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21

 

21

 

사령관동지께서 올기강기슭의 밀영지로 돌아오시니 벌써 겉보기부터 어수선한것이 느껴지시였다.

한쪽에서는 천막을 거두고있고 다른쪽에서는 짐을 꾸리고있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영접보고를 하러 나온 오백룡은 한편 반갑고 한편 당황하기도 하여 그답지 않게 더듬거리며 말씀을 드렸다.

《사령관동지, 어서 몸을 피해주십시오. 그러지 않아도 지금 준삼동무가 사령관동지를 마중하러 떠나려던 참입니다.》

그러고보니 정말 행군차림을 한 김준삼이가 뒤에 서있다.

그의 인사를 받으신 사령관동지께서는 벌써 무슨 일이 있었다는것을 짐작하시고 부산한 밀영지를 돌아보시였다. 작식대의 천막도 다 거두고 작식도구들을 한창 정리하고있다.

오백룡은 그이의 반석같이 동하지 않으시는 모습을 뵈옵자 차츰 침착성을 회복하고 말을 이었다.

《리성림동무가 체포되였습니다. 김준삼동무와 박인섭동무도 가까스로 빠져나왔는데 공작조의 뒤수습을 하느라고 시간을 좀 지체하다나니 조금전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방금까지 지휘관회의를 열고 우선 사령부의 위치를 옮기며 적들이 올수 있는 길목에 차단대를 배치하도록 8련대 정위동지에게 통신을 띄웠습니다. 그사이라도 혹시 사령관동지께서 여기로 곧장 오시게 되면 좋지 못할것 같아서 길을 잘 아는 김준삼동무가 영접을 나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한번 밀영지를 살펴보시였다. 풍이며 행장들을 꾸리고있던 동무들은 일손을 멈추고 그이의 안색만 살피고있다.

그이께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니 오백룡은 뒤를 따르며 절절한 어조로 설명을 계속하였다.

《리성림동무를 체포한것은 경찰이 아니라 관동군특수선무공작반놈들입니다. 지금은 리성림동무의 체포경위도 명확치 않기때문에 그놈들이 무슨 수를 쓸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혹 놈들이 리성림동무를 체포하는것과 동시에 손을 쓴다면 언제 닥칠지 모릅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유통사를 먼저 이동시키려고 준비해놓았습니다. 유경문은 아무래도 제 삼촌의 생명이 우리 수중이 있으니 함부로 덤비지 못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동군놈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놓으시였다. 밀영지를 한바퀴 도신 다음 재봉대귀틀집으로 향하시였다. 새초 우거진 산등에 오르시니 경위중대의 태반의 성원들이 재봉대의 짐을 꾸리고있었다.

옥금이가 달려나왔다. 아직 목재판 인부차림을 한 인섭이도 거기에 있다가 인사를 드리였다.

옥금이의 보고에 의하면 동복제작은 거의 끝나가는데 다 된것들은 지금 비밀장소로 옮기는중이라고 한다.

《이번에 인섭동무가 일을 잘했습니다. 위험한 고비도 넘어보고, 좋은 경험도 쌓고···》

사령관동지께서는 다른 동무들의 동의를 구하시듯 지휘관들을 돌아보시였다.

박인섭은 이런 때 사령관동지의 치하를 받는것이 뜻밖이여서 송구한 표정으로 그이를 우러러볼뿐이였다.

오백룡은 조마조마해서 기회를 엿보다가 다시 그이의 앞으로 나섰다.

《사령관동지, 우선 사령부를 옮기는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짐들을 옮기는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지휘관들뿐아니라 모든 대원들이 그것을 바라고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백룡의 거듭되는 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을 주시지 않고 뒤전에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준삼에게로 다가가시였다.

준삼은 그이께서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를 들으시려는것으로 짐작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보고를 듣는것이 그리 급하지 않다는듯이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수고를 했습니다. 그래도 준삼동무가 용케 빠져나왔습니다. 오히려 더 위험했겠는데···》

준삼은 그이의 너그러우신 말씀에 눈을 슴뻑거리며 말씀드리였다.

