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12

 

 

제 1 장

12

 

당중앙위원회 제6차회의가 있은 때로부터 닷새가 지나갔다. 회의에서 인민경제계획을 성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각급 당조직들의 과업을 제시하시고 그 실행을 위하여 증산돌격운동을 강력히 전개하며 이 운동에서 당원들의 선봉적역할을 높이고 사회단체들을 잘 발동하여 광범한 군중을 조직동원할데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방도를 밝혀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나날 수많은 공장과 농촌을 찾으시여 인민들을 건국투쟁에로 불러일으키느라 드바쁜 시간을 보내시였다.

새 조국건설을 위한 크고작은 일들은 의연히 그이의 령도의 손길을 기다리고있었던것이다. 그 어느것 하나 무겁다고 내려놓을수 없으시였고 가볍다고 남에게 짊어지울수 없으시였다. 그럴수록 그이께서는 혁명과 건설에서 민족간부가 차지하는 중요성과 그 역할의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하시였다. 마음같아서는 자신께서 품들여 키웠고 항일혁명의 불길속에서 단련되고 검열된 우수한 투사들을 군건설사업뿐아니라 당, 정권기관과 경제건설의 중요부문들에까지 세우고싶으시였으나 남조선을 강점한 미군이 벌써부터 북침야망을 로골적으로 드러내고있는 조건에서 그들을 군대에서 떼여낼수는 없었다. 그들은 지금 보안간부훈련소산하에서 대부분 대대장, 중대장, 지어 소대장들로 사업하고있었다. 그렇다고 김책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만을 데리고 건국사업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다 풀어나갈수는 없는것이였다. 과거 국내와 해외에서 이러저러한 투쟁에 참가하였다고 하는 사람들과 통일전선을 이루고 그들의 애국열의에 기대를 걸었으나 많은 경우 골수에 절은 사대주의와 교조주의 그리고 종파적습성을 좀처럼 버리기 힘들어했다.

준비된 민족간부의 결핍, 이것은 새 조선을 일떠세우는 오늘의 투쟁에서 여전히 난문제로 제기되고있는 고충이 아닐수 없었다. 뿐만아니라 장차 나라의 전도를 좌우하는 심각한 문제였다. 명백한것은 민족간부는 그 누가 키워서 가져다주는것도 아니고 바란다고 하여 하늘에서 저절로 뚝 떨어지는것도 아니라는것이였다. 오직 한사람한사람 품들여 찾아내고 품들여 키우는것외에 다른 해결책이란 있을수 없었다. 하기에 이미 해방직후부터 이 문제해결을 위한 여러가지 조치들을 취해오시였다. 평양학원, 로농정치학교 등의 설립이 그러했고 종합대학창립과 같은 전망적인 민족간부교육방침 등이 그러한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시대적인 이런 절박성의 견지에서 볼 때에도 혁명가유자녀들을 위한 학원창립과 그들에 대한 교육사업을 더는 한시도 미룰수 없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시였다. 만경대에 나가 학원터전을 잡고오신 뒤로는 더욱 조급해지는 심정을 누를길 없으시였다.

하여 그이께서는 지금 그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북조선인민위원회 부위원장 김책을 기다리고계시는중이였다.

집무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예, 들어오시오.》

방안에 들어선 사람은 뜻밖에도 오기섭이였다.

작고 다부진 체격에 늘 자신만만해하는 표정으로 이 방에 들어서군 하던 그가 오늘은 어깨가 축 처져 저으기 초췌해보였다. 면도까지 하지 않아 턱밑이 꺼칠했다. 보매 당중앙위원회 제6차회의에서 받은 비판을 놓고 생각이 많은 모양이였다. 그날 회의에서는 오기섭이 발표한 론설《북조선인민정권하의 북조선직업동맹》에 대한 심각한 비판이 있었던것이다.

