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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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동지구의 조국광복회조직을 내오는 모임은 삼선봉기슭에 있는 페갱속에서 진행되였다. 그 옛날 만주광업회사가 초창기에 캐먹은 굴로서 우불구불한 300m 운반갱을 중심으로 편도가 개미굴처럼 뚫려있고 편도마다 물이 그득그득 괴여서 설사 적들이 눈치를 채고 접어든다 해도 사방으로 뚫린 통기갱으로 얼마든지 피할수 있는 곳이였다.

오늘은 금천동지구를 다 포괄하는 조국광복회지부조직을 내오는 모임이기때문에 각 광구에서 대표자를 두세명씩 뽑아서 회의를 단출하게 진행하였다.

성림은 박인섭이와 함께 춘길이가 망을 보는 갱구로 들어갔다.

초입에서 윤원구가 간데라를 들고 기다리고있었다. 악수를 나눈 성림은 대뜸 물었다.

《그 상기란놈은 어떻게 했습니까?》

《몇사람이 달라붙어 그놈을 데리고 대포집에 갔지요. 아주 곯아떨어졌을거우다.》

《거기에 우리 사람들이 남아있습니까?》

《술독을 지고가라면 못가도 먹고는 간다는 패들이 남아있지요.》

《어쨌든 경각성을 바싹 높여야겠소. 그 식모처녀가 아니더면 실수할번하지 않았습니까? 바로 옆에 기여든 밀정은 모르고 뒤따르는 당나귀만 살폈으니···》

《그러게말이오다. 그 처녀가 아주 똑똑하지요. 앞으로 부녀조직도 그 동무를 중심으로 조직했으면 했는데 그 상기란놈이 어찌나 감시를 하는지 접근하기가 어려워요.》

《그 동무 이름이 뭐라고 했던가요?》

두사람은 간데라불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물탕을 저벅저벅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섭이는 처음 들어가는 갱도라 바닥이 조심스러워 한걸음 뒤떨어졌다.

《한필네라고 우리와 벌써 이태째 같이 있는데 믿을만 한 동무지요.》

《뭐 한필네?》

성림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인섭동무, 그 한태혁동무 누이동생 이름이 뭐라고 했던가?》

《태혁이 누이?》

인섭이도 우뚝 섰다.

《아니 이자 그 처녀 이름이 뭐라고?》

《필네라니까요?》

윤원구는 영문을 몰라 두사람을 번갈아보았다.

《한필네란말이요?》

인섭이는 덤비며 윤원구의 손을 움켜잡았다. 윤원구는 눈을 꺼벅꺼벅하며 고개를 끄떡거렸다.

《이거 참 별일은 별일이다.》

인섭은 기가 막힌듯이 혼자 중얼거리더니 다시 덤비며 물었다.

《가만 윤동무네가 저 신양광산에 있었다고 했지?》

《그렇소.》

《그 처녀도 거기에 있었고?》

《그렇지요. 우리랑 같이 처서판으로 넘어갔댔소.》

《틀림없소.》

인섭은 무릎을 철썩 내리치며 단정적으로 말하고나서 그것을 확증하기 위하여 다그쳐물었다.

《그 동무에게 오빠가 있지?》

《오빠요? 오빠는 모르겠는데 녀자형제들은 꽤 많은것 같습디다.

부모들이 너무 딸이 많아서 자기를 남의 집에 주어버리고 어딘가로 가버렸다니까요.》

《뭐 어딘가로 가버려? 모를 일이다.》

인섭이는 고개를 비틀었다.

세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하였다.

《누가 필네를 아는 사람이 있는가요?》

윤원구는 암만해도 모르겠다는듯 물었다.

잠시 대답없이 걷던 성림이가 조용히 입을 벌렸다.

《그 처녀가 한 말은 다 꾸며낸 말일수 있소. 험한 세상을 혼자 살아가자니 자기 집 래력을 드러내놓고 살수야 없지 않소.》

《옳소 바로 그게요.》

잠시 시리죽은 얼굴을 하고 걷던 인섭이도 활기가 되살아나서 부르짖었다.

