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7

 

7

 

장경수는 행상리발쟁이차림을 한채로 숲속에 나타났다. 사령부는 그가 떠날 때 위치에서 얼마 멀지 않은 북쪽에 있었다. 해빛 한점 새여들지 않는 숲속으로 북상행군을 계속하면서 부대는 그지간의 전투로정에 쌓이고 덧쌓인 피로를 풀며 학습도 하고 밤마다 오락회도 하였다.

숲이 하도 깊어서 적정도 없거니와 석인구전투에서 해결한 식량도 적지 않아서 부대는 서둘지 않고 각지로 내보낸 공작조들과 소부대들의 보고를 기다렸다.

그러는 과정에도 김일성동지께서는 쉼없이 일을 제껴나가시였다. 모든 대오가 쉬거나 잠드는 때에도 그이께서만은 쉬실수 없었으니 경위중대장이나 측근에서 아무리 그이께 휴식을 보장해드리려고 애를 쓰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일거리를 다 막아버려도 그이의 머리속에 끝없이 샘솟고 소용도는 혁명의 열정과 사상의 분출은 그이자신께서도 막으실길이 없으시였다.

《···

회억하자. 30년동안의 조국의 설음은 어떠하였던가.》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백지우에 활달한 필체로 써나가시였다.《놈들의 강도정치는 2천만의 조선민족으로 하여금 반일의 정치무대에로 이끌어들이였다.

···3.1운동은 내외의 모든 결함과 불리로 인하여 놈들에게 그만 엄중한 탄압을 당하였다. 순국전사의 붉은 피는 가두와 향촌을 물들였다.

사랑하는 조선동포들!》

김일성동지께서는 서둘러 종이장을 번지시며 민족해방투쟁의 추이와 그 피맺힌 교훈을 절절한 말로 개괄하시고나서 응당 한마음한뜻으로 단결되여야 할 민족해방력량이 각당 각파로 4분5렬된 비통한 지난날의 력사를 예리하게 발가놓으시였다. 이어 목전 국제정치정세를 개괄하신 그이께서는 광범한 반일통일전선과 반일공동행동의 절박한 필요성을 강조하시면서 이 위대한 투쟁의 승리의 필연성을 론증하시였다.

《일본제국주의의 운명은 시일을 다툰다. 제아무리 강대한 적이라도 단합된 인민의 힘을 꺾을자는 이 세상에 없다.》

여기까지 쓰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문득 고개를 드시였다.

숲속은 한없이 조용하다. 어찌나 숲이 깊은지 날아다니는 벌도 나비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선가 구새통을 두드리는 딱따구리소리가 이 끝모를 정적을 강조해줄뿐이다.

《그렇지. 이 세상에 인민의 힘보다 더 큰 힘은 있을수 없지.》

김일성동지께서는 숲이 온통 정적에 휩싸여버린것이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으시여 방금 마음속으로 생각하시던것을 소리내여 외우시였다.

지금 그이께서 쓰고계시는것은 조국광복회조직을 통하여 내려보내실 호소문이였다.

만민이 제국주의의 본질과 그 취약성을 똑똑히 인식하고 싸움에 일어선다면 어찌 감히 히틀러나 무쏘리니따위 인간쓰레기들이 력사를 롱락할수 있을것인가. 비록 일본제국주의가 어마어마해보인다 하더라도 인민의 힘앞에서는 물먹은 담벽과 같은것이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원쑤들의 이런저런 허장성세에 뒤흔들리는가. 그이께서는 문득 한옆에 차곡차곡 가려놓으신 다른 원고뭉테기를 집어드시였다. 수일전에 끝내신 《지하공작상식》에 대한 원고였다.

