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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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목을 정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밤새 론의가 있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락착을 보았다. 처음에는 달리기, 줄당기기, 사격, 무기분해결합, 씨름 등 온갖 종목들이 다 예견되였으나 마을사람들을 참가시켜야 한다는 사령관동지의 말씀에 비추어 실제조건을 하나하나 따져보니 합당한것이 별로 많지 못했다. 결국 마을청년들을 참가시켜 축구시합을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론의가 그것으로 끝난것은 아니였다. 축구시합을 하는데는 조를 같라야 하겠는데 휘풍동, 회양동, 옥돌골 세 동네 청년들로써 따로 한조를 내고 7, 8련대에서 각각 한조, 경위중대와 독립대대를 합쳐 한조 이렇게 네조로 하자는데 합의를 보기까지 두시간 가까운 론쟁을 해야 하였다.

운동회가 있으니 준비를 하라는 통지가 있은 다음부터 부대들에서는 밤을 새워가며 선수선발 등 준비로 끓어번지는데 이것이 시간따라 변하기때문에 동네마다 밤새도록 와- 와- 끓었다. 휘풍동쪽에서는 옥돌골로, 옥돌골에서는 회양동쪽으로 한밤중에 서로 정찰을 띄워보냈다.

아침식사가 끝날무렵에는 벌써 경기장에 선수들이 모여들어 뽈을 차기 시작하였다.

군수관 조진범은 제 배낭속에 간수해두었던 뽈을 밤사이 바람을 불어넣어 뺑뺑하게 해놓고도 새벽같이 김태규가 달려들어 뽈을 내라고 하니 벌써 누가 가져갔다고 잘 내놓지 않았다. 그도 말은 사령부 군수관이라고 하지만 은근히 경위중대편이라 기왕이면 경위중대에 조금이라도 뽈을 더 채우고싶어서 그러는것이였다.

《군수관동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렇게 사를 보기요?》

김태규는 울컥해서 대들었다.

《사를 보다니, 내가 사를 본게 뭐 있다고 그래? 이 동무가 별스럽게 말하는군. 그렇게 승벽을 내면 8련대가 우승을 할것 같아서 그래? 아무래도 경위중대를 못당해요.》

조진범은 능글능글 웃으며 약을 올렸다.

《내가 뭐 8련대가 돼서 그러는줄 아시오? 난 마을청년들의 지도원이란말이요.》

《동무가? 그건 언제 그렇게 됐나?》

《언제 그렇게 되긴? 어제부터 그렇게 됐지요.》

《글쎄 누가 동무에게 그런 분공을 주었나말이야?》

《자, 이렇게 답답하다구야, 그거야 우리가 마을에 들어설 때부터 다 그렇게 작정된 일 아니요.》

《흠, 모를 일이군그래. 동무가 마을청년들 팀을 지도하는가?》

《그렇지요,》

《허- 그거 안됐는데··· 사령관동지께서 마을사람들을 생각하시는것을 보면 한꼴쯤은 내야 하겠는데 동무가 지도해가지구야 어디 되겠나···》

조진범은 정말 불안한 표정이 되여 고개를 기웃거렸다.

《이거 사람을 어떻게 보고 이러시오? 내가 본시 경위중대 축구선수였다는것을 모르오? 경위중대에서 떠나면 축구기술도 없어지는줄 아시오?》

《내 전에 장백 있을 때 동무 뽈차는것을 다 봤기에 하는 소리야. 그건 그렇다치고 동무가 진짜 마을청년들 팀 지도원인가?》

《자, 이 아바이가 끈끈도 하다. 내가 옥돌골청년들과의 공작을 맡은것을 모르시오?》

《음, 그런 소리는 들은것 같다. 그러니 동무가 이번에 아주 중요한 책임을 지게 됐구만. 사령관동지께서 이번에 운동회를 조직하신것도 실은 마을사람들의 사기를 고무하고 유격대와 인민들사이의 련계를 강화해서 우리 혁명력량을 튼튼히 꾸리자고 하시는건데 그러고보면 동무가 진짜 마을청년들을 잘 지도해서 이기도록 해야 할거란말야.》

《그래서 이렇게 돌아다니지 않소. 그 뽈 누가 가져갔소? 좀 찾아주시오.》

김태규는 조진범의 말귀가 좀 열리는 눈치를 채고 바싹 달라붙었다. 그러나 조진범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능청스럽게 말하였다.

