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8

 

8

 

이보다 앞서 유경문은 무엇인가 못 먹을것을 먹고난 뒤처럼 메슥메슥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갔었다.

마차가 집앞에 이르자 어느새 늙은 드난군이 달려나와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보이지도 않는 어둠속에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있다.

마차는 울창한 정원수들사이를 지나 몸채의 현관앞에 이르렀다.

《아니, 아저씨, 이제사 오세요? 아까부터 전화가 자꾸 오는데.》

응접실에서 처제 수련이가 읽던 책을 손에 든채 달려나오며 말하였다.

《전화가 어데서 와?》

유경문은 모자를 한손에 벗어들고 열려져있는 응접실쪽으로 들어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뒤늦게 달려나온 안해의 몸종이 모자를 받아들고 먼저 자기 침실로 갔다. 그제야 안해가 기웃이 고개를 내민다. 어찌면 한피줄을 타고난 자매간이 이처럼 다른가. 수련이에 비해 안해 채련이는 단지 나이를 좀더 먹었다는 정도가 아니라 옹근 한세대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안해도 본시는 미인소리 듣던 녀자였다. 장인인 리경하가 비록 삼촌과 오랜 학교 동창이요, 당대에 이름이 알려진 학자이기는 하지만 채련이당자가 박색이였다면 안해로 맞아들일 생각을 절대로 안했을것이다.

그 당시로 말하면 아버지는 말할것 없고 삼촌도 아직 그렇게 큰 돈을 모으기 전이였기때문에 그 압력이 그리 대단할것도 없었다. 그런데 봉산동 처가에 가서 선을 보니 그때의 채련이는 지금의 수련이보다 오히려 이목구비가 더 훤하고 몸매도 고왔다. 그렇던 녀자가 아버지의 사서삼경과 시집의 으리으리한 재부며 권세에 눌리여 어느새 퇴락해버린 옛집처럼 허울만 남았다. 게다가 자주 앓는다. 이번에도 산후가 좋지 않아 구석진 안방에 종일 혼자 드러누워 외로움에 쿨쩍쿨쩍 울기까지 하였다. 때마침 목단강에서 교원질을 하는 수련이도 몸이 좋지 않다고 봉산동집에 와있었다. 안해는 동생과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청하였다. 자기 역시 안해의 궁상을 보는것이 싫어서 둘이 함께 있게 하였더니 처음 한동안은 자매간이 다 좋아하였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그들의 관계도 노상 좋은것만 같지 않았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수련이는 청렴한 학자 리경하의 막낭딸로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순진하고 쾌활한 처녀였다. 그러던게 도회지에 나가 학교물을 먹고나더니 신사조에 물이 들어 만나면 의례 까다로운 질문을 들이대여 사람을 골리려들었다.

《아저씨는 경찰국장인데 왜 부국장한테 그렇게 꼼짝을 못해요? 그 사람이 일본사람이 돼서 그렇다면 왜 선선히 자리를 내주고 나오지 못해요? 그쯤한 월급이 없어서 못 살지는 않겠는데.》

이렇게 비틀린 소리를 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면바로 아픈데를 사정없이 찌르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왜 경찰을 백정이라고 하는지 이제는 알았어요. 오늘 장거리에서 아저씨네 부하가 웬 농사군을 피투성이 되도록 마구 때려서 질질 끌고가는데 끔찍하더군요. 아저씨도 그런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마주서있기도 무서워져요.》

그때마다 주먹으로 볼따귀를 쥐여박아주고싶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책상을 두들기며 속빈 호령질로 겨우 눌러놓지만 수련이는 눈이 깔끔해서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림으로써 더 도전적으로 나오군 하였다.

자기에게 그쯤 나오는 계집애가 어수룩한 제 언니를 가만둘리 없었다. 한번은 안방으로 건너가는데 열어젖힌 문사이로 성이 난 안해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성이 난 안해의 목소리를 듣는다는것은 상상도 못해본 일이라 경문은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그래 그이나 나나 다 속된 생활에 물이 젖었다. 그렇다고 네가 그렇게까지 말할수야 있니.》

《왜 말 못해요. 언니는 이 번쩍거리는 비단옷속에서 시들어가고있어요. 남편이 사람들을 못살게 굴어서 벌어들인 부귀영화라는것을 언니가 정말 모른단말이예요?》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시집에 얽매인 몸이다. 네가 나를 언니로 생각하거든 그이나 우리 시집에 대해 건드리지 말아라. 그런 말을 다시 입에 올렸다간 나는··· 나는···》