급변하는 정세의 요구를 반영하여 광범한 인민들속에서 지하공작을 대대적으로 벌리실 구상을 무르익혀오신 그이께서는 회양동에서 지하공작원들에게 주신 강의내용을 골자로 하여 조선인민혁명군의 지하공작에서 나서는 기본원칙과 오랜 경험에서 검증된 전술, 나아가서는 세밀한 기술문제에 이르기까지 다 포괄된 그야말로 지하공작에 대한 옥편과도 같은 저작을 완성하셨으나 제목은 소박하게 《지하공작상식》이라고 붙이시였다. 추고도 여러번 하시였다. 하지만 이것이 적용되는것이 적후이라는 점을 고려하시여 신중성을 기하시느라고 여적 등사에 넘기는것을 미루어오셨던것이다. 이제 인민의 힘을 묶어세울 필요성을 절박하게 통감하시고보니 《지하공작상식》에 그러한 사상이 응당한 비중을 가지고 강조되여있는지 어떤지 다시 확인해보고싶으시였다.

원고를 한장한장 번져나가시던 그이께서는 자신께서도 모르시는사이 일어서시였다. 어느덧 그이의 눈앞에는 우수한 지하공작원들의 정열적이면서도 완강하고 지혜로운 활동에 의하여 온 거리와 마을이 혁명화되여 항일혁명투쟁에 앞을 다투어 떨쳐일어나는 모습이 선히 떠오르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한 숲이 답답하시였다.

사위를 둘러보시니 저만치 떨어진곳에 웬 사람이 얼씬거리다가 사령관동지의 눈길에 뜨일가봐 나무그루뒤로 황급히 몸을 숨긴다.

《누구요?》

그이께서는 뚜벅뚜벅 그리로 다가가시여 부르시였다. 무엇인가 글을 쓰시게 되면 매번 이렇게 사위가 절간처럼 조용해지군하는데 그것은 오백룡이나 강봉수, 혹은 깜찍한 전령병들이 그이의 주변을 마치 울타리처럼 막고있기때문이였다.

무엇때문에 그들은 조용한것만이 글을 쓰는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그이께서 아무리 설복하셔도 돌려세우실수 없는 경위대원들의 고집이였다.

《저··· 접니다.》

허줄한 밀짚모자에 나들나들한 헌 적삼소매를 걷어올리고 목에 수건을 질끈 동인 행상군이 너무 당황하여 금시 게걸음을 칠듯 한옆으로 비스듬히 서서 굽석 절을 하였다.

《장경수동무 아니요? 그런데 왜 거기 섰소?》

《예, 방금 도착했는데 좀 이따가 다시 오려고···》

장경수는 저쯤에 모른척하고 서있는 오백룡을 힐끔힐끔 돌아보며 송구해서 말끝을 여미지 못한다.

《왜 이따가 온단말입니까. 내가 궁금하게 기다리는데··· 그런데 동무의 그 행장은 뭐요?》

《이거말입니까?》

장경수는 아름드리나무뒤에서 행상도구를 비죽이 드러내보이며 시무룩이 웃었다.

《리발쟁이로 변장했댔습니다. 막머리는 5전, 하이칼라는 10전씩 받는데 손님이 너무 끓어서 애를 먹었습니다.》

《허허허.》

사령관동지께서는 허리에 두손을 짚으시고 통쾌하게 웃으시였다.

쓰거운 표정으로 옆에 서있던 오백룡이도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던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였다.

장경수는 행상도구꾸레미속에서 보자기 하나를 들고 사령관동지 앞으로 왔다.

《그것은 또 무엇입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리성림동무가 보내는건데 작식대동무들에게 갖다주라고 했습니다.》

《그럼 여기다 두시오. 그 동무들도 곧 돌아오겠으니 그때 줍시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보자기를 받아드시여 무게를 가늠해보신 다음 한옆에 놓으시였다.

그러시고는 장경수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시였다.

장경수는 허줄한 밀짚모자의 땀받치개를 잡아제끼고 그속에서 담배말지만한 미농지 두장을 꺼내드린 다음 말하였다.

