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6

 

 

제 5 장

6

 

김정숙동지께서는 초조한 심정으로 벽시계를 올려다보시였다.

벌써 밤 9시가 지났다. 물론 장군님께서 사업이 다망하시여 집에 들어오시는 날보다 못 들어오시는 날이 더 많고 들어오시는 경우에도 자정이 훨씬 지나서야 들어오시기가 일쑤였지만 오늘만은 사정이 좀 달랐다.

중요한 문제토의때문에 오늘은 장군님을 모시고 일찌기 댁에 오겠노라고 이미 김책동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던것이다. 그 중요한 문제란 다름이 아니라 만경대의 학원 새 교사에 모실 장군님의 동상문제였다. 지금까지는 그 문제를 장군님께 전혀 말씀드리지 않고 김책동지를 비롯한 몇몇 일군들과 창작가들과의 토의밑에 조용히 진척시켜 오시였었다. 그러나 학원건설이 거의 완공단계에로 접근하고있는 오늘에 와서는 더이상 조용히 진척시킬수 없는 문제로 되였다.

어제 이른아침 장군님을 모시고 학원건설장을 다녀온 김책이 저물녘에 김정숙동지를 찾아왔다.

그는 장군님께서 운동장이 넓어야 아이들의 마음도 넓어지고 포부도 커진다고 하시면서 몸소 발자국수까지 재여가며 지금의 운동장보다 거의 배나 되게 넓히도록 해주신 사연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운동장문제뿐이 아니였습니다. 나이어린 아이들의 방가까이에 위생실을 배치할데 대한 문제까지 지적해주시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학원문제는 하나에서 열까지 다 장군님께서 관심하시고 결론하시니 이러다가는 동상을 건립할 부지조차 차례질것 같지 않습니다.》

그의 우려를 들으며 김정숙동지께서는 이제는 동상건립문제를 장군님께 말씀드릴 시기가 왔다는것을 직감하시였다.

자신의 동상을 세운다는것을 아시면 장군님께서 처음부터 단호히 반대하시리라는것이 너무도 명백하였기때문에 여직껏 내적으로 조직사업을 하시고 준비를 다그쳐오셨는데 동상초안도 거의 완성된 지금에 와서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는 장군님께 말씀드리는것뿐이였다. 그런데 바로 그 마지막문제야말로 동상건립에서 제기되는 가장 어려운 문제인것이다.

하여 오늘 오전에 김정숙동지께서는 조각가 문석오와 함께 학원건설장에 나가시여 최종적으로 장군님의 동상을 모실 위치를 확정하고 돌아오시였다.

장군님께 말씀드리자면 동상위치도 구체적이여야 했기때문이였다.

김정숙동지의 눈앞에는 자신께서 정하신 장군님의 동상위치가 선히 떠오르시였다.

《···녀사님, 장군님의 동상을 저기 운동장 서쪽에 모시는것이 어떻겠습니까? 앞에는 운동장의 넓다란 공지가 환히 틔여있어 동상이 시원스레 안겨오지 않겠습니까?》

학원에 장군님의 동상을 모신다는것을 알고 흥분한 림춘석소장이 김정숙동지께 운동장 서쪽방향을 가리켜드리며 하는 말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가 가리키는쪽을 눈주어 바라보며 문석오의 생각을 물으시였다.

《글쎄··· 공지가 트인것은 좋으나 여기 본관이나 기숙사에서는 운동장을 내려다보게 되므로 왜소하게 보일수 있습니다. 원래 조각상들은 좀 올려다보아야 제모습이 다 나타나는 법입니다.》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였다. 그의 생각이 옳다고 여겨지시였다. 그리고 운동장 서쪽위치는 학원학생들의 일상생활장소와 동떨어진감이 들어 자신의 마음에도 들지 않으시였다. 보다 더 아이들 가까이에, 그들이 공부하며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장군님의 동상을 언제나 우러러 볼수 있는 곳에 세워주고싶으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전문가인 문석오의 요구에 맞으면서도 아이들의 생활장소와 가까운 그런 곳이 어디겠는가를 생각하시며 한참동안이나 건물주변을 보고 또 보시였다. 아무리 살펴보아야 제일 마음에 드시는 자리는 본관의 중앙현관앞쪽에 있는 자그마한 둔덕이였다.

《문선생! 여기가 어떻습니까? 장군님의 동상을 모실 자리는 여기가 좋을것 같구만요.》

문석오도 새삼스러운 눈길로 그 자리를 바라보며 환성을 질렀다.

