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9

 

 

제 3 장

9

 

가을기운이 완연해졌다.

길가의 푸르던 은행나무잎들이 황금빛으로 짙게 물들고 한낮의 더위를 내놓고는 아침저녁으로 선들바람이 건듯건듯 불어댔다.

그러나 김정숙동지께서는 서늘한 가을기운을 미처 느끼지 못하시였다.

여름내, 가으내 학원학생들의 제복문제때문에 땀을 식힐 사이없이 드바삐 뛰여다녀야 하셨던것이다. 제복뿐아니라 모자와 신발생산도 다같이 밀고나가야 했으므로 국영피복공장과 보안간부훈련대대부피복공장, 군화공장 등을 오가며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세심히 관심을 돌려야 하시였다.

옷의 바느질이 성글지 않은지, 가죽신발의 가죽이 꽛꽛하여 아이들이 신기에 불편하지 않겠는지···

그이께서는 학원학생들의 제복시제품착용상태를 직접 보시고 주신 장군님의 가르치심대로 모든 학생들의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하여 개학을 앞두고 학원에 돌아오기 시작한 아이들의 몸을 재려 몇차례나 간리에 다녀오셨으며 그길로 또 공장에 나가 재단사들을 만나군 하시였다.

《다른 단체복 같으면 옷을 호수별로 만들어주어도 일없겠지만 학원학생들의 제복에는 최상의 성의를 다하자요. 그 애들은 모두 장군님께서 친부모가 되시여 맡아키우는 혁명가유자녀들이 아니나요. 몸에 꼭 맞게 옷을 지어 이름까지 붙여서 주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사실 공장의 재단사들은 학생들의 체격을 년령별로 평균치수를 내여 제복호수를 4가지로 정하고 옷을 만들려고 계획하고있었다. 그리고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라는데로부터 품과 길이를 푼푼히 하여 그들이 몇해 잘 입을수 있게 만들려고 생각하고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러면 아이들이 남의 옷을 빌려입은것처럼 후줄근해보인다고 하시며 자라는것만큼 해마다 몸을 재서 옷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그들을 일깨워주시였다.

재봉작업장에 가시여서는 바늘뜸을 촘촘히 놓아야 옷이 보기도 좋고 든든해서 터지지 않는다고, 남자애들은 장난이 심하기때문에 바지가랭이와 저고리겨드랑 같은데는 특히 더 촘촘히 박아야 한다고 당부하군 하시였다.

또 언제인가는 단추구멍들을 균형이 맞게 잘 내지 못하였다고 걱정하시면서 친자식의 옷이라면 단추구멍이 좀 맞지 않아도 그냥 입힐수 있겠지만 학원아이들에게만은 그렇게 만들어 입힐수 없다고 절절히 말씀하시였다.

한벌한벌의 학원제복마다 재단으로부터 재봉, 다림질에 이르는 완성공정에 이르기까지 김정숙동지의 다심한 사랑과 로고가 깃들어져 10월 초순에는 모든 학원학생들에게 모자와 신발을 포함한 제복을 일시에 다 착용시킬수 있게 되였다.

×

가을기운은 더욱 완연해졌다.

차창밖으로 흘러오고 흘러가는 야산들에서는 진홍색단풍잎들이 불길인양 숲을 물들이고있었고 그 기슭과 잇닿아 펼쳐진 논벌마다에서는 누렇게 잘 익은 벼이삭들이 구수한 향기를 풍기며 무겁게 고개를 짓수그리고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황홀한 시선으로 그 모든것을 바라보시였다.

이 아름다운 가을풍치를 오늘에야 비로소 발견하신듯 그 모든것이 새삼스럽게만 여겨지시였다. 그동안 학원개원식전으로 아이들의 옷을 다 해입히느라 언제한번 편히 자리에 앉아 쉬여본적이 없으시였던것이다.

그뿐아니라 장군님께서 말씀하신 학원의 빵공장, 두부공장, 재봉실과 의무실을 꾸리는 사업도 돌보셔야 했고 겨울용김장과 염장을 저장할 움자리도 잡아주셔야 했다. 또한 개학식과 만경대에 건설하는 학원교사 기공식(기공식은 9월 10일 김보현할아버님을 모시고 진행되였다.)이 의의있게 진행되도록 세심한 관심을 돌리셔야 했고 심지어는 학원아이들에게 모포와 베개를 모가 나게 정돈하는 방법과 침실거두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워주셔야 하였다.

며칠전에는 아드님과 함께 장군님을 모시고 만경대혁명학원건설장에 나가시여 기공식을 기념하여 백양나무를 심으시였다.

이제 학원개원식까지도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았다.

