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7

 

 

제 5 장

7

 

점심무렵이 가까와오자 날씨는 몹시 무더워졌다.

간리에서부터 평양시내까지 걸어나오느라 어지간히 지친 박송봉과 심창완은 시원하게 웃저고리의 단추라도 활 열어제끼고싶었으나 자꾸만 자기들에게 쏠리는 사람들의 눈길때문에 차마 그럴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눈길에 어린 감탄과 대견함, 부러움의 빛이 그들의 마음을 다잡았던것이다.

《학원학생들이로구나! 학원제복이 참 멋있지?》

《붉은 줄이 쭉쭉 간게 꼭 인민군대 꼬마장령들 같애.》

오고가는 길손들속에서 손우 누이벌이나 될 처녀들이 그들곁을 지나치며 소곤거리는 말이 귀전에 들려왔다.

송봉과 창완은 저으기 어깨가 으쓱해졌다. 은근히 좀 더 위신있게 얼굴표정을 짓고 절도있게 걷기 위해 신경을 쓰게 되였다. 더우기 송봉은 그러는 순간부터 덥다는 생각은 물론 마음속에 차있던 불안감마저 가뭇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들은 지금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슬그머니 학원을 빠져나와 시내에로 자유주의를 하고있었던것이다.

어찌 보면 이번 자유주의는 창완이때문에 시작된것이라고 할수 있었다. 며칠전 원장선생님은 그들이 학원에 와서 찍은 사진을 나누어주면서 국내에 집이 있는 학생들은 편지와 함께 보내고 동북에서 온 학생들은 잘 건사했다가 이제 인편이 생기면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학원제복을 입고 처음으로 찍은 사진을 받아든 송봉과 창완은 사진속의 자기들의 모습을 며칠을 두고 보고 또 보았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 름름하고 의젓한 사진속의 아이가 자기 모습이라고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가자 창완이 속으로 끙끙 앓기 시작하였다.

《창완아, 너 요새 왜 그러니?》

교실에서도 옆자리, 침실에서도 옆자리에 붙어있는 송봉이 그에게 물었다.

《우리 어머닌 지금껏 나 하나를 키우며 고생속에 살아왔어. 아마 날 혼자 조국에 보내놓고 어머닌 매일 아침저녁 근심만 하고있을거야. 우리가 이렇게 멋진 제복을 입구 부러움없이 살고있는줄 모르구말이야. 어머니가 하루라도 빨리 내 사진을 받아보면 더는 근심을 안하실게거던. 송봉아, 우리 래일 시내에 나가 사진과 편지를 보내지 않겠니? 거기선 아마 동북에도 편지를 보내줄거야. 언제 인편이 생기길 기다리겠니?》

《···》

송봉은 하루빨리 자랑스러운 제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주고싶어하는 그의 마음이 리해되였으나 왜서인지 아무런 말도 하고싶지 않았다.

창완인 얼마나 좋을가. 제모습을 보여줄 어머니가 계시니, 그런데 나는?··· 난생처음 붉은 줄이 쭉쭉 간 멋있는 학원복을 입은 나의 장한 모습을 그 누구에게 보여줄수 있단 말인가. 어머니도 없지,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지, 삼촌에게?···

하지만 어찌 어머니에게 자랑하는것과 삼촌에게 자랑하는것이 같을수 있으랴. 어찌 친어머니만큼이야 나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랴. 서글퍼졌다. 단 한번만이라도 내 모습을 보아줄 어머니가 있었으면···

문득 학원에 처음 왔을 때 기쁨에 겨워 나를 품에 꼭 껴안으시고 《내가 널 얼마나 찾은줄 아니?! 널 만나니 네 아버지를 다시 만난것만 같구나. 송봉아! 아버지, 어머니생각이 나거들랑 아무때든지 우리 집으로 오거라.》하시던 김정숙어머님의 인자하신 모습이 떠올랐다.

그후에도 어머님께서는 학원에 오실 때마다 학원복을 입은 우리들의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시며 기쁨을 금치 못해하셨지.