《그러고보니 정말 리상적인 위치입니다. 학원건물들의 중심위치이면서도 뒤배경과 동상과의 조화가 잘 보장되겠습니다. 이 둔덕을 건물들과의 수평면만 보장해놓으면···》

《문선생의 마음에 든다니 됐구만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창작가인 그의 지지가 고마우시여 기쁨이 가득 넘치신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내 생각에도 이 자리가 운동장에서 바라보면 교사의 중심이 되므로 여기에 모셔야 학생들이 항상 장군님의 동상을 정면으로 우러러볼수 있을것 같아요. 그 애들이 아침에 기상하여 운동장에서 아침체조를 할 때부터 저녁점검때까지 언제나 장군님을 우러러볼수 있고 운동장에서 모임을 할 때에나 분렬행진을 할 때에도 장군님앞에 선 심정으로 장군님의 동상을 우러러볼수 있지 않겠나요. 아이들이 방학때를 비롯하여 잠시라도 학원정문을 나섰다가 마치 자기들을 생각하시며 기다리고계시는 친아버지의 품에 안기듯이 장군님동상을 향해 막 뛰여올것이고 그러면 학원도 자연히 제 집처럼 포근하게 느껴질겁니다.》

그이께서는 아이들의 그 모습을 그려보시며 정 넘친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그 말씀까지 들으니 정말 이 자리가 둘도 없는 명자리입니다.》

림춘석의 감탄에 찬 말을 들으며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러면 장군님의 동상을 이 자리에 모시는것으로 확정하자고 말씀하시였다.

《원래 부모없는 유자녀들이 장군님과 늘 함께 있고싶어하기때문에 우리가 장군님의 동상을 학원에 모시자고 결심한것인데 아이들의 그 소원을 생각해보아도 장군님의 동상을 모실 자리는 여기가 제일 합당할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며 그이께서는 문석오에게 동상창작사업이 잘되여 가는가고 물으시였다. 그이의 물으심에 한순간 주저하던 문석오가 안타까운 어조로 대답했다.

《저··· 녀사님께서 가르쳐주신대로 장군님의 동상을 한손에는 쌍안경을 드시고 옆에 싸창을 차신 항일군복전신립상으로 형상하였는데 장군님의 얼굴모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럽니다. 녀사님께서 주신 사진도 여러상 있고 또 장군님을 여러차례 만나뵙기도 하였지만 정작 초안을 만들어놓고보면 어딘지 모르게 장군님모습처럼 되지 않습니다.》

그의 심정이 리해되시였다. 그리고 장군님의 형상을 가장 완벽한 경지에 따라세우고싶어하는 그 심정이 고맙게 생각되시였다. 어떻게 하면 그에게 정확한 표상을 안겨줄수 있을가 하고 생각하며 김정숙동지께서는 천천히 말씀하시였다.

《내 생각에는 장군님의 얼굴모습에서 남다른 특징이 무엇인가를 잘 알아야 할것 같구만요. 장군님은 눈에 영채가 돕니다. 나는 장군님을 처음 뵈왔을 때 그것을 느꼈습니다. 장군님의 이런 특징을 잘 형상하여야 동상을 실지모습과 같게 할수 있지 않을가요.》

그 순간 문석오가 그이의 두손을 덥석 잡으며 흥분에 넘쳐 말했다.

《됐습니다, 이젠 됐습니다. 눈앞이 환히 트입니다.》

《창작가가 흥분된다니 정말 다됐구만요. 문선생, 새 교사 준공식날에 장군님의 동상제막식도 함께 해야겠는데 빨리 초안을 완성하고 동상창작에 들어가주세요.》

《그런데··· 장군님께서 승낙을 하셨습니까?》

문석오도 이젠 마지막대목에 이르니 그것이 근심되는 모양이였다.

하긴 김정숙동지께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시였다. 자신과 관련된 문제만은 절대로 양보하려 하지 않으시는 장군님의 품성을 너무도 잘 알고계셨던것이다.

《걱정마십시오, 정숙동무. 아, 김혁이가 언제 장군님께서 승낙하셔서 〈조선의 별〉 노래를 지었구 리찬이나 조기천이 〈김일성장군의 노래〉와 〈백두산〉이란 장편서사시를 썼습니까? 이건 장군님을 받드는 우리 조선혁명가들의 신념문제란 말입니다. 어쨌든 장군님께 정정당당하게 말씀드리고 완강하게 내밉시다.

