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4

 

 

제 3 장

4

 

김일성동지께서는 얼핏 손목시계에 눈길을 주시였다. 벌써 오후 4시가 가까와왔다. 예상외로 회의가 길어지고있었다. 집무실에서는 지금 보안간부훈련소 제1소 제1분소장과 내무국경비처장 채정보가 벌써 한시간가까이 기다리고있을것이다.

그이께서는 북조선인민위원회 회의실을 둘러보시며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토론들이 진행된 이상 빨리 회의를 결속해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물론 동무들의 견해에는 착오가 없습니다.

토론들에서 론의되다싶이 북조선인민위원회는 전국적으로는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계속 투쟁하면서 북조선에서 점차 사회주의에로 넘어가는 과도기임무를 수행하여야 합니다.

이 과도기임무를 수행하는데서 기본은 생산관계를 사회주의적으로 개조하는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주의적개조를 하루이틀에 해결하려는것과 같은 조급성에 사로잡혀서는 안됩니다.

아직 사회경제적 및 물질적조건들이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조건에서 사회주의적개조는 부분적으로 실시하면서 주로는 그 준비사업을 진행하여야 합니다. 실례로 농촌경리만 놓고봅시다.

지금 토지개혁에 의해 땅의 주인으로 된 농민들의 애국적열성과 생산의욕은 비상히 높으며 자기 땅에 대한 애착심이 매우 강합니다.

이런 조건에서 협동화문제를 제기한다면 그것은 농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수 없으며 오히려 앙양된 농민들의 열의를 떨어뜨리고 농업생산에 지장을 줄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직 농촌경리의 사회주의적개조가 성숙된 문제로 제기되지 않고있다는것을 말하여줍니다.

우리는 과도기 첫시기에 토지개혁의 성과를 공고히 하고 그 생활력을 발양시키는데 주되는 힘을 넣으면서 앞으로 농업협동화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사업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진행해나가야 합니다.

농민은행과 소비조합의 역할을 높여 농민들을 고리대적착취로부터 보호하고 농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소겨리, 품앗이와 같은 협동적로력조직형태들을 널리 보급하고 장려하여 그들로 하여금 협동경리의 우월성을 체험할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뿐만아니라 일정한 지역을 단위로 우마임경소들을 설치하고 장차로는 농기계임경소들을 설치하여 농촌경리의 사회주의적개조를 위한 경제기술적토대를 닦아놓아야 합니다.》

회의실에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졌다. 그 조급성에 사로잡혔던 일부 사람들도 얼굴이 벌개서 박수를 쳤다.

회의를 결속하시고 2층에 있는 집무실로 내려오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하고 누구에게라없이 말씀하시면서 제1분소장과 채정보를 방안으로 이끄시였다.

《1분소장동무, 동무네 1분소군인들이 례배당에 대고 실탄사격을 하여 큰 물의가 일어났다는 평안북도인민위원회 위원장의 보고가 올라왔기에 그것이 사실인가를 확인해보려고 동무를 불렀소. 어디 동무 말을 들어보기요.》

그이께서는 먼저 제1분소장에게 엄한 어조로 물으시였다.

1분소장이 머리를 푹 수그렸다.

《사실··· 례배당에 대고 실탄사격을 한것은 전혀 없습니다. 례배당근처에 있는 사격장에서 실탄사격을 하였는데 탄알이 돌에 맞고 튕겨나면서 례배당유리창을 한장 깨뜨렸습니다. 장군님, 면목이 없습니다.》

그의 대답을 다 들으시고나서야 김일성동지의 음성은 좀 부드러워지시였다.

《동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건 별문제요. 나도 정규군의 핵심들을 키워내는 보안간부훈련소지휘관들이 아무렴 례배당에 대고 실탄사격을 하라고 하지는 않았을것이라고 믿었댔소. 제기된 자료를 정확히 확인하지도 않고 보고한 평안북도인민위원장이 옳지 않소.》

그이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시였다가 준절한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러나 동무들은 이번일에서 큰 교훈을 찾아야겠소. 사격장을 례배당가까이에 정한것은 대단히 잘못된것이요. 사격장이야 민가에서 멀리 떨어지고 각종 사격을 다 할수 있는 유리한 지대에 꾸려야지.》

《말씀대로 장소를 옮기겠습니다.》

《지휘관들은 부대주둔지역 인민들과 밀접한 련계를 가지고 그들과의 사업을 잘해야 하오. 재삼 강조하지만 인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군대는 절대로 싸워이길수 없는거요.》

그이께서는 얼핏 채정보에게로 눈길을 주시였다.