《사람들이 우글우글합니다. 그러나 일거리를 잡은 사람은 적고 많은 사람들이 밥탁에 얻어걸리지 못해 울분에 휩싸여있습니다. 저도 강낭지짐을 사먹다가 전라도에서 왔다는 청년들 둘을 만났는데 대뜸 나더러 세상 돌아다니면서 어디서 유격대를 만나보지 못했는가고 물었습니다. 거기서는 유격대이야기를 하는것을 대낮에도 꺼리지 않습니다. 모두 악이 날데로 나서 잡아갈테면 잡아가라는 배짱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장경수의 보고가운데서 중요한것들은 간단간단히 수첩에 옮겨적으시면서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적의 군사적동태에 대한 자료도 가끔 수첩에 옮겨적으시였다.

놈들이 부대를 위력시위삼아 여기저기로 끌고다닌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하도 어이가 없으신지 쓴웃음을 지으시기도 하시였다.

적들이 김준삼이와 리성림의 뒤를 캐고있고 그 신원에 대해 조회하고있다는 말을 들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긴장되시였다.

《이것은 매우 흥미있는 일입니다.》

하고 그이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말씀하시였다.

《내보기에 그 동무들의 경력이나 증명서들은 다 미끈합니다. 수많은 실업자들과 브로카들이 휩쓸어든가운데 유독 준삼동무를 그놈들이 주목하였다는것은 흥미가 있습니다. 그 동무들의 추측대로 저놈들이 지금 우리 대오내에 줄을 뻗쳐보자고 애를 쓰는 모양같습니다. 어쨌든 그놈들이 지나치게 신경을 세워 파고들면 재미는 없습니다.》

장경수는 제가 호철이란놈을 처단해버리면 어떻겠는가 하는 의견을 말씀드리려다가 그이의 안색이 어쩐지 흐리시는것 같아 입을 다물어버렸다.

《성림동무가.》

이윽고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준삼동무의 뒤를 받쳐주느라고 여러가지로 힘이 들겠습니다. 사실 김준삼동무가 그 자리에 붙박여있을 형편이 못되여 겸사겸사 련락을 보내기는 했지만 부담이 성림동무에게 많이 돌아가게 되였습니다. 그 동무가 힘들어하는 눈치는 보지 못했습니까?》

사령관동지께서 심려가 어리신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자 장경수는 문득 동무들속에 돌아오자마자 행상리발의 걸상우에서 잠들어버리던 리성림의 생각과 자기때문에 그이께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애원하다싶이 당부하던 그의 절절한 목소리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 이야기대신 성림이가 유경무와 리호철의 의심을 풀기 위하여 마차와 경주를 해서 이긴 사실을 신이 나서 말씀드리였다.

《거기 길이 그렇게 험합니까?》

사령관동께서는 기뻐하시기보다 여전히 측은해하시는 어조로 물으시였다.

《큰길은 미끈한데 지름길이 돼서 좀 험한것 같습니다.》

《광산 뒤길이라는것이 순탄할수야 없지. 길만 좋다면 그 동무는 원래 잘 달리니까 그렇게 애를 먹지는 않았겠는데···》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놓으시였다.

장경수는 어쩐지 가슴이 무둑해지는것을 느끼며 그이의 뒤를 따랐다.

사실 이때 김일성동지의 심중은 여러가지로 복잡하시였다.

국내로 진공할 때부터 성림을 단련시켜야겠다고 생각해오신 그이께서는 《갑무경비도로》정찰과 화룡현성지구정찰을 통하여 계통적으로 훈련을 시키고 검열을 해오셨지만 정작 금천동공작조에 그를 망라시키는 문제에 들어서는 이모저모로 생각하게 되시였다. 너무나 이르지 않는가. 그것이 오히려 그에게 과중한 부담으로 되지는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없지 않으시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인차 그 생각을 부정하시였다. 사상이 한번 움직이면 어제날의 평범한 로동자, 농민이 영웅이 되고 능숙한 조직윈이 되고 죽음도 웃으며 맞이하는 억센 혁명가로 된다는것은 항일무장투쟁의 력사가 잘 말해주고있다. 인간을 믿고 시작한 우리 혁명이 이제 단 한사람의 례외라도 만들어낸다는것은 우리의 신념자체의 후퇴를 말하는것이 아닌가.