《저는 무엇인가 륙감으로 느껴지는게 있어서··· 그러나 뚜렷한 근거가 없었기때문에 동무들에게 일반적으로 경각성을 높이라고만 했지 구체적인 조직사업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사태를 규명해보려고 유경문이한테 간 사이에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유경문이네 집에서 불질을 하면서도 빠져나왔지만 성림동무는 화룡광산 사무실에서 유경무와 마주앉아있다가 느닷없이 광산순사놈들에게 걸렸습니다. 그놈들이 실은 다 관동군 특수선무공작반의 끄나불들입니다.》

《그래 뒤수습은 다 됐습니까?》

사령관동지께서는 평상시와 조금도 다름없는 부드러운 어조로 물으시였다.

《박인섭동무는 아무래도 좀 로출된것 같아 일단 데리고오고 최병규동무는 농촌조직으로 보내여 비교적 안전한 장대선동무한테 피신시켰습니다. 광산지구와 목재판의 조직들은 든든하기때문에 조금도 동요하지 말고 그대로 제기된 과업을 내밀도록 하고 직접 공작조와 련결된 핵심들만 일시 위장대책을 세웠습니다. 조직은 어떤 시련이 와도 견디여낼것 같습니다.》

김준삼은 자기가 책임진 공작조에서 문제가 생겨 사령관동지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것이 죄송한 나머지 시종 고개를 들지 못하고 보고를 드리였다.

《잘했습니다. 조직이 피해를 받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될것이 없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가볍게 준삼의 어깨를 쓸어주시고나서 천천히 걸음을 옮겨놓으시였다.

이때 박덕산이 보낸 8련대의 통신원이 숨가쁘게 달려들었다.

8련대는 사령부를 보위하기 위하여 화룡거리로부터 사령부로 통하는 모든 길목에 차단대를 배치할것이라는 통보와 함께 경위중대는 사령관동지의 안전을 담보할 만단의 대책을 세워달라는 부탁을 덧붙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그에 대해서도 별말씀 없이 또 걸음을 옮겨놓으시였다.

재봉대귀틀집앞에서는 녀대원들이 절절한 눈길로 사령관동지를 지켜보고있었다.

문득 그이께서는 뒤를 따르는 지휘관들과 호위성원들을 향하여 말씀하시였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대책을 세워야 하고 또 세울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특히 금천동지구의 공작조에서 취한 대책은 정확하며 지하공작원칙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령부인 경우에는 문제가 다릅니다. 사령부는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있으며 우리는 지금 오히려 더 많은 적들을 유인해오려고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이번 각 방면군 지휘관들의 회의에서 큼직한 진공전투를 조직하기로 결정하고왔습니다. 그러나 사령부를 지켜야겠다는 동무들의 생각은 옳다고 볼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데 있습니다.》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시였다가 준엄하신 안색으로 물으시였다.

《리성림동무가 체포된것이 곧 적들의 습격으로 된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순간 그이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의 눈길은 아래로 숙어졌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어조를 바꾸시여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이 회의를 하고 이러한 대책을 세운 심정은 리해가 됩니다. 박덕산동무가 보낸 통신을 봐도 그 심정을 알만한것입니다. 특히 리성림동무가 체포된 경위를 잘 모르는 조건에서 그가 아무리 잘 싸운다 하더라도 놈들의 손길이 어느쪽으로 뻗쳐올지 모른다는것이 동무들의 기본타산이라는것을 나도 리해합니다. 그러나 지금 제일 어려운 시련을 겪고있는것은 리성림동무입니다. 성림동무는 또다시 어려운 고비를 겪게 되였습니다. 만일 리성림동무가 동무들의 이러한 모양을 본다면 그가 무슨 힘을 가지고 그 시련을 견디여내겠습니까?》

괴롭게 갈려나오시는 그이의 말씀에 웅성거리던 밀영지는 숨소리를 죽여버렸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준삼이를 향하여 실무적으로 물으시였다.