《그 동무에게 기회를 타서 조용히 오빠가 없는가? 아니 터놓고 유격대에 나간 오빠가 없는가 물어보시오. 조심해서···》

성림이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세사람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첨벙첨벙하는 물소리의 메아리가 점점 커지는 굴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당장 달려가서 사실을 알아보고싶은 생각이 감질나게 치밀었으나 억지로 참고들 있는것이였다.

한참 올리굴을 가다가 인차 편도로 들어섰다. 널찍널찍 들였던 동발마저 다 뽑아내버린 페갱은 천반이 당장 무너질것처럼 낮추 드리워있는데 발을 옮겨놓을 때마다 물탕이 튕기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고 궁근 메아리를 일으켰다. 밀차길을 놓았던 자리가 돼서 바닥도 고르롭지 않았다. 갱도가 낯설은 인섭이는 걸음마다 비칠거렸다.

《조심하시우.》

윤원구가 될수록 그앞에 불을 비쳐주었지만 물이 벌창을 했기때문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 밀차길이 끝나자 인차 내리굴이였다.

회의장소가 있다는 통기갱으로 통한 편도에 들어서니 허리를 일으키면 천반에 머리가 부딪치고 허리를 굽히자니 발밑이 위태로왔다. 그중 좋기는 네발로 기였으면 좋겠으나 통기갱 역시 한참동안은 물이 차서 그럴수도 없었다. 윤원구는 불을 들고 제집 아래목 가듯 슬슬 앞서 걸어가고 성림이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따라간다. 인섭이가 비칠거리면 손을 뻗쳐주면서 《이건 그래도 괜찮은편이요. 저 윤원구동무네가 일하는 굴은 더 형편이 없소》라든가 《광산이라는데가 이렇소. 게다가 언제 붕락이 올지 모른단말이요.》하고 설명해주었다.

통기갱을 얼추 다 톺아오르니 거기에는 물이 없었다.

《인섭동무.》

비교적 편편한데를 걷게 됐을 때 성림이 은근한 목소리로 불렀다.

《왜 그러오? 난 숨이 가빠죽겠소. 이거 나같은것은 광산쟁이는 못해먹겠구만.》

인섭은 아닌게아니라 물에 잠긴 운반갱에서 진작 진을 다 빼버린듯 이마의 땀을 훔쳤다.

《한달이면 곧 익숙해지오. 한 300m되는 수직갱을 사닥다리를 타고 오르내릴 때면 눈앞이 아찔해질 때가 많소. 그런데 인섭동무.》

《왜 그러오?》

《우리 남패자에서 처음 만나던 생각이 나오?》

《남패자에서?》

인섭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듯이 앞서간 윤원구의 간데라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성림의 얼굴을 말똥말똥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쨌단말이요?》

인섭은 어쩐지 성림의 말투가 이상한것을 느끼며 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그때 좀 건방지게 굴었지?》

《뭘말이요? 여보 성림동무, 중요한 사업을 앞두고 뭘 그런 시시한 소리를 다 하오. 난 건방진지 어떤지 그따위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같은 신대원이라는데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밖에 한것이 없소.》

인섭은 뒤를 듣고싶지도 않다는듯이 걸음을 다그쳐서 앞섰다.

《그게 바로 건방진 수작이지. 이제 한태혁동무 말이 나오니 그때 생각이 나는구만. 내 꼭 고치겠소.》

《그만두라는데··· 동무야 이미 많이 고치지 않았소.》

통기갱마감에 금천동광산지구의 핵심들이 모여앉아 담배들을 피우고있다가 세사람을 맞이하였다. 머리가 천장에 닿는 좁은 갱도에 간데라를 여기저기 걸어놓아서 어둡지는 않았으나 음영이 짙어서 사람들 인상이 똑똑치 않았다.

인섭이는 갱도에 들어오는데는 서툴었지만 사람들속에 들어오자 마치 고기가 물을 만난듯이 자유롭게 돌아갔다.

성림은 그런 인섭이를 부러움에 차서 바라보면서 자기가 사업해온 핵심들을 한사람 한사람 소개하였다.

