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8

 

 

제 5 장

8

 

밤 12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옆에 따라선 리종익원장과 리진영정치부원장의 존재를 잊으신듯 어둠에 파묻힌 간리림시교사를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이곳에 오기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시여 자못 감회가 깊어지셨던것이다. 헌 베잠뱅이에 짚신을 신고 찾아왔던 아이들을 처음 만났던 간리, 뜻깊은 개원식을 하며 먼저 간 동지들 생각에 목이 메여 눈물지었던 간리, 이 못 잊을 간리에서 지난 1년간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몰라보게 자랐는가.

이제 며칠 안 있어 그 애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또다시 집으로 간다. 방학을 갔다오면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 학기부터는 만경대의 새 교사에서 수업이 시작될것이다. 이제는 정말 이곳이 말그대로 림시교사인셈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동안 정이 들고 추억도 많은 림시교사를 점도록 바라보시다가 《장군님, 보슬비가 내립니다.》하며 방으로 들어가시기를 청하는 원장의 말을 듣고서야 그들에게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아닌게아니라 소리없이 내리기 시작한 보슬비가 원장의 머리우에 물방울처럼 맺혀 먼 야외등빛에 반짝거린다.

《허, 보슬비에 옷젖는줄 모른다더니··· 나때문에 다들 괜한 비를 맞았군요.》

그이께서는 미안한 기색으로 말씀하시며 그들의 팔을 끼고 건물안으로 걸음을 재촉하시였다. 건물안에 들어서시여 곧장 원장방으로 향하시던 그이께서 《가만···》 하고 걸음을 멈추시였다.

《왔던김에 아이들의 잠자는 모습이라도 한번 봅시다.》

그이께서는 침실들쪽으로 조용조용 걸어가시였다.

아이들이 깨여날가봐 그러신다는것을 알아차린 원장과 정치부원장도 발소릴 죽여가며 그이의 뒤를 따랐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침실, 한침실 문소리가 나지 않게 열고 들어서시여서는 대견한 눈길로 잠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한참동안 들여다보시였다.

《허 그 녀석들, 이불들을 다 차던진걸 보니 꽤 더운 모양이구만.》

그이께서는 무슨 설명인가 하려고 하는 정치부원장에게 한손가락을 들어 입술에 대보이시고나서 들어가실 때처럼 살며시 침실문을 닫고 나오시였다.

《원장선생방에 가서 이야기합시다.》

원장방은 몹시 무더웠다. 아마 이렇게 비가 오려고 그새 물쿠어서 그런 모양이다. 정치부원장이 창문을 활짝 열어제꼈다. 물기를 머금은 서늘한 바람이 방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이렇게 더운 때에 아이들이 이불을 덮구 자자니 오죽하겠습니까? 여름에 이불을 덮고자는것은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은데.》

《현품이 없어서 아직 모포를 공급받지 못했습니다.》

리종익이 사정을 말씀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모포, 모포···》 하고 뇌이시며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만경대에 옮겨가면 어떻게 하나 모포를 공급해주도록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그래, 요즘 앓는 학생들은 없습니까?》

《특별히 앓는 학생들은 없습니다.》

《더운 때여서 아이들이 찬물을 많이 먹겠는데 물을 꼭 끓였다 식혀서 주도록 해야 합니다. 병은 항상 그런 사소한데서부터 시작되거던요.》

《꼭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내 전번에 김종항서기동무에게 일러두었는데 앞으로 학원이 만경대로 옮겨가게 되면 자체로 부업을 할수 있도록 땅을 넘겨받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까? 부업지의 정보수며 또 어디 토지를 넘겨받겠는가 하는···》

그이께서는 궁금하신 눈길로 원장을 바라보시였다. 리종익이 웃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였다.

《예, 해당 부문 일군들과 협의도 해보고 또 현지의 토지상태도 나가보았습니다.》

그는 구체적인 실태와 그에 따라 작성한 계획을 설명해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여전히 아이들에 대한 식을줄 모르는 사랑을 안고 정열적으로 뛰여다니는 그의 수고가 헤아려지시였다. 사람들은 다들 그가 점점 젊어진다고 한다.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 아닌게아니라 리종익원장이 처음 만날 때보다 퍽 활기롭고 정력에 넘쳐보였다. 하긴 늘 아이들과 함께 그들의 세계에서 살고있는데야 어찌 갱소년되지 않을수 있으랴.

리종익원장이야말로 제일 행복한 아니, 제일 부러운 사람이지···

김일성동지께서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넘기시며 그에게 말씀하시였다.

《좋습니다. 학원일군들이 학생들의 식생활을 높이기 위해 생각을 많이 한것이 알립니다.》

그이께서는 감사의 빛이 어린 눈길을 얼핏 정치부원장에게도 보내시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학원에서 부업지를 받아 자체로 부업을 하면 학생들에게 신선한 남새와 참외, 수박 같은것도 먹일수 있고 찰벼를 심어 찰떡도 해먹일수 있을것입니다. 그보다 중요한것은 자체로 부업을 하면 로동을 통하여 학생들에게 근로정신을 키워주고 그들을 육체적으로 단련시키는데도 좋다는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원장선생.》

그이의 물으심에 리종익은 《허허···》 하고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 우리 정치부원장동무도 이 리종익이 학원에서 혁명가가 아니라 귀족을 키워낼가봐 늘 침을 놓군 한답니다.》

《원장선생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난 더 할말이 없습니다.》

그이께서는 정치부원장에게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정치부원장동무, 동무가 원장선생의 사업을 잘 도와주어야 하오. 아무래도 젊은 사람인 동무가 더 많이 뛰여다니고 교직원들과의 사업, 군사교관들과의 사업도 빈틈없이 짜고들어야 하오. 그래야 원장선생이 더 많은 시간을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바칠수 있을게 아니겠소.》

《장군님, 알았습니다.》

리진영이 몸에 배인 군사규정대로 자세를 펴며 대답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창문가로 다가가시여 보슬비 내리는 밤하늘가를 조용히 바라보시며 혼자소리처럼 뇌이시였다.