《혜산에는 사람을 보냈습니까?》

《저 정귀하로인에게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위험한것은 천험의 요새에 막혀있는 이 숙영지가 아니라 정귀하로인입니다. 급한 때일수록 침착해야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깊은 심려가 어리신 안색으로 낮게 말씀하시고 뚜벅뚜벅 걸음올 옮겨놓으시다가 다시 멈추어서시였다.

《물론 동무들은 모든 일을 실수없이 하자고 그러는것이겠지만 무엇보다 전우들을 믿어야 합니다. 우선 리성림동무가 혁명의 비밀을 그렇게 호락호락 내놓을 동무가 아닙니다. 동무들이 우려하는것처럼 혹 그놈들이 리성림동무를 체포한외에 또 다른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될것이 없습니다. 놈들이 접어들면 든든히 답새겨주면 될것입니다. 지금 필요한것은 이런 이동준비가 아니라 동지들을 구원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결단성있게 돌아서시더니 오백룡에게 즉시 밀영지의 질서를 정상상태로 복구할것을 명령하시였다. 그리고 8련대 통신원에게 차단대를 철수시키며 종전대로 공작임무를 수행하라는 지시를 주어서 돌려보내시였다. 그러시고나서 장경수를 부르시였다.

《동무들은 이길로 옥돌골을 거쳐 국내로 나가야겠습니다. 때가 늦었을수도 있습니다. 적들이 성림동무를 체포하면서 같은 시기에 김준삼동무에게 손을 썼다면 정귀하로인 역시 이미 잘못됐을수도 있습니다. 리학렬동무에게 무슨 련락이 와있을수도 있으니 만나서 대책을 토의해보시오. 이미 체포되였다면 놈들은 불원간 로인을 이리로 호송할것입니다. 호송도중에 기회를 봐서 빼낼수도 있을것입니다. 아예 든든한 동무들을 몇동무 데리고가서 결사전을 벌릴 각오를 하시오.》

재봉대 귀틀집앞에는 여러짝으로 갈라묶은 동복퉁구리들이 가려져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퉁구리들짬으로 웃자락이며 소매끝을 뽑아 재여보시기도 하시고 솜두께를 가늠해보시기도 하시였다. 그러시다가 귀틀집안에서 갑자기 세차게 돌아가는 재봉기소리를 들으시고 고개를 드시였다.

《이것은 무슨 소리요?》

《저···》

하고 조진범이 급히 다가오며 말씀드리였다.

《김정숙동무가 필네동무를 데리고 마지막 동복을 만드느라고 그럽니다. 사령관동지께서 돌아오시기전에 명령하신 일을 끝내려고 재봉대원들을 이끌고 간밤에도 밝히더니 짐을 다 꾸려놓은 지금도 사령관동지의 명령을 정확히 집행하는것 역시 사령관동지를 보위하는것이라고 하면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마 지금 일에 정신이 팔려 사령관동지께서 돌아오신것도 모르는것 같습니다.》

옥금이가 그이께서 오신것을 알리려고 귀틀집안으로 달려들어가려 하였다. 그런것을 손짓으로 막으신 사령관동지께서는 천천히 거니시며 갈수록 재봉기소리가 높아지는 귀틀집안을 바깥에서 살펴보시였다.

두대의 재봉기를 나란히 놓고 앉아 기관총을 내쏘듯 그렇게 세차게 손잡이를 돌려대는 두 녀대원은 겉보기는 무슨 재미있는 일이나 하듯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이미 다된 동복을 이어나가시고 필네는 바지가랭이를 붙이고있었다. 필네가 다 걷어내간 귀틀집안을 둘러보며 무슨 말인가 물었다. 그러자 김정숙동지께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순간 주먹을 쳐들어 힘차게 내리치는 시늉을 하시였다. 그사이에도 재봉기는 그냥 돌아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필네의 얼굴을 가끔가끔 돌아보며 무슨 말씀인가 계속하시였다.

모두가 이동준비를 하느라고 부산하게 돌아가는 속에서도 끝까지 사령관동지의 명령을 관철하겠다고 드팀없이 앉아계시는 김정숙동지의 모습은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가라앉혀주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다시 동복퉁구리들앞으로 걸어나오시였다.

