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7

 

 

제 4 장

7

 

학원에서 뜻밖에도 열병이 발생하였다.

류한종의사(그는 얼마전부터 학원의사로 사업하고있었다.)는 열병에 걸린 10여명의 학생들을 따로 격리시키고 그들에 대한 집중적인 치료전투를 벌리였다. 급성전염병이였으므로 원장이외에는 그 누구도 일체 격리실에 출입하지 못하게 교직원들이 문밖에서 교대별로 단속근무를 서도록 하였다. 식사도 약도 옷가지들도 모두 류한종의 손을 거쳐서만 환자들에게 전달되였다. 격리실에 들어왔다 나가는 일체 물품들은 철저히 소독하도록 체계가 세워졌고 침실들과 식당을 비롯한 학원전반에 대한 소독사업이 수차에 걸쳐 진행되였다. 그런 결과로 다행히도 다른 학생들속에서 더는 열병감염자가 확대되지 않았다. 격리실의 열병환자들속에서도 더러 병세가 호전되는 학생들이 나타났다. 리종익원장은 류한종의사와 정치부원장과 토론을 거듭한 끝에 학원에서 열병이 발생한 사실을 김일성장군님과 김정숙녀사께 알려드리지 않기로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 생활이 근심되여 때없이 자주 학원에 오시는분들인데 이 사실을 전달받으면 그 즉시로 달려오시리라는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였던것이다. 열병이 다름아닌 전염병인것만큼 그분들을 그 위험한 곳에 모실수 없다는것이 학원일군들의 일치한 생각이였다. 만일 학원에 오시는 경우에도 일체 내색을 하지 않기로 모든 성원들에게 지시가 떨어졌다. 그래서 격리실도 식당에서 120여m 떨어져있는 건물에 정하였다.

이날도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신채 학원에 나오시였다. 장군님께서 엊그제 먼 지방현지지도의 길을 떠나셨으므로 그이께서 근심하지 않으시게 아이들의 생활을 돌봐주고싶으셨던것이였다.

이젠 학기말시험도 다 끝났겠는데 아이들의 학업성적은 어떠한지? 반찬은 무엇을 해먹이며 빵을 비롯한 간식은 정상적으로 공급되는지? 인차 겨울방학을 떠나보내야겠는데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는 무엇을 준비해 보내야 할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학원에 도착하신 김정숙동지께서는 늘쌍 그러하시듯 먼저 식당으로 향하시였다.

식당입구에 거의 이르렀을 때 그릇들이 가득 담긴 다반을 들고나오던 두명의 식당녀인들과 마주치시였다.

그들은 공교롭게도 격리실의 환자들에게 점심식사를 날라가던 길이였다. 김정숙동지를 알아본 그들은 흠칫 놀라며 어찌할바를 몰라하였다.

《운반식사를 날라가는걸 보니 환자들이 생긴 모양이지요?》

그이께서는 추운 날씨에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생긴것으로 생각하시며 근심어린 목소리로 물으시였다.

《예? 예, 아니 저···》

당황한 식당아주머니들은 서로의 얼굴만 마주볼뿐 더이상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서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다반을 덮은 보자기의 한쪽귀를 들어보시였다.

소고기를 탕쳐 넣은 죽그릇들이였다.

《그릇을 보니 앓는 아이들이 많은 모양이군요. 자, 죽이 식기 전에 어서 환자들에게 가자요.》

그이께서는 다반을 얼른 넘겨쥐시고 학생들의 침실쪽으로 걸음을 내짚으시였다.

《아니, 저···》

식당녀인들은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격리실은 침실들과 다른 방향에 있었던것이다.

《저··· 식사는 우리들이 날라갈테니 어서 일을 보십시오. 식당안에 취사원들이 있습니다.》

《앓는 애들한테 가보는것보다 더 급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지 말고 빨리 가자요.》

그랬어도 그들은 좀처럼 따라설념을 못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제서야 그들의 행동거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아니, 왜들 그래요?》

《저··· 환자들은 침실이 아니라 저기 격리실에···》

한 아주머니가 할수없이 격리실방향쪽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예? 격리실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너무도 놀라시여 큰소리로 되물으시였다.

가슴이 후두둑 뛰고 불길한 예감이 갈마드시였다.