장군님께서는 개원식에 당과 정부, 사회단체 간부들과 유가족학부형들을 초청하고 이날을 명절처럼 크게 쇠도록 하자고 말씀하시였다.

그리하여 김정숙동지께서는 학원개원식준비정형을 미리 알아보시려 이렇게 또다시 간리로 가고계시였다.

차안에는 저택에서 사용하시던 재봉기가 실려있었다.

한창 장난이 세찬 아이들인데 집에서처럼 그들의 터진 옷을 제때에 수리하자면 아무래도 재봉실의 일손이 딸릴것 같으시여 싣고떠나신것이였다.

그이께서 학원에 도착하시였을 때 학생들은 한창 대렬을 지어 분렬행진훈련을 하고있었다. 리종익원장과 중앙보안간부학교에서 정치학교원을 하다가 학원정치부원장으로 배치되여온 리진영이 그이를 맞이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들과 함께 개원식날 장군님을 모시기 위해 만들어놓은 가설주석단으로 가시였다. 주석단바닥의 견고성을 몇번이나 확인해보신 그이께서는 안도의 빛이 어린 어조로 그들을 바라보시였다.

《주석단을 견고하게 잘 만들었습니다. 장군님을 모시고 진행하는 큰 행사인것만큼 주석단의 안전성보장을 위한데 각별한 주의를 돌려야 할것 같습니다.》

그러시면서 그이께서는 주변산들을 둘러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경각성을 높여야 하겠어요. 정치부원장동문 학원군사교관들과 주둔부대 군인들을 동원하여 저 주변산들에 대한 수색을 빈틈없이 해야 합니다.》

《알았습니다.》

정치부원장이 군복상의깃을 팽팽히 잡아당기며 대답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믿음어린 눈길로 그를 바라보시고나서 분렬행진을 하는 아이들에게 한동안 시선을 박으시였다.

《학생들이 처음해보는 훈련이여서 좀 힘들어하면서도 장군님앞을 행진해나간다는 기쁨을 안고 정열적으로 훈련하고있습니다.》

정치부원장의 말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굳이 그의 설명이 없이도 땀흘리며 훈련하는 아이들의 기특한 얼굴에서 무한한 행복과 환희의 열정을 읽고계셨던것이다.

붉은 줄이 쭉쭉 내리드리운 학원제복을 입고 씩씩하게 행진해나가는 저 름름한 모습들··· 과연 저 모습들을 보고 그 누가 그 애들이 얼마전까지만도 베잠뱅이에 토스레를 걸쳤던 불쌍한 소년, 소녀들이였다고 상상이나 할수 있으랴.

볼수록 대견하고 볼수록 황홀하시였다. 여기로 오시면서 보신 그 가을풍경도 아이들의 저 모습, 저 광경에는 비할바가 못된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눈길을 떼고싶지 않으시였다.

장군님께서도 이틀전에 제복을 입은 아이들의 모습이 또 보고파 못견디겠다고 하시여 함께 나오시였었다. 그런데 이틀도 채 안되였는데 아이들의 그 모습이 더더욱 새롭게만 느껴지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아이들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신채 리종익에게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원장선생님, 장군님께서는 지난날 헐벗고 굶주리며 살아온 저 애들에게 뜻깊은 개원식날에 큰 잔치를 차려주자고 하셨는데 마음먹고 특식을 준비합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리종익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헐떡거리며 주석단쪽으로 달려왔다. 군관복차림의 젊은 청년이 그이께 거수경례를 하며 인사했다.

《녀사님!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아니?!··· 이게 누구예요? 영진동무, 차영진동무로구만요.》

그는 다름아닌 차영진이였다. 어깨에 척 별까지 달고 나타나니 어제날의 더꺼머리 화물역조수를 미처 알아보지 못할번 하시였다.

《학원 초급반학년 중대장으로 배치되였습니다.》

정치부원장이 그이께 설명해드리였다.

《그건 나도 알고있었어요. 장군님께서 학원에 파견되는 군사교관들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임무를 주셨다고 하시면서 영진동무에 대해 말씀하시더군요.》

《장군님께서 말입니까?》

《예, 그런데 동문 장군님께 차라리 전투구분대 소대장으로 보내달라고 떼를 썼다면서요?》

《사실···》

차영진은 무슨 말인가 더 하려는듯싶었으나 그럴 장소가 못된다고 생각했던지 슬슬 뒤머리만 만지작거렸다.

김정숙동지께서도 그의 심정이 헤아려지셨으나 그에 대해서는 더 말씀을 잇지 않으시고 다른 화제를 꺼내시였다.

