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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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련합토벌사령부》자리에 올라앉은 혼마중장은 일체 신비주의를 싫어하였다. 입밖에 내여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자신은 《야마도다마시이》라는것을 믿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매우 드물게 하는 연설에서는 그 역시 《야마도다마시이》가 일본제국의 정신적공간임을 력설하지 않을수 없었고 바로 그때문에 그의 성격은 침울해졌다. 그는 안팎이 다른 자기의 말이 그 누구도 감동시키지 못한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만일 그런 쓸데없는 미사려구를 희롱하는데 정력을 소모하지 않고 지휘관들이 지휘를 능숙하게 하며 병사들이 자기를 보전하기 위하여 힘껏 싸우게 한다면 김일성유격대문제는 진작 해결되였을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온 나라를 기울여 들이대는 《야마도다마시이》에 대한 선전이 오늘날 일본의 이른바 국책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하고 무모한 불장난을 합리화하고있으며 사람들을 미치게 하여 아무런 개인적리익도, 국가적리익도 없는 광란적소동에로 내몰고있다는것도 그는 알고있다.

엄청난 돈과 시간과 정력을 바쳐 수행하고있는 이 우민화정책에 의하여 국민들의 눈, 입, 귀가 틀어막혔을뿐아니라 소위 정책작성자들의 머리까지도 돌아버렸다. 그리하여 어느덧 그자들은 실지로 《야마도다마시이》라는것이 있고 그것을 내휘두르면 일본제국이 《세계최강》으로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어떤놈은 미국의 돈과 석유와 파철로 전쟁을 하면서도 그 미국과 전쟁을 해보려고 날뛴다. 그런가 하면 남들이 《잠자는 사자》라고 업수이보니 저도 그럴것만 같아 서뿔리 중국에 접어들었다가 광막한 대륙의 진펄과 숲과 초원에 빠져 어쩔수없이 장기전에 끌려들고말았다.

고양이새끼가 소대가리를 맞다든 격이 된 일본군대가 다시 쏘련과 전쟁을 해보겠다고 노몽한으로 쳐들어간것은 《야마도다마시이》를 리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풀수 없는 수수께끼일것이다. 파쑈열에 들뜨고보니 사물이 모두 꺼꾸로 서보이는것이다. 그러나 만일에 파쑈열에 머리가 다소라도 돌지 않는다면 이 몸부림치는 광란의 세기를 어떻게 살아갈것인가.

그러나 혼마는 결코 자기를 현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위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는 미쳐돌아가는 나라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적도 없고 그 광란에 몸바칠 생각도 없었다. 그가 보건대 일본이 중국대륙을 경영한다든가 쏘련이나 미국과 본격적인 전쟁을 하겠다는것은 일본을 위해서 전혀 필요치도 않고 될성부른 구석도 전혀 없는 정신착란자의 망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은 문제가 다르다. 만일 중앙에 틀고앉은 중신, 정객들과 특히는 군부의 이다가끼, 도죠 하는것들이 현실을 똑바로 볼 눈을 가졌다면 노몽한에 군대를 들이밀것이 아니라 김일성유격대의 소멸에 온 국력을 기울였을것이다.

하시모도가 목이 잘리여간 다음 그자리에 들어앉은 이와구니가 자기 어깨에 중장견장을 달아주고 데라시마 대신 《련합토벌사령관》으로 임명하였을 때 혼마는 눈앞이 아찔하였었다. 사실 이다가끼도 그렇고 도죠도 그렇고 일본이 펼치고있는 수많은 전선가운데 가장 곤난한 전선이 이 전선이라는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이 문제는 일본의 군사, 정치적통제가 이미 확립된 지대의 문제라 이것을 거족적인 국책으로 내세우기 어렵게 되여있는것이다. 그들은 만주나 조선을 다 먹어치웠다는것으로 하여 오늘의 지위와 돈을 벌어들였는데 이제 다시금 막대한 군대와 돈을 내여 그것을 재차 《평정》하겠다면 아무리 어리석은 천황도, 중신도 고개를 기웃거릴것이다. 그러니 겉으로 일을 크게 벌리지 않는척하면서도 실속있는 대책을 취하자고 그들딴에는 골을 쓰고있는것이다.