오늘 밤 정숙동무와 내가 잘 말씀드리면 장군님께서도 단마디로 거절하시지는 못하실테니 우린 그걸 반승낙받은셈치구 계속 내밀잔 말입니다.》

전화를 걸어오면서 김책동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정말 그렇게 될수 있을가, 장군님께서 단마디로 거절하시지만 않으셔도 좋으련만···

드디여 대문쪽에서 승용차경적소리가 울려왔다.

장군님께서 돌아오신것이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얼른 달려나가시여 장군님을 마중하시였다. 장군님의 등뒤에서 김책이 빙긋이 미소를 지어보인다.

《오늘 정숙동무가 별식을 준비하겠다고 했다면서 김책동무가 여느때없이 자꾸 떼를 쓰기에 내 할수없이 이렇게 들어왔소.》

김일성동지께서 웃으며 하시는 말씀이시였다.

《그런데 모를 일이거던. 아무리 좋은 음식도 잘 들지 않는 김책동무가 오늘은 한 사흘 굶은 사람처럼 저러니 말이요.》

《난 여느 음식은 입에 안 맞아두 정숙동무가 만든 음식은 천하별식으로 먹습니다. 오늘이 바루 기다리구기다리던 그 별식먹는 날이란 말입니다.》

《좌우간 식욕이 생긴 김책동물 보니 더없이 기쁘구만.》

김일성동지께서는 방안에 들어서시여 어서 식사부터 들여오라고 하시였다.

《그 별식을 기다리다가 김책동무 살 내리겠소.》

김정숙동지께서는 김책의 눈짓에 따라 술병까지 받쳐 음식상을 들여오시였다.

《허, 오늘이 정말 무슨 뜻이 있는 날인가부다. 정숙동무가 이렇게 술까지 받쳐 들여올적에야.》

김정숙동지께서는 의아함이 어린 장군님의 눈길을 받으시며 말없이 잔들에 술을 가득 부어드리시였다.

《어쨌든 부어놓은 술이니 마셔야지. 무슨 사연인지는 그다음에 들어도 늦지 않으니까, 자!》

김일성동지께서 잔을 들며 김책에게 권하시였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김책은 잔을 들지 않고 묵묵히 그것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아니 김책동무, 왜 그럽니까? 어서 잔을 내야지요.》

그 말씀을 기다리기라도 한듯 그제서야 김책은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장군님, 제 오늘 한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장군님께서 소원을 풀어주셔야 제 마음가볍게 이 잔을 낼수 있습니다.》

《아니, 무슨 소원이게 그렇게 조건부가 심각합니까? 그 소원이란걸 어디 한번 들어봅시다.》

《글쎄 먼저 답변부터 주십시오.》

김책이 고집스레 말했다.

《하하···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책동무의 소원인데다가 이처럼 간절하게 다짐까지 받으니 안 들어줄수 있습니까.》

《그럼 됐습니다. 장군님께서 승낙을 하셨으니 이젠 이 잔을 쭉 들겠습니다.》

김책은 자기앞에 놓여있던 술잔을 쳐들었다.

《가만, 그런데 그 소원이 무엇인지는 말 안합니까? 풀어주자고 해도 알아야 풀어주지요.》

그이의 말씀에 김책은 슬며시 김정숙동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김정숙동지의 표정에서 이왕 말을 뗀바에는 어서 말씀드리자는 의도를 읽고나서 그는 다시 잔을 상우에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소원인즉··· 사실은 소박한겁니다. 우리는 만경대혁명학원 새 교사에 장군님의 동상을 모시자고 합니다. 그래서···》

《뭐라구요?》

김책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이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건 안됩니다!》

단마디로 거절하시는 김일성동지의 단호한 음성···

김정숙동지께서는 끝내 지금껏 우려하던 그런 순간이 왔음을 깨달으시였다.

《김책동무가 말하는 그 〈우리〉라는건 도대체 누굽니까? 정숙동무요?》

그이의 눈길이 김정숙동지에게로 날아왔다.

《장군님, 그 〈우리〉라는건 학원창립준비위원회 전체 성원들과 이 나라 인민들입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김책동무, 날 그 무슨 인민의 의사를 거역하는 사람처럼 만들지 마시오. 동무들이 자꾸 그러면 내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사람들을 대하겠소. 한쪽에서는 시와 노래를 짓는다, 한쪽에서는 동상을 세운다, 림춘추는 또 그 무슨 나의 투쟁력사를 쓰겠다지··· 제발 다들 그러지 마오. 나도 인민의 아들이고 평범한 대중속의 한사람이란 말이요!》

그이의 노여움에 찬 목소리는 가슴을 서늘하게 얼구었지만 김책은 물러서지 않았다.