《영진동무가 백산이를 찾느라 수고가 많았더군요. 참, 그때 나를 찾아왔던 백산이 누이 소식은 알고있어요?》

《춘희선생 말입니까? 저··· 무산에서 교편을 잡고있다는것밖에는 더···》

이렇게 말하는 차영진의 얼굴은 왜서인지 슬며시 붉어졌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당황해하는 그의 모습에서 어쩐지 이상한 감촉을 느끼시였으나 그저 빙그레 웃고마시였다.

《그런데 전번에 왔을 때에랑 내가 왜 동물 보지 못했댔을가? 어디 갔댔어요?》

《예, 장군님께서 학원학생들이 군사훈련을 할수 있도록 조건을 보장해주라고 말씀이 계셨기에 설비구입때문에···》

《그랬었군요. 자, 어서 학생들에게 가보세요. 나때문에 훈련이 지장을 받아서야 안되지요. 어서요.》

차영진이 다시 거수경례를 하고 달려가자 김정숙동지께서는 학원일군들과 함께 주석단을 내려 교사안으로 들어가시였다.

《원장선생님, 일전에 장군님께서 일부 침실들의 창문이 잘 맞지 않는걸 보시고 심려하셨는데 어떻게 되였습니까?》

그이의 물으심에 리종익이 지적을 받았던 그 침실들의 방문을 열어보이며 말씀올렸다.

《늦게나마 대책을 세웠습니다. 장군님말씀대로 바람이 불어도 열리지 않게 잘 손질해주고 걸개고리까지 달아주었습니다.》

리종익의 설명을 들으며 다음방으로 걸음을 옮기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비여있는 복도를 새삼스레 바라보시며 《복도에 있던 신발장들이 다 없어졌군요.》 하고 혼자말처럼 뇌이시였다.

《예, 다 침실에 들여놓았습니다.》

리진영정치부원장이 뜨거움에 젖은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이틀전 장군님께서 학원에 오셨을 때까지만 해도 신발장들은 모두 침실복도에 놓여있었다. 신발장을 들여놓으면 침실이 좀 좁아보였던것이다.

원장을 비롯한 학원일군들은 오히려 그것이 침실의 문화성을 보장하는데도 더 좋다고 생각하였었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신발장을 침실밖에 놓으면 겨울에 신발이 차서 아이들의 발이 시릴수 있다고 하시며 방안에 들여놓도록 하라고 이르시였다. 아직도 한낮이면 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아들군 하는 이때에 장군님께서만은 벌써 겨울에 아이들의 발이 시릴수 있다고 걱정해주신것이였다.

《정말이지 장군님께서 이 애들을 위해 그렇게까지 세심히 마음쓰실줄은··· 설사 친부모인들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난 그저 자신이 민망스러울뿐입니다.》

리종익원장도 그날 일이 돌이켜진듯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의 팔을 다정히 부축해주시며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였다.

《원장선생님, 물론 우리가 장군님의 그 높으신 뜻을 어떻게 다 헤아릴수야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뜻의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이라도 따른다면 자기가 맡은 사업을 능히 잘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가요?!···》

리종익은 자기에게 힘을 주기 위해 애쓰시는 녀사의 마음이 고마와 두눈을 슴벅이였다.

이때 나머지 두개 침실의 문이 거의 동시에 열리면서 사람들보다 먼저 《어머니!―》하는 환성소리가 복도로 튀여나왔다.

그러더니 한 침실에서는 남자아이들이, 다른 침실에서는 녀자애들이 앞치닥뒤치닥하며 달려나왔다. 여섯명의 아이들은 제 먼저 그이의 품에 안기겠다고 싱갱이질하며 다가왔다. 귀에 익은 아이들의 목소리와 낯익은 그 모습들에 피여오르는 기쁨을 금치 못하시며 두팔을 벌리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다음순간 우뚝 굳어지시였다.

앞에 다가온 애들을 보니 전혀 낯설게 생각되시였던것이다.

학원에서는 이미 볼수 없는 베잠뱅이, 토스레치마를 입고있는 아이들··· 이 애들은 누구일가? 새로 온 아이들일가?···

그러나 분명 낯익은 아이들이였다. 도저히 영문을 알수가 없으시였다.

리진영이 그이의 의아해하심을 나름대로 리해하고 설명해드렸다.

《이 애들은 오늘 각각 남녀침실당번들이여서 좀 일찌기 훈련에서 떼여 침구류정돈을 시켰댔습니다.》

그러나 김정숙동지께서는 힘껏 고개를 가로저으시며 그 애들을 한사람한사람 뜯어보시였다.

