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장 2

 

제 10 장

2

 

사령부친솔부대는 마안산을 떠난 다음날 남강부락에서 시오리쯤 떨어진 수림속에서 행군을 멈추었다.

거기에서는 정찰임무를 맡고 미리 나왔던 강세호가 정찰대원들을 데리고 어느새 사령부가 들 귀틀집과 아동단원들을 위한 또 한채의 귀틀집까지 지어놓고 부대가 오기를 기다리고있었다.

동강으로 곧장 가는줄로 알고 행군해왔던 사람들은 여기에 도착하여 기본부대를 기다리고있는 정찰대원들을 보고서야 이곳에서 그 무슨 중요한 일이 벌어지게 되리라는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부락 방향으로의 행군이 이미 마안산을 떠나기전부터 예견된 그 무슨 중요한 일을 치르기 위한 걸음이였음을 깨달았다.

지금 사령부귀틀집에는 사령관동지의 지시에 따라 모인 각 단위의 지휘성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아이들의 귀틀집을 돌아보시려 잠간 자리를 비우신 사령관동지께서 이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는중이였다.

강세호는 곁에 앉은 리동백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령관동지께서 돌아오시지 않으시나해서 자주 출입문쪽을 돌아다보군 하였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그이께서 이번 지휘성원들의 모임을 소집하신 리유를 알수 없었다.

그이께서 이곳에 도착하시자 강세호는 남강부락의 정찰결과를 보고하려 사령부에 들리였다. 정찰결과를 보고받으신 즉시로 작전방향을 제시해주시고 전투의 구체적인 방도까지 지적해주실줄로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이께서는

《가만있소. 여러 지휘원동무들과 같이 들읍시다. 보고할 준비를 하시오.》

라고 말씀하시였다.

어찌하여 그이께서 여러 지휘원들과 자리를 같이하시고 보고를 받으시겠다고 하시는지 강세호는 궁금했다.

이윽하여 사령관동지께서 방안에 들어서시였다.

그이께서는 일어서는 지휘원들에게 자리에 그냥 앉으라고 손짓으로 만류하시며 책상곁으로 가시더니 군모를 벗으시며 아동단원들이 들 귀틀집을 알뜰하게 지었다고 만족해하시였다. 그러자 지휘원들은 정찰조를 지휘하는 그 바쁜속에서도 시간을 내여 아동단귀틀집을 지어 사령관동지께 기쁨을 드린 강세호에게 제나름의 눈인사를 보내였다.

통나무의자에 앉으신 그이께서는 각 부대들의 행군결과와 숙영준비정형에 대하여 알아보시고나서 남강부락에 둥지를 틀고있는 미야께부대를 타격할 전투계획을 토의하자고 말씀하시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당장 진행하게 될 남강촌전투가 인민혁명군의 주력부대를 강화하는데서와 조국광복회창건준비사업을 더 잘 수행해나가는데서 가지는 중요성을 간명하게 알려주시고 이번 전투를 다름아닌 남강에서 진행하자고 하는 리유를 설명하시였다.

《그러면 강세호동무의 정찰보고를 들어봅시다.》

말씀을 마치신 장군님께서는 강세호에게 눈길을 보내시였다.

강세호는 통나무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는 손바닥에 작은 수첩장을 펼쳐들기는 하였으나 그냥 든채 담담한 목소리로 집단부락인 남강부락의 지대적특성과 주민구성, 적의 무력배치에 대하여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남강에는 현재 300여명의 미야께부대가 주둔하고있습니다. 그중 두개 소대는 만강방향으로 구국군부대에 대한 <토벌>을 나갔습니다. 적의 무장에서 고려에 넣을것은 박격포 2문과 기관총 9정입니다. 그 가운데서 기관총 4정은 집단부락 네귀에 세운 포대우에 각각 한정씩 배치되여있습니다. 적의 기본병력은 마을 한복판에 자리를 잡은 병영에 있습니다. 적들은 병영주변을 토성으로 둘러쌓고 거기에 의지하여 견고한 방어진을 구축하고 항시적으로 경계를 강화하고있습니다. 놈들은 토성밖으로는 빙 둘러가며 넓고 깊은 물도랑을 파놓았고 토성의 요소요소에 감시구를 설치해놓았습니다. 토성우에는 철조망을 높이 둘러치고있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상반신을 뒤로 젖히시고 심중히 듣고계시다가 강세호의 침착한 얼굴표정을 바라보시기도 하시고 저마다 생각에 잠겨 강세호의 목소리에 주의를 집중하고있는 지휘원들을 살펴보시기도 하시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계속하라는 뜻으로 머리를 끄덕여보이시였다.

강세호는 남강부락의 적무력구성과 그의 배치정형을 자세히 이야기하고나서 적의 린접에 대하여서도 설명하였다.

