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14

 

14

 

동쪽 숲정수리가 선명한 륜곽을 그리며 노을빛으로 채색되였다. 하늘이 훤해진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다. 숲우에 해가 솟아오를 모양이다. 미구에 증봉산의 우중충한 산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던 서쪽기슭도 어둠이 벗겨지면서 물안개가 궁실궁실 피여오른다.

부리 긴 물새 한마리가 수면을 스칠듯 안개속을 누벼나오더니 아름다운 몸매에 비해서는 놀랄만큼 갈린 소리로 끼르끼르하고 울면서 굽이를 꺾어 남쪽으로 내려갔다. 숲속에서도, 강기슭에서도 새들이 소란하게 우짖어댄다. 이제는 기상시간이 멀지 않았다.

그런데 고기는 한마리도 물리지 않는다.

《야- 참, 이제 꼭 잡혔다 했는데···》

옆에서 상철이가 무엇에 놀랐는지 젖먹은 힘까지 다 쓰며 낚시대를 잡아채더니 해빛에 반짝거리는 빈 낚시를 보자 실망해서 중얼거렸다.

《얘, 이건 또 걸면서 이래.》

재영이가 성이 나서 자기 낚시대를 잡아채며 짜증을 낸다.

암만해도 이 꼬마들이 소란을 피워서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낚시터로 갈 때는 동무해서 가고 낚시질을 할 때는 혼자 해야 한다고 하시던 아버님의 말씀을 상기하시였다. 한시간 가까이나 참을성있게 기다려도 고기맥이 없으니 꼬마들은 벌써 싫증이 나는지 더 떠들어댄다. 자리를 옮길수밖에 없다.

하기는 사령관동지께서도 이런 급류에서 산천어를 낚아보시기는 처음이시였다. 그런것만큼 품을 좀 들이더라도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가며 여러가지로 시험을 해볼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시였다.

지금 앉으신 자리로 말하면 어느모로 보나 좋은 낚시터였다. 너럭바위가 물곬을 따라 쑥 빠져나갔는데 그밑은 크지 않은 소를 이룬 물곬이 엇비듬히 아래로 휘여져나갔다. 흐름을 타고 올라오던 산천어가 반드시 그 소를 건너서야만 웃쪽으로 뛰여오르게 되여있었다. 게다가 우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너럭바위끝에 부딪치여 흰 물갈기를 날리며 설레이기때문에 고기는 아무 미끼에나 홀릴것이였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물리지 않으니 하는수 없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결단성있게 낚시대를 거두시고 일어서시였다. 그러자 전령병들이 의아쩍게 올려다본다. 낚시질을 하자면 인내성있게 앉아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니 어디로 가시는가 해서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못보신척하시고 풀밭을 걸어가시였다. 뭐라고 말씀만 하시면 또 우르르 달려들어 제먼저 온 강판을 다 휘저어놓을테니 이런 성화가 있는가.

문득 그이께서는 걸음을 멈추시였다. 이슬에 축축히 젖은 풀밭에 파리보다 좀 클가말가한 풀메뚜기가 엉금엉금 긴다.

혹시 미끼에 무슨 롱간이 있는게 아닐가.

낚시에서 기본은 역시 미끼다. 철따라 좋은 미끼를 마련할줄 아는 낚시군만이 아무때나 손에 비늘을 묻힐수 있다는것은 낚시군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러고보면 급류에 살면서 바위등을 날아넘는 산천어가 언제 지렁이를 먹고 자랐겠는가. 홀림낚시군들이 털낚시를 맬 때 사철 벌레의 색갈을 따라 털을 갈아대는것을 보면 역시 미끼에 문제가 있을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바위밑 락엽무지에서 캐낸 지렁이를 낚시에서 뽑아던지시고 풀메뚜기 댓마리를 잡아가지고 강가에 나서시였다.

물굽이는 도처에서 휘여돌아간다. 낚시대가 길지 못하기때문에 될수 있으면 바위같은것이 깊이 물속으로 파고든곳이 리상적이겠지만 지금은 우선 미끼를 시험해보시자는것이기때문에 별로 이렇다할 특징이 없는 풀밭에 서신채 낚시를 치시였다.