혼마는 자기를 과대평가하지도 않았지만 과소평가하지도 않았다. 이와구니가 자기를 김일성유격대와의 전선에 배치한것은 역시 이와구니의 눈이 밝다는것을 말해주는것이며 바로 그때문에 자기는 개고생끝에 죽게 되리라는것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특별히 그를 비관에 빠뜨리지는 않았다. 그는 데라시마처럼 우둔하게 덤비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기 사업을 그 어떤 특무들의 롱락물로 만들수도 없다고 생각하였다.

혼마는 관동군수뇌부가 요구하는 방침에 따라 《일적섬멸주의》를 요점으로 하는 치표계획과 특수선무공작사업을 골자로 하는《토벌》계획을 만들어가지고 이와구니를 찾아갔다. 전임 부참모장 하시모도에 비해볼 때 이와구니는 훨씬 신축성이 있는 인간이였다. 그는 정규전을 들이대겠다는 자기의 방침에 대해 그런것은 《토벌사령관》자신이 전적으로 마음대로 하되 다만 한가지 래년봄까지 만주대륙과 조선에 공산주의자들과 그 군대만 없어지면 그만이라는것이였다. 결국 과정은 자유로 내버려두되 오는 봄에 가서 책임만 묻겠다는것이였다.

그는 이 엄청난 주문을 내놓으면서 이 여름에 제국은 김일성유격대와의 전선외에 중국과의 전선도 있고 그우에 만몽국경선에 또 하나의 새로운 전선을 펼친만큼 각 전선에서의 작전을 동시에 능률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이 여름에는 4만∼5만정도의 병력으로써 김일성유격대를 될수록 좁은 지역안에 봉쇄해서 《일적섬멸주의》를 강하게 내밀며 여기에 특수선무공작을 잘 배합해서 적어도 가을까지는 최종《토벌》을 끝내는 방침을 취하는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의견은 시마끼소좌를 비롯한 유력한 김일성유격대 전문가들도 찬성하고 또 우에다사령관과 참모장도 지지한다는것을 은근히 암시하였다.

그러면서도 그 방침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혼마는 그것이 오히려 쓰거웠다. 우로는 사령관으로부터 아래는 특수선무공작반장까지 찬성한다면 그만이지 그걸 반대할 인간이 관동군안에 어떻게 있을수 있단말인가.

이와구니 역시 자기라는 인간을 리해하고있다. 내맡기면 누가 간섭하지 않아도 힘껏 일한다는것을 내다보고있는것이다. 혼마는 쓰거운 웃음을 짓고 그날부터 줄곧 잠을 줄였으며 일체 주색을 금해버렸다. 륙도구의 사령부로 옮겨앉은 다음은 집에도 들리지 않았으며 신경에 볼일이 있어 가는 경우에도 려관집 드나들듯 잠시 집에 들려 눈을 붙이는 정도에 머물고 가족들과 별로 상종을 하지 않았다.

그는 조선인민혁명군이 국내로 쳐들어간것을 보고 랑패감을 느꼈으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 점도 없지 않았다. 이제 유격대가 조선에 건너갔으니 그렇다면 유격대《소멸》에 대한 과업을 직접 수행해야 할 사람은 조선주둔군사령관 나까무라대장이 아닌가. 그러나 또 유격대가 압록강을 다시 건너올수 있으니 그때는 이쪽에서 자루같은 포위진을 만들어놓고있다가 훌 걷어넣으면 될판이다. 그래서 혼마는 자기 관하에 배속된 부대들을 6도구로부터 24도구에 이르는 압록강기슭에 밀집대형을 지어 늘여세웠다. 그런데 웬걸 유격대는 나까무라대장의 뺨을 본때있게 후려갈겨놓고 두만강쪽으로 훌쩍 날아가버렸다.

혼마는 처음 한동안은 기가 찼다. 그러나 역시 대상이 김일성장군의 유격대라는것을 생각할 때 자기가 너무나 단꿈을 꾸고있었다는것을 깨닫고 쓰거운 웃음을 지었다. 이와구니 역시 그렇게 쉽사리 《토벌》성과가 이루어지리라고는 당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노라고 대범하게 나왔다.