《그러나 놈들은 심히 고립되여있는 처집니다. 이놈들이 린접놈들의 지원을 받자면 적어두 네댓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가까운곳에는 적들을 지원할만 한 무력이 없습니다. 무송에서 군대를 급히 내온다 하여도 다섯시간은 걸려야 합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여 저는 이번 전투에서 차단조는 감시임무나 수행할 정도의 인원이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정황에서 기본공격대상은 남강부락에 배치되여있는 적의 주력입니다. 이 주력만 소멸하면 지휘부를 잃어버린 주변의 산재된 적들은 비교적 쉽게 소멸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강세호의 보고는 끝났다. 장군님께서는 강세호가 수첩을 접어 주머니에 넣는것을 기다리셨다가 물으시였다.

《적들에 대한 다른 정보는 없습니까?》

강세호는 생각을 더듬는듯 말없이 서있다가 전과는 달리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특별히 말씀드릴 정보는 없습니다. 혹시 참고삼아 말씀드릴것이 있다면 미야께부대장놈에 대한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인민들이 돌리는 말에 의하면 미야께부대장놈은 괴상한데가 있습니다. 그놈은 조선인민혁명군이라면 벌벌 떨면서도 반순부대라고 하면 기를 쓰고 따라가서 때린다고 합니다. 또 이놈이 총을 괜찮게 쏘는 모양입니다. 반순부대병사들만 보이면 놈은 권총을 뽑아들고 앞장서서 10리건 20리건 쫓아간다고 합니다.》

통나무의자가 삐걱거리고 가벼운 기침소리가 났다. 방안의 긴장하던 공기가 다소 풀린것 같았다.

강세호자신도 미야께부대장놈에 대한 정보는 신통한것이 못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사령관동지께서는 흥미를 느끼시였다. 통나무의자에서 일어나신 그이께서는 방안을 거니시며 미야께에 대하여 상세하게 물으시였다. 필시 다른 의도가 계실것이라고 짐작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여러 지휘원들을 돌아보시였다.

《동무들, 이런 정황에서 전투조직을 어떻게 하겠는가 의견을 제기하시오.》

방안은 조용하여 귀틀집지붕우에서 락수물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가려들을수 있었다.

지휘원들은 사령관동지를 바라보기도 하고 머리를 기웃거리며 옆에 앉은 동무들과 귀속말을 하기도 하였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는 속에 사령관동지께서는 의견이 나오기를 기다리시기보다는 지휘원들이 깊이 사색하기를 바라시는듯 책상주위를 조용히 거니시였다.

작전회의에 처음 참가하게 되는 리동백은 강세호와 나란히 통나무의자에 앉아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방안을 휘둘러보고있었다. 무엇인가 꼭 기록을 하려고 들고왔던 수첩과 만년필은 무릎우에 놓인채로였다. 대원들의 학습토론을 지도하실 때처럼 장군님의 눈에 부드러운 빛이 흐르는것으로 미루어보아서도 그렇고 옆에 앉은 강세호의 여느때와 다름없는 인정기 흐르는 눈길을 보아서도 그렇고 수백명의 적을 상대로 하여 생사결판을 내게 되는 전투조직이라고 하기에는 방안의 분위기가 너무 부드러웠다.

리동백이 이번에는 다른 지휘원들을 두루 살펴보고있을 때 바로 등뒤에 앉아있던 키가 크고 얼굴빛이 거무틱틱하고 코마루가 덩실한 8련대 3중대장이 일어났다.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적들이 집단부락에 틀고앉아 견고한 방어시설을 구축해놓고있는것만큼 보통 습격전투로써는 안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을복판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인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끼칠수 있습니다. 이런 정황에서는 적의 기본주력을 집단부락밖으로 끌어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을 마을밖으로 끌어내다가 소멸하면 놈들이 구축해놓은 견고한 방어시설물도 사실상 맥을 추지 못할것입니다.》

3중대장에 비하면 키가 작고 얼굴이 둥그스름한데다가 눈이 초롱초롱하여 령리해보이는 7련대 1중대장이 저편구석에서 일어났다.

《저도 마을밖에서 전투를 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적들을 어떻게 하면 끌어내다가 족치겠는가?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교활한놈들이라니까 우리가 흔히 쓰는 유인전술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것 같습니다.

이놈들이 견고한 방어시설물에 의거하고있는것만큼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마을안에서 저항하리라는것은 명백합니다. 따라서 저의 생각에는···》

중대장은 동의를 구하듯 강세호의 얼굴을 쳐다보고나서 확신성있게 말을 이었다.