김정숙어머님께 내 사진을 보여드릴가? 아니, 우리 학원아이들모두가 다 나처럼 어머님이 보고싶다고 저저마다 찾아간다면 얼마나 힘드실가, 그렇지 않아도 무척 바쁘실텐데···

하지만 송봉은 창완이의 간절한 눈빛을 마주보고는 끝내 자기를 이겨내지 못하였다. 친구의 부탁도 들어줄겸 또 시내사람들에게라도 이 모습을 자랑할겸···

이렇게 생각하니 아닌게아니라 아직 조선글을 잘 쓸줄 몰라 작은 아이들한테 망신스럽기만 한 수업에 빠질수 있는것이 차라리 잘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한테 욕먹지 않을가?》

《까짓, 한번 눈 꾹 감구 욕먹지 뭐.》

《좋아, 가자!》

이렇게 되여 그들은 시내견학을 나왔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걸음을 다그치고있었던것이다. 자기들을 부러움에 가득 넘쳐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

그 눈길만으로도 송봉은 마음이 부풀어올랐다. 자유주의를 한다는 일종의 죄의식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지 이미 오랬다.

창완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자주 물어보느라 걸음을 지체하군 하였다.

《평양에서 제일 큰 우편국이 어디나요?》

학원복을 입은 아이들이여서 그런지 물어보는 사람마다 각근히 친절하게, 구체적으로 길을 대주군 하였다.

창완이와 송봉이가 계속 길을 물어가며 중성리쪽에 이르렀을 때였다.

등뒤에서 갑자기 《얘들아, 거기 좀 섰거라!》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우릴 찾는 사람이 있으랴 하면서도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던 그들은 뜻밖에도 황급히 반달음쳐오시는 김정숙동지의 모습을 알아보았다.

《어머님!―》

그들은 기쁨에 넘쳐 김정숙동지께 달려가 학원에서 배운대로 거수경례를 드렸다.

《학원복차림이 류달리 눈에 뜨이길래 불렀더니 송봉이와 창완이로구나! 그런데 너희들이 어떻게 되여 여기에 나왔느냐? 오늘은 일요일도 아닌데?···》

김정숙동지께서 이렇게 물으셔서야 그들은 자기들이 지금 자유주의를 하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뜻밖의 장소에서 어머님을 뵈옵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그들인지라 갑자기 어떻게 대답을 드려야 할지 몰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있기만 했다.

어머님을 뵈옵는 기쁨은 더없이 컸지만 그이께서 이제 자기들이 자유주의를 한걸 아시면 어쩌랴 하는 불안과 위구가 갈마들었다.

문석오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머리를 수그리고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대충 짐작이 드시였다.

《너희들 우리 집에 가서 놀다 가지 않겠니?》

《아, 아닙니다. 우린 가야 합니다.》

당황해진 그들은 흘끔흘끔 서로의 얼굴만 마주보았다.

《그러지 말고 집으로 가자. 점심시간인데 가도 밥을 먹고 가야지. 여기까지 나왔다가 어머니네 집에도 들리지 않고 가면 내가 섭섭하질 않니.》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들이 더 다른 말을 못하게 량손에 아이들의 손목을 꼭 잡으시고 걸음을 옮기시였다. 저택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아이들에게 제 집에 온것처럼 생각하라고 하시며 부엌에 나가시여 사과와 과자를 담은 그릇을 들고 들어오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 따뜻이 대해주실수록 송봉이와 창완이는 더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그이께서는 우정 아이들의 자유주의를 화제에 담지 않으시였다.

《어머니네 집에 와서도 그러면 못써. 어서 마음놓고 먹어라.》

김정숙동지께서는 손수 사과를 깎으시여 그들의 손에 쥐여주시였다. 그들은 하는수없이 사과를 먹기 시작하였다.

《자, 밥이 익을 때까지 그새 너희들 우리 글을 얼마나 배웠는지 좀 볼가? 내가 부를테니 한번 받아들 써봐라.》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들앞에 종이와 연필을 놓아주시였다. 그러시고는 또박또박 단어들을 부르기 시작하시였다.