《이미 가져간 뽈을 누가 내놓겠대나.》

《대체 누가 가져갔소? 그 뽈이 지금 어디 있소?》

《가만, 그럴것 없이 나한테 예비가 하나 또 있으니 그거라도 가져가게.》

《예비? 그럼 뽈이 두개란말이요?》

《두개든 세개든 그런것은 동무들이 알것 없네.》

그러면서 조진범은 주인집 실겅우의 함지박속에서 뺑뺑 불어난 뽈을 꺼내여 김태규의 가슴에 안겨주었다.

김태규는 미심쩍은 눈길로 조진범의 능글능글한 얼굴을 뜯어보다가 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아니 이거야 그전부터 차던 그 뽈 아니요?》

《글쎄 그런건 동무들이 알것 없대두. 자, 그런데 운동장차비는 다 됐나···》

조진범은 자꾸 이야기를 하다나면 제 속심이 드러날것 같아 슬쩍 피하여 동구밖으로 어슬렁어술렁 앞질러 걸어갔다.

《헤, 능청스러운 아바이로군.》

김태규는 혼자 중얼거리고나서 운동장과는 딴 방향으로 해서 마을청년들을 대기시켜놓은 언덕너머로 달려올라갔다.

그는 달리면서도 복잡한 궁리를 하였다. 아무리 생각해야 승산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아직 뽈을 차보지는 않았지만 세 동네 청년들을 모아놓고 축구를 해봤다는 사람들을 다 뽑아내니 겨우 세사람밖에 안되였다. 거기에 축구라는 말이라도 들어본 사람을 합치니 일곱명, 김태규자신이 마을청년들속에 섞이여 찬다 해도 여덟명밖에 안된다. 그런데 축구를 해봤다는 세사람이라는것도 대단히 껄끔하였다. 그 세사람가운데 그중 아는체하며 나서는것이 손영백인데 이 사람은 기왕에 도회지바람을 쐬고와서 그런지 아무것이나 모른다는게 없었다. 그래도 세 동네에서 시국물정에 그중 밝고 또 이런 산골에서 홀몸으로 돈벌이를 떠날 담보를 가진 사람이라 무슨 일을 해도 제낄손은 있었다. 더구나 사령부 조직과장이 직접 내려와서 자주 그를 만나는것을 보면 속이 단단한 사람같았다.

짐작같아서는 자기가 마을청년들속에서 공개된 활동을 한다면 조직과장은 비밀조직을 내오기 위한 준비를 하는것 같았다. 이래저래 김태규가 동네에서 공작하는데 그중 의거하는 대상이 그 손영백이였다.

모록한 소나무숲속에 아늑한 공지가 있었다. 새 잔디가 아직도 노르끼레한 색을 띠고있는 한 무덤가에 스무나문명나마 되는 마을청년들이 모여 와짝 떠들어대고있다. 씨름을 안고있는것이다.

《동무들, 씨름은 중지요. 축구뿐이요. 자, 좀 련습합시다.》

김태규는 언덕을 올라오는 참 뽈을 내질렀다. 마음먹고 내찼는데 생각한것처럼 시원하게 잘 나가지 않았다.

《아니 씨름은 왜 그만둔대요?》

심판을 보는지 훈수를 하는지 가운데 들어 그중 목청을 돋구고있던 성만이가 허리를 펴고 돌아서며 물었다. 뽈은 공중을 날아서 그의 발앞에 와 떨어졌다. 발끝을 안쪽으로 눕히며 잡는다는것이 헛발질을 해서 공은 다시 공중으로 튀여올랐다. 손영백이가 재차 내려오는 뽈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그것은 그래도 제법 텅 소리를 내며 다시 하늘로 솟아올랐다.

《씨름이나 달리기는 해봐야 개인경기기때문에 볼맛이 없고 결과가 뻔드름하다는거요. 그리고 시간도 없고··· 그러니 축구에서 기어코 이겨야겠는데··· 정말 영백동무는 좀 해봤구만. 그럼 동무들은 모여서 좀 차보오. 우리는 여기서 전술을 좀 짭시다.》

태규가 말할 사이도 없이 청년들은 와- 하며 뽈을 쫓아갔다.

누구의것인지 뽈과 함께 짚신짝이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와- 하고 웃음통이 터졌다.