《재봉대에서 교양사업이 괜찮게 되는것 같습니다. 필네도 이제는 제법이군···》

사령관동지께서는 누구에게라없이 이렇게 말씀하시며 흡족하신듯 동복퉁구리를 쓸어보셨다.

《옷이 아주 잘되였습니다. 이쯤하면 눈속에서 뒹굴어도 끄떡없겠습니다. 자, 이것은 계획된대로 비밀장소에 보관하시오. 아직 나머지 일감이 많소?》

옥금이가 자그마한 수첩을 꺼내들고 수자를 들어가며 대답을 올리였다.

《시침은 전량이 다 됐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이제 김정숙동무와 필네동무가 마무리를 끝내면 나머지는 단추만 해달면 됩니다.》

《됐습니다. 이번 여름에 재봉대가 아주 큰일을 제꼈습니다. 동복들이 벌써 이렇게 준비되고 신도 있고 새로운 무기도 많이 로획한데다 탄약까지 넉넉하니 두려울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성림동무를 구원하는것입니다. 내가 좀 생각해보겠습니다. 그사이 김준삼동무와 박인섭동무는 사령부에서 대기하시오. 자 이제는 자기 사업들을 하시오.》

얼마후 장경수는 두사람의 기관총수들을 데리고 급히 옥돌골방향으로 떠나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강기슭으로 내려오시다가 문득 돌아서시였다.

《참, 그사이 누가 낚시질을 좀 해봤습니까?》

너무나 뜻밖의 질문을 받은 오백룡은 떨떨해서 미처 대답을 드리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도 해본 사람이 없습니다.》

《이제는 고기가 살이 졌겠는데··· 오늘은 바람결도 좋고 물빛이 좋습니다. 큰 고기가 나옴직한 날씹니다. 재영동무, 어서가서 낚시대를 가져오시오.》

사령관동지께서 전투가방을 내려놓으시고 풀메뚜기를 잡기 시작하시자 준삼이와 오백룡은 서로 눈길을 마주쳤다. 사령부를 옮기자는 말씀을 다시 드려봐야 전혀 소용없다는것을 알게 된 그들은 서둘러 달려갔다.

김일성동지께서 강가에 낚시대를 드리우실무렵 사령부의 천막은 다시 일어섰다.

사령관동지의 안전을 생각하여 일시 황황해서 돌아가던 유격대원들은 강가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앉으신 그이의 모습을 뵈옵자 모두 마음들이 진정되였다. 지나는 사람마다 사령관동지의 모습을 한참씩 지켜보다가 빙그레 웃으며 속삭이였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또 산천어국을 먹게 됐는걸.》

《그 우리도 덤비며 돌아갈것이 아니라 고기나 잡을걸 그랬는데···》

밀영지의 질서가 회복되여가는것을 한옆으로 바라보시며 한마리, 두마리, 산천어를 걸어내시는 사령관동지의 가슴은 실상 이때 몹시도 답답하시였다.

그이의 가슴을 무겁게 해드리는것은 위험앞에 놓인 정귀하로인이다. 이미 적의 수중에 떨어진 리성림의 문제에 대해서는 벌써 결심이 계시였다. 이번 각 부대 지휘관회의의 결정대로 화룡지구에서 큰 전투를 벌려야 하겠으니 그 기회에 그를 구원하시자는것이였다. 그러나 그것 역시 실천으로 옮기는데는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많이 걸려들었다. 어쩐지 사색이 집중되지를 않으시였다.

《옳지, 네가 감히 나를 속여보려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생각에 잠기신 사이 감쪽같이 미끼를 따고 달아나려는 산천어 한놈을 재빨리 채여올리시며 입밖에 내여 말씀하시였다.

《사령관동지.》

언제 나타났는지 풀밭에서 풀떡풀떡 뛰는 고기를 침착하게 한손으로 누르고 따내면서 김준삼이 심중한 어조로 보고를 드리였다.