《큰비가 올것 같진 않군. 다행이요.》

그이께서 무엇때문에 다행이라고 하시는지 알수 없었던 원장과 정치부원장은 의아한 눈길로 서로 마주보았다. 그들의 속마음을 읽으신듯 김일성동지께서는 창가에서 돌아서시였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방학을 떠나야겠는데 그들이 로상에서 큰비를 맞으면 야단이 아니요. 그래 원장선생, 방학은 언제 떠나보내기로 하였습니까?》

《래일 학년말총화를 짓고는 모레부터 출발시키려고 합니다.》

《음, 모레부터라. 그럼 이번 방학때 집이 없어 갈데가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사실 내가 깊은 밤에 여기에 온것도 바로 그것때문입니다. 무슨 좋은 생각들을 한것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그이의 말씀에 원장과 정치부원장은 저으기 긴장해졌다.

이미 지난 겨울방학때처럼 하려는것외에 더 다른 생각을 해보지 못한 그들이였던것이다. 잠시 난처한 눈길로 정치부원장의 얼굴을 바라보고나서 리종익이 주저하며 말씀드렸다.

《저··· 전번처럼 학원에서 휴식시키면서··· 극장관람과 공장견학들을 조직해주려고 하였습니다.》

《전번에야 겨울이고 또 처음 부닥친 문제여서 그렇게 하였지만 지금이야 왜 좀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한단 말입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소 실망이 비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그리고 자신께서 학원에 나와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왜 학원에 그냥 남아있게 될 아이들의 심정을 그렇게밖에 헤아려주지 못한단 말인가, 조금만 더 애정을 기울여 생각하면 방도는 얼마든지 찾을수 있겠는데, 학원에 남게 되는 아이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일가?···

그이께서는 안타까운 심정그대로 절절하게 말씀하시였다.

《그렇게 하여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학원의 매 아이들의 얼굴에 비끼는 그늘까지도 그냥 스쳐지나서는 안됩니다. 내 이미 동북에 사진을 보내는것때문에 자유주의를 한 아이들 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동무들에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것도 역시 리치는 같은 문제입니다. 집이 있는 학생들이 다 떠나가면 학원이 빈집같이 조용하겠는데 집이 없어 갈 곳 없는 학생들만 학원에 있으면 그들이 얼마나 생각이 많아지겠습니까. 또 그런 아이들을 보게 될 나나 동무들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장군님, 저희들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리종익이 자책이 어린 목소리로 그이께 말씀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그에게 한걸음 다가가시였다.

《원장선생, 내 그 애들 문제를 놓고 혼자서 좀 생각해본것이 있는데··· 내 생각에는 이번 방학기간에 원장선생이 집이 없는 학생들을 데리고 금강산에 갔다오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예? 금강산에··· 말입니까?》

원장도 정치부원장도 다같이 놀랐다. 그들로서는 전혀 뜻밖의, 그러면서도 순간에 마음이 붕 뜨는 대책이였던것이다. 금강산이란 말만 들어도 아이들이 《만세!》를 부를것이였다. 집이 있어 방학을 가게 된 아이들도 이걸 알게 되면 아마 집으로가 아니라 천하명산 금강산으로 함께 가겠다고 조를판이였다.

《장군님! 정말이지 말씀만 들어두 희한합니다. 어쩌면, 어쩌면 그런 생각을···》

리종익이 감탄과 감격이 한데 뒤섞인 눈빛으로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정치부원장의 심정도 다를바가 없었다.

《원장선생의 마음에 든다니 됐습니다. 내 생각에도 그 애들이 집에 가는 아이들처럼 쌀과 부식물, 간식을 타가지고 원장선생을 따라나서면 마치 부모를 따라 려행하는것 같아 기뻐할것이구 또 원장선생도 아들딸들을 데리고 나들이가는것 같아 좋을것입니다.》

《예, 정말 그럴겝니다. 생각만 해두···》

《그들이 금강산에 가서 비로봉에도 오르고 만물상에도 가보고 식물채집도 하면서 방학기간을 즐겁게 보내도록 해줍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원장선생, 우리가 부모구실을 잘하여 아이들의 얼굴에 자그마한 그늘도 지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지난날 천대와 멸시를 받으면서 살아온 아이들의 얼굴에 오늘에 와서도 그늘이 지게 하여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장군님, 죄송합니다. 제 언제 가면 장군님의 그 뜻을 다 따를수 있겠는지···》

김일성동지께서는 진심이 어린 리종익의 말을 들으며 가볍게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러시며 재삼 당부하시였다.

《사업조직을 잘하여 방학기간에 사고를 내지 말고 갔다와야 하겠습니다. 영진동물 비롯해서 책임성높은 군사교관들과 녀성교원들을 몇사람 데리고 떠나십시오. 그래야 아이들의 안전도 지키고 생활도 돌봐줄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이어 정치부원장에게 학원사업을 책임지고 새 교사로 옮겨갈 준비와 새 학기 준비사업을 할데 대하여 임무를 주시고나서 다시 리종익에게 말씀하시였다.

《기차를 타고 원산까지 가서는 강원도당위원회의 방조를 받으십시오. 강원도당에는 내가 조직사업을 해주겠습니다. 원장선생! 우리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리종익원장과 정치부원장은 뜨거운 마음으로 그이의 말씀을 새겨안았다.

밤은 소리없이 내리는 보슬비와 더불어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