《보안간부훈련소 군인들이나 내무국 군인들이나 다 조선인민혁명군 대원들이 목숨처럼 지켜온 군민일치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그들에 대한 사상교양사업을 잘해야 하겠소.》

《알았습니다.》

그들은 다같이 힘차게 대답했다.

1분소장이 나간 다음 채정보는 가방에서 두툼한 문건철을 꺼내며 말씀올렸다.

《지금 38°선의 정세가 점점 더 긴장해지고있습니다. 적들의 침범행위가 잦아지고있고 테로와 파괴를 목적으로 한 반동분자들의 월북시도가 빈번합니다. 때문에 저는 새로 2개의 독립경비대대를 더 편성하여 38°선연선에 배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그 편성안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가 올린 문건을 바삐 번져보시였다.

《좋소, 이대로 하오. 필요한 무기는 안길참모장동무와 토론해서 넘겨받도록 하시오.》

그이께서는 다시금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채정보동무와 더 이야기했으면 좋겠는데 이거 시간이 없구만.》

바로 그때 대기실문이 열리며 책임부관 손종준이 들어섰다.

《장군님, 기획국장동지가 시급히 말씀드릴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장군님의 일정을 물어왔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소. 저녁에 아니, 밤에 짬을 내야겠소. 그리고 당장은 차를 준비해주오.》

채정보는 지금 그이의 시간이 매우 긴장하다는것을 알고 새로 편성되는 대대들의 배치장소와 피복공급문제 등을 직접 말씀올리고 해결받자던 생각을 접고말았다.

×

김일성동지께서 간리에 도착하신것은 오후 5시였다.

그이께서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서시여서야 무슨 문건같은것을 들여다보고있던 교무부원장 윤흥섭이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처 마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러지 마시오. 내 이미 말하지 않았습니까.

제집에 오고가면서 기별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구.》

그이께서는 부원장이 내여드린 의자에 앉으시여 소탈하게 말씀하시였다.

《그래 아이들이 몇명이나 있습니까?》

《예?》

윤흥섭은 처음 말씀의 뜻을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갈곳이 없어 학원에 그냥 남아있는 학생들이 몇명이나 되는가 말입니다. 내 그 애들때문에 나왔습니다. 그 애들 생각으로 어디 일손이 잡혀야지요.》

그제서야 윤흥섭은 장군님께서 느닷없이 학원에 찾아오신 사연을 깨닫고 눈시울이 화끈해졌다.

《예, 9월 1일 개학을 앞두고 교사를 더 꾸릴것도 있고 또 생활준비도 시켜야겠기에 자기 집이나 가까운 친척집들에 가서 놀다가 오도록 보냈는데 서른명의 아이들은 갈곳이 없어서···》

《그 애들이 퍽 쓸쓸해하겠는데··· 그런데 그 애들은 다 어디 가고 빈방에서 혼자 무얼 보고있습니까?》

《아이들은 제각기 침실들에서 놀고있습니다. 전 학생들의 입학문건을 좀 보느라구···》

《입학문건이 다 갖추어졌습니까? 그럼 어디 한번 좀 봅시다.》

윤흥섭이 두툼한 문건철을 그이앞에 놓아드렸다.

그이께서는 문건 하나하나를 소중히 펼치시였다.

입학문건에는 입학원서와 혁명렬사유자녀보증서, 추천서가 붙어있었다.

한사람한사람 이름을 부르시며 문건을 번져나가시였다.

《최준걸, 음, 최경화동무의 아들이지. 1938년초 정안툰전투때에 그를 잃고 밤새껏 눈물을 흘리며 추도사를 쓰던 생각이 납니다.···

김병수, 꼽새령감 김득현의 아들이고 전철중, 음··· 전우천동무 아들이로구만. 왕청2중대에서 최춘국동무랑 같이 싸우던 동무인데 2차북만원정때 그곳에 떨구어두었었지. 그가 희생된것이 아마 상강현전투에서였을거요.

음, 리옥화, 리정화··· 리제순의 딸들이로구만.

민순희··· 민덕원동무의 딸이요. 새 조국건설에서 한몫 든든히 할수 있는 동무였는데···》

어째서인지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실 때마다 그 아이들의 얼굴대신 잊지 못할 전우들의 얼굴이 먼저 안겨왔다.