그러나 인차 후회가 되시였다. 설사 풀메뚜기가 좋은 미끼라하더라도 장소를 잘못 잡으면 안물릴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믿을만한 시험이 못되지 않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홀로 빙그레 웃으시였다. 낚시군은 언제나 이런 불안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렇기때문에 차비를 철저히 하여 자신만만하게 앉아있어야 하는것이다.

물안개 피여오르는 강속에 낚시대를 드리우시니 그리운 추억들이 뭉게뭉게 피여오르시였다. 만경대 선창가에 아버님과 함께 앉아 저렇게 솟아오르는 아침해를 맞이하신적도 계시였다. 그때는 아버님께서 낚아올리시는 고기를 다래끼에 따넣는것이 큰 재미였지만 중강진에서는 벌써 자신께서도 낚시대를 들고 아버님을 따라가시였다. 아버님께서는 낚시질은 따로따로 해야 한다고 하시면서도 정작 낚시터에 가보면 오히려 각처에서 따로따로 온 낚시군들이 한곳에 모여 낚시질을 하군 하시였다. 그것은 후에 보니 낚시질이 아니라 비밀회합이였다.

무엇인가 팔굽을 툭 치는듯한 충격이 온다.

이것은 붕어낚시가 아니라 바위를 뛰여넘고 폭포를 날아넘는 용맹스런 고기를 걸어내자는 참봉낚시다. 언제 찌가 깜박거리는것을 볼 사이도 없다. 팔굽에 느꼈던 충격은 어느새 어깨로 옮겨져서 낚시대가 마치 활등처럼 둥그렇게 휘여 후들거린다.

큰놈이 달렸다.

고기가 달렸다는것을 느끼시는 순간에야 시험이라고 해서 너무 자리를 소홀히 취급하셨다는 느낌이 다시금 드시였다. 손벽을 툭툭 치는 느낌이 벌써 보통 크기가 아닌데 그냥 채서 끌어올리기에는 기슭이 너무 높았다. 첫놈을 잘못 다루어 놓치기나 한다면 꼭 뒤가 재미없는 법이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산천어가 풀메뚜기를 좋아한다는것을 확인하신 순간부터 긴장되시는 한편 일이 뜻대로 돼나간다는것을 느끼시고 훨씬 마음에 여유가 생기시였다.

낚시대는 그냥 요동을 친다. 아직 잘 마르지 않은 노가주나무 초리가 좀 미타하기는 하나 민지는 든든히 세웠으니 어지간해서 고기가 빠질 념려는 없었다.

물우에서 곤두박질치는 초리를 살펴보시며 천천히 낚시대를 세우시였다. 초리는 굽어지다못해 낚시모양으로 휘여진다. 암만해도 낚시대가 위태위태하다. 그 순간 바투 기슭으로 다가드는 낚시줄끝에서 뭉클하고 물결이 뒤번져졌다. 시꺼먼 등에 얼룩얼룩한 반점이 건너간놈이 꼬리로 수면을 후려치며 다시 물속으로 곤두박힌다.

《야-》

상철이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잡았다.》

재영이는 제 낚시대는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 달려온다.

기슭이 소란하면 나오던놈이 갈갤수 있다. 저 꼬마들이 달려들기전에 끌어내야겠는데 고기란놈이 어찌나 용을 쓰는지 마음대로 다룰수가 없으시였다.

고기가 줄을 달라는대로 놓아준다면 그놈은 아예 방향을 돌려 꺾어가지고 냅다뛸것이다. 그렇다고 마구 채면 초리나 목줄이 위험하다.

사령관동지의 팔은 연신 후들후들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발밑을 조심조심 살피시며 물가까이 바투 내려가시였다. 이제는 물높이가 꽤 끌어올림직하다.

다시한번 물우에 뭉클하고 이랑이 번져지면서 고기대가리가 솟구친다. 입을 쩍 벌리고 바람을 들이키는것을 보신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저쪽으로 집어던지십시오.》

재영이가 당장 부둥켜안을것처럼 두팔을 벌리고 웨쳤다.