그는 론설에서 우리 나라 국영기업소들에도 자본과 로동간에 계급적리익의 대립이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지배인과 로동자들사이에 투쟁이 있게 된다는 터무니없는 리론을 제기하고 로동자들과 인민정권사이에 마찰과 분쟁이 생기는 경우 직맹이 로동자들에게 최대한으로 유리하게 사업해야 한다느니 뭐니하면서 마치 직업동맹이 로동자들과 인민정권사이의 모순을 조정해결해주는 기관인것처럼 주장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도대체 인민정권은 누구의 정권이요?》 하고 엄하게 질책하시며 인민정권하에서의 직업동맹은 자본주의하에서의 로동조합과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른것이다, 자본주의하에서는 로동계급의 리익을 위하여 로동조합이 자본가정권과 싸워야 하지만 인민정권이 수립된 조건하에서의 직업동맹은 자기의 주권인 인민정권을 지지하고 도와야 한다, 직업동맹은 당과 인민대중을 련결하는 인전대의 역할을 해야 하며 인민정권의 시책을 로동자들에게 해설하고 그 실행에로 그들을 조직동원해야 하는것이라고 호되게 비판하시였다.

김일성동지, 제 요 며칠새 자신을 심각히 반성해보았습니다. 사실 인민이 정권의 주인으로 등장한 사회제도하에서의 직업동맹의 역할문제에 대한 리론은 미개척지나 다름없었던탓에···》

오기섭은 자신을 뉘우치는듯 머리를 푹 수그리였다.

하지만 그 어조에는 잘 몰라서 본의아니게 그렇게 되였다는 뒤대사가 다분히 묻어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심각하게 자기를 반성해보았다고는 하지만 그날 회의에서 비판을 받을 때의 태도와 별반 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그의 모습을 무거운 마음으로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그렇다고 로씨야에서 신경제정책시기에 레닌이 제기했던 문제를 해방된 조선의 현실에 그대로 옮겨놓아서야 안되지요. 오기섭동무야 북조선인민위원회 로동국장인데 응당 우리 나라 현실에 부합되는 그런 리론을 제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린 지금 빈말공부나 하고있을 겨를이 없습니다. 사업을 연구하고 사업에 투신해야 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김일성동지.》

《그래 그 문제때문에 날 찾아왔습니까? 사실 그 문제야 이미 회의에서 다 비판되고 토론된것이 아닙니까. 난 로동국장동무가 사업을 통해서 이번 과오를 고쳐나가길 바랍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때마침 방에 들어서는 김책을 띠여보시고 담화를 결속하자는 의미로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그런데 오기섭은 무슨 다른 문제가 더 있는지 잠시 망설이였다.

《저··· 그때문만은 아니고··· 김일성동지께서 혁명가유자녀들때문에 걱정이 크시기에 혹 방조가 되지 않을가 해서···》

그는 진중한 낯빛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허가이동무와는 좀 토론이 있었는데 유자녀문제를 우리 로동국에서 풀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의아한 눈길로 자기를 바라보는 김책을 슬쩍 곁눈질해보았다. 그와 여러차례 부딪쳐본 오기섭이로서는 사실 은근히 두려운게 김책의 얼굴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가 뜻밖에도 유자녀문제를 풀겠다고 솔선 자청해나서는데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게 이 사람의 진심의 소릴가?

혹시 비판을 받았으니 어떤 열성을 보이자는 의도인가? 아니면 정말로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김책의 얼굴에도 종잡지 못해하는 기색이 짙게 어려있었다. 어쨌든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였다. 아직은 그가 그 어떤 방도를 내놓으려고 하는지는 알수 없으나 그런 생각을 했다는 그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지시였다.

김일성동지의 안색에서 감사의 빛을 재빨리 읽은 오기섭이 조심스럽던 어조를 홀연 버리고 례의 그 자신만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의 조건에서 이런저런 경우를 따져보면 현실적으로 유자녀문제는 난문제입니다. 그 애들을 찾는 문제도 그렇고 또 청사문제도 그렇고···》

《여보, 오동무. 거 뻔한 소린 그만두고 어떻게 하자는건지 빨리 그거나 말하오.》

김책이 속이 답답한듯 바투 따져물었다.