아이들의 이름우에 반드시 겹쳐지는 그 얼굴들···

하기야 어떻게 그들을 분리시켜 생각할수 있으랴.

김일성동지께는 그들이 꼭같은 하나의 모습처럼만 생각되시였다. 그이께서는 뜨거운 추억과 그리움을 담아 한장 또 한장 문건을 번져나가시였다. 자신께서 미처 모를 부모들의 이름도 있었지만 보증서를 보면 그들도 다 일제와의 싸움에서 희생된 애국렬사들임이 틀림없었다.

문득 그이께서 머리를 드시였다. 그리고 놀라운 눈빛으로 교무부원장을 바라보시였다.

《이 문건은 도대체 뭡니까?》

《예? 어느 문건··· 말입니까?》

부원장이 그이곁에 바싹 다가섰다.

《오기섭동무의 딸이 어떻게 학원입학대상이 되였는가 말입니다.》

《저 그건··· 아마 그의 투쟁경력을 봐서··· 그리고 김월송선생의 아들을 입학시키는 전례도 있다고 하여 애투의 라성환부위원장이 그렇게···》

《그래서 월송선생이 나에게 아들을 학원에 못 보내겠다고 했었구만. 하지만 김월송선생의 경우는 그와 다릅니다.

그는 이미 칠십이 넘었고 그의 아들은 이제 겨우 아홉살입니다. 자식의 부양을 받아야 할 나이에 어린 자식을 부양할수는 없지 않습니까. 인민위원회 로동국장이면 한 나라의 상인데 상이 그래 자기 딸자식 하나 공부 못시켜서 유자녀들만 공부하게 되여있는 이 학원에 보낸단 말입니까? 그리고 한사람이라도 희생된 동지들의 자식을 더 공부시킬 생각을 해야지 자기 자식부터 먼저 생각해서야 어떻게 동지적의리가 있다고 말하겠습니까.》

그이께서는 그 문건을 뽑아드시였다.

《이런 아이들은 학원입학대상이 될수 없습니다. 본인에게는 내가 말해주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언짢으시였다. 오기섭이 신성한 이 학원의 이름을 자기 자식문제를 위한 그 어떤 간판처럼 여기고있는 그릇된 관점과 남까지 빗대며 자기를 정당화하려는 그 심사가 저으기 불쾌하시였다.

과연 언제면 그 자기 본위적인 악습을 버리겠는지?···

그이께서는 불쾌한 심정을 털어버리듯 머리를 흔드시고나서 교무부원장을 향해 말씀하시였다.

《침실에 가서 우리 아이들을 만나봅시다.》

윤흥섭이 그이를 모시고 본청사에 있는 1호침실로 먼저 안내해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 문을 열고 들어서시였을 때 방안에는 세명의 아이들이 풀이 죽어 심드렁한 표정들을 짓고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아이가 먼저 김일성동지를 알아보았다.

《아버지장군님!》

그 순간 창밖을 내다보던 총각애와 앞탁을 마주하고 무엇인가 끄적거리고있던 녀석이 동시에 머리를 돌렸다.

《아버지장군님!》

애들의 얼굴에는 금시 웃음이 피여났다. 자신의 량팔에 오롱조롱 매여달리는 아이들을 정답게 쓰다듬어주시며 김일성동지께서는 침대머리에 걸터앉으시였다.

《이 애가 바로 전철중입니다. 그리고 이 앤 최준걸이구···》

윤흥섭이 옆에서 애들을 소개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제일 어려보이는 전철중이를 번쩍 들어 무릎우에 올려앉히시였다.

《철중인 어머니가 계시는데도 집이 온성이니 가지 못했구나.》

《그리고 올라온지도 얼마 되지 않고하니 굳이 가지 않아도 됩니다.》

윤흥섭이 곁에서 설명을 해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신의 팔소매자락을 붙들고있는 최준걸이를 향해 물으시였다.

《준걸인 이자 무엇을 쓰고있었니? 내가 좀 볼수 있을가?》

준걸이는 갑자기 얼굴이 새빨개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앞탁에 놓인 종이장을 슬그머니 집어 뒤로 가져갔다.

김일성동지의 무릎에 앉은 철중이가 좋아서 엉치를 들썩이며 김일성동지의 귀전에 소곤거렸다.

《준걸형은 편지를 쓰댔습니다. 성진쪽에 친척이 있는데 주소두 잘 모른다면서 거기에다···》

철중이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준걸이가 철중이에게 눈을 흘겼다.