김일성동지의 결심을 다시는 움직일수 없는것으로 되게 한것은 그때 마침 옥돌골공작조에서 리학렬이 올려보낸 보고가운데 윤원구일행이 회양동을 거쳐 금천동광산으로 갔다는 사실이 반영된때문이 아니라 조직과장이 제기한 금천동공작조의 복안가운데서 일단 씌여졌던 리성림의 이름이 지워져있었기때문이였다.

사령관동지의 질문에 대하여 조직과장은 말하였다.

《처음에 옥돌골공작조의 보고를 참작하여 리성림동무를 금천동에 보내는것이 좋다고 봤기때문에 안을 잡았댔습니다. 윤원구동무와 그 일행은 사령부에서도 파악이 있고 믿을만 한 사람들인데 그들과 손잡고 일하는데는 리성림동무가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만두자는것입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하고 조직과장은 잠시 주저하더니 또박또박 말하였다.

《이것은 적후공작입니다. 그 동무가 그사이 적지 않게 개진은 가져왔다지만 불과 몇달전에 대내에서도 동요를 했던 동무인데 적들의 한복판에 들어가서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믿을만한 담보가 없습니다.》

《담보라···》

사령관동지자신께서도 이것이라고 내드실 담보는 없으시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조직과장동무는 어떤 담보가 요구됩니까? 그때 후방밀영에서는 어쨌든 렴정호가 혁명가의 탈을 쓰고있었으니 준비가 부족한 동무가 속아넘어갈수도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그에게 개준의 길을 열어준 이상 우리는 우리자신의 결정에 충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직과장동무가 요구하는 그런 담보는 다른 사람에게도 없습니다. 단지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러한 담보를 요구하지 않을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때문에 유독 리성림동무에게만 그러한 담보를 요구합니까? 그것은 그 동무가 한번 과오를 범했기때문입니다. 자- 보십시오. 사람은 아무도 그러한 담보를 못가지고 태여났는데 동무는 그것을 요구하니 한번 과오를 범한 사람은 다시는 혁명하기 어렵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그에게 개준의 길을 열어준다는 우리의 결정은 사실상 내용이 없는것이 아닙니까?》

조직과장은 다른 의견을 말하려고 하였다. 반드시 그런 환경에 보내지 않아도 그에게 과오를 시정할 길이 있다는것을 말하려는듯하였으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에없이 그의 말을 막아버리시였다.

《그 어떤 검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에게는 여전히 믿지 못할 구석이 남아있게 될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 선다면 우리 혁명은 승리하기 어렵습니다. 왜냐 하면 우리는 우리 혁명을 오직 사람을 믿고 시작했기때문입니다. 사실에 있어서 사람들은 여태까지 이 세상으로부터 그 어떤 담보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혁명은 사람들에게 든든한 담보를 주자는것입니다. 그것은 신임입니다. 리성림동무에게는 든든한 담보가 있습니다. 그것은 리성림동무에 대한 우리 혁명의 신임입니다.》

그날 김일성동지께서는 몹시 흥분하시여 많은 말씀을 하시였고 조직과장도 마감에 자기의 생각이 잘못되였다고 솔직하게 말하였다. 그러나 일을 실무적으로 처리하시자니 걸리는 문제가 이모저모로 제기되였다. 우선 공작조를 책임진 김준삼의 의향을 무시할수는 없기때문에 사전에 토의해보셨더니 그는 전에 《갑무경비도로》정찰때 성림을 데려가기 꺼려하다가 사령관동지의 말씀도 들은적이 있는데다 현성부근정찰때 같이 다닌 경험도 있기때문에 오히려 좋아하였다.