《자, 이거 신이 또 문제다···》

성만이와 영백이앞에 종이장을 꺼내놓고 주머니에서 연필을 더듬어찾던 김태규는 뽈보다 더 높이 날아오른 짚신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가만, 내 다시 좀 내려갔다올테니 동무들끼리 초벌 짜보오. 그런데 신발문수를 다 아는 재간이 있나. 좌우간···》

그는 속으로 선수로 꼽고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신발문수를 가늠해보았다.

신은 다 한심하지만 고무신은 끈으로 동여맬셈치고 그나마 없는것이 다섯동무였다. 그런데 옥돌골의 손영백이는 신이 없을뿐아니라 발이 어찌나 큰지 짐작에 전부대를 들추어도 맞는 신을 찾아낼것 같지 않았다.

김태규가 고개를 기웃거리며 언덕을 내려가는데 저앞에서 장경수가 씩씩거리며 달려올라온다.

김태규는 뽈을 가지러온다는것을 눈치채고 얼른 되돌아달렸다. 그러나 어느새 그를 띄여본 장경수가 소리쳤다.

《소대장동무, 소대장동무-》

태규는 하는수없이 멎어섰다. 그러면서 뽈차는 청년들을 향하여 연방 눈짓을 하였으나 무슨 영문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한 친구가 보라는듯이 한번 냅다질러서 뽈은 바로 김태규의 앞으로 날아왔다. 결이 난김에 한번 맞받아찾더니 맞은편에 있는 소나무를 공중날아넘어 골짜기아래로 굴러갔다.

《야-》

환성이 터져올랐다.

《여보 소대장동무, 뽈을 가지고 달아나면 경기는 어떻게 하라는거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같은 소대에서 너나들이로 지내던 장경수는 마주서자마자 볼부은 소리를 하였다.

《달아나긴 누가 달아나, 련습을 하는거지.》

《련습을 하는데 이렇게 숨어서 하면 딴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거요?》

《숨어서 하지 않으면 동무들 보는데서 하란말이요? 전술이 다 드러나게···》

《전술? 하하하.》

장경수는 어이가 없어서 한바탕 웃었다.

《내려가기요. 운동장에서 모두 기다리오.》

《여보, 유격대야 뭐라오. 기왕 뽈차던 사람도 많은데··· 이건 생짜란말이요. 내 좀 련습시켜가지고 내려가겠소.》

《련습은 무슨 련습, 한 반시간 련습해서 무엇이 좀 나아질것 같소. 그러지 말고 이제 대전을 어떻게 하겠는지 모르겠는데 가령 마을사람들하고 7련대하고 붙는다 하면말이요, 8련대에서 새로 입대한 동무들을 몇사람 꿔온단말이요. 그다음에는 또 딴데서 좀 꾸고···》

《그것도 그럼직한데···》

김태규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그럴수 없소. 그게 마을청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것 같지 않소. 다른 수는 없을가?》

《그거 뭐 복잡하게 그럴게 있소. 정정당당하게 내놓고 하면 될것 아니요. 선수가 모자라서 좀 보충했수다 하고말이요. 그러면 그 누구도 말 못할게란말이요. 좌우간 뽈을 가지고 모두 갑시다. 운동장에 나가서 같이 련습해보기오.》

김태규는 하는수없이 청년들을 데리고 장경수를 따라갔다.

그러나 운동장에 나가보니 그의 걱정은 전혀 필요없는것으로 되였다.

마지막으로 경기일정을 보신 사령관동지께서 마을청년들을 따로 한조로 내온것은 그만두는게 좋겠다고 말씀하신것이였다. 조그마한 동네에서 축구팀을 하나 만들어서 유격대와 시합을 시킨다는것은 아무래도 대상이 되기 어렵고 오히려 마을사람들의 기만 꺾게 될테니 차라리 지금 유격대의 주둔지별로 마을청년들을 유격대 각 팀에 몇사람씩 의무적으로 섞어넣게 하는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지금 한창 선수명단을 조절하느라고 야단들이였다. 한팀에 마을사람들을 세사람씩 꼭꼭 참가시키기로 되였는데 그 마을사람들을 몽땅 김태규가 데리고 가버린데다 료해가 없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던것이다.

김태규가 나타나니 각 부대의 주장들이 저마다 잡아끌었다.