《오히려 대부대련합작전으로 이놈들을 장시간 포위하고 위협과 협박을 들이대서 무조건 항복시키는것이 어떨가 생각합니다. 한개 련대가 동원되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리동백의 좁은 생각에도 1중대장의 생각이 옳은것 같아서 긍정한다는 뜻으로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리고 강세호를 돌아보았다. 강세호는 면도자리가 푸릿한 턱을 만지면서 덤덤히 앉아있는데 얼굴빛을 보고서는 1중대의 의견에 대한 태도여부를 알수 없었다.

자기가 서뿔리 긍정했다는것을 리동백이가 느끼게 된것은 몸매 호리호리한 8련대 2중대장이 일어나서 포위가 오래 계속되면 적이 다른놈들의 지원을 요청하게 될것이므로 오히려 불리한 정황에 빠질수가 있다고 말한후였다. 그러고보면 2중대장의 말이 옳은것 같았다.

내내 부드러운 눈빛으로 지휘원들의 의견을 듣고계시던 사령관동지께서는 강세호의 정찰자료를 다시 상기시키시고나서 말씀하시였다.

《늘 강조하지만 우리는 작전토의에서 인민들의 생명재산과 우리 동무들에게 피해가 없이 적을 때리는 원칙을 전면에 내세워야 합니다.

특히 전인민적인 통일전선체를 창건해야 하는 위대한 사업을 눈앞에 둔 지금 조선인민혁명군의 인민적성격을 남김없이 보여주는것은 특별히 중요합니다. 이런 원칙에서 출발할 때 적들을 마을밖으로 끌어내다가 족치자는 의견은 옳습니다. 그러면 적들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끌어내오겠는가?》

뙤창밖의 애어린 잣나무가지에서는 저녁해빛에 구슬같이 반짝이는 물방울이 떨어지고있었다.

통나무의자들이 삐걱거리고 가벼운 기침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사령관동지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놈들의 약점을 리용하는 기만유인전술을 적용하는것이 효과적일것 같습니다. 아까 강세호동무도 같은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사령관동지께서는 결심하신듯 힘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이렇게 합시다. 반순부대병사로 가장한 유인조가 부락에 내려가서 적의 초소를 하나 다쳐놓고 소란을 피우면서 반순부대병사들인척 행동하게 합시다. 그러면 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것입니다. 추격해오는 놈들을 수리골 앞골짜기까지 끌고가서 족치면 될것입니다. 남강부락주변의 지형에서 그곳이 적을 몰아넣고 소멸하기에는 아주 유리한곳입니다. 그런데 미야께부대장놈과 적의 주력을 끌어내오자면 유인조의 인원이 좀 많아야 할것 같습니다. 검은옷 몇벌이 있으면 되니까 밑천이 들것도 없습니다. 그놈들이 총을 잘 쏜다고 하니까 여기에 알맞는 기만이 또 필요합니다.》

저녁해빛은 이미 창문가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리동백은 방안이 전과 같이 밝게만 느껴지였다.

긴장하였던 얼굴에 웃음이 넘치는 지휘원들의 모습도 역시 밝고 명랑한것이였다. 좌중을 둘러보는 속에서도 리동백은 장군님의 말씀만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가슴속에 새겨넣고있었다.

《우리 동무들이 매복한곳에 허위가장물, 허위진지를 만들어놓고 적을 다시 총구앞으로 바싹 유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의 좌우익측과 후면에서 집중사격을 들이대야 합니다. 동무들생각은 어떻습니까? 강세호동무는 다른 생각이 없소?》

입가에 그 보기드문 웃음을 담고 강세호는

《사령관동지, 알겠습니다.》라고 대답을 올렸다.

강세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우렁차고 어찌보면 약간 떨리는것 같기도 하여 중대장들은 그가 흥분하고있다는것을 느끼는 동시에 자기들도 그를 따라 벌쭉거렸다.

얼마나 명철하신 말씀이신가! 군사에 대하여 판판백지인 리동백은 지금이 전투를 앞둔 모임이 아니라 싸움을 이기고난후의 유쾌한 모임이 아닌가 하고 착각을 하게까지 되였다.

리동백은 자기도 이번 싸움에 꼭 참가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책상한옆에 놓인 군사용지도를 천천히 펼쳐놓으시며 지휘원들을 둘러보시였다.

《자 그럼 구체적인 전투계획을 세워봅시다.》

지휘원들은 기다렸다는듯 책상곁으로 모여들었다.

역시 이 광범위한 작전토의는 전례가 없는것이여서 강세호는 잠시 머뭇거리며 사령관동지를 우러렀다. 그것은 강세호가 사령관동지께서 새 부대들이 확장편성됨에 따라 새로 임명된 중대장들을 비롯한 지휘원들을 키우시기 위하여 친히 오늘의 작전토의모임을 마련하시였다는것을 알았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