《야, 또 솟아오르네.》

두 전령병이 번갈아 떠들었지만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냥 낚시대를 물속에 드리우신채 침착하게 고기의 힘을 빼시였다.

지그시 대를 쳐드시니 고기가 또 한번 솟아서 바람을 키였다.

이번에는 인차 내뛸 궁리를 못한다. 벌써 어지간히 맥이 빠진것이다.

《야, 크다, 팔뚝만하다.》

상철이가 얼굴이 빨개서 웨쳤다.

아닌게아니라 산천어치고 꽤 큰놈이다. 이것이 큰강이라면 숭어와 혼돈할만 한 크기였다.

마침내 고기는 물우에 떴다. 바람을 몇번 켜더니 이제는 줄을 당기는대로 순하게 끌려온다. 낚시를 문 입을 쩍 벌린것을 보니 더는 갈갤 맥이 없는 모양이다. 아가리를 꽉 앙다물고 눈이 반들거리는놈을 억지로 끌어내면 반드시 한번은 요동을 치는법이고 그것이 허공에 달렸을 때 일어나면 고기는 영낙없이 놓친 고기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천천히 낚시대를 곧추 세우시고 원줄을 한손에 잡으시였다. 두어번 물속에서 얼리여 반동력을 얻으신 그이께서는 슬쩍 허리를 솟구치며 줄을 쳐드시였다.

고기는 허공에서 번쩍 하고 해빛을 반사하더니 어느새 기슭의 풀밭에 나둥그러져 푸들쩍거리였다.

재영이와 상철이가 다투어 고기를 따겠다고 덮치였다.

《가만, 좀 봅시다. 민지에 든든히 걸렸는지.》

《든든히 걸렸습니다.》

상철이는 사령관동지께서 보실 사이도 없이 고기를 따들고 《야-》환성을 지르며 내달렸다.

《재영동무, 풀메뚜기를 잡으시오. 산천어라는 고기는 날아다니는 벌레들을 잡아먹는놈이기때문에 지렁이는 좋아 안하는 모양이요. 메뚜기를 꿰니까 인차 달렸소.》

《그렇습니까! 그럼 나도 메뚜기를 꿰야지.》

재영이는 선자리에서 풀밭을 두리번거리며 이쪽저쪽 마구 덮치였다.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아서 메뚜기는 발견만 하면 쉽게 잡을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흔하던것도 정작 잡자니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재영이가 메뚜기를 잡도록 내버려두시고 맨 처음 낚시터로 돌아가시였다.

막상 고기가 잘 물린다 하더라도 한마리 끌어올리는데 그렇게 많은 품이 들어서는 몇마리 잡지 못할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처음 자리가 좋았다.

이번에는 편안히 자리잡고 앉으신 다음 이미 눈여겨두신 바위밑에 낚시를 던지시였다. 추가 너무 가벼워서 멀리 치기가 좀 말째지만 미끼의 성질을 고려하면 될수록 가벼운것이 좋을듯하시여 연을 좀 떼내시였더니 그때문인지 줄이 인차 헤워지지 않는다. 다시 쳐야겠다고 낚시대를 쳐드시려는 순간 어디서 무엇이 돌멩이라도 날아떨어지는것모양 바위밑이 출렁하더니 줄과 대가 일직선으로 내뻗는다. 어느새 고기가 달린것이다. 손끝에 와닿는 감각이 아까것보다는 좀 못하지만 꽤 묵직하다. 막 바위를 넘어뛰려던 놈이여서 기세도 좋다. 그러나 이미 첫놈을 다루시면서 손맥을 다 가늠해보신 뒤라 이번에는 대를 어지간히 세우시고 고기가 끌려오는 기미가 느껴지시자 그달음으로 기슭까지 올리채시였다.

메뚜기를 잡던 재영이가 달려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고기를 따시려다가 전령병이 달려오는것을 보시고 그냥 두시였다. 고기는 물속에서 다 쓰지 못한 용을 풀밭에 와서 쓰느라고 풀떡풀떡 올리뛴다.

