한술 못뜨고 노상 누워있다.》

늙은이는 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박문필은 피기없고 누런 주름살이 덮인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문필아, 너의 형제는 셋도 못되고 도무지 둘이 아니냐? 그런데 너의 형은 사람이 되기엔 코집이 틀려먹은지 오래다. 이제 내게는 자식이라구는 너 하나밖에 없다. 나와 네 에미는 너 하나를 믿고 살아왔는데 네가 우리를 버리고 왜 이런데서 고생하겠니? 어서 저 사람들이 듣고싶어하는 말을 시원히 다 털어버리구 집으로 가자.》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안타깝게 말하였다. 그러나 박문필은 아버지의 손을 가볍게 밀며 머리를 저었다.

《아버지!》

박문필은 뜨겁게 불렀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나라를 잃은 우리 조선사람들이 겪고있는 불행과 고통을 외면하여왔습니다. 이것은 말하기도 가슴아프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제라도 아버지가 우리 조선민족을 위하고 나라를 찾는 의로운 일을 도와나서신다면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고맙게 생각하겠습니다.》

늙은이는 손수건으로 물기가 어린 눈언저리를 눌렀다.

《얘야, 그런, 그런 얘기는 집에 가서 두고두고 하자꾸나. 그래 넌 아직도 그 마르쿠스(맑스)라는 사람을 신봉하느냐?》

이때 고등계주임놈이 입가에 웃음을 담고 백대가리를 흔들며 들어왔다.

《부자간의 상봉치구는 너무 쓸쓸합니다. 우리가 좀 도와드릴것이 없겠습니까?》

《아버지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오만 이런속에서도 의로움을 버리지 않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되려 정은 두터워지오. 도대체 무슨 리유로 죄 없는 내 자식을 저 지경으로 만들었소?》

늙은이는 손수건을 감추면서 고등계주임놈한테 등을 돌려댔다.

《그건 당신 아들이 대답할 일이지요. 부자간의 상봉이 더 쓸쓸해지지 않도록 각방으로 힘쓰기를 바랍니다.》

비웃는 고등계주임놈의 목소리였다. 그놈은 더 있기가 멋적었던지 그냥 돌아서 나가버렸다.

《고맙습니다. 아버지!》

박문필은 아버지의 손을 오랜만에 잡아쥐였다.

《제가 신봉하는분은 김일성장군님이십니다. 아버지, 저는 장군님의 뜻을 받들고 일생을 살아갈 결심입니다.》

몹시 놀란 아버지는 아들을 새삼스레 마주보았다.

《음, 그렇댔구나!···》

아버지는 무겁게 머리를 끄덕였다. 작은아들의 운명에 대한 걱정때문에 노상 불안이 가시지 않던 아버지의 얼굴은 전에없이 평온해졌다.

《네가 그렇다니 마음이 놓인다. 될성부른 나물은 떡잎부터 알아본다구 나는 벌써 네가 중학을 다닐 때부터 학생시절의 장군님을 뵙고 그이께서 이담에 의로운 사람들을 거느리실 훌륭한 인물이 되리라고 혼자속으루 생각했댔다. 네가 그분을 따른다니 너는 그릇된 길로 갈 념려가 없다구 나는 믿는다. 다시는 내가 너를 실망시키는짓을 안하리라는걸 알아두어라.》

아버지는 이런 말을 남기고 흔연히 돌아갔다.

여직껏 계속되던 고문이 중단되였다. 감방문을 불이 나도록 드나들던 순사와 형사도 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냥개처럼 사납던 털보도 무엇때문인지 박문필의 요구를 고분고분 들어주는것이였다.

늙은이가 다녀간 다음날 털보가 와서 또 면회라고 소리를 쳤다.

면회실은 천정이 낮은 집이였는데 면회자들이 서로 얼굴이나 겨우 가려볼수 있을 정도로 구멍을 내고는 온통 나무판자로 사이벽을 쳐놓았기때문에 좁고 어둑시근하였다.

천장에서 수수떡같은 전등알이 희미한 빛을 뿌리고있었고 출입문곁에는 당번순사놈이 앉아있었다.

쇠창살을 댄 뙤창만 한 구멍으로 가느다란 해빛이 강렬하게 스며들고있어 박문필은 눈이 사물거려 광선을 피하였다.

한참후에야 박문필은 한손을 창백한 이마우에 갖다대고 안경자리가 또렷한 눈을 쪼프리며 쇠창살너머로 밖을 살피였다. 이때 쇠창살 저쪽에서 무엇인가 언뜻거리는것 같더니 반기듯 달려오는 잰걸음소리가 들렸다.