이야기를 듣고난 태규는 마음이 놓이는 대신 어쩐지 좀 허전해졌다. 시합을 한대야 질것은 뻔했지만 그만둔다 하니까 오히려 경기란 해봐야 아는건데 잘하면 이길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였다. 출전팀은 셋이였다. 7, 8련대가 각각 한팀씩이고 경위중대와 독립대대를 합쳐서 또 한팀을 만들었다.

첫경기는 경위중대와 8련대 사이에 벌어졌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경기장 한쪽옆에 따로 마련한 자리에 동네로인들과 함께 앉으시였다. 처음 경기장을 닦을 때부터 그런 타산을 했기때문에 그네를 매군 하던 느릅나무그늘이 바로 사령관동지께서 앉으신 자리에 드리우게끔 하였다.

동네에는 아낙네, 처녀들은 물론 남정들도 축구라는 말을 못들어본 사람이 태반이라 희한한 구경거리가 났다고 모두 명절차림들을 하고 떨쳐나섰다.

사령관동지께서 그렇게 말리셨는데도 옥돌골이나 휘풍동에서는 지짐을 부치고 떡을 쳐서 꾸려온 사람도 있고 까마귀병에 술을 담아가지고 온 중년들도 적지 않았다. 돌아다니며 봐야 많지도 못한 산재부락들인데 몽땅 떨쳐나서고보니 경기장둘레에 사람담벽이 이루어졌다. 거기에 크고작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사타구니사이로 쏙쏙 빠져나오며 부산스레 돌아쳤다.

《이 금안으로 들어서면 안됩니다. 앞사람들은 모두 앉으시오. 그러면 널직이 서서 얼마든지 볼수 있는데 왜 이렇게들 미시오. 자- 조금씩 물러섭시다. 야- 이 좁쌀친구들, 어디 가서 한자리에 앉아라!》

경기장의 질서유지를 책임진 강봉수가 돌아가며 소리쳤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그가 와서 소리를 칠 때는 좀 물러서는척 하다가 어느새 조금씩조금씩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여 강봉수가 두번, 세번 그어놓은 금을 침범하군 하였다.

《아, 자꾸 나가지 말라구 하쟁이요. 에그 극성도스럽다.》

한 아주머니는 누가 밀지도 않는데 몸을 뒤흔들며 슬쩍 앞으로 한발자국 내밀었다.

《그 아주머니 꽤 보채는군.》

옆에 서있던 장정이 어이없다는듯 중얼거리다가 저도 따라나섰다.

《자, 이거 또 나갈내기야. 그럼 나도 나가야지.》

그옆에 서있던 청년은 몰래 한걸음씩 나서는것이 무슨 재미있는 놀음이라도 되는듯이 휘휘 눈치를 살피다가 히쭉 웃으며 냉큼 나서서 시치미를 뻑 따고섰다.

강봉수는 저쪽구석까지 사람들을 밀고나갔다가 뒤를 돌아보고 기가 막혀서 허허 웃었다.

웃동을 벗어붙이고 경기장 한복판에 나가서있던 7련대의 신길남이 아무래도 더는 시간을 끌수 없다고 보아 호각을 획- 불었다. 그는 첫경기의 심판이였다. 호각을 목에 걸고 손에는 회중시계를 들었다. 사령관동지의것이였다.

《경위중대, 8련대 나오시오.》

그러자 경위중대와 독립대대의 혼성팀쪽에서 먼저 줄을 지어선 선수대렬이 달려나왔다. 앞에는 주장인 장경수가 서고 뒤로 단단히 신들메들을 해신은 유격대원들이 따라섰는데 마감 세사람은 바지를 입은 마을청년들이였다.

《아니 저게 김준삼동무가 아닙니까?》

사령관동지께서 박덕산을 향해 물으시였다.

아까부터 경위중대선수대렬을 유심히 살피고있던 박덕산은 입을 꾹 다물고있다가 범상한 어조로 말씀드리였다.

《그런것 같습니다.》

《허허허, 그러니 8련대가 어렵게 됐습니다. 간도에서 소문이 난 동문데 견디겠습니까?》

《그렇다고 준삼동무 혼자서 다할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허허허, 어쨌든 8련대로서는 첫경기부터 재미없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째 8련대에서는 나오지 않습니까?》

사령관동지께서는 박덕산의 안색이 심각하게 변하는것을 흥미있게 살펴보시였다.