《아니, 격리실이란건 또 뭐예요. 숨기지 말고 내게 솔직하게 말해줘요.》

더는 사실을 감출수 없게 된 그들은 학원에서 며칠전부터 열병환자들이 나타난 일을 자초지종 말씀드렸다.

억이 막히시였다. 더 듣고만 계실수가 없으시였다.

《아니, 그런 일을 왜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이께서는 다반을 한 아주머니에게 덥석 안겨주고나서 무작정 격리실쪽으로 달리시였다. 뒤에서 만류하는 녀인들의 목소리도 전혀 귀에 들리지 않으시였다.

열병, 그 무서운 병마가 우리 아이들에게 덮쳐들다니?··· 산에서 싸울 때에도 얼마나 귀중한 전우들이 그 병때문에 목숨을 잃었던가.···

격리실앞마당에서 그 누구들인가가 앞을 막아서야 김정숙동지께서는 이런 생각을 털어버리실수 있으시였다.

《녀사님, 이곳엔 들어갈수 없습니다.》

《예, 그저 창밖에서만 보아주십시오.》

그들은 차영진과 김춘희였다. 격리실의 단속근무를 수행하고있던 그들은 정신없이 달려오시는 김정숙동지의 모습을 보고 무작정 막아서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직감하였던것이다.

《동무들이군요. 난 앓는 애들을 봐야겠어요.》

창백해진 그이의 얼굴에는 단호한 빛이 어려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격리실엔 들어갈수 없습니다. 녀사님은 더더구나 안됩니다.》

영진은 완강하게 두팔을 벌렸다. 춘희도 그이의 손을 부여잡으며 애원하듯 간청하였다.

《격리실안에만은 제발 들어가지 말아주십시오. 위험합니다.》

그이의 눈가에 핑그르 눈물이 피여올랐다. 앞을 막아서는 사람들의 성의가 고마워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안타깝고 야속해서였다.

《너무하군요. 동무들이 이럴줄은··· 그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이예요. 장군님께서 그 무엇보다 귀중히 여기시는 아이들인데··· 열병을 앓고있다고 날 못 들어가게 하다니. 세상에 제 자식이 열병을 앓는다고 꺼려할 어머니가 어디 있어요? 저 애들은 모두 우리 장군님의 자식들이예요. 난 저 애들의 어머니란 말이예요.》

너무도 절절하신 그이의 음성에, 너무도 괴로움에 잠기신 그이의 모습에 영진이도 춘희도 그만 고개를 떨구고말았다.

그때 격리실문이 열리며 류한종이 황급히 나왔다. 문밖에서 주고받는 소릴 다 듣고 참다못해 나오는 길이였다.

《정숙동지! 빨찌산의 옛 군의인 이 류한종이 있지 않습니까. 마음놓고 돌아가십시오. 산에서 싸울 때에야 변변한 약이 없어 걱정했지만 지금에야 뭘 걱정할게 있습니까? 큰 병원들에서 좋은 약들을 가져왔으니 마음놓으셔도 됩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의사인 그의 말을 들으시고서야 조금 마음이 안정되시는듯 깊은 숨을 내그으시였다.

《하긴 류동지야 산에서 싸울 때 수많은 열병환자들을 치료한 경험이 있지요? 정말이지 장군님께서 이런 일을 미리 예견하시고 다른 사람이 아닌 류동지를 학원의사로 파견하신것 같은 생각이 드누만요.》

《허허··· 그때 정숙동지도 열병에 걸린 환자들 간호를 얼마나 많이 했습니까.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까지 또 그 위험한 일을 하시렵니까? 열병이란게 사실 부모자식간에도 꺼리는 병이라는걸 잘 아시면서두···》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러는 류한종의 손을 꼭 잡으시였다. 그리고 간절하게 말씀하시였다.

《류동지, 우리야 함께 산에서 싸우면서 함께 고생을 한 사람들이 아닙니까. 설사 부모자식간에는 그 병을 꺼릴수 있다 해도 혁명동지들사이에는 아무것도 꺼려서는 안된다는것이 장군님에게서 배운 우리의 정신이 아니였습니까.》

《···》

《난 어머니의 자격으로도 들어갈수 없다면 저 애들의 혁명동지의 자격으로 꼭 들어가겠어요. 내 걱정은 마십시오.》

그이의 너무도 뜨거운 진정앞에서 류한종도 차영진도 김춘희도 더이상 만류할 생각을 못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주저없이 격리실안에 들어서시였다.