오기섭은 좀 시틋한 눈길로 그를 흘겨보고나서 말을 이었다.

《물론 만경대에 학원터전을 잡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건설이 또 몇년 걸릴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서 제 좀 생각해보았는데 당장은 모든 국영공장들마다에 로동기술학원 같은것을 대대적으로 내오구 유자녀들을 그곳에 보내면 어떻겠는가 하는겁니다.》

《로동기술학원이요?》

《예, 그러면 생업을 보장받을수 있고 종신기술도 배우고 또 나라의 긴장한 로력문제도 풀수 있을게 아닙니까.》

오기섭은 이런 신통한 묘책을 찾느라 무척 고심했다는듯 벗어지기 시작한 자기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었다.

말해놓고보니 자기로서도 꿩먹고 알먹고 둥지털어 불때는 식의 방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에 괜히 허가이와 토론(사실 며칠전에 이것을 귀띔해준것은 그였던것이다.)했다는 말을 한것이 후회되기까지 하였다.

《아니, 그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김책이 그의 기분좋은 속구구를 헝클어놓았다.

(저 량반은 내 말이라면 한사코 시쁘둥해한다니까. 함남도 파견원으로 왔을 때 하대했더니 복수를 하자는건가. 이것도 저것도 다 같은 학원인데 뭐 어쨌다고 눈살이 꼿꼿해지는거야. 큰돈 안 들이고 큰품 안 들이구 문젤 해결하면 좋은거지.)

오기섭은 속으로 꿍꿍거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성을 높이는 김책을 제지시키고나서 다시 오기섭에게 물으시였다.

《그럼 로동할 나이의 유자녀들은 그렇게 한다치고 어린아이들은 어쩌겠습니까? 설마 소년로동을 복귀하자는거야 아니겠지요?》

《예? 저 그건···》

《유자녀문제를 놓고 생각을 한건 좋은데 그건 우리 뜻과는 너무 거리가 멉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여전히 부드러운 빛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린 단순히 그 애들에게 살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만 학원을 세우자는게 아닙니다. 물론 직업을 얻어주고 직업기술을 배워주는것도 필요할수는 있지요. 하지만 그 애들가운데는 로동할 나이의 유자녀들보다 아직 철부지 어린아이들이 대다수입니다. 설사 그렇지 않다해도 혁명렬사들이 남기고 간 자녀들을 저희들끼리 벌어먹고 살라고 내버려둘수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

《솔직히 그 애들 생각때문에 난 어느 하루도 발편잠을 자보지 못합니다. 종종 일손도 잡히지 않구요.···

우린 그 애들에게 하루빨리 친부모의 사랑을 되찾아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 부모들의 뒤를 이어나가도록 키워야 합니다. 난 오기섭동무가 우리의 이 뜻을 옳게 리해하리라고 봅니다.》

김일성동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오기섭이 머리를 수그렸다.

진심으로 자기의 생각이 잘못되였음을 깨달아서인지 아니면 적중한 말을 고르느라고 해서인지 그는 인차 말을 잇지 못하였다.

《나라의 어려운 형편만 생각하다보니···

김일성동지의 그 고매한 의리심을 제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전 다만···》

《의리심이라···》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소 실망이 어린 어조로 이렇게 되뇌이시였다.

그가 아직 자신의 뜻을 다 리해하지 못하는것이 안타까왔으나 왜서인지 더 설명하고싶지 않으시였다.

《글쎄 저 량반이 하는 생각이란 온통 엉터리라니까요.》

오기섭이 방에서 나가자 김책이 쓴입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허허··· 김책동문 한번 도리머리를 저으면 그냥 외면해버리려는 그 성밀 고쳐야 하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 웃으며 하시는 말씀이였다.