《나를 동생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거죠. 아유- 케케묵은 봉건! 이 으리으리하고 번쩍번쩍하는 부르죠아생활이 그렇게 좋아요. 여기에 무슨 사람다운것, 참다운것이 있어요. 허위와 위선, 음모와 패덕만 가득찬 이런 집에서 편안히 살이 찐다면 나도 언니를 언니라고 부르고싶지 않아요. 그런데 언니는 왜 이렇게 몸이 축가요? 살을 깎으면서까지 이 집에 얽매여있는것이 부덕인줄 아세요?》

《닥치지 못하겠니, 너 정 그런 소리 하겠거든 당장 봉산동으로 가거라.》

채련이는 뜻밖이리만큼 날카로운 소리로 부르짖더니 다음순간 쿨쩍쿨쩍 울기 시작하였다.

그날 유경문은 속이 부걱부걱 괴였으나 그런판에 얼굴을 내밀수도 없어서 발소리를 죽이고 돌아왔다.

수련이가 한 수작들을 생각하면 못된 물이 들어도 이만저만 든것이 아니다. 그런우에 무슨 까닭인지 자기와 집안을 옹호하여나선 안해도 너그럽게 대해지지 않았다. 안해의 태도에는 어딘가 강도의 소굴에 끌려온 녀자가 자기 운명에 순종하려는듯 한 체념이 풍기였다.

수련이는 굴레벗은 망아지같아서 제멋대로 내닫지만 자기 손아귀에 고삐를 단단히 틀어쥐고있는 안해라는 물건짝은 봉건륜리로 잘 개여놓은 떡반죽같아서 미처 주물러볼사이도 없이 손자리가 푹푹 나는게 갈수록 더 밉상이다.

만일 삼촌이 리경하, 리경하 하고 장인을 무슨 신선대하듯 하지 않는다면 두 자매를 한꺼번에 후려쳐서 내쫓았을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삼촌에게 알려져서 노염을 산다면 주통사의 그 어마어마한 재산은 자기옆을 곁눈질도 안하고 스쳐지나가버릴것이기때문에 매번 참는것인데 참자니 속이 편안치 않았다···

유경문이 연회장에서부터 자꾸 치받치는 트림을 삭이느라고 벼룩씹는 개모양으로 입을 씰룩거리며 응접실에 들어서자 안해가 근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또 취하셨군요.》

유경문은 안해를 대할 때마다 느끼군 하는 그 거미줄에 사로잡힌듯 한 초조하고 안타까운 생각을 억지로 털어버리듯 와락와락 걸어가서 누가 틀어놓은 전축의 스위치를 껐다.

《취했으면 좋겠소. 한번만이라도 실컷 취해봤으면 좋겠단말이요. 그래 어느놈이 전화를 걸어왔더냐?》

그는 이렇게 뇌까리며 가까이 있는 안락의자에 몸을 내던지다싶이 털썩 주저앉아서 장갑을 신경질적으로 벗어 접객탁자우에 내던졌다.

《아이 대단한 기센데요. 부국장한테서 왔어요.》

수련이가 팔짱을 꼭 끼고서서 차겁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자식은 무엇때문에 이 밤중에 찾는단말이냐? 하루종일 싫증이 나도록 상판을 맞대고있었는데.》

《무슨 중대사건이 생겼대요. 들어오시는 길로 곧 전화를 걸어달래요.》

《뭐 중대사건?》

유경문은 무의미하게 되묻고나서 손에 잡히는대로 탁자우에서 담배 한대를 집어 붙여물었다.

《얘야, 그 이야기는 두었다 래일아침에 말씀드릴걸 그랬다. 이렇게 늦어들어오셨는데 오죽 고단하시겠니.》

안해가 그래도 현숙한 티를 낸다고 제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수련이는 제 언니를 힐끔 돌아보더니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런 때 경찰의 제복을 입고 어떻게 편안하기를 바라겠어요? 아저씨, 도대체 현경찰국에서는 얼마만 한 사건이면 중대사건이라고 하나요?》

유경문은 야유조가 로골적으로 풍기는 수련의 말에 속이 울컥해서 겨우 타들어가기 시작한 담배를 깨끗하게 가셔낸 수정재털이에 마구 비벼끄고 전화에 손을 뻗쳤다. 교환이 부국장을 찾는 동안 그는 수련이를 똑바로 보며 엄숙하게 한마디 했다.