8련대쪽에서는 지금 웃동을 벗어붙인 선수들이 한절반은 얽혀돌아가며 웅성거리는데 아직 무엇인가 차비가 안된 모양이다. 거기서도 중대장, 소대장들이 어서 나가라거니 말라거니 하며 떠들어댄다.

박덕산이 못보는척하면서도 연신 그쪽으로 눈길을 보내고있는데 김태규가 신 한컬레를 들고 달려 지나갔다.

《태규동무, 어떻게 된거요?》

덕산은 침착하게 물었다.

《정위동지, 한동무 신이 없어서 그럽니다.》

《신이 없다니, 누가 없소?》

《손영백이라고 동네청년인데 발이 어찌나 큰지 우리 부대에는 맞는 신이 없습니다. 이거면 맞겠는지···》

하며 김태규가 쳐드는것을 보니 거지반 판이 다 난 로동화이다.

《일들을 참 떨떨하게 하오.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지, 그런데 그 신이야 뭐 큰게 있소. 그걸 나주고 이 신을 신겨보오.》

덕산은 사령관동지쪽을 몰래 돌아보며 슬쩍 제신을 벗어서 내밀었다. 늘 신이 맞지 않아서 고생하는 그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덕산이가 시치미를 뻑 따고 점잖게 앉아있지만 신을 서슴없이 벗고나서는것을 보면 그 역시 승벽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속으로 웃으시였다.

경기장에서는 신길남이 연신 호각을 불어댄다.

드디여 경기는 시작되였다.

《아니 어째 뽈을 발로만 찬다오? 손으로 훌 걷어넣으면 좋쟁이오?》

성만이 어머니가 자기 아들이 들어가서 뽈을 차는바람에 부쩍 기가 돋아서 지켜보는데 어찌다 문전에서 뽈을 잡은 성만이가 헛다리질을 하는바람에 긴장됐던 장내에 와- 웃음통이 터져오르자 알수 없다는듯이 중얼거렸다.

《손으로 집어넣으면 좋겠지만 어디 손에 집어들 사이나 있슴둥. 번개같이 달려드는데 손으로 잡자다가 밟히겠소다. 저거 보지, 저 아주바이는 껑충 뛰면서 손으로 잡쟁이오.》

이런 상수네 아주머니 말에 옆에 있던 늙수그레한 남정이 알은체하며 설명을 하였다.

《손으로 뿌려서야 저렇게 큰 공을 얼마나 멀리 뿌려내겠소. 발로 드립다 차야 멀리 가지.》

《모를 소리다. 그래도 저 문대에 넣어야 이긴다는데 발루다 어떻게 맞혀내겠슴둥.》

구경군들이 이처럼 떠들어대는 가운데 경기는 점점 열을 띠여갔다. 지난 겨울 눈속에서 경위중대끼리 하던 시합과는 달리 이것은 본격적으로 문을 세우고 경기장규격도 제대로 잡고 하는 정식경기라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또 선수들이 지난 겨울의 행군기간에 치여난 몸이 채 추서지 못하여 한동안 뽈이 향방없이 오락가락하였다. 중학교시절에 벌써 축구선수로 소문이 난 김준삼이조차도 이따금 헛다리질을 하였고 마음먹고 내지른 뽈이 풀밭을 몇바퀴 디굴디굴 구르다가 채 문대까지 가기도 전에 멎어버리기도 하였다.

그대신 선수들은 서로 무던히 몰려서 비비댔다.

그래도 찬찬히 보면 역시 뽈차는 솜씨가 뛰여나는 선수들이 눈에 띄였다. 경위중대, 독립대대혼성팀에서는 역시 김준삼이, 장경수, 거기에 나이 어린 김재영이가 날쌔게 돌아치며 많은 활동을 하였고 방어로선 리성림이가 이따금 차례지는 뽈을 처리하는데 아주 책임적으로 정확하게 하였다.

8련대에서는 김태규가 역시 그중 낫고 동네청년들속에서는 방금 박덕산의 신을 얻어신고 들어간 손영백이가 괜찮게 뽈을 찼다.

《저 사람이 3년만에 개화경을 끼고 나타났다는 동무입니까?》

사령관동지께서는 나란히 앉은 리경서로인에게 물으시였다.