《제 동만청총때부터 저런 류의 〈혁명가〉들을 좀 적게 대상했다구요?! 사대와 종파에 절을대로 절은 저런 사람들은 대동강물을 다 쏟아부어두 그 근성이 빠지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배척하기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이왕지사 손을 잡고 나선 이상 깨우쳐주고 이끌어줘서라도 데리고 가야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심정을 너무도 잘 아시는지라 구태여 더 다른 말을 하지 않으시였다.

《참, 이자 오기섭동무의 생각이 엉터리이긴 하지만 한가지만은 옳은 소릴 했습니다.》

《예?》

《그 동무가 학원건설이 몇년 걸릴지 모른다고 했는데 그 말이 일리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아무리 빨라도 래년까지는 걸릴것 같은데···》

《예, 력량을 집중한다 쳐도 래년 9~10월까지는 걸릴것 같습니다.》

김책이 얼른 속타산을 해보고 대답올렸다.

《그렇지?!··· 그럼 그때까지 그 애들을 또 내쳐두어야 한다는 소린데··· 김책동무, 난 더이상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이 심장이 견디여낼것 같지 않습니다.》

《장군님!》

《이렇게 합시다. 학원청사건설은 건설대로 내밀면서도 그 애들을 다 데려다가 먼저 생활도 돌봐주고 공부도 시킵시다. 림시로 학원으로 쓸만 한 건물을 얻어봅시다.》

그이께서는 이미전부터 속으로 생각해오던 문제를 김책에게 터놓으시였다.

《그러니까 학원림시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예, 학원청사가 건설될 때까지 그 애들이 생활하고 공부할수 있게 손질해줘서 올해 9월 1일 개학날부터는 공부를 시작하게 합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새로운 활기에 넘치시여 큰소리로 말씀하시였다.

《그게 좋겠습니다. 학원창립을 달가와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는 가을뻐꾸기같은 소릴 못하게 혁명학원이란걸 하루빨리 실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김책이 앞에 놓인 책상을 가볍게 치며 열띤 목소리로 말했다.

《그보다는 이젠 하루빨리 학원창립준비위원회를 조직해야 합니다.》

《학원창립준비위원회를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할일이 정말 많습니다. 국내각지와 해외의 넓은 판도에서 혁명가유자녀들을 데려와야지, 또 교직원대렬을 꾸리고 교사를 짓고 교육시설과 생활비품들을 마련해야지··· 한마디로 만경대에 학원교사가 건설될 때까지 전국적범위에서 학원건립을 위한 모든 일들을 전적으로 맡아 처리하는 상설적인 기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하나하나 손가락을 꼽아가시며 열정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김책이 보기에도 그이께서 저으기 흥분하신것 같았다.

《며칠안으로 북조선인민위원회를 소집하고 학원창립준비위원회를 내올데 대한 결정을 채택하도록 합시다. 결정초안은 아무래도 김책동무가 교육국을 비롯한 해당 부문 일군들과 토의하여 작성해주시오.》

《알았습니다.》

《자,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우선 나와 함께 학원림시교사를 찾아봅시다. 아무래도 가까운 곳의 군대병영을 하나 내야 할것 같은데 안길동무도 불러서 함께 돌아봅시다.》

《제가 곧 안길동무를 부르겠습니다. 참, 그러고보면 그 동무에게도 학원창립준비위원회 위원직쯤은 안겨줘야 할것 같습니다.》

김책은 그이의 마음을 밝게 해드리고싶어 우정 이렇게 덧붙였다.

《그건 내 생각과 신통히 같습니다.》

이날 김일성동지께서는 평양과 거리가 가까와 유자녀들의 교육과 생활보장에 매우 유리하고 군인들이 생활하고있는 위수구역이기때문에 해방후 복잡한 정세하에서도 혁명가유자녀들을 보호할수 있으며 학원안에 정규적인 생활기풍을 세우는데도 좋겠다고 하시며 평안남도 대동군 재경리면 간리(당시)에 있는 군대병영을 학원림시교사로 정해주시였다.

그로부터 며칠후인 1947년 3월 24일 북조선인민위원회는 학원창립준비위원회를 내올데 대한 북조선인민위원회결정을 채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