《경찰의 사업은 교양있는 처녀가 간참할 일이 못된다. 넌 그런데 흥미를 느끼기보다 하루빨리 몸을 추세워서 학교에 돌아갈 궁리를 해라.》

《그러지 않아도 난 며칠후에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이 집의 환경은 나같은 가난뱅이에게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러는데 수화기에 부국장이 나타났다.

《인차 좀 나오시면 좋겠습니다.》

하는 그의 말은 첫마디부터 긴장되여있었다.

《무슨 일이요?》

《관내에 김일성공산군의 대부대가 나타났습니다.》

《뭐 김일성공산군? 어디에?》

유경문은 옆에 수련이가 눈이 초롱초롱해 듣고있다는것도 잊어버리고 다우쳐물었다.

《내가 연회장에서 돌아오니 대마록구경찰수비대장이 회양동 순경 한사람을 데리고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보고내용이 하도 중대해서···》

《그래 어떻게 됐다는거요?》

유경문은 이렇게 말하면서 비로소 곁에 수련이가 있다는것을 상기하고 눈총을 쏘아서 저리 가라고 했다. 안해는 일본말을 모르니 셈에 칠것도 없지만 가뜩이나 수상한 책을 일쑤 잘 들여다보군하는 인테리처녀가 전화내용을 다 들으면 무슨 말썽을 일으킬지 모른다.

그러나 수련이는 못본척하고 저쪽구석의 장의자에 가앉아서 책을 펼쳐들었다.

《휘풍동일대에 김일성장군자신이 대부대를 이끌고 나타나서 주변일대의 경찰, 보위단을 몽땅 소멸하였으며 회양동에서도 분서원 한명을 사살하고 그곳 분서를 점거했답니다.》

《아직도 거기 있다는거요?》

《어제 뒤산에서 보고왔는데 낮동안 축구경기를 하고있더랍니다.》

《뭐 축구경기를 해? 당신 술에 취한게 아니요?》

유경문은 눈이 커다래져서 부르짖었다.

《취하다니요? 축구경기를 해도 이만저만하게 한것이 아닙니다. 세 동네가 떨어나서 종일 끓어번졌답니다.》

유경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등줄기로 서늘한것이 흘러내린다. 자기가 벌써 식은땀을 흘린다는것을 깨달은 유경문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래 보고했소?》

《아직, 국장님이 빨리 나와서 이 문제를 직접 처결해야 할것 같습니다.》

《알았소.》

유경문은 맥없이 전화를 놓으며 잠시 허공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절벽같은것이 앞을 탁 막아서는것 같았다.

그가 장갑을 더듬어쥐고 멍한 표정으로 일어나자 수련이도 신중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어떻게 됐단거예요? 김일성유격대가 나타났대요?》

한대 얻어맞은것처럼 뗑해서 잠시 어찌할바를 모르고 서있던 유경문은 벌컥 화를 냈다.

《너는 왜 남의 전화를 엿듣고 야단이냐? 너 여기서 들은 전화내용을 조금이라도 비쳤다가는 혼날줄 알아라···》

《아이 무섭게 구네, 김일성공산군이 나타났다는것이 뭐 새삼스러워서 그래요. 감추고있으면 딴 사람들은 영 모를줄 아는가봐.》

유경문은 다시 호령 한마디를 하려다가 자기 언변으로써는 도저히 수련이를 굴복시킬수 없다는것을 깨닫고 몸종에게 소리쳤다.

《모자! 그리고 말을 끌어내라고 일러라!》

유경문은 그길로 말을 집어타고 경찰국으로 달렸다.

그사이 비가 내려 땅은 질척질척하였다. 소리없이 내리는 비가 말갈기에 맺히여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얼굴에 비말을 뿌렸다.

경찰국에는 수비대장도 와있고 공작반장 시마끼소좌도 나와있었다.

이미 잠들었을 혼마에게 알릴것인가 말것인가 하는것을 가지고 여러 시간 공론하였다. 부국장 구리다니는 지금 보고하나 래일아침에 하나 마찬가진데 좋지도 못한 내용을 이 밤에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시마끼는 내내 침묵을 지키고있다가 《그래도 해야 하오.》하고 한마디로 잘라맸다.

《그럼 누가 가겠소?》

유경문의 말이였다.

《그야 국장님이 가야지요.》

부국장은 확정적으로 말했다. 유경문은 속이 뜨끔하였으나 못간다고 할 형편도 못되여 사마끼의 눈치만 살폈다.