《만주광업에서 온 동무요. 3대광부의 아들이요.》

《오 김성필동무구만. 내 다 들었소. 그런데 또 생남을 했다지요?》

인섭은 텁석부리광부의 손을 덥석 움켜잡고 흔들며 구면친구에게 말하듯 허물없이 굴었다.

《그렇소다. 이 김성필이 세상에 태여나서 해놓은것은 없지만 아이새끼만은 한구들 낳아놓았지요.》

김성필은 면구한듯이 한쪽손으로 목덜미를 쓸면서도 인섭이를 제사람으로 치부하고 속을 터놓았다.

《그래도 그게 괜찮은게요. 혁명이 어디 한두해에 되겠소. 그것들이 이제 자라나서 뒤를 이어야지. 그런데 대선아바이도 참가했소?》

하고 인섭이는 한쪽구석에 쭈그리고앉아 곰방대를 빨고있는 장대선을 알아보고 성림을 돌아보았다.

《오늘까지는 기어이 여기에 참가시켜달라고 해서 그렇게 됐소. 오늘저녁 모임이 끝나면 조직의 결정대로 옮아갈거요.》

인섭은 태반의 사람들이 생소하였으나 인차 친해져서 한참동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가 곧 회의로 넘어갔다.

회의안건은 조직을 내오고 지도기관을 구성하는것이기때문에 오래 걸릴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의의로 보면 태고연한 삼선봉에 남포소리가 울리기 시작한 이래 이 일대 인민들의 생활에서 그 어떤 남포도 미치지 못할 거창한 우뢰와 같은 사변이였다.

먼저 박인섭이 나서서 금천동지구에 조국광복회조직을 내올데 대한 김일성동지의 말씀을 전달하였다. 비밀통신형식으로 전해진 사령관동지의 말씀 역시 간명하게 요약된것이였으나 그 짧은 한마디 한마디 말씀속에 억압받고 천대받는 로동계급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뜨겁게 굽이치고있었기때문에 가슴벅찬 감격을 불러일으켰다.

그칠새없이 뚤렁뚤렁 떨어지는 석수소리를 제압하며 오래동안 계속된 박수소리가 가라앉고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성림이 입을 벌리였다.

그는 여태까지 금천동지구의 조직핵심들이 광부들속에서 사업해온 경위를 간단히 보고하고나서 민족의 위대한 령도자 김일성장군님께서 이끄시는 조국광복회의 조직을 내오는 거대한 의의에 대해 지적하였다. 그가 김일성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따라 조선인민혁명군의 진출에 발맞추어 모든 광부들과 인민들을 김일성장군님 두리에 묶어세우고 조선인민혁명군에 대한 원호사업을 활발히 벌림으로써 일제와 지주, 자본가들을 타도하는 투쟁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도록 하자고 호소하자 희의참가자들은 다시 열렬한 박수로써 호응하였다. 굴속의 박수소리는 우렁찬 메아리를 일으켰다.

여기 모인 핵심들이 흩어져가서 각기 자기 광굴과 광산, 주택지구와 밥집에서 한사람이 열사람을, 열사람이 백사람을, 백사람이 천사람을 쟁취하는 방법으로 온 나라 인민들을 다 조국광복회 주위에 묶어세우자고 열렬히 결의들을 다졌다.

김장로밥집을 비롯하여 이미 많은 영향을 준 로동자들을 곧 조직에 결속하여 친목계형식으로 합법화하며 곧 부녀들의 조직을 내오기 위하여 미리 준비를 갖추어나갈데 대해서도 구체적인 분공이 주어졌다.

회의가 끝나고 난장에 나와보니 짧은 여름밤도 어느새 퍽 깊었다.