《밀영지의 질서는 종전대로 희복되였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래 준삼동무가 생각한것은 무엇입니까?》

사령관동지께서는 미끼를 꿰시던 손을 멈추시고 밝은 안색으로 준삼을 돌아보시였다.

《강가에 낚시를 드리우고 앉아계시는 사령관동지를 뵈오니 제가 너무 일면적으로 생각한것 같습니다. 사령부의 안전을 소극적인 면에서만 생각했습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면 이러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관습화된 생각에 사로잡혀서 리성림동무가 사령관동지의 신임에 보답하기 위하여 어떠한 결심으로 싸워왔으며 또 싸워나갈것인가 하는데 대해서나 우리 부대의 강력한 전투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준삼동무.》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천천히 낚시를 치시며 따뜻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사람들을 믿어야 합니다. 사람들중에서도 우리 동무들은 특히 믿어야 합니다. 일시적인 잘못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그사람의 전부일수는 없습니다. 그래 이러한것은 준삼동무가 이미 깨달았으니 오래 이야기할것이 없고 ···문제는 그를 구원해야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제가 금천동으로 나가 성림동무를 구원하는 전투를 하겠습니다.》

준삼은 사령관동지를 간절히 지켜보며 비장한 어조로 말씀드리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좀 어려울것 같습니다. 준삼동무가 급히 가서 동원할수 있는 력량이라는게 뻔한데 그 힘으로 일을 감당하기 어렵고 잘못하다가는 애써 꾸려놓은 조직만 로출시킬수 있습니다. 전투를 한다면 차라리 그곳에 가까이 있는 7련대를 불러서 시키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이번 지휘관회의에서 우리가 화룡지구에 큼직한 진공전투를 벌리기로 결정하고 왔습니다. 겸사겸사해서 아주 잘됐습니다. 이번 전투는 7련대를 중심으로 해서 조직합시다. 그다음···》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어느덧 열이 오르시여 손짓을 하시면서 말씀하시다가 낚시대가 방해되자 옆에 밀어놓으시고 이으시였다.

《강철룡동무를 우심산쪽으로 내보냅시다.》

《우심산쪽으로 말입니까? 그쪽은···》

준삼은 우심산이 금천동과는 왕청같은곳에 있다는것을 말씀드리려다가 아무래도 그이께 깊은 타산이 계신듯하여 입을 다물고 활기에 넘치시는 그이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옆으로 가로눕혀놓은 낚시대가 후들후들한다. 고기가 달린 모양이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귀찮으신듯 더 좀 멀리로 낚시대를 밀어놓으시고 바른손 둘째손가락으로 수북한 잔디풀을 이리저리 헤갈라보이시며 말씀하시였다.

《유통사를 이런식으로 돌려보내자고 합니다. 동무들은 유통사가 돌아가는 날이 곧 현경찰의 공격의 날로 될것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놈들이 공격해오는것이 지금 필요합니다. 상철동무는 가서 경위중대장동무와 박인섭동무 그리고 기관총소대장동무를 좀 불러오시오.》

해가 뉘엿이 기울어졌다. 올기강우에 노을이 물든 하늘이 어리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지도를 꺼내시여 연필로 이곳저곳의 거리를 재여보시였다.

《200리는 넘는단말이지. 길이 험한것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또 너무 좋은것도 문제로군.》

김일성동지께서는 와룡호어방에서 현성까지의 거리를 재여보시고 그 주변의 지형을 살펴보시며 혼자 뇌이시였다.

오백룡과 박인섭은 함께 달려오고 좀 떨어져서 강철룡이 달려왔다.

《중대장동무.》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지도를 한옆으로 밀어놓으시고 근엄하신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김준삼동무가 리성림동무를 구원할 전투를 조직해야겠다고 제기합니다. 아주 좋은 제기입니다. 그래서 좀 토의해보자는것입니다. 내 보기에 현성부근에서 경찰무력을 빼돌려버리면 훨씬 전투목적을 달성하기가 쉬울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리성림동무 문제가 아니라도 적들의 후방을 숨쉴틈없이 들이쳐야 하고 그래서 바로 우리가 화룡지구에 대한 진공전투를 크게 벌릴것으로 이번 지휘관회의에서 결정을 하고왔는데 이 기회에 금천동으로 진공하는것이 어떻습니까?》

《사령관동지.》

오백룡은 잠시 쭈밋거리다가 말씀드리였다.