《영봉이, 창국이··· 그리고 넌 봉순이, 금옥이··· 분명 너희들이 옳지?! 그런데 그 옷은 뭐냐? 도대체 그 베잠뱅이들은 왜 또 입고있는거야, 응?》

그제서야 그이께서 왜 그토록 놀라와하시는가를 깨달은 아이들은 서로의 옷주제를 마주보며 저희들도 우스운지 키득거렸다.

어쩐지 노여운 생각이 드시였다. 그만큼 놀라움이 크셨던것이였다.

《똑바로 말하지 못해? 어머닌 속이 활랑거려죽겠는데 너희들은 키득거려? 어서 말해봐라.》

김정숙동지께서 진정으로 노여워하시자 아이들은 흘끔흘끔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다가 그중 나이가 어린 영봉이가 죽어들어가는듯 한 소리로 말했다.

《저··· 사실은··· 봉순누나가 수업과 일과생활에 안 참가할 때 새옷을 벗고 본래 입었던걸 입으라고 해서···》

《그건 왜? 봉순이, 네가 말해봐라. 도대체 왜 그랬느냐 말이다. 그래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더냐?》

너무도 속이 상하시여 목소리까지 심하게 갈리시였다.

안타까움에 겨운 그이의 절절한 물으심에 열두살난 봉순이는 그만 고개를 푹 수그렸다. 눈물이 방울방울 그의 신발코숭이에 떨어졌다.

그는 가랑가랑 물기가 끓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예요, 사실은··· 새옷이 너무··· 아까와서···

장군님과 어머님이 주신 그 옷을 조금이라도 아끼느라고···》

지그시 심장이 저려오시였다.

핑그르 눈물이 고이시였다.

와락 봉순이를 껴안으시였다.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너희들이···》

김정숙동지께서는 더 말씀을 잇지 못하시였다.

그이의 두볼로는 뜨거운것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아, 얼마나 헐벗고 지지리도 고생을 했으면 그 새옷이 그리도 소중해 철없는 아이들이 이렇듯 아껴입을 생각까지 다 했으랴!

난생처음 자기들을 따뜻이 품어주는 장군님의 그 사랑이 얼마나 고마왔으면 이 어린것들이 그런 속깊은 생각을 다 했으랴!···

얼마나 소박하고 깨끗한 마음씨를 지닌 아이들인가.

김정숙동지께서는 눈물을 훔치시며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정에 겨워 바라보시였다. 하지만 마음은 아프시였다.

너무도 때이르게 아이들의 가슴속에 찾아온 그 어른스러움이 마음에 맺혀오시였다.

부모가 있는 여느 아이들처럼 투정질도 하고 조를줄도 아는 그런 평범한, 그런 아이다운 아이들을 보고싶으시였다. 그이께서는 하나하나 그 애들을 쓰다듬어주시며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일없다, 아껴입지 않아도 된다. 새옷을 입고 마음껏 뛰여놀아라. 꿰지면 또 새옷을 해주고 작아지면 또 해주지 않으리.

다시는 절대로 이 베잠뱅이를 입지 말어라. 너희들의 몸에서 이 베잠뱅이를 벗겨주시려고 장군님께서 모진 고생을 참고견디시며 나라를 찾아주시고 오늘까지도 그토록 마음쓰고계시는데 너희들이 그런 옷을 입은걸 보시면 너무 가슴이 아파 또다시 눈물을 흘리실거다.》

《어머니!》

아이들은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부르짖으며 그이의 품에 다같이 안겨들었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영원히 베잠뱅이를 모르고 살게 될거야. 그건 세상에서 가장 너희들을 사랑해주시는 아버지의 품이 있기때문이란다.》

아이들을 한품에 꼭 안고 그이께서는 등을 다독여주시였다.

《자, 어서 들어가서 새옷들을 갈아입거라. 다시는 이 어머니를 놀래우지 말아.》

아이들은 달려나올 때처럼 다시 침실들로 달려들어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들의 뒤모습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점도록 바라보시였다.

《사실 우린 아이들의 저런 행동을 그저 기특하다고만 생각하면서 미처···》

리진영이 죄송스러운듯 머리를 숙이며 말씀드렸다.

《생각은 기특하지만 우린 절대로 아이들을 그렇게 키울수 없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이미 학원학생들의 체육시간이나 일상 내무생활에 편리한 운동복을 갈음옷으로 더 만들어주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입고왔던 베잠뱅이들은 모두 걷어야 하겠어요. 그들의 눈물겨운 지난날의 흔적을 말끔히 없애주자요.》

《알겠습니다.》

그때 또다시 침실문들이 열렸다.

아이들이 달려나왔다.

저고리와 바지마다에 붉은 줄이 쭉쭉 그어져있고 어깨에는 위풍있게 견장까지 단 학원제복을 척 입은 아이들이 저저마다 소리치며 달려나왔다.

《어머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