《메뚜기 어쨌소?》

낚시를 한손에 잡으시고 손을 내미시는 그이를 보자 재영이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허허허, 메뚜기를 내던지고왔소?》

하는수없이 아까 잡으셨던 메뚜기를 보시니 벌써 다 죽었다.

죽은놈이라도 꿸수밖에 없으시였다.

그것이 원인이 됐는지 이번에는 암만해도 소식이 없다. 다시 치시고 또 꺼내시여 다시 쳐보시였지만 여전히 아무런 기미도 없었다.

《여기 있습니다. 아직 달아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벌벌 기는것을 도로 잡아왔습니다.》

재영이가 한손에 푸들쩍거리는 고기를 움켜쥔채 메뚜기를 잡아왔다.

《그건 저 버들가지를 꺾어서 꿰시오. 어제 좋은 줄이 있다고 하더니 그것은 어떻게 했습니까?》

《꿰겠습니다. 아, 상철이가 초롱을 가지고옵니다.》

아닌게아니라 천막쪽에서 커다란 물초롱을 든 상철이가 달려온다.

《허허허, 일이 크게 벌어졌군. 고기를 못잡으면 큰 망신하겠소. 자, 동무들도 자리를 잡고 부지런히 잡으시오. 저 초롱에 하나 잡자면 종일 잡아야 할것 같소.》

미끼를 갈아꿰고 얼마를 기다리시니 툭툭 맥이 왔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미 손끝에 오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시고 머리속에서 또 하나 다른 거창한 낚시질을 하고계시였다.

김준삼의 보고는 분명 큰고기가 놀아난다는것을 보여준다. 소부대들을 만나기 위하여 고동하줄기를 멀리 에돌아온 그는 화룡현경으로 몰려드는 적부대들을 수없이 띄여보았다는것이다. 이놈들 역시 별게 없다. 지렁이가 싫으면 메뚜기를 좋아하겠지··· 제놈들이 아무리 가만 있고싶어도 사방에 전투의 불길이 타번지고 혁명조직이 태여나고 인민들의 반일기세가 앙양되는데야 가만 있을수가 있는가.

그러나 대체로 보면 큰고기일수록 나이를 먹어서 음흉하고 교활하다. 때로는 입질하는것이 송사리보다도 더 가냘프게 보일 때도 있다. 그런데 서툰 낚시군들은 흔히 잔고기라고만 생각하고 마음을 놓았다가 불시에 잡아채는바람에 허망하게 미끼만 떼우는것이다.

찌를 경각성있게 살펴야 한다. 그래서 김준삼을 돌아오는 즉시로 공작조에 다시 내보내시였다. 김준삼의 눈이라면 제아무리 음흉한 놈이라도 속여내지 못할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낚시며 초리며 줄이며 대며 이 모든것은 단단한가? 그 어떤 큰고기에도 견딜만한가?

주영찬의 편지는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있다.

《···노몽한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빈돈선에 왜놈들의 군수렬차가 들이밀리고있기에 몇차례 습격전투를 벌렸는데 최서범사단장과 김정철동무한테서 좌우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들뿐아닙니다. 이런 복잡한 국제정세의 움직임속에서 계속 유격투쟁의 불길을 높이는것이 옳겠는가 하는 론의도 있고 이런 기회에 대부대로 집결하여 다시한번 장춘으로 진공해야 한다는 론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적지 않은 부대들에서 올려보낸 다른 지휘관들이나 통신원들의 보고에도 반영되여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이곳에서 당장 풀어야 할 급한 문제들만 처리해놓으시고는 곧 부대들에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시기가 성숙되면 각 방면군부대들의 힘을 묶어 도처에서 한꺼번에 적들을 큼직하게 타격함으로써 놈들의 전략적기도를 결정적으로 짓부셔버려야 할것이다. 그 시기가 언제일것인가?

