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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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삼은 아까부터 홀로 한옆에 떨어져앉아 신문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신문 사흘치를 통채로 삼킬듯이 들여다보는데 그의 눈길은 마치 신문지장우에서 경주라도 하듯 급하게 내달렸다. 주먹만큼씩한 꼬직활자들사이를 장애물건너뛰듯하던 김준삼의 시선은 마침내 한곳에 가서 못박혀버렸다. 그는 누가 떠밀치기라도 하듯 신문지장우에 가슴을 바싹 들이붙이고 그리 길지도 않는 기사를 숨가쁘게 훑어나갔다.

《야, 참 귀신이 곡할 일이군.》

그는 무릎을 철썩 치며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원래 그의 목소리는 굵은 편이라 혼자 탄복해서 하는 소리가 사령관동지께까지 들리였다.

김준삼이가 신문에 열중해있는 사이 강정섭이를 부르시여 이미 적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신 그이께서는 나무밑에 홀로 떨어져앉아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있는 김준삼을 돌아보시였다.

《준삼동무는 거기서 뭘합니까? 또 국제정세를 연구합니까?》

《사령관동지, 여기 있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 예언하신것이 그대로 맞아떨어졌습니다.》

김준삼은 신문장을 짚어보이면서 그이께로 달려오려다가 더벅머리청년을 보고 눈이 둥그래졌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시원시원하고 날파람이 있으며 그런가 하면 탐구심이 있고 무슨 일이나 열중하기 잘하는 그를 사랑하시였으나 재간이 있는 사람이 탈선하기도 잘하는만큼 짐짓 엄하게 대하시였다.

《국제정세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인사야 차려야지. 준삼동무는 강정섭동무와 구면이 아니요?》

《아니 저 동무가··· 구면입니다. 우리 대렬을 이틀씩이나 따라온다는 동무가 바로 동무였구만, 참 반갑소.》

떨떨해진것은 강정섭이였다. 어디서 본듯 하기는 한데 도무지 짚이지 않는다. 하기는 이 며칠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지 한두번 봐서는 누가 누군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날 모르겠소?》

김준삼이 달려가 그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 갑무경비도로에서 같이 강제부역을 한 생각 안나오?》

그제야 정섭이 펄쩍 뛰였다.

《알겠수다. 야 그땐 우리같은 인분가 했더니··· 그럼 그때 변복을 하고 나왔댔소다? 야, 그런걸 몰라보고···》

두사람이 손을 마주잡고 흔드는것을 보신 사령관동지께서는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그렇다니까. 남들이 이야기할 때는 국제정세다 해서 귀도 기울이지 않더니 이번에는 남들이 말할 짬도 안주거던. 허허허.》

사령관동지의 웃음의 말씀을 듣고 준삼은 더수기를 긁적거리며 말씀드리였다.

《참 신통한 기사가 났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말씀드리랍니까?》

《이따가 봅시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다시 강정섭이를 돌아보시였다.

《그래 정섭동무가 입대하면 할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떻게 살아갑니까?》

정섭이는 자기의 입대문제가 이제는 거의 결정되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는지 씩 웃으며 스스럼없이 말씀드리였다.

《뭐 어떻게든 살아갈것입니다. 제가 산판에 남아있으면 그놈들이 잡아갈것이 뻔한데 있어서는 뭘하겠습니까?》

《그건 그렇소. 하지만 아무래도 집일이 걱정은 걱정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무엇을 생각하시다가 눈으로 그 누군가를 찾으시였다. 그러나 이어 단념하신듯 오중흡과 박덕산을 향해 말씀하시였다.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그쪽방향으로 사람을 보내서 정섭동무네 집 형편을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강정섭동무는 집에 돌아갈래야 돌아갈 형편이 못되였으니 본인의 희망대로 입대시키도록 합시다. 련대장동무.》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오중흡을 부르시였다.

《아무래도 저 동무의 입대문제에 대해 련대장동무가 제일 왼심을 쓰는것 같은데 강정섭동무를 7련대에 받도록 하시오.》

《알았습니다.》

오중흡은 자세를 바로잡고 힘있게 대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