최경화의 집안래력을 잘 알고계시는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못 놀라와하시며 준걸이에게 물으시였다.

《준걸이에게 무슨 친척이 있니?》

일찌기 부모를 잃고 성진에 있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준걸이였다.

준걸이는 얼굴이 더욱 붉어져가지고 등뒤에 가져간 종이장만 꼬깃꼬깃 꾸기면서 머리를 수그렸다.

윤흥섭이 《준걸아, 장군님께서 물으시지 않냐?》하면서 그의 등을 장군님앞으로 떠밀었다.

《어디 내가 좀 보자꾸나.》

준걸이는 하는수없이 그 종이장을 김일성동지께 올리였다.

그런데 편지라는것이 내용은 없고 망짝만 한 글씨로 《이모》라고 썼다가는 지우고 다시 《고모》라고 했다가는 뻑뻑 긋고 한 몇자 안되는 글자들만이 적혀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말해주었댔습니다. 어머니한테 사촌벌이 되는 오빠가 있는데···》

《그럼 준걸이한텐 외삼촌벌이 되지.》

윤흥섭이 민망스러워 그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그런데 그 오빠는 징병으로 끌려가 돌아가고 집에는 아주머니만··· 내가 어릴적에 우리 집에도 온적이 있는데 날 무척 고와했답니다.》

준걸이가 자신없이 웅얼거리는 소리였다.

《그래서 거기에다 편지를 쓰댔단 말이냐?》

《···》

《그래 그 녀인의 얼굴이 생각나냐?》

준걸은 대답을 못 올리고 머리만 설레설레 저었다.

김일성동지의 무릎우에서는 철중이가 여전히 엉치방아를 찧고있었다.

《다른 애들이 다 제집으로, 친척집으로 떠나가니 준걸이도 어디론가 가고싶었던게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마음이 쓰려나시여 준걸이를 끌어당기시며 그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꼭 대시였다.

준걸이가 갑자기 눈물을 쭈르르 흘렸다.

《됐다, 됐어. 준걸인 그래도 형인데 동생들앞에서 이러면 되나. 준걸이라고 왜 갈곳이 없겠니. 준걸이에겐 친척보다도 가까운 아버지의 전우들이 얼마든지 있다. 큰아버지들두 있구 삼촌들두 많구··· 그렇지 않냐?》

준걸이는 흑흑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준걸인 사내대장부인데 이젠 울음을 그쳐라.》

이때 방문이 슬며시 열리며 철중이또래의 처녀애 하나가 들어섰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가 민순희임을 인차 알아보시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오돌차게 생긴 민순희는 뜻밖에도 장군님께서 방안에 계시자 강둥강둥 뜀박질을 하며 그이께 매달렸다.

《민순흰 어디에 갔댔니?》

《백산오빠가 오늘 나무권총을 깎아주겠다고 해서 갔댔는데···》

그리고는 마저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두눈을 깜빡거렸다.

《순희가 정말 용타. 네 생각은 온통 총에 가있구나.》

해주시군중대회에 참가하신 김일성동지께 꽃다발을 올리며 아버지를 죽인 원쑤놈들을 복수하겠다고 총을 달라고 했던 어린 순희였다.

《백산이라면 무산에서 온 김현철의 아들이지요?》

김일성동지께서 윤흥섭에게 물으시였다.

《예, 옳습니다.》

《그러니 민순희는 백산오빠와 친한게구나?》

《예, 그런데 오빤 꽝포쟁입니다.》

《저런? 권총을 깎아주지 않더냐?》

《나무권총은 깎아주지도 않으면서 날더러 성냥을 얻어오라고 윽박질렀습니다.》

《성냥을? 그건 왜?》

《그건 말두 안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얼핏 윤흥섭을 돌아보시였다. 윤흥섭의 얼굴에도 약간한 긴장이 떠돌았다.

백산이는 자기 방에 없었다. 침실들을 다 돌아보시고 윤흥섭과 함께 밖에 나오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백산이가 왜 성냥을 찾은것 같습니까?》 하고 물으시였다.

《글쎄말입니다.···》

윤흥섭이 어정쩡하게 대답올렸다.

《좌우간 백산이를 찾아봐야겠습니다.》

청사에 남아있는 아이들과 교직원들까지 다 동원되여 운동장, 교실, 식당칸까지 다 찾아봤지만 백산이는 없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언뜻 짚이는데가 있으시여 식당화구칸쪽으로 발길을 옮기시였다.