《아무리 좋은 미끼를 쳐서 큰고기를 불러와도 낚시군이 제 차비를 든든히 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렇게 입밖으로 내시여 혼자말씀을 하시는데 불시에 어깨가 툭하고 마칠만큼 세찬 충격이 왔다.

서둘러 잡아채시니 물속이 팥죽가마처럼 끓어올랐다.

(크구나?)

이렇게 생각하신 그이께서 일어서시려 하는데 다시한번 어깨가 툭하더니 그리도 세차던 감각이 삽시에 없어지고 수면도 고요히 가라앉아버렸다.

낚시대를 쳐들어보시니 목줄이 끊어졌다.

《그렇다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예비낚시를 갈아매시고 다시 치시였다.

어느새 왔는지 멀지 않는곳에 두 전령병이 나란히 앉아있는데 상철이가 기를 쓰며 낚시대를 잡아챈다. 그에 따라 사령관동지의 낚시대도 휘친하였다.

(이번에야 어림없지.)

하고 긴장되시였던 사령관동지께서는 어이가 없으시여 껄껄 웃으시였다.

《야, 놓쳤네. 큰놈이였는데···》

사령관동지의 낚시와 엇갈려나온 빈 낚시를 풀며 상철이가 중얼거렸다.

《정말 물렸댔어?》

저쪽에서 재영이가 연신 엉뎅이를 들먹들먹하며 물었다.

《물리지 않구. 막 잡아끌었댔는데뭐. 야 참 분하네.》

《헹, 사령관동지 낚시하고 걸어놓구선 뭘 그래.》

《아니야, 그건 고기가 물고뛰다가 걸린거야. 낚시에 걸렸다가 떨어지는것이 헨둥하게 알리는데뭐.》

《거짓말 말어.》

《거짓말을 누가 해. 이제 보지, 진짜 잡아낼테니···》

세상에 태여나서 여태 고기라는것을 낚아본적이 없고 또 고기가 낚일 때의 감각이라는것을 모르는 두 전령병은 그 누구도 시비를 가릴수 없는 론쟁을 벌리면서 서로 승벽내기로 낚시줄을 올리치고 내리치고 하였지만 종시 한마리도 잡지 못해서 아까 상철의 낚시에 걸렸던것이 고기였던지 아니였던지 판단할수 없었다.

그대신 사령관동지의 낚시에는 이제는 성가실 정도로 고기가 달렸다.

그런데 그이의 머리속에서는 이 여름에 적의 대무력을 낚시에 걸어내실 구상이 떠나지 않으시여 언제 진짜 낚시시중을 드실 여유가 없으시였다.

그래서 잠시 낚시대를 드리우시고 후둑후둑하는대로 내버려두시면 옆에서 상철이든 재영이든 어느새 눈치를 채고 잔소리를 하였다.

《야 참, 또 걸렸는데 가만 계시네. 사령관동지, 고기 달렸습니다.》

《허허허, 고기가 달렸다고 그렇게 화닥닥 채는것이 아니요. 보시오. 이렇게 천천히 끌어올려도 되지 않소.》

《정말, 나 한마리라도 잡아봤으면···》

상철이는 승벽내기에도 지쳤는지 이렇게 한숨소리를 내였다,

조화는 조화였다. 똑같은 낚시대, 똑같은 낚시줄, 똑같은 낚시에 똑같은 미끼를 쓰고 나중에는 사령관동지의 낚시줄을 끌어낼만큼 똑같은 자리에 넣었는데도 고기는 매번 사령관동지의 낚시에만 걸리지 상철이나 재영이의 낚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미구에 숲속이 활짝 밝아오르고 기상구령이 울리였다. 경위중대동무들이 세수하러 나왔다가 저마다 눈을 비비며 달려왔다.

달려와서는 또 저마다 떠들어댄다. 아예 낚시문서를 모르는 사람은 고기가 걸렸다가도 저렇게 천천히 끌면 떨어지지 않는가고 걱정하였고 뭘 좀 안다는 동무들은 안타깝게 무릎을 쓸며 훈수를 한다.