모든것이 희뿌연 안개속에 잠긴것처럼 흐리멍텅한 가운데서 말쑥하게 가리마를 탄 검은 머리와 흰 이마가 또렷하게 떠올랐다. 어딘가 퍽 낯익은 모습이였다. 박문필은 눈을 흡떴다. 안해 철숙이였다.

남편을 기쁨과 그리움에 차서 바라보던 철숙은 얼핏 눈길을 떨구었다.

박문필은 그 눈길에 어두운 그림자가 비낀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일순간의 일이였다.

안해는 또다시 남편을 바라보았는데 그 눈은 여전히 웃고있었다. 그 웃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남편을 안심시키고 위안하려는 철숙의 마음이 어려있어 박문필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그 웃음은 전에없이 안해의 눈귀에 자리잡기 시작한 가느다란 한줄기 주름과 해쓱해진 얼굴모습과 한데 어울려 이번에는 박문필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당신이 왔구려.》

박문필은 가슴속에서 솟구쳐오르는 격정을 누를길 없어 자기도 모르게 쇠창살사이로 두손을 내밀며 안해의 차겁고 떨리는 손을 더듬어잡았다.

결혼한후 이렇게 서로 손을 마주잡아보기는 처음이였다.

안해의 손은 차거웠다. 박문필은 안해의 차거운 손을 덥혀주려는듯 꼭 그러쥐였다.

《걱정 마세요. 모든 일이 다··· 잘되여간답니다.》

철숙은 입속말로 속삭이듯 말하고 출입문곁에 앉아서 선하품을 하고있는 당번순사놈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한숨을 쉬였다. 무슨 간절한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였다.

《그래 우리 사진관은 지금 쉬겠구만.》

박문필은 안해가 그 말의 뜻을 알아차리겠는지 걱정하며 물었다. 그것은 리경준의 안부를 묻는 말이였다.

철숙은 뜻밖에도 눈을 반짝이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예요. 여전히 손님들이 와요. 저도 일하구요.》

박문필은 그 말을 조직이 움직이며 안해도 조직의 사업을 돕고있다는것으로 리해하였다. 박문필은 다시금 안해의 손을 뜨겁게 잡아 눈인사를 보냈다.

이때 《면회 그-만》 하는 순사놈의 늘어진 목소리가 울렸다.

두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철숙의 눈에 불꽃이 반짝이였다.

무엇인가 결심한듯 철숙은 박문필의 손을 자기앞으로 끌어당기였는데 이때 박문필은 자기의 손바닥에 얇은 종이마리가 닿는것을 느끼였다.

철숙은 나직하나 다급하게 말하였다.

《집일은 절대 걱정 마세요. 몸성히 계셔요. 몸성히···》

말도 끝나기전에 나무판대기가 그들의 사이를 콱 막아버렸다. 시간이 되였다고 순사놈이 막아버린것이였다.

철숙의 숨결소리가 판자너머에서 들렸다. 그러다보니 안해와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하고만것이였다. 박문필이 이윽토록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있는데 판자너머에서는 안해의 가느다란 흐느낌소리가 들리였다.

감방에 돌아온 다음에도 박문필은 한참동안 무엇을 생각하는것도 없이 벽에 기대 앉아있었다. 안해의 모습이 눈앞에서 떠날줄 모르고 얼른거렸다.

그러다가 안해가 손에 쥐여주던 종이마리 생각이 나서 펴보았다.

 

신심을 잃지 마세요. 삐라가 다시 뿌려지고있어요.

당신에게 크나큰 영광이 차례졌어요.

 

엷은 종이며 연필글씨는 모두 전날의 파속에서 나온것과 같은것이였다. 오늘에야 그것이 안해의 글씨라는것을 알았다. 뒤늦게 알아본것이 미안스러웠다.

박문필은 삐라가 다시 뿌려지고있다는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등사기와 삐라사건들이 자기와 무관계하다는것을 적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리경준이 어떤 비상대책을 취했으리라는것을 그는 짐작하였다.

그러나 자기에게 차례졌다는 크나큰 영광이 무엇인지는 온밤을 두고 생각했지만 알수 없었다. 그는 자기가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고 동강밀영으로 가게 되여있는줄은 꿈에도 알지 못하고있었다.

그리고 그 밤에 또한 자기를 서뿔리 체포하고 고문한 경찰서놈들이 자기들의 상급으로부터 어떠한 꾸중을 받고 어떤 새로운 흉계를 꾸미고있는지도 알지 못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