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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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신경사령부청사에 돌아온 시마끼는 사령부내 장교들의 당황망조한 표정들에도 놀랐지만 부참모장 이와구니소장의 꺼칠해진 얼굴을 보고 더 놀랐다. 언제나 잘 다스려진, 부드러운 미소가 어려있던 그 퍼르스름한 아래턱은 며칠째 면도날이 가지 않아서 풋밤송이처럼 되였으며 향수내대신 담배진내가 역하게 풍기였다. 그는 밤에도 청사내에 앉아 그냥 화담배만 피워댄다고 한다.

《그래, 그 자리에서 불태우란말이다. 유골만 간편하게 해서 날라오되 일체 비밀에 붙여야 한다.》

이와구니는 수화기를 이 손 저 손으로 바꿔쥐면서 초조한 목소리로 웨쳤다. 상대는 할힌골 6군 지휘부에 나가있는 자기의 대리인 작전참모였다.

가까스로 통화를 끝낸 이와구니는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충분히 잘 열려져있는 창문을 다시 와락 열어젖히고 자기 자리에 가 털썩 주저앉았다.

《오기스라는자는 송장을 절반도 못거둔채 노몽한강을 내주었다네. 그놈은 고마쯔하라보다 더한놈이야.》

이와구니는 담배를 뻑뻑 빨다가 성이 차지 않는지 중둥을 뚝 잘라 내버리고 다시 불을 달았다.

《오기스중장이 직접 전선을 지휘했는가요?》

시마끼는 이와구니의 날카로와진 신경을 될수록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자들은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네. 오히려 우리가 내보낸 사람이 일선에 제일 가깝게 나가있는 형편이라니까··· 덜돼먹은것들, 이제 두고보세. 노몽한강기슭에 수만의 시체를 쌓고도 국경을 조금도 변경시키지 못했다면 그 책임을 질자들이 이 사령부건물안에만 있지는 않을걸세.》

시마끼는 을씨년스러운것을 느끼며 방바닥만 내려다보다가 흥심없이 물었다.

《지금 동맹국들의 움직임은 어떠합니까?》

《흥, 말 말게, 그자들도 다 정보망을 가지고있네. 노몽한전선이 시원치 않다는것을 우리이상으로 독일대사관에서도 냄새맡고있네. 어떤놈이 스파이짓을 하는게 틀림없어. 극비에 붙이는데도 자꾸 새여나가거던. 소문에 히틀러는 쏘련과 무슨 교섭을 시작했다는것 같은데 심상치 않네. 그자가 동방에 기대를 걸 형편이 못되니까 우선 련합국들의 압력에서 벗어나보려는것이지. 그렇게 되면···》

하고 이와구니는 새빨간 입술을 한참이나 짓씹다가 내뱉듯이 말을 맺었다.

《우리는 대단히 어렵게 될걸세.》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시마끼는 더 물어불 말도 없었거니와 이 겹치는 난국이 백두산동북부일대에서 어떤 파탄을 초래할것인가 하는 생각이 너무나 현실적인 위협으로 떠올랐다.

두사람이 기다리는 혼마중장은 약속보다 10분이나 지나서야 도착하였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떠났는데 오는도중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지체되였다는 그의 변명을 이와구니는 랭담한 표정으로 듣고나서 좀 쉰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자동차가 고장난것은 천행이요. 나는 또 당신이 공산유격대의 습격을 받아 시체를 맞이하게 되지나 않겠는가 걱정했소.》

혼마는 짜증을 억지로 참고있는 이와구니를 이윽히 바라보더니 어처구니없다는듯이 중얼거렸다.

《몇백리 바깥에 있는 사람을 부르면서 10분정도의 여유도 줄수 없는것이 현하 제국의 실정이야 아니겠지요?》

이와구니는 흘끔하고 혼마를 돌아보았다. 시마끼는 긴장되였다.

무엇인가 폭발할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다행히 이와구니는 이마에 주름을 새기며 가까스로 신경질을 누르더니 지도를 펼치였다.