《아주 적임자입니다. 일본말도 잘하고 어느 계층과도 마음대로 섭쓸릴수 있고 거기에 또 용감하고 날래기까지 하니까 한몫 단단히 할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간부들의 협의에 붙여놓으니 모두 덤덤해있는것이다. 마땅찮아하는 표정들이였다. 그들은 한사람같이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느자는 성미들이니까··· 이렇게 생각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간부들을 설복하시기 위해 또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안되시였다.

그렇게 해서 떠나보내신 리성림이가 지금 적의 한복판에 홀로 들어가서 적들 가운데서도 그중 교활하고 음흉한 놈들의 의심을 받고있다.

위태로운것은 리성림이 한사람이 아니다. 김준삼이와 공작조 전체가 위험앞에 놓여있는셈이다.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그를 소환할수도 있을것이다. 지하공작의 기술적인 타산을 앞세운다면 그것이 안전할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것이다. 그에게 더욱 깊이 적들속으로 파고들도록 믿음을 주고 지지를 보낼것이다.

(힘들터이지. 그러나 견디고 이겨야 한다. 그래야 강철같은 조선의 공산주의혁명가가 될수 있는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우뚝 걸음을 멈추시였다. 장경수도 따라 일어섰다.

그이께서는 얼핏 듣기에 퍽 조용하고 일상적인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준삼동무가 돌아오면 곧 자기 공작조로 다시 내보내야 하겠습니다. 두사람이 함께 있으면 서로 엄호도 하고 위장도 되고 공작조와 련계도 취하기 좋고 또 답답할 때 의논도 할수 있습니다. 김준삼동무라면 별문제지만 지금은 경험도 적은 성림동무가 혼자 있자니 힘에 겨울수 있소. 금천동공작조를 잘 도와주어야겠소. 그러자면 장동무.》

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무슨 결단을 내리신듯 장경수를 부르시였다.

《김준삼동무가 돌아가기전에 그 동무들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어야겠습니다. 장동무가 다시한번 국내로 들어갔다와야겠소.》

《알겠습니다.》

《흥아목재상이 최근에 또다시 큼직한 돈더미에 올라앉았다는 소문을 놓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한쪽에서는 목재장사판을 크게 벌리고 다른편에서는 여기저기 땅을 사들이는 놀음을 벌려야 합니다. 새로 금점판을 벌린다는 소문도 놓아야 하겠소. 그래서 이쪽 특무기관에 그 소문이 쉽게 들어가도록만 해주면 그놈들은 더는 의심을 품지 않을것 같습니다.》

《정말 멋이 있습니다.》

장경수는 사령관동지의 말씀에 신이 나서 저도모르게 벌쭉벌쭉 웃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잠시 생각하신후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지금 정귀하로인에게는 그리 큰돈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가지고있는 자금을 좀 보내주어야겠습니다. 이번 석인구전투때 적잖은 물건과 현금을 로획하였으니 조진범동무에게서 좀 타가도록 하시오. 앞으로 우리가 금천동, 청지동으로 진공하게 되면 금점판이니 금도 손에 넣을수 있을것입니다. 그러니 자금걱정은 말고 판을 크게 벌려 소문을 들썩하게 놓으라고 하시오. 그리고 교제비도 좀 쓰라고 하시오.》

《알았습니다.》

장경수는 벌써 오금이 들썩거려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씀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런 일이라면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장경수를 찬찬히 바라보시다가 심중한 안색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이 문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장경수동무가 국내로 들어가서 할일이 그뿐이 아닙니다. 옥돌골공작조를 통하여 정지성동무가 보고를 보내여왔습니다. 풍산지구의 조국광복회조직은 기본적으로 복구되였을뿐아니라 나날이 확대되여갑니다. 조국광복회10대강령을 비롯해서 더 많은 교양자료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허천강발전소공사가 끝나서 서두수발전소공사장으로 그곳 로동자들을 옮기는 기회에 많은 조직핵심을 박아넣었다고 합니다. 서두수지구로 넘어온 우리 사람들이 조직을 꾸리게끔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지성동무도 류진옥동무도 그 지대에는 아는 얼굴이 많기때문에 접근하는것이 불리하고 옥돌골공작조도 깊이 묻어두어야 하기때문에 아무래도 이 사업을 장경수동무가 수행해야겠습니다. 그러니 일단 풍산에 가서 정지성동무를 만나보시오. 그리고 흥아목재상의 지반을 꾸리는 사업은 주로 류진옥동무가 나서서 하는것이 적당하고 자연스러울수 있습니다. 진옥동무가 가게 되면 정귀하로인도 좋아할것이고 그를 통해 진옥동무가 집형편도 알게 될것입니다.》