이와구니의 의견에 따라 부랴부랴 두만강쪽으로 부대를 이동시켜 좁은 지역에다 유격대를 봉쇄하여 《소멸》할 계획을 세우고 부대들을 하나하나 배치하였으며 그 주둔구역들에 손수 나가보고 엄정한 질서를 세워나갔다. 지방무력까지 합치면 4만정도-이와구니는 더는 증강을 바라지 말라고 잘라말했지만 단지 유격대를 좁은 지역에 봉쇄해놓고 치는것이라면 증강을 더 청할것도 없을것 같았다.

그는 지도를 들여다보자마자 두만강기슭으로부터 올라오던 도로가 안도, 돈화와 화룡으로 갈라져나간 증봉산일대를 그러한 구상을 실현하는 관건적인 지점으로 짚었다. 확대경으로 거듭 뜯어보고 훑어볼수록 올기강기슭 백일평이야말로 이해여름의 《토벌》성과를 든든히 밑받침하는 거점이라는 판단이 굳어졌다. 두만강 류역치고 제일 높은 고지인 증봉산을 타고앉아 화룡, 안도, 돈화 세현을 련결하는 도로를 차단해버린다면 마치 유격대를 자루안에 걷어넣고 그 자루목을 틀어쥐는것이나 같지 않는가. 이렇게 판단한 혼마는 부랴부랴 봉천2려단의 주력을 올기강기슭 백일평에 배치하고 도로를 봉쇄할 축성물공사를 다그쳐댔다.

자기의 기도가 현지에서 어떻게 실현돼가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오늘 화룡에 들려보니 그럭저럭 일은 괜찮게 돼가는듯 한데 관례에 따라 지방관리들과 유지들이 그를 주연에 초대하였다. 그는 거절하지 않고 초대에 응했으며 짧지 않은 시간을 바쳐 속들여다뵈는 연설을 참을성있게 들었다. 모두 달라붙어 그에게 술을 먹이자고 들었다. 그러나 그는 받는 잔마다 주런이 제앞에 벌려놓았을뿐 입에 대지를 않았다.

흥성거리던 술자리는 밤이 깊어갈수록 취기가 가시여졌다. 자정이 되여 헤여질 때 길림1려단장과 봉천2려단장 그리고 현경찰국장이 쑤군거리는 소리를 엿들으니 그것들이 어지간히 정신이 든 모양이였다.

《이거 처음부터 말째게 구는데···》

봉천2려단장 장조의 말이였다.

《그래보라지, 제가 목을 잘 친다면 이쪽은 내빼는 재주가 있으니까.》

현경찰국장 유경문의 대꾸이다.

길림1려단장은 코를 흥흥 내불더니 노래가락조로 웅얼거렸다.

《아사라, 너무 그러지를 말라구 해. 혼마도 한달전까지는 다 같은 소장이였어. 내 술에 독을 친줄 아느냐, 개자식!》

혼마는 소변을 보면서 혼자 쓴웃음을 짓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네놈들이 정신을 안차릴수야 없지.》

단지 께름한것은 한자리에 앉아 자기 흉내라도 내는것처럼 술을 입에 대지 않고 랭랭히 도사리고있던 시마끼소좌의 표정이였다.

혼마는 그자의 매부리코와 이따금 송곳끝처럼 찌르고드는 그 올빼미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데라시마가 모리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가 하는것을 대충 들어서 알고있었던만큼 이와구니에게 자기의 방침을 이야기하면서 만일 《련합토벌사령부》가 시마끼소좌의 간섭을 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시마끼소좌를 《토벌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자기를 그 휘하의 한개 부대장으로 임명하는것이 좋겠다고 말하였다. 이와구니는 껄껄 웃으며 시마끼는 아직 소좌로서 축척이 큰 지도는 볼줄 모르기때문에 사령관직을 감당할것 같지 못하니 안심하라고 하였다.

그 시마끼가 자기 먼저 여기에 나와 틀고앉았다. 알고보니 특수선무공작반에서 쓰는 지도는 자기네 사령부에서 흔히 쓰는 축척보다 더 큰 50만분의 1지도였다. 그가 자기보다 더 넓은 전선에 걸쳐 적을 대하고있다는것을 생각하니 불쾌하였다. 사업의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아무튼 어디서나 맞서고싶지 않고 만나고싶지 않은 사나이였다.