《시간이 없소. 지금 6군에 2사와 11사가 보강되고 새로운 비행부대들이 증강되고있소. 이번이 마지막 결전으로 될것이요. 그런데 응당 공고한 후방으로 되여주어야 할 당신네 전선이 최근에 와서는 더 소란스러우니 이래서야 전쟁을 어떻게 해먹겠소. 나는 이제는 당신들에게 이 여름에 당장 공산유격대를 다 없애라고 요구하지도 않겠소. 락엽이 질 때까지 최종적인 토벌의 준비를 갖추며 그때까지는 최소한의 병력으로 좁은 지역에 봉쇄하라는것이 고작 큰 요구란말이요. 그런데 그 최소한의 병력이라는것이 자그만치 4만명이니··· 참 기가 막힐 일이지. 어디 그뿐인가? 최근에 와서 못견뎌내겠다고 아우성을 쳐서 목단강, 연길, 봉천 등지에 있는 예비무력들을 있는만큼 다 돌려주었지. 당신들이 목단강이나 연길지구에서 병력을 빼돌린다는것이 쏘만국경의 긴장된 병력균형을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가. 봉천에 있는 부대들이 어디로 갈 부대라는것을 모르는가? 그런데 또 2개사단을 내라니··· 당신들이 국책을 알고 제국이 처한 형편을 알고나 있는가?》

혼마와 시마끼는 묵묵히 낯익은 지도의 부호와 지명들을 들여다보면서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잠시 말을 중단한 이와구니는 그들의 허위적인 신중한 표정을 훑어보더니 마침내 자제력을 잃고 부르짖었다.

《당장 떠나들 가시오. 가와사끼의 부대를 련합토벌사령부 관하로 넘기겠소. 그리고 두개 비행부대를 보내겠소. 그것이면 병력이 모자라서 작전을 수행하지 못할 근거는 없소. 우선 길회선과 빈돈선의 보급로를 정상화하여 할힌골전선에 난관을 조성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소. 이것은 아마 나도 포함한 관동군의 실제 운명을 좌우하는 판가리로 된다는것을 명심하시오. 몇백리를 오는데 자동차사고로 10분씩 지체시킨것이 당신들과 나사이에는 통용될지 모르지만 조선인민혁명군과의 전투에서는 통용되지 않을거요.》

잠시후 두사람은 간신히 이와구니앞에서 놓여나와 현관앞에 나란히 섰다.

시마끼는 자기 부서의 사업도 알아보고 또 오늘저녁에 사령부안에 박혀있을 끄나불들을 통하여 복잡하게 꼬여가는 정국을 료해할 예정이였다. 그러나 하루도 신경에서 지체할수 없다는것은 이와구니의 위협적인 말자체보다도 이 무시무시한 무더위속에서조차 서늘하게 떠도는 청사내의 살기가 뚜렷이 말해주고있었다.

잠시 인사삼아 만나본 우에다사령관이나 이소다니참모장의 표정에서도 어떤 일시적인 전투의 실패가 아니라 진펄에 빠져 서서히 죽음의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는 인간의 공포같은것이 그림자처럼 비껴있었다.

《어디서 만날가요?》

시마끼는 혼마의 눈치를 살펴보며 은근히 떠보았다.

《그걸 미리 약속할 필요가 있겠나. 가와사끼를 주겠다니 그를 우선 보내겠네. 난 길림으로 가서 우리 참모들과 이 일을 의논해본 다음 움직이도록 할테니 그때 다시 련계를 취하도록 하세. 음산한 날씨로군.》

《그럼 가와사끼부대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가와사끼는 사령부에서 직접 보낸것이니까 우선 적세가 그중 우심한 안도, 화룡 방향으로 급히 파견하는수밖에 없겠지. 내가 길림에 가서 우선 가와사끼에게 그런 명령부터 떨굴테니까 시마끼군은 가와사끼에게 들려보겠으면 들려보게.》

혼마는 이쯤 말하고나서 씁쓸해서 고장이 났다고 하는 자기의 멀쩡한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시마끼는 자기 역시 서둘 필요가 없다는것을 깨닫고 다시 자기의 방으로 올라갔다. 무엇때문인지 문서철들이며 서류장들을 정리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먼지를 뒤집어쓰며 한참 서류궤를 정리하던 그는 문득 이 놀음이 꼭 떠나는놈이나 죽을놈이 하는짓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손맥이 탁 풀렸으나 하던 일을 중단할수도 없어 건성건성 끝내버리고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