인섭이와 성림이는 청지동농촌으로 침투되여들어가는 장대선아바이와 함께 밤길을 돌아갔다. 대선아바이는 조직의 지시에 따라 말없이 농촌으로 가기는 하지만 자기의 청춘을 다 갉아먹고 뜯어먹고 탕쳐먹은 그 광산에 그래도 미련이 있어서 자꾸만 삼선봉쪽을 돌아보았다. 삼선봉에 정들일사이도 없었건만 그래도 장대선이가 자유롭게 서서 활개짓을 할수 있는데는 광산 굴속이였다. 그 굴속에서 청춘과 힘을 깡그리 빨리우고 다리까지 절게 되여 난장으로 밀려나오니 마치 뭍에 오른 물고기와 같이 마음을 의지할데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또 농촌으로 가게 되니 그의 마음이 무심할수 없었다.

《농사야 나도 지어봤지요. 관서면 향교리에서 우리 어머니가 머슴을 살았습네다. 하지만 그게 어느 옛날 이야기외까? 내가 농사군행세를 온전히 해야 농민들이 내 말을 믿어주겠는데···》

《아바이는 아무데 가나 일을 잘할수 있습니다. 아무러면 금을 캐내던 사람이 낟알을 못가꾸겠소. 일없어요. 방을 빌려주겠다는 그 로친이 무던하니 걱정 마시오. 사실 말이 농사이지 아바이는 보통씨를 묻으러 가는것이 아니라 혁명의 씨앗을 묻으러 간단말입니다.》

인섭은 그를 한편으로 달래며 한편으로 자각을 높여주느라고 애를 썼다.

성림은 부지런히 걸었다. 그는 이 길로 청지동에 가서 유경무와 리호철을 만나 함께 화룡시내로 들어가게 되여있었다.

회의장소로 가면서 사람을 보내여 알아보니 유경무와 리호철은 화룡광업의 사무실에서 수작질을 하다가 저녁을 먹는답시고 술집에 들어갔다는것이였다. 술자리에 앉으면 밤이 새는줄 모르는놈들이니 아직 시간여유가 있기는 할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은 틀림없이 든든하게 짜고들어야 한다. 제꺽 비밀련락소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큰 목재상의 대리인답게 중개업자네 집에 나타나자면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늘따라 가슴속이 초조하였다. 그래서 그의 걸음걸이는 두사람을 자꾸만 앞섰다.

《마차에서 말을 떼놓은것을 못봤소. 덤빌 필요 없당이···》

인섭이 어쩐지 덤비는듯한 성림이가 미타하여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 역시 걸음을 다그쳤다.

그들의 불안은 근거 없는것이 아니였다.

밋밋한 언덕을 넘어 갈아번진 강낭밭속으로 난 외통길을 가는데 불시에 말발굽소리가 울리여왔다.

《아차!》

성림은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 유경무의 마차였다. 방금 씨를 묻은 강낭밭은 길다랗게 째놓은 밭고랑이 달빛아래 훤하게 드러나있어서 갑자기 어디에 몸을 숨길데도 없었다. 언덕에 가리워 들리지 않던 마차소리가 내리막길에 들어서자 자갈을 튕겨내는 소리를 지르며 덮칠듯이 따라온다.

《재간이 없소. 대선아바이의 보퉁이를 메고 맨가에 서오.》

인섭이도 급해나서 될수록 성림이가 가리워지게 붙어서며 수군거렸다.

삽시에 마차는 그들을 지나쳤다.

저만치 마차가 사라지자 성림은 보퉁이를 대선아바이에게 넘겨주며 말없이 그의 손을 틀어잡았다.

《어찌자는거요?》

인섭이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뛰겠소.》

《뛰다니? 마차가 벌써 갔는데···》

《지름길이 있소.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지 않으면 저놈들이 나를 의심할거요. 나를 의심하는것은 일없지만 결국은 조장동무가 의심받게 되고 공작조전반이 의심받게 되오. 지나칠 때 그놈들이 나를 유심히 보았소.》

인섭이가 말릴 사이도 없었다.

성림이는 강낭밭을 곧장 가로질러 내달렸다. 달리면서 그는 타산하였다.