《금천동에서 제일 가까이 있는 부대는 7련대입니다. 만일 7련대방향에서 진공전투를 진행한다면 올기강기슭만 넘겨다보고있는 적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혼란에 빠뜨려넣을수 있을것 같습니다.》

《됐습니다. 경위중대장동무까지 찬성을 하니 우리는 이미 승리한것이나 같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말끝마다 사령부호위문제를 들고나오는 경위중대장을 오늘과 같은 분위기속에서 쉽게 설복하신것이 가장 큰 난관을 극복한듯하시여 우선우선하시며 다시 지도를 여러사람들옆으로 펼쳐놓으시였다.

《우리는 이렇게 하자는것입니다. 우선 오늘저녁으로 강철룡동무가 2개소대정도의 전투조를 데리고 물자를 접수하던 물홈골짜기방향으로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런 다음 지점을 약속하고 래일 아침에 재영이가 종전의 로정을 따라 유통사를 데리고 우심산기슭에 가서 석방시키고 옵시다. 이때 유통사가 물홈골짜기의 우리 동무들을 충분히 볼수 있게 해야 합니다.》

오백룡이와 준삼은 한꺼번에 머리를 쳐들었다.

그러나 사령관동지께서는 못보신듯 그냥 말씀을 이어나가시였다.

《유경문은 그길로 밸풀이를 하자고 경찰을 물홈골짜기방향으로 들이밀것입니다. 그때 강철룡동무는 기껏 놈들을 답새겨야 합니다. 그러되 아주 혼이 나서 도망가지는 않게 발목을 잡아매두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아직도 의문을 버리지 못하고있는 오백룡과 준삼을 바라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오늘중으로 인섭동무는 와룡호쪽으로 나가 오중흡동무를 만나야겠습니다. 물홈골짜기에 적의 경찰무력이 집중되는 틈을 타서 7련대는 금천동을 들고쳐야 합니다. 이때에 김준삼동무는 미리 금천동에 깊숙이 잠복해들어가서 공작조와 조직핵심들을 동원하여 리성림동무를 구원할 만단의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짐작에 저놈들도 성림동무를 호락호락 다루지는 않을것입니나. 그러니 실수가 없도록 물샐틈없는 대책을 세웠다가 전투가 붙으면 감쪽같이 구원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중단하시고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곧 결단을 내리시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암만해도 김준삼동무가 완전히 로출된 조건에서 빠른 시일안에 이 모든 준비를 하자면 불편한 점이 많이 있을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예 필네동무를 련락원으로 데리고가는것이 좋겠습니다. 필네동무는 마음대로 나다닐수도 있는것만큼 많은 도움을 줄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단련도 시켜야 합니다. 전투가 끝난 다음 선전사업을 들이댈 때 필네를 단정한 군복차림으로 내세워 낯익은 광부들앞에서 연설을 한번 시켜보시오. 아주 효과가 클것입니다. 모든것을 오중흡동무와 만나서 세밀하게 짜시오. 전투가 끝난후 7련대는 고동하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종전대로 군사정치활동올 계속해야 합니다. 그리고 김준삼동무는 리성림동무를 호위하여 병원밀영까지 데리고가야 하겠습니다. 알만합니까?》

오백룡과 준삼 그리고 강철룡과 인섭, 재영이들은 한꺼번에 벌떡 일어났다.

《알았습니다.》

그들의 힘찬 대답소리를 들으시자 그이의 안색은 비로소 밝아지시였다. 사실 다 듣고보니 사령관동지의 구상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도 선명하고 빈틈이 없었다. 노을이 고동색으로 변하자 사령관동지께서는 비로소 낚시대를 거두시고 사령부로 돌아오시였다.

활기찬 발걸음소리, 구령소리들이 숲속을 울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