때마침 날이 활짝 밝으면서 고기맥도 뜨음해졌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낚시대를 거둘 때가 되였다고 생각하시였다. 그래 마지막으로 줄을 고쳐 치시려고 낚시대를 쳐드시려는데 초리끝이 알릴듯말듯 바르르 떠는듯한 느낌이 드시였다. 무엇이 와서 입질하는것이나 아닌가, 잠시 숨을 죽이고 바라보셨으나 더는 아무 기척도 없었다. 그래도 초리가 물살때문에 그렇게 떨릴수는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드신 그이께서는 방금 초리가 떨리던 그 자리로 줄을 끄시는데 무슨 까닭인지 순하게 끌려오던 낚시가 무엇에 걸렸는지 떡 뻗치고 움쩍을 안했다. 몇번 흔들어보시니 바위같은 느낌은 아니고 섬거적이나 통나무를 끄는것처럼 지그시 끌리는게 조금만 더 힘을 쓰면 줄이 끊어져나갈것 같았다.

《이거 야단났군.》

사령관동지께서 이렇게 혼자말씀을 하시며 일어서시니 상철이가 깔깔 웃으며 《사령관동지의 낚시도 걸렸네. 제가 물속에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발딱 일어섰다.

그 순간 사령관동지의 팔이 후들후들 떨리시였다.

재영이가 물속에 들어가려는 상철이의 허리를 잡고 소리쳤다.

《야, 저게 뭐야? 고기, 고기, 고기다!》

낚시를 벗기려고 아래로 내려서시려던 사령관동지께서는 재빨리 대를 쳐드시며 강기슭으로 바투 다가서시였다.

《아니 그게 뭡니까? 고깁니까?》

강철룡이 눈을 더부럭거리며 물었으나 이미 그이께서는 대답하실 겨를도 없으시였다. 얼마나 큰놈인지 물속에서 한번 요동을 쳤을뿐 아예 떠오를 차비가 아니였다. 꽤 큰 메기나 뱀장어같은것들이 이렇게 미련을 부리는 법이지만 어쩐지 후들거리는 느낌이 비늘 없는 고기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산천어는 아니다. 산천어라면 처음에 걸어내신것이 고작 큰놈이겠는데 이것은 그런 정도의 크기가 아닌것 같았다. 이러나저러나 고기가 물우에 떠오르든가 용을 쓴다든가 해야 롱간을 부릴수 있겠는데 이것은 딱 뻗치고 나올 차비를 안하니 마음대로 챌수도 없고 줄을 놓아줄수도 없고 야단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크고 미련한 놈이라도 어쨌든 낚시에 코가 꿰인 이상 제가 급하겠지 누가 급하겠는가, 어디 견디여보자. 이렇게 생각하신 사령관동지께서는 은근히 낚시대에 힘을 주시며 천천히 뒤로 물러서시였다. 줄이 헤우다못해 가는 물방울을 튕기며 바르르 떨린다.

《사령관동지, 초리 끊어집니다.》

뒤에서 누가 다급한 소리를 질렀다. 낚시대가 위험한것은 사실이지만 재간이 없다. 대도, 줄도, 낚시도 이런 큰 고기를 잡게 차비한것이 아니니 한껏 당기다가 끊어질 때는 끊어지더라도 여유가 있는껏 당겨볼판이다. 그대신 순간적인 충격이 가서 허무하게 부러져나가지 않도록 하는것은 어디까지나 낚시군의 솜씨에 달린것이니 끝까지 신중성을 기해야 할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떤놈이기에 이처럼 움쩍을 안하는가.

풀밭까지 올라서신 사령관동지께서는 혹시 물속에 웅크린놈이 지금 막 마지막 숨을 톺고있는것이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시였다. 어디 한번 건드려보자.

사령관동지께서는 까짓것 헤워진 낚시줄을 대끝으로 툭툭 투기시였다. 그 순간 바로 소용도는 소의 한가운데서 바위밑으로 물결이 커다랗게 뒤번져지더니 낚시대가 바람맞은것처럼 요동을 치며 공중높이 솟아올랐다. 여유가 생기는 순간 사령관동지께서 대를 완전히 세우신것이였다.