《장군님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시지만 우린 절대로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장군님을 떠난 이 나라 조선의 오늘과 같은 새 모습, 새 희망, 새 력사를 어떻게 생각할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이 나라에 울리는 시와 노래도, 이 나라에 세워지는 기념비들도, 이 나라에 새겨지는 투쟁력사도 어쩔수없이 장군님과만 결부되게 되는것입니다. 이걸 리해해주십시오. 예? 장군님!···》

《계속 그러면 정말 섭섭합니다. 정숙동무, 동무야 누구보다 내 심정을 잘 알지 않소? 학원에 동상을 세울 필요가 뭐요? 그곳에서 그저 아이들이 밝고 명랑하게 뛰놀구 행복하게 자라면 그만이지.》

그 말씀을 듣는 순간 김정숙동지는 눈굽이 쩌릿이 젖어드시였다.

그 고결한 풍모를 리해해드리고싶으셨지만 도저히 그렇게 할수 없는 자신의 심정이 안타까우시였다. 장군님의 심정을 리해해드리면 유자녀들의 마음을 저버려야 하였기때문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나직하나 마디마디에 힘을 주어 말씀드렸다.

《장군님, 바로 그 아이들이 밝고 명랑하게 뛰놀구 행복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 그러는겁니다. 학원아이들은 하루라도 장군님을 못 뵈오면 서운해하구 또 우울해합니다. 장군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장군님께서 학원에 나오시면 그 애들이 얼마나 기뻐하구 또 헤여질 때엔 얼마나 떨어지기 아쉬워하는가를··· 그 애들은 장군님을 아버지로 믿구 언제나 함께 있고싶어합니다. 그런데··· 장군님께서야 어디 그렇게 시간을 내실수 있습니까. 앞으로 공화국창건과 같은 중대한 사업도 놓여있어 점점 더 시간을 내기 힘드신데 장군님 오시기만을 기다릴 아이들의 그 허전한 마음을, 그 실망의 공백을 과연 그 무엇으로 메꾸어줄수 있단 말입니까. 학원에 장군님의 동상을 모시고싶어하는것은 다름아닌 그 애들의 소원입니다. 늘 아버지와 함께 있고싶어하는 혁명가유자녀들의 간절한 소원이란 말입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나가시였다.

걷잡을수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더이상 감출수가 없으시였던것이다.

《정숙동무!―》

김책이 소리쳐불렀다. 그리고는 자기도 손수건을 꺼내여 눈굽을 닦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으시였다. 학원에 가셨다 오실 때마다 헤여지기 아쉬워하며 옷섶에 매달리던 아이들의 그 눈물겨운 모습이 가슴에 맺혀오신것이였다.

《장군님, 정숙동물 리해해주십시오. 정숙동무가 오죽 안타까웠으면 그러겠습니까. 정숙동무야 그 애들의 어머니가 아닙니까. 자식들의 심정이야 어머니가 제일 잘 아는 법이지요.》

김책이 그이를 조심스레 위로해드리였다.

《김책동무, 솔직히 내 학원에 갈 때마다 제일 부러운 사람이 누군줄 압니까?》

《예?》

《학원리발사입니다. 매일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머리를 쓰다듬어 만져주는 그의 직업을 내가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김책동무도 다는 모를겁니다. 정말이지 나라일만 아니라면 매일 그 애들과 함께 있고싶습니다. 그 애들도 내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고 내 또한 그들과 헤여지고싶질 않습니다. 하지만···》

《장군님, 그래서 우리들은 그 애들이 언제나 아버지곁에서 함께 살도록 해주자는겁니다.》

《···》

김책이 다시 용기를 내여 술잔을 들었다.

《장군님! 제 그럼··· 약속대로 이 술잔을 쭉 내겠습니다. 물론 밥도 다 먹구요, 허허···》

그러면서 그는 김일성동지께서 또 다른 말씀을 하실가봐 두려운듯 지금껏 지켜오던 이런 좌석에서의 례의를 다 버리고 제 먼저 술잔을 단숨에 넘기였다.

《어, 그 술맛 참 좋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여전히 말씀이 없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