《예, 그렇습니다. 사람이 원체 깼습지요. 그러다나니 좀 싱거울사한데도 있지만 아무 일에나 빠지지를 않습니다.》

《아직 개화경을 끼고다닙니까?》

《웬걸요. 그걸 구경하겠다고 세 동네에서 근 한해를 두고 그 집으로 몰려다니더니 그 집 아이녀석이 아주 박산을 내고말았답니다. 다섯살난놈이 어른들 몰래 그걸 끼고나갔던 모양입니다. 헌데 개가 놀라서 접어드는바람에 혼이 나서 내빼다가 넘어졌다나요. 그래서 한쪽 다리가 부러졌는데 그래도 개가 그냥 짖어대니 그것을 벗어서 활 집어던졌다는군요.》

《허허허, 아까운걸 그랬습니다.》

《동네에서 모두 분해하였지요. 그래도 그 사람은 대범해서 껄껄 웃으며 아낙이 쨍쨍하는걸 오히려 눌러놓았답니다. 지금도 아마 그 개화경다리는 그 집 어디에 있을것입니다.》

그러는사이 경기는 아슬아슬한 고비에 이르렀다. 오백룡이 저도 모르는사이 엉뎅이를 들썩들썩한다. 처음부터 선수들이 그쯘하게 째인 경위중대쪽에서 훨씬 우세하여 뽈은 그냥 8련대문전에서 오락가락하는데 웬일인지 꼴을 내지 못하였다. 그것도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8련대는 열한명의 선수들이 몽땅 자기문전에 모여들어 방어를 하는데 거기에 또 경위중대쪽에서는 방어수 한사람만 남겨놓고 다 꼴을 내겠다고 공격에 달라붙었다. 그러다나니 온통 다리투성이라 뽈이 다리에 걸려 어디로 뚫고나갈 짬이 없었다.

이러루한 경기에서는 승부가 반드시 실력에 의해서만 결정되는것이 아니라 전혀 예상외의 결과를 빚어내는 일이 드물지 않다. 그러기때문에 축구의 물계나 아는 오백룡은 자기네 문전을 다 비워놓고 억지로 꼴을 내보겠다고 덤벼치는 경위중대 선수들이 미타하게 생각되여 연신 불안한 눈길을 굴렸다. 그러나 그 역시 먼저 한꼴을 내버리면 마음을 놓을것 같아 괜히 뽈을 끌고 이리저리 몰다가 빼앗기군 하는 김준삼이가 안타깝게 생각되였다.

《혼자 몰지 말고 련락하라구, 련락!》

그는 마침내 소리를 쳤다.

리경서로인이 담배대에 부시깃을 갖다대다가 놀라 흠칫하고 고개를 드는바람에 이번에는 깃에 불이 번져 아따따 하고 손을 털었다.

《허허허.》

사령관동지께서 웃으시자 오백룡은 얼굴이 벌개졌다.

《중대장동무가 몸이 달아서 저럽니다. 이제 저 뽈이 저 기둥을 해세운 문대안에 들어가야 이기는것인데 그것이 잘 안돼서 그럽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리는 로인에게 친절하게 설명하시였다.

《예, 알겠습니다. 거 과연 잘들 합니다. 그런데 저렇게 올리뛰고 내리뛰고 해서야 숨이 차서 어디 견디겠습니까? 과연 수고들을 합니다.》

로인은 왕청같은 소리를 심중하게 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백룡이 몸이 달아하는것을 힐끔힐끔 곁눈질해보며 태연한척 앉아있는 박덕산이는 실상 자기도 모르는사이 제 다리를 움찔움찔하였다.

그런데 정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한참 돌아치다가 신들메가 풀려진 김태규가 경기장 한가운데 혼자 퍼더앉아서 신을 고쳐신고있는데 8련대문전에서 갈팡질팡하던 뽈이 마침내 김준삼의 다리에 정통으로 걸렸다. 좋은 기회를 얻은 준삼은 마침 문대에서 거리도 좋고 각도도 좋아서 반대쪽 구석을 겨누어 힘껏 내질렀다. 그러나 지나치게 좋은 기회는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것이 아니다. 뽈은 정확하게 엉거주춤해있는 문지기의 눈앞을 총알같이 스치며 반대쪽구석으로 쌩하니 날아갔다. 소문난 공격수가 마음먹고 지른 뽈이라 세고 날랜 뽈이였다. 그런데 그 뽈이 문대에 가 정통으로 들어맞고 튀여나와버렸다. 튀여나와도 문앞 어디쯤에 떨어졌다면 그앞에 여러명 우글거리던 경위중대공격수들이 가볍게 발만 갖다대도 문대안으로 굴러들어가겠는데 일이 안될 때라 맞을 때 어찌나 세게 맞았던지 새벽에 구뎅이를 파고 묻어넣은 이깔나무기둥이 삐딱이 기울어졌다. 그리고도 뽈은 날아올 때와 같은 속도로 경기장복판까지 튀여나가서 신들메를 조이고있던 김태규앞으로 굴러갔다. 마침 일어서려던 김태규는 이게 웬 떡이냐 해서 뽈을 잡는참 앞을 바라보았다. 경위중대문전까지는 광활한 땅에 사람그림자 하나 없었다. 반대편 기슭에 방어수 한사람이 서있다가 달려오지만 아득한 거리였다. 그는 주저없이 뽈을 내찼다. 몰 필요도 없고 재간을 부릴 필요도 없다. 문전가까이까지 내찬 뽈을 죽으라고 따라가서 잡으니 경위중대 문지기 강철룡이가 눈이 커다래서 자리를 못잡고 갈팡질팡하며 소리친다.