격리실안에는 아직도 고열에 시달리며 자리에 누워 신음소리를 내는 아이들도 있었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여 일어나 앉아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던 아이들이 그이의 모습을 알아보고는 일시에 《어머니!》 하고 웨치며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입술에 조갈이 들고 누렇게 뜬 그들의 얼굴을 가슴아프게 바라보시며 《너희들이 이렇게 앓고있는줄은 몰랐구나. 정말 몰랐어.》 하고 죄스럽게 되뇌이시였다.

아이들은 열병을 앓는 몸으로 그이의 품에 안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더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은채 눈물만 훔치고있었다.

어린 학생들의 그 갸륵한 마음이 헤아려져 가슴이 더욱 저며오시였다.

그이께서는 아이들에게로 다가가시여 와락 한품에 껴안으시였다.

《너희들이 그래도 어머니걱정을 다 하는구나. 난 일없다.》

아이들은 김정숙동지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이때 격리실문이 다시 열리더니 리종익원장이 달려들어왔다. 그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침대에 눕혀주시며 이마를 짚어보시는 김정숙동지의 모습을 보고는 아무 말도 못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어찌할바 몰라할뿐이였다.

《아이들이 급한 고비는 넘긴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 열들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으니 이제부터 더 잘 치료해주어 다시 열이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할겁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아이들의 침대에서 일어나 원장이 서있는쪽으로 오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그리고는 리종익과 류한종을 바라보시며 따뜻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원장선생님과 류한종동지가 앓는 학생들때문에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리종익원장은 자기들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는 그이의 말씀에 그만 머리를 푹 수그리고말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류한종의사에게 아이들의 치료대책정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시고나서 간곡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장군님께서 이 애들이 앓고있다는것을 아시면 얼마나 가슴아파하시겠습니까. 장군님께서 그토록 귀중히 여기시는 이 애들이 한명이라도 잘못되면 우리가 무슨 면목으로 장군님을 대하겠습니까. 그걸 생각해서라도 꼭 하루빨리 병을 고쳐줍시다.

지난날 갖은 고생을 다 겪으며 부모없이 자라오다나니 그때 벌써 이 애들이 골병에 들었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침대 한켠에서 누군가 《흑···》 하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학원일군들과 나누시는 그이의 말씀을 듣고있던 한 아이가 더 참지 못하고 또다시 울음을 터친것이였다.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이 세차게 오르내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얼른 그한테로 다가가시였다. 이불깃을 슬며시 헤치고보니 열에 들떠 해쓱해진 그의 얼굴에서는 줄줄이 눈물이 흐르고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갈리신 음성으로 그를 달래시며 손수건으로 눈물에 얼룩진 얼굴을 꼼꼼히 닦아주시였다.

순간 그는 끝내 가슴속에서 터져오르는 오열을 참지 못하고 《어머니!―》 하고 목놓아부르며 베개에 얼굴을 묻고 더 큰소리로 울기 시작하였다. 침대의 여기저기서 모든 아이들이 엉엉 소리를 내며 목놓아울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뜨겁게 젖어드는 눈길로 아이들을 바라보시며 애써 그들을 달래시였다.

《얘들아, 일없다.··· 이제 곧 낫는다. 지난날 부모를 잃고 그 모진 고생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왔는데 너희들이 이만한 병을 이기지 못하겠느냐.···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들의 원쑤를 갚기 위해서도 너희들은 하루빨리 병을 고치고 건강한 몸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시는 그이의 눈가에도 어느덧 눈물이 고여올랐다.

리종익과 류한종도 손수건으로 눈굽을 닦고있었다.···

이날 김정숙동지께서는 열병에 앓아누운 아이들의 입에 한숟가락 또 한숟가락 죽을 떠넣어주시고도 오랜 시간에 걸쳐 그들을 보살펴주시고서 저물녘에야 격리실을 떠나시였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이께서는 열병치료에 좋다는 미나리김치도 담그시고 녹두지짐과 찹쌀엿 그리고 수많은 귀한 약재와 과실들을 구해가지고서 학원의 앓는 아이들을 찾아오시였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회복되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