숙소는 유경문의 집에 정하겠다고 하는것을 꾸짖고 려관에 자리를 잡았다. 유경문의 애비가 화룡굴지의 대지주이고 금천동에 만주중공업산하의 광산과 맞먹는 광맥을 독차지하고있는 대부호이며 만주국 실권자들가운데는 그의 옛동료가 많아서 다루기 만만찮은 인물이라는것을 혼마도 들어서 알고있었다. 그러기에 혼마는 더구나 그 집안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하루밤의 안락한 생활과 향락을 위하여 체모를 잃고싶지 않았던것이다.

그는 래일중으로 안도방향을 돌아 새로 사령부를 옮긴 길림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작정이였다.

김일성유격대가 두만강을 건너 화룡땅을 흽쓸고있으리라는것은 모든 징후로 보아 명백하였다. 그렇다고 전임자들처림 서뿔리 접어들지는 않을것이다. 지방무력으로 어디까지나 방비를 강화하면서 이 여름에 최후소탕전을 위한 전투준비의 만전에 력량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밀림에 잎이 지면 사면팔방에서 포위를 좁혀들여야 한다. 유격대가 가는곳 도처에 《토벌대》가 있고 경찰이 있고 보위단이 있게 하여 단 한사람의 유격대라도 맞다들리면 물고늘어져서 한걸음한걸음 죄여든다면 제 어디로 갈텐가. 아무리 이 대륙이 넓다한들 한두개 현을 철통같이 포위하여 죄여든다면 제국이 그처럼 안타까이 바라는 그 결과를 얻어내고야말것이다.

지금 화룡에는 기왕 있는 한개대대의 수비대와 경찰무력, 보위단외에 길림과 봉천에서 2개려단의 위만군, 한개 대대의 독립수비대를 증강하였으며 특별히 김일성유격대의 《토벌》에 쓰기 위하여 경험있는 포수들로 조직한 《신선대》를 연길지방에서 끌어다놓았다. 이쯤한 무력을 여기에 집결해놓았으니 올기강기슭을 자루목처림 막아버리기만 하면 필요할 때 능히 포위망을 형성할수 있을것이다.

덤빌 필요는 없다. 김일성유격대를 없애는 일은 제국이 힘겹게 뻗치고있는 가장 중요한 전선의 승리적결속을 의미하는것이다. 따라서 이 일을 신중하게 대하지 않고 공을 탐내여 덤비던 모든 인간들이 참패를 당한것은 응당한 일이다.

나는 결코 영웅도 위인도 아니니··· 분수있게 놀아야지. 내가 개인의 힘으로 김일성장군과 대결한다는것은 망상이다··· 그러니··· 시마끼라는 놈은 확실히 기분나쁜 놈이다. 그놈은 무엇때문에 술도 안먹고···

혼마는 기껏 화려하게 꾸리노라고 했지만 어딘가 촌티가 구석구석 내배이는 지방려관의 자기 침실에서 이 궁리 저 궁리 하다가 혼곤히 잠에 취해들어갔다. 그러다가 멍멍 하고 개짖는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경비원들이 데리고있는 군견들이 짖는 소리였다.

이어 복도의 널마루를 쿵쿵 울리며 다급히 다가오는 소리가 났다. 부관의 걸음걸이였다.

무슨 일이 생겼다는것을 깨달은 혼마는 어둠에서 군복을 찾아입은 다음 불을 켰다.

부관은 잠잔 흔적이라고 없는 혼마를 보자 송구한듯이 보고하였다.

《각하, 현경찰국장이 급히 만나뵈올것을 청합니다. 김일성유격대에 대한 보고가 들어왔답니다.》

《들어오라고 해라.》

혼마는 조용히 말하였다.

《시마끼소좌가 함께 왔는데요.》

《그도 들어오라고 해라. 그리고 저 군견수들을 다 돌려보내라. 산속도 아닌데 필요없다.》

《알았습니다.》

부관이 물러간 사이 혼마는 천천히 일어나 창문을 열고 어쩐지 탁하게 느껴지는 방안의 공기를 갈았다.

바깥에서는 구질구질 비가 내리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