《만경대혁명학원, 백두산, 압록강, 평양, 조선인민군···》

그이께서 천천히 부르셨지만 송봉은 우리 글을 그림그리듯 하느라 미처 따라쓰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조국에서 서당공부라도 좀 한바 있는 창완이가 그에 비하면 선생격이였다. 송봉은 창완의 종이장을 넘보면서 아직도 서툰 모양으로 삐뚤삐뚤하게 써나갔다.

《아니, 송봉인 글을 쓰니 그림을 그리니? 오늘 보니 공부를 착실히 한것 같지 않구나. 그렇지?》

그이께서 다정히 물으시자 송봉은 솔직하게 고백하였다.

《사실··· 작은 애들이 자꾸 놀려주는통에 부끄러워서···》

《원 애두, 배우는데서는 부끄러운것이 없어야 해. 아는것이 힘이고 알아야 혁명도 잘할수 있단다. 자, 연필을 다시 쥐거라.》

김정숙동지께서는 연필을 쥔 그의 작은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쥐시며 함께 글을 써나가시였다.

《조선글은 동그라미와 내려긋기, 가로긋기를 잘해야 한단다. 그렇지, 곧게···》

어머님과 함께 우리 글을 써서 그런지 제법 글자모양이 제대로 되였다.

송봉은 그것이 도무지 자기가 쓴것 같지 않아 희한하게 들여다보았다.

《창완이도 자만할건 못돼. 너희들은 다른 애들보다 더 이악하게 공부를 해서 하루빨리 자기 나이에 맞는 학년으로 올라가야 해. 언제까지 작은 애들의 웃음거리가 되겠니?》

《어머님, 학원에 처음 왔을 때 송봉인 앞으로 갈줄 알았던 게가 옆으로 가면서 제곁으로 다가오자 너무 놀라서 냅다 달아나는통에 아이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창완이는 그때 일이 생각나는지 키득키득 웃었다. 송봉이의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호호··· 그런 재미있는 일도 있었니?》

그이께서 웃으시자 송봉이도 그만 따라웃고말았다. 그들의 얼굴에 화기가 가득 넘쳐서야 김정숙동지께서는 시내에 나오게 된 사연을 다시 물으시였다.

《저··· 사실은···》

창완이는 주머니에서 편지봉투속에 들어있던 사진을 꺼내며 자유주의를 하게 된 경위를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러니 이 사진을 어머니에게 하루빨리 보내고싶어 나왔구나. 원 애들두, 그럼 사진부터 보여주지 않구?! 어디 보자. 야, 사진이 참말 잘되였구나.》

김정숙동지께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시며 사진을 들여다보시였다.

《이게 정말 창완이가 옳니? 자주 만나보군 하는 나도 놀라운데 네 어머니가 이제 이 사진을 보면 얼마나 깜짝 놀라겠니. 이 사진은 내가 동북으로 보내주지. 참, 그 편지에 어머니더러 학원으로 오시라고 더 써서 보내거라. 창완이 어머니도 학원에 와서 같이 있으면 더 좋지 않니?》

《정말, 정말 그렇게 해도 일없나요?》

창완이는 벙글서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머님의 팔에 매달렸다.

《일없지 않구. 어서 쓰거라. 그리고 사진을 편지봉투에 넣어 봉인을 해라. 자, 저기 책상에 앉아서···》

김정숙동지께서는 창완이의 등을 떠밀고나서 시무룩해 앉아있는 송봉에게 눈길을 돌리시였다.

《송봉인 사진을 못 찍었니?》

《아니, 찍었습니다.》

《그럼 왜 나에게 그걸 보여주지 않니?··· 사진을 학원에 두고온 모양이로구나.》

송봉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였다. 이렇게 김정숙어머님을 만나뵙게 될줄 알았더라면 자기 사진을 가지고나올걸 잘못했다는 후회가 골백번 들었다.