《빨리 들어오라, 빨리! 김태규! 너 어디 두고보자!》

마지막 말은 누가 못듣게 그러나 위협조를 섞어 내뱉었다.

그러나 심판도 못 따라올 먼거리라 별수없이 그 뽈을 강철룡이 혼자서 겪게 되였다.

《저리로 쏴라! 친선경기야! 친선! 없다, 없어!》

숨을 헐떡거리며 성난 상사말처럼 짓쳐들어오는 김태규의 땀이 번들거리는 얼굴을 겁에 질려 바라보며 강철룡은 재차 소리쳤다.

구경군들이 와- 들고일어났다. 오백룡이도, 박덕산이도 나중에는 사령관동지께서도 일어나시였다.

그러자 리경서로인까지 이게 모두 일어나는 판인가보다 해서 주섬주섬 담배쌈지랑 부시돌을 그러쥐며 덩달아 일어나서 중얼거렸다.

《거 참 잘하는군.》

강철룡이가 아무리 위협을 했지만 안될 때라 김태규의 귀에는 그 소리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량편의 응원소리와 구경군들의 떠나갈듯 한 환호성조차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기회다 하는 생각뿐이다. 침착해서, 침착해서···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지만 따라잡자면 아직 멀었다. 내찼다가는 빗나갈수 있다. 강철룡소대장을 슬쩍 골려서··· 옳지, 네가 이쪽으로 쏠리는구나···

김태규는 뽈을 발끝에 달고 한걸음한걸음 밀고들어갔다. 그런데 경기에 익숙하지 못한 강철룡은 뽈만 보며 뒤걸음치다나니 그물도 없는 문대뒤로 빠져나갔다는것도 모르고 그냥 뒤걸음질이다.

《야! 차라!》

마침내 역증을 폭발시킨 강철룡이가 이렇게 소리쳤을 때는 꼴은 이미 나버린 뒤였다.

신길남이 호각을 획 불며 뽈을 주어다 중앙선에 갖다놓았다.

《한심하군··· 앞으로 나가 덮칠게지.》

오백룡은 분한 나머지 주저앉을 대신 벌떡 일어났다.

《그래도 강철룡동무가 침착하구만. 그런판에 한꼴만 먹는다는것이 쉽지 않지.》

박덕산이 천천히 앉으며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렀다.

8련대선수들이 김태규를 목말을 태워가지고 와- 환성을 지르며 달려오고 8련대 응원석에서는 너들너들 춤을 추며 돌아갔다. 잠시후에는 어디서 얻어왔는지 양푼 두드리는 소리, 꽹과리소리까지 들려왔다.

경기장둘레는 점점 열기를 띠여갔다. 사람들의 얼굴도 데쳐놓은것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오백룡이 혼자 기분이 나빠서 사령관동지 몰래 자리를 빠져나가더니 강철룡이가 얼이 나간것처럼 멍청하니 서있는 문대뒤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그러나 경기는 또 아까처럼 8련대문전에서 벌어지고있었기때문에 경위중대문쪽에는 아무도 주의를 돌리지 않는다.

《이리 나오라구.》

오백룡은 강철룡의 옆구리를 잡아당겼다.

《중대장동무요? 참 기가 막혀서··· 방어수라는게 다 제 뿔뿔이로 돌아치니 어디 해먹겠소.》

《나오라니까.》

오백룡은 덮어놓고 또 소매를 잡아끌었다.