그이의 짐작대로 백산이는 거기에 있었다. 담배연기가 느실느실 환기창으로 밀려나왔다. 화구칸안의 이겨놓은 석탄무지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백산이는 김일성장군님께서 문가에 나타나시자 너무도 뜻밖의 일이라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담배를 쥐였던 손을 얼른 주머니에 쓸어넣었다.

백산이보다 윤흥섭이 더 당황해했다.

《백산이 이녀석, 어디 갔는가 했더니 여기서 담배질을 하느라고···》

윤흥섭은 당장 버릇을 떼놓을 기세로 백산이에게로 다가갔다.

《가만, 가만···》

김일성동지께서 앞에 나서는 그를 만류하시였다.

《얘 백산아, 아무리 바빠도 담배불이야 꺼야지 바지주머니에 감추면 어떻게 한다는거냐. 그러다가 손을 데겠다. 어서 담배불을 꺼서 버려라.》

《일···없습니다.》

바지주머니에서는 담배연기가 계속 새여나오고있었으나 백산은 죄지은 사람처럼 머리만 푹 수그렸다. 그러면서도 손에 감싸쥔 담배불에 손바닥이 뜨거웠던지 얼굴을 찡그렸다.

《일없다는게 뭐냐?! 손을 덴다는데. 어서 담배를 버려라.》

그제서야 백산이는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꺼내여 담배를 버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얼른 그의 손부터 펴보시였다. 담배불에 손이 데였을가봐 걱정스러우셨던것이다. 다행히도 덴 자리는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장군님께선 너희들이 걱정되시여 찾아오셨는데 지금 이게 무슨 꼴이냐 말이다. 이런 학원망신이 어디 있어?!》

윤흥섭이 노여워 펄펄 뛰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일단 백산이의 손목을 잡으시고 화구칸밖으로 나오시였다.

《너 담배를 자주 피우냐?》

《아니, 아닙니다. 학원에 와서는 한번도···》

백산이가 얼굴이 꺼멓게 질려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대답올렸다.

《그런데 오늘은 왜 다시 담배를 피웠냐?》

《···》

《백산이 이녀석이 방랑생활을 할 때 붙인 나쁜 버릇이 도진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젠 어엿한 학원의 학생인데 어쩌면 이런 망나니짓을···》

윤흥섭이 책망하자 백산이가 눈물이 그렁한 얼굴을 쳐들었다.

《여기로 떠나올 때 누나와 약속했습니다, 다신 담배를 안 피우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전 담배도 성냥도 안 가지고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왜?》

윤흥섭이 더 엄하게 따지고들었다.

《아침부터 누나생각이 자꾸 나면서 보고싶은데··· 철삼이랑 동호랑 우리 방의 애들은 다 가구··· 나혼자만 있으니까···》

백산이가 중언부언 변명을 늘어놓는데 김일성동지께서는 아까 준걸이의 편지사연이 다시금 생각키우면서 또다시 짜릿한 아픔을 느끼시였다.

《누나를 생각하느라고 누나와의 약속을 어기면 안되지. 백산인 사내대장부가 아니냐.》

《담배를 다신 안 피우겠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예.》

김일성동지께서는 저으기 안색을 펴시며 백산이에게 이르시였다.

《이제 곧 침실로 가서 남아있는 애들을 모두 운동장에 모이라구 해라. 오늘은 모두 우리 집으로 가자!》

《예?》

윤흥섭이 놀라운 눈길로 김일성동지를 우러렀다.

《어서!》

김일성동지께서 다시 재촉을 해서야 백산이는 《알았습니다.》 하고 울먹울먹한 소리로 대답올리고나서 나래가 돋힌듯이 침실쪽으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오늘은 저 애들을 우리 집에 데려다 하루밤 재워보내야지 그러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할것 같습니다.

애들이 얼마나 혈육의 정을 그리워합니까? 우리가 아직 제 구실을 다 못하는것 같습니다. 단지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그것이 부모구실이 아니란것을 새삼스레 생각하게 되는군요. 저 애들은 정을 그리워합니다, 혈육의 정을! 그래서 피줄은 숨기지 못한다고 하는것 같습니다.

부원장선생, 저 애들에게 자기의 피줄을 꿋꿋이 이어주지 못하고 단지 생활이나 돌보아주는 그 어떤 보호자의 역할로는 먼저 간 전우들과 렬사들앞에 의리를 지켰다고 할수 없습니다.》

그이께서 학원에 남아있는 애들을 모두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오신것은 저녁어스름이 깃든 7시경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