창완이가 부러웠다. 자기 어머니에게 보낼 사진을 김정숙어머님께 보여드리고 또 이제 어머니까지 학원으로 오게 되였으니 말이다. 오늘은 정말 창완이를 위한 날인 모양이다.

송봉의 마음을 다 헤아려보신듯 김정숙동지께서는 서운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보나마나 송봉인 사진을 보고 기뻐해줄 어머니가 안계신다고 애초에 그런 생각을 안했구나.··· 송봉아! 왜 그렇게만 생각하니? 이 어머닌 네 사진을 받아보면 안된다더냐? 그래, 이 어머닐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주고싶지 않더냐 말이다. 섭섭하구나. 다른 애도 아닌 송봉이 네가 그럴줄은···》

송봉은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글썽해진 얼굴로 상심에 어린 어머님의 모습을 죄송스럽게 바라보았다.

《어머님, 나도, 나도 어머님께만은 꼭 사진을··· 보여드리고싶었어요.》

《그럼 약속하자. 학원에 돌아가면 이 어머니에게 사진을 보내겠다는걸. 우리 집 주소를 알지? 편지봉투에 넣어보내면 꼭 올게다. 사진을 보낼데 없는 다른 애들도 다 나에게 보내라고 해라. 그럼 내 너희들의 사진첩을 하나 따로 만들어가지고 보고싶을 때마다 들여다보련다.》

《어머님!···》

부엌에서 밥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무슨 말씀인가 더 이으시려다말고 얼핏 눈길을 들어 벽시계를 바라보시였다.

《참, 너희들 배고프겠구나. 이젠 밥이나 먹자.》

잠시후 소박한 밥상이 놓여졌다. 먼길을 걸어오느라 어지간히 지친 송봉과 창완은 음식상을 보자 저도 모르게 맹렬한 시장기를 느꼈다.

《너희들이 갑자기 오다나니 특별히 차린것이 없구나.》

아이들의 심정을 헤아리신 김정숙동지께서는 얼른 그들의 손에 수저를 쥐여주시였다.

《자, 제 집처럼 생각하고 어서들 먹어라, 어서.》

《저··· 어머님도 같이 드시자요.》

《그래, 먹자. 보렴. 어머니도 이렇게 먹지 않니?》

그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며 수저를 들자 아이들은 서로 마주보며 싱긋이 웃었다. 그리고는 부지런히 밥술을 놀리기 시작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인차 바닥이 나기 시작한 그들의 밥그릇에 자신의 밥을 덜어주시고나서 천천히 수저를 놀리시였다.

어쩐지 마음이 개운치 않으시였다. 어머니에게 사진을 보내고싶어하는 창완이나 사람들에게 제모습을 뽐내고싶어하는 송봉의 심정이 충분히 리해되고 또 그 마음이 기특하게 여겨졌지만 학원생활의 첫걸음부터 자의적으로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은 은연중 김정숙동지의 심중을 무겁게 만들었다.

선생님과 동무들도 모르게, 더우기 수업에까지 빠지면서 자유주의를 할 생각을 하다니?!···

여직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인정으로만 감싸버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시였다. 하지만 선뜻 말이 나가지 않으시였다.

어머니라 부르며 따르는 그 애들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그토록 갈망하는 그 애들에게 어떻게 가슴아픈 말을 하랴.···

밥상을 물린지도 퍼그나 되였으나 김정숙동지께서는 끝내 말씀을 떼지 못하시였다. 더운 날씨에 자유주의를 하느라 기운이 빠진데다가 점심밥까지 량껏 먹고난 송봉과 창완은 식곤증에 몰리여 저도 모르게 눈이 거불거불해졌다.

설겆이를 마치고 다시 방안으로 들어서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 습관적으로 이불장에서 베개를 꺼내드시였다.

그러나··· 다음순간 그이께서는 입술을 감쳐무시였다.

베개를 다시 제자리에 놓으신 그이께서는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얘들아! 너희들 이젠 학원에 돌아가야지. 선생님들과 동무들이 얼마나 찾고있겠니?》

송봉과 창완은 머뭇거리며 무겁게 몸을 일으켰다.