시마끼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었다. 사실 그들은 마치 자정이 넘은 밤중에 이 보고를 가지고 가느냐 마느냐 하는것이 큰 문제인것처럼 신중하게 토의하고있었지만 실상은 그것이 극히 하찮은 문제라는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대마록구 수비대장의 말이나 회양동분서원의 말을 들어보면 현 관내에 조성된 사태는 보고하느냐 마느냐 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닌것이였다. 유격대의 대부대가 그것도 김일성장군의 친솔밑에 관내에 출현하여 현내 경찰분서를 들이쳐서 세개 동네를 점거하고 앉았는데 가만히 있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런 대부대를 향하여 서뿔리 무력을 내보낼수도 없었다.

《갑시다. 그 사람들을 데리고 오시오.》

시마끼가 음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면서 먼저 일어서니 유경문은 하는수없이 뒤따라 일어났다.

혼마중장은 침착하게 앉아서 보고를 받았다.

《시마끼군, 군은 이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나?》

유경문의 자기변명이 절반나마 섞인 지루한 보고를 참을성있게 다 듣고난 혼마는 가느다란 물부리에 권연 한대를 끼워물고 시마끼를 건너다보았다.

《우려할만 한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각하.》

시마끼는 혼마의 속심을 알길 없어 일부러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술자리에 앉아 그렇게 좋아하는 술 한잔 입에 안대는 독종이니 서뿔리 입방아를 찧었다가 어느 코에 걸릴지 십상 모를 일이다.

《우려할만 한 일이지. 그들이 축구뽈로 우리 면상을 후려갈겼다고 볼수 있네. 그래 적세가 어느정도 되는지 그런것은 좀 아는게 없는가?》

혼마는 그러루한 대답을 예기나 하고있었던듯이 선선하게 받으며 다시 물었다.

《예, 대충 짐작은 하고있습니다만 짐작은 어디까지나 짐작이니 거기에 기초해서 전투계획을 세운다는것이 어떨가 생각됩니다.》

시마끼는 극도로 조심을 두어 될수만 있으면 자기 속을 한끝이라도 엿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물론 하나하나 세여보는것보다 못한것만은 사실이지. 그러나 짐작도 하지 못하는 우리 수비대나 경찰의 보고를 가지고는 도대체 아무런 전투도 진행할수가 없단말이야. 그래 적세가 얼마나 되나?》

《무산지구에 진출했을 때 대체로 600명정도의 력량으로 추산되고있습니다. 그런데 무산지구로 나간것이 그들의 전부는 아니기때문에 그지간에 나머지 력량이 지금쯤 한곳에 집결되지 않았는가 짐작됩니다.》

《600명이라···》

혼마는 심중한 어조로 받아외웠다.

《600명정도의 군사를 가지고 철통같은 국경경비를 종횡무진으로 무찌르고 조선에 대한 근 30년에 걸치는 제국의 통치에 그처럼 심대한 타격을 주었단말인가?》

《그렇습니다. 김일성유격대문제가 오늘 제국의 운명자체를 위협하게 되는 근거도 거기에 있습니다. 군대의 수자가 문제인것이 아니라 모든 조선인들의 가슴속에 김일성장군이 살아있기때문에 어디서 김일성유격대가 나타났다는 소문만 돌아도 온 조선이 웅성웅성하게 됩니다. 그렇기때문에 작금년에 김일성장군의 유격대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강한 선전보도전을 들이대여 상당한 효과를 보았던것인데 이번 무산지구에서의 사건으로 하여 그 보복이 배가되여 제국의 면상을 후려쳤습니다.》

《흠-》

혼마는 신음소리처럼 혼자 웅얼거리다가 결단성있게 고개를 들었다.

《시마끼군, 그럴수록 우리가 이번 여름에 수행하기로 결심한 방침이 옳게 섰다는 확신을 나는 가지게 되네. 즉 그들을 어떻게 하든지 이 화룡현경안에서 봉쇄해야 하네. 그러자면 서뿔리 군대를 움직이기보다는 우선 이 본부의 경찰토벌대를 그리로 급파하고 뒤로 현경찰력량을 증강해주는것이 좋을듯 한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실례입니다만 각하.》

하고 시마끼는 혼마의 결심이 그럴듯 하다고 생각하는 자기의 속마음을 가리우기 위하여 일부러 당돌한투로 말하였다.