《야-》

강기슭에 주런이 늘어선 유격대원들의 입에서 일제히 환성이 터져올랐다. 얼핏 보매 군함같이 느껴지는 시꺼먼놈이 물우에 떠서 천천히 꼬리를 치는데 어찌다 몸을 뒤채면 시허연 배허벅이 번쩍하고 아침해살을 반사하였다. 벌떡벌떡 몸을 뒤채며 연신 바람을 켜는것이 맥이 이미 빠질대로 빠진 꼴이였다.

《굉장하구나-》

《저게 무슨 고기야?》

고기를 보자 구경군들은 큰일이 났다고 저마다 한마디씩 떠드는데 사령관동지께서는 점점 긴장되시였다. 우선 무슨 고긴지 알수가 없으니 그 성질을 가늠할수도 없거니와 도대체 큰 고등어를 두세놈 합쳐놓은것만 한 크긴데 그런놈을 뭍으로 끌어올린다는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였다.

아무리 살펴보셔야 무슨 고긴지 대중할수가 없으시였다. 이런 산골물에 저렇게 큰 고기가 있을수 있는가. 그러다가 문득 이 올기강이 두만강에 흘러들고 두만강은 동해로 흘러든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그렇다면 저것은 바다고기일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드시자 여태까지 이상하게 생각되셨던 모든 일이 다 쉽게 리해되시였다. 바다고기라면 강으로 알 쓸러 오르는 송어나 연어겠는데 검게 보일만큼 진한 남빛을 띤 등을 보면 송어이다. 알을 까기 위하여 바다에서 연연 천여리를 올라오는 과정에 지칠대로 지쳐서 저렇게 큰 고기가 낚시에 걸려가지고도 맥을 못쓰는것이다. 그러니 별로 갈갤것 같지는 않았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천천히 낚시대를 뒤로 제끼시면서 상철이를 부르시였다.

《상철동무, 바위옆에 내려가시오. 고기가 바위에 가붙거든 두손으로 아가미 있는데를 꽉 누르고 타고앉으시오.》

그러나 상철이가 미처 대답을 올릴 사이도 없이 강철룡이 첨벙하고 물속에 들어섰다.

《사령관동지, 이쪽으로 붙이십시오. 이쪽이 편안합니다.》

그런데 고기란놈이 그 말을 들었는지 제먼저 강철룡이 부르는 그 바위등으로 슬그머니 헤여가더니 모로 희뜩 나번져졌다.

두손을 벌려 들고있던 강철룡이 아가미를 덮치였다. 그 순간을 기다리고있었던듯 고기는 마지막 용을 쓰면서 꼬리를 후리쳤다.

《아이쿠!》

타고누르려던 정갱이를 든든히 쌔리운 강철룡은 비틀하면서 물고기와 함께 물속에 주저앉았다. 다행히 두 엄지손가락이 아가미에 든든히 걸려있어서 고기는 강철룡의 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한다하는 유격대원의 정갱이에서는 피가 배여나왔다. 지느러미에 바지가랭이가 칼로 벤것처럼 갈라지고 살가죽이 째졌다.

《야, 이놈 굉장하구나.》

강철룡은 두팔을 번쩍 쳐들어올리면서 기쁨에 넘쳐 부르짖었다.

《어서 집어던지라요. 내가 내려가는건데 자기가 내려가서는···》

상철이가 뿌루퉁해서 소리쳤다.

《흥, 내가 내려갔기에 정쟁이나 찢어지고말았지 상철이가 내려갔더라면 아예 허리가 끊어질번하지 않았나.》

강철룡은 장한듯이 피가 흐르는 정갱이를 쳐들어보이며 고기를 붙안은채 기슭으로 올라왔다.

기슭에 늘어섰던 대원들이 와- 하고 쓸어드는바람에 사령관동지께서는 고기구경도 변변히 할수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껄껄 웃으시며 아예 낚시대까지 강철룡에게 넘겨주시고 손을 씻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