《너희들이 힘들줄은 나도 안다. 하지만 이 어머닌 너희들이 오후에도 학원생활에서 빠지게 되는것이 마음놓이지 않는구나. 더우기 오늘 수업을 받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돌아가서 보충수업을 받아야지?》

《예, 학원에 돌아가겠습니다.》

창완과 송봉은 힘겹게 대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어쩐지 그러는 애들의 모습이 다시금 가슴에 맺혀오시였다. 다문 얼마간이라도 쉬여서 보낼걸 그러지 않는가 하는 후회감이, 인제라도 그렇게 하고싶은 간절한 생각이 짜릿하게 밀려들었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속으로 애써 아니, 완강히 머리를 저으시였다.

그렇게 값싼 동정이나 눈먼 사랑으로 키워서는 안될 아이들이라는 생각으로 굳게 마음을 다잡으시였다.

《그래야지. 자, 그럼 어서 떠나자.》

김정숙동지께서는 방문을 열고 나서시였다.

《나도 너희들과 함께 가련다.》

《예― 에?···》

아이들은 전기에라도 감전된듯 와뜰 놀랐다. 그들의 동공이 엄청나게 커졌다.

《어머님, 우리끼리··· 갈수 있습니다. 아니, 꼭··· 가겠습니다.》

송봉의 기여드는듯 한 목소리가 도간도간 끊기며 울렸다. 뜻밖의 정황앞에서 무척 당황해진 모양이다.

《하지만 너희들을 홀로 보내놓고 내가 어떻게 마음을 놓겠니?》

《정말입니다. 우리끼리 갈수 있습니다.》

창완의 목소리도 간절하게 떨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시였다.

《물론 너희들끼리 갈수야 있겠지. 나도 너희들이 떳떳하게 나온 길이라면 이렇게까지 속쓰진 않았을게다. 생각들 좀 해보렴. 장군님께선 너희들의 학부형이 되겠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선생님들과 동무들도 모르게 자유주의를 한걸 아시면 얼마나 가슴아파하시겠니? 예로부터 자식의 잘못은 부모가 책임지는 법이다. 그러니 내가 가서 용서를 빌어야지. 그래야 내 마음도 가벼워질게 아니냐.》

《어머님,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자유주의를 안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어머님께서 가시는것만은···》

송봉과 창완은 눈물이 글썽하여 그이의 팔을 꼭 부여잡았다.

《원, 사내녀석들이 눈물도 헤프지. 잘못을 알았으면 빨리 가서 오후일과생활에 참가할 생각을 해야지. 내 걱정은 말아.》

김정숙동지께서는 아이들의 등을 가볍게 떠미시였다.

《자, 어서 떠나자.》

한낮의 해볕은 몹시도 따가왔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인차 땀방울이 줄줄이 맺혀 흘렀다. 그러나 심한 자책감에 잠겨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그들은 땀을 훔칠념도 안했다. 다만 땀에 흠뻑 젖어든 김정숙동지의 저고리동정깃을 죄스러운 눈길로 흘깃흘깃 훔쳐보았다.

둘 다 어려서부터 고생살이속에 일찍 눈치가 터서인지 때이르게 철이 든 그들 마음이 온몸에 느껴지셨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애틋한 미소를 띠우시며 손수건을 꺼내드시였다.

《나보다도 너희들이 더 덥겠구나. 이것 보지, 얼굴이 온통 땀투성인걸.》

그이께서는 손수건으로 아이들의 얼굴을 닦아주시였다.

《우리 더워도 참고 견디자. 모든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단다. 참, 너희들 동북에서 살 때 유격근거지의 아동단원들에 대한 이야길 들은적이 있니?》

《예, 할머니에게서 들은적이 있어요.》

송봉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우리 어머니에게서 들었어요.》

창완이도 뒤질세라 얼른 대답했다.