장경수는 대답대신 고개를 푹 숙이였다. 자기는 이 일을 모두 실무적으로 생각하고 또 신나는 걸음을 하게 되였다고 좋아만 했는데 사령관동지께서 생각하시는것은 사업의 측면만이 아니였다.

조용한 숲속에 계시면서도 온 나라 강토의 움직임을 한손에 걷어쥐시고 혁명의 앞길을 설계하실뿐아니라 한사람한사람의 전사의 마음까지 일일이 헤아려보시는 그이의 심려의 깊이를 생각할 때 천하 셈평좋은 장경수의 가슴도 젖어들었다.

《지금 삼장면지방에서 제일 말째게 구는놈이 리호철이라고 합니다. 그놈이 금천동과 삼장면으로 오르내리면서 여러가지 못된 짓을 하는 모양인데 경각성을 높이고 대책을 세우도록 하시오.》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강정섭이네 집 형편을 알아보고 도와주도록 하라는것과 갈 때 정섭이의 편지를 받아가지고 가는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시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한동안 말씀을 끊으시고 미진한 문제가 없는가 생각해보신 다음 옆에 가려두신 원고더미에서 《지하공작상식》을 집어드시였다.

《그럼 이 문제는 그만하고 이 원고를 비서처에 넘기여 곧 찍도록 하시오. 우선 몇책만이라도 먼저 찍어서 장동무가 국내동무들에게 가져다주시오. 지하공작을 처음 해보는 동무들에게 참고가 될수도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원고를 넘겨주시자 고개를 번쩍 드시였다.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저 공작조에서 올리는 의견인데 될수록 청지동방향으로 빨리 진공해주셨으면 합니다. 인민들이 애타게 기다리고있습니다.》

《이미 우리도 생각하고있습니다. 우리가 그리로 공작조를 보낼 때는 그런 타산이 있었던것입니다.》

《적들이 지금 청지동에 1개 대대가량 더 들어왔지만 인제 말씀드린것처럼 1주일정도 있다가 금천동으로 옮기고 또 얼마 있다가는 딴곳으로 옮긴다니 그때쯤 내치면 문제없을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는 적어도 보름후에 청지동으로 진공해야 한다는 의견입니까?》

사령관동지께서는 근엄하신 어조로 물으시였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공작조의 의견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동무들이 잘못생각한것입니다. 적들이 우리를 협소한 지역에 봉쇄해넣자는 조건에서 텅 빈 지방에 진공해서는 큰 의의가 없습니다. 이번 여름에 우리가 어떤 지방으로 진공한다는것은 바로 그곳에 적이 있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적들이 다른곳을 돌아볼 경황이 없이 우리에게 가장 큰 무력을 끌어오게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적이 잔꾀를 피우지 못하도록 나타나는 놈들을 그때마다 없애치워야 합니다. 물론 력량을 타산해야 하겠지만 적이 청지동에 진주했다는것이야말로 조선인민혁명군이 청지동으로 진공하게 되는 가장 큰 리유입니다. 우리는 보름후가 아니라 당장 적어도 적들이 청지동에서 떠나기전에 비상한 속도로 진공해야 합니다.》

장경수는 김일성동지의 근엄하신 기상과 눈부신 안광에 저도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마치 한여름의 태양을 맞바라보았을 때처럼 눈이 부시여 고개를 숙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