《각하께서 념두에 두시는것이 유격대를 소멸하는 작전인지 아니면 시간의 여유를 얻기 위한 전술인지 본관에게는 그것이 똑똑치 않아서 어떻다고 확정적인 대답을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바로 그게 문제일세. 내가 의견을 묻고싶은것이 바로 그 점일세. 시마끼군은 이 방면의 전문가가 아닌가?》

시마끼는 속으로 이놈이 아무래도 일을 칠놈이라고 혀를 빼물었다. 그는 잘못하다가는 덫에 걸린다는것을 생각하면서 확정적으로 말했다.

《그거야 당초에 명백한 문제가 아니던가요. 거듭 말하지만 제국이 김일성유격대때문에 받고있는 위협은 한두명의 경찰의 손실에 있는것이 아니라 실로 제국에 곁을 주지 않는 수천만민중의 민심에 있습니다. 그런것만큼 성전의 조속한 완수를 위해서나 륭성번영하는 제국의 튼튼한 지반을 위해서나 백관이 김일성유격대의 소멸을 위해 힘과 지혜를 아끼지 말아야 할줄 압니다.》

《과시 명철한 의견이네. 내 생각과 꼭같군. 나는 내 결심에 대해 군의 지지를 받는것이 무엇보다도 기쁘네.》

그것은 곧 담화가 끝났다는 신호인 동시에 이제는 돌아가라는 지시이기도 하였다.

시마끼는 어쩐지 혼마에게 손바닥으로 면상을 올리씻기운듯 한 불쾌한 기분을 안고 려관을 나섰다.

시마끼가 사라지자 혼마는 뒤따라나가려는 유경문을 불러세웠다. 그리고 부관을 시켜 장조부대의 지도관을 불러오게 하였다.

《반편같은놈!》

엉거주춤해서 다다미우에 거북하게 다시 꿇어앉으려는 유경문의 면상을 송곳처럼 쏘아보며 혼마는 소리쳤다.

내내 기분나쁠만큼 조용조용히 말하는 혼마에 버릇된 유경문은 갑자기 터져오른 벼락에 흠칫 놀라서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어째서 그런 일을 시마끼에게 먼저 보고하는가! 너희들은 련합토벌사령부의 직접관할하에 들어왔다는것을 아직 모르는가?》

《예, 그것은 알고있습니다. 헌데 이 사실은 어떻게 됐는지 저도 썩 후에야 알았기때문에···제가 보고를 받았을 때는 이미 그들은 알고있었습니다. 저는 연회장에서 곧장 집으로 갔기때문에···》

유경문은 뜻밖의 추궁에 몸둘바를 몰라 허둥거렸다.

혼마는 유경문이 애매하다는것을 진작 느끼고있으면서도 상욕을 마구 퍼부었다. 그의 욕설은 장조부대의 지도관이 들어와서야 겨우 그쳤다.

《일후에 다시 이와 같은 근무태만이 있었다가는 절대로 용서치 않을것이다.》

이러한 말을 듣고서야 유경문은 손수건을 꺼내여 벌겋게 달아오른 목덜미의 진땀을 훔쳤다.

혼마는 마치 연극배우처럼 인차 낯빛을 조용히 가다듬고 녀자용같이 무늬를 돋친 가느다란 물부리에 권연을 끼워문 다음 전혀 딴 사람같이 부드럽고 침착한 어조로 말하였다.

《나는 이 사태에 림하야 아직 사령부적인 전투는 벌리고싶지 않다. 우리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 압록강쪽의 부대를 다 옮겨오자면 아직 시간이 걸린다. 그런만큼 너희들이 각기 자기 관할지역에서 발생한 정황으로써 처리하기 바란다. 현경찰은 우선 가까운 지역의 경찰무력을 총동원하여 현지로 급히 출동시키라. 그래서 적세의 대소여하를 물론하고 과감한 돌격으로써 이를 소멸하라. 그리고 2려단에서는 백일평일대에 견고한 방어진을 구축하고 적의 출현에 대비하라. 적들은 틀림없이 휘풍동-옥돌골지경에서 북상을 기도할것이다. 이에 대처하여 올기강류역에서 그들을 대기하고있다가 안도, 돈화지경에로의 진출을 막아야 한다. 문제의 요점은 적들에게 한시도 여유를 주지 않고 보이는족족 소멸하는것이다. <일적섬멸주의>를 명심하라. 알겠느냐?》

유경문도 2려단의 지도관도 혼마의 꿍꿍이를 전혀 리해할수 없었으나 힘있게 알았노라고 대답했다.

혼마도 그들이 전혀 리해한것이 없다는것을 넘겨짚고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