(청지동 중개업자네 사무실까지 마차길로 6km쯤 될것이다. 내가 지름길로 아지트까지 가는데 3km 아니면 3. 5km, 아지트에서 엄가네 사무실까지 2km··· 그런데 그 1km사이는 대체 달릴수 없다. 그 거리는 적어도 절반은 유유히 걸어야 할것이다. 여기서 달린 가쁜 숨을 태우면서··· 그러자면 내가 이 울퉁불퉁한 길을 말보다 훨씬 빨리 달려야 한다. 나는 본시 장거리선수는 아니였다··· 그래서 고난의 행군때 쓰러졌지. 그러나 혁명을 하는데는 장거리를 달려야 한다. 장거리를 견디면서도 매 구간을 단거리선수처럼···)

어느덧 성림의 생각은 가빠오르는 숨때문에 중단되였다. 강낭밭이 끝나자 진펄이 나타났다. 발목이 푹푹 빠졌다. 여기서는 그 어떤 달리기도 할수 없었다. 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다행이였다. 빨리 가겠다고 허우적일수록 숨은 더 가빴다. 사금판으로 흘러가는 개울이 나타났다. 넙적다리까지 빠지는 물을 주저없이 건넜다. 그 다음은 모래판이였다. 젖은 바지가랭이가 철떡거린다. 벗어던지고싶었지만 그럴 시간도 없거니와 아무리 인적 드문 곳이라 해도 혹시 사람의 눈에 띄우면 재미없다. 번번한 달구지길이 나졌다. 다섯마장 착실히 되는 그 길만 극복하면 비밀련락소인 서낭당이다. 시간을 단축할수 있는 구간은 여기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요긴한 대목에서 성림은 자기의 페활량이 더는 필요한 속도를 내기 어렵게 되였다는것을 깨달았다. 다리는 저도모르게 허우적거린다. 그것은 거의 보통걸음걸이나 같은 속도였다. 문득 마차소리가 가슴을 쳤다. 원쑤들은 달리는 쌍두마차에 채찍질을 가하며 중개업자네 집으로 달려들고있을것이다.

《사령관동지!》

성림은 고개를 쳐들고 아득한 하늘을 향하여 소리내여 부르짖었다.

《제가 다시 여기서 주저앉는다면···》

그의 눈에는 막막한것이 어리였다.

이때 사령관동지의 준절하면서도 인자하신 목소리가 울리여왔다.

《성림동무. 힘을 내시오. 우리는 동무를 믿습니다. 동무가 우리 혁명에 대한 신심을 확고히 가지기만 하면 동무는 과오를 능히 씻을뿐아니라 큰일을 할수 있습니다.》

그것은 이번 공작에 내보내주시면서 들려주신 그이의 말씀이였다.

성림의 가슴은 진정되기 시작하였다. 나에게는 사령관동지의 믿음과 사랑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초조감이 사라지자 한결 숨쉬기가 편해지고 자신심이 생겼다. 그는 아까 본 마차의 속도와 자기가 달려온 속도를 가늠해보고 거리를 서로 대비하여보았다. 자신이 있다. 덤빌 필요가 없다.

성림은 호흡을 조절하며 다시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였다.

서낭당 비밀련락소에서 말끔히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그는 다시 시내까지 얼마동안 달리다가 그다음 담배를 꺼내 붙여물고 숨을 태우며 청지동거리로 들어섰다. 그가 중개업자와 만나 유경무씨가 안왔더냐고 심드렁한 어조로 묻고나서 한쪽구석에 놓인 장의자에 걸터앉아 매우 졸린듯이 스르르 눈을 감으며 《협잡군들같으니···》하고 중얼거릴 때 유경무의 마차가 사무실앞에 들이닿았다. 리성림 즉 흥아목재상의 대리인인 서사 조인식은 방금 그를 두고 《협잡군》이라고 욕한 사람답지 않게 정중히 유경무를 맞이하였고 얼마후에는 그 마차를 함께 타고 화룡시내로 들어갔다. 유경무가 자기 광산의 주권을 얼마간 흥아목재상에게 양보하며 동시에 흥아목재상을 통하여 동발목을 구입할데 대한 흥정을 형 유경문이 있는 자리에서 벌리자는것이였다. 이것은 흥아목재상으로서는 대단히 유리한 거래인만큼 대리인으로서 열성을 보이지 않을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