《그래, 그때의 유격구사람들은 자기 자식들을 난생처음으로 무료로 공부시켜주고 키워주던 아동단학교를 지금도 잊지 못해한단다. 송봉인 너무 어렸을 때여서 잘 모르겠지만 그때 송봉이 아버진 얼마나 아동단원들의 생활을 잘 돌봐줬는지 모른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데 송봉이 아버지가 김일성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받들어 아동단원들의 학용품을 마련해주기 위해 직접 전투를 지휘하러 나갔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구나.》

《우리··· 아버지가요?!》

《그래. 그때 유격대원들은 그 누구라 할것없이 싸움에 나가거나 지하공작에 나가면 어떻게 해서라도 아동단원들에게 필요한것을 한가지라도 마련하기 위해 애썼단다. 장군님께선 자주 아동단학교에 나오시여 우리 글과 노래도 배워주시고 재미나는 옛말도 들려주군 하셨지. 언젠가는 이국땅에서 나서자라 조국의 향기를 모르는 아동단원들에게 조선사과를 먹이시겠다고 우정 전투를 조직하시여 크고 먹음직스러운 우리 나라 사과를 한가득 보내주셨단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발자욱소리까지 죽여가며 귀를 강구는 송봉과 창완에게 눈길을 주시였다.

《아동단원들은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김일성장군님께서 왜 그토록 자기들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지, 유격대원들과 유격구의 인민들이 일제의 〈토벌〉에 근거지의 마을들이 불타도 왜 아동단학교부터 제일먼저 다시 지어주군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있었단다. 그래서 그들은 학습을 전투로 생각했고 조직의 규률을 목숨처럼 여겼지. 지어는 유격대아저씨들을 도와 생사를 판가름하는 근거지방어전투에도 참가했지.》

《아니, 아이들이 전투에요?》

창완이 부러움에 가까운 놀라운 소리로 되물었다.

송봉의 눈빛에도 흥분이 어리였다.

《왜, 어머니의 말이 잘 믿어지지 않니? 그후에 그들중 많은 아동단원들이 장군님께서 직접 무어주신 소년중대에서 총을 잡고 왜놈들과 싸웠단다.》

《야, 우리도 좀더 빨리 태여났더라면···》

송봉이 자못 아쉬운듯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호호··· 그러니 송봉이도 그들처럼 싸울수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 내 생각엔 송봉이나 창완이가 그럴것 같지 못한데? 그때의 아동단원들과 소년중대원들이 그렇게 싸울수 있은건 학습과 조직생활을 통해 튼튼히 단련되여있었기때문이 아니겠니.》

《···》

《···》

《학생인 너희들에게 있어서 학습은 전투와 같애. 그런데 송봉이와 창완이는 제 마음대로 전투장을 버리고 자유주의를 했거던. 혁명에 대한 각오와 투쟁정신은 저절로 생기는것이 아니란다. 장군님의 가르치심대로 열심히 배우고 조직과 집단의 요구에 자기를 복종시킬줄 알 때 너희들도 항일의 아동단원들처럼, 소년중대원들처럼 투사로 자랄수 있는거다.

송봉아, 창완아, 너희들이 입고있는 학원복에 새겨진 그 붉은줄을 무심히 보지 말아. 거기엔 혁명을 위해 마지막피 한방울까지 다 바쳐싸운 부모들의 넋을 꿋꿋이 이어나가길 바라시는 김일성장군님의 깊은 뜻이 어려있는거란다.》

《어머님!》

송봉과 창완은 끝내 그이의 품에 와락 얼굴을 묻고말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들의 등을 다정히 쓸어주시였다.

《자, 어서 걸음을 다그치자.》

갈길은 아직 멀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머님의 뒤를 따라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후날 당과 국가의 중요직책에서 몸바쳐 투쟁하였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위대한 김정일동지께서 충신중의 충신, 실력가형의 일군들로 영원히 잊지 못해하시는 심창완과 박송봉은 한생을 드팀없이 곧바른 한길을 걸을수 있도록 삶의 귀중한 첫 자욱을 찍어주신 김정숙동지에 대한 사연깊은 그날의 추억을 자기들의 자서전에 새겨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