《아니 왜 그러오다?》

《왜 그러고 뭐고 동무는 틀렸어. 나가라구.》

이러고있는데 8련대쪽에서 뽈을 몰고 폭풍처럼 들이닥쳤다.

심판이 문전에 문지기가 둘이 있는것을 보고 눈이 둥그래서 손을 내흔들었다. 급해맞은 오백룡은 강철룡을 강제로 내보내고 제가 문가운데 뻗치고섰다.

다행히 뽈은 정지성이가 중간에서 잘라내여 멀리 내차버려서 위기는 가셨지만 강철룡은 밀려나가지고도 치근치근 달라붙었다.

《꼴을 먹은게 나혼자 책임이란말요?》

《그건 이따 두고보기요. 도대체 동무는 선수자격이 없소. 장경수가 동무를 소대장이라고 해서 내세운 모양인데 동무를 세우느니 차라리 빈 문으로 둬두는게 좋겠소.》

오백룡은 이러면서 옷동을 벗어붙였다. 그리고는 앞을 살피는데 또다시 뽈이 넘어올 기미가 보이자 정지성이가 앞질러 달려들어왔다. 아까 불의의 반공격에 싱겁게 한알을 먹고난 다음부터 경위중대의 방어수들도 경각성이 높아졌다. 오백룡이 들어가서 큰일을 칠것처럼 서둘렀지만 결국 전반전은 1대 0으로 8련대가 앞선 가운데 끝이 났다.

그런데 후반전이 시작되여 문을 바꾸는바람에 사령관동지 계시는데서 멀리 떨어져있던 8련대 꼴문이 바로 눈앞이 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경위중대 문지기가 바뀌인것을 아무도 모르고있었는네 후반전이 시작되고보니 문지기는 전반전대로 강철룡이가 다시 들어서고 그대신 어수룩한 최병규가 밀려났다.

박덕산은 자기네 문전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오백룡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까부터 오백룡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은 했으나 무슨 일때문에 나갔겠거니 해서 별로 주의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경기장에 들어가서 날뛰는것을 보니 도무지 피가 끓어 참을수가 없다.

그는 사령관동지의 눈치를 살폈다. 사령관동지께서도 오백룡을 처음으로 발견하시였다.

《아니 오백룡동무가 언제 들어갔습니까? 방금까지 여기 앉아있었던것 같은데···》

《경위중대장어른이 아까부터 나가서 뽈을 찼지오다.》

하고 리경서로인이 대답을 올렸다.

《내 저기 저 기둥 있는데서 한사람 밀어내고 들어가는것을 보았습니다. 역시 높은 간부가 돼서 발질을 잘합니다.》

《허허허, 저 경위중대장동무가 본시 축구선수입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흡족하시여 축구에 대해 전혀 아는것이 없는 로인에게 그때마다 친절하게 설명하시였다.

《전년에 우리 동네에도 제기를 잘 차는 사람이 있었지요. 김치경이라고 후창사람인데 사냥을 나갔다가 호랑이를 만나서 정신을 잃고 벼랑으로 굴러떨어졌답니다. 그게 어혈이 져서 1년만에 종내 죽었지만 그 사람이 살아있었으면 한몫 할걸 그랬습니다. 그 사람이 소리 잘하고 춤 잘 추고···》

이러는데 경기장의 정세는 또다시 긴장되였다. 오백룡이가 뽈을 몰고 마구 내달리는데 어찌나 무섭게 내뛰는지 감히 누가 접어들 엄두를 못낸다.

《중대장동무, 이리로! 이리로!》

김준삼이 한걸음 앞질러 빈구석으로 달리면서 소리친다. 8련대문전에는 아슬아슬한 위기가 조성되였다.

오백룡은 김준삼의 말은 들은체도 않고 곧장 문앞으로 달려가더니 상대방 방어수들이 와- 몰려들자 뽈을 슬쩍 김준삼에게 넘겨주었다.

준삼은 안타까와 발을 구르던 참에 뽈이 넘어오니 엉겁결에 냅다질렀는데 워낙 소문난 솜씨라 거칠것 없이 꼴문을 째고 날아갔다.

《와-》

하늘이 무너질것 같은 함성이 터져올랐다.

박덕산이 벌떡 일어났다. 자기도 모르는사이 웃동을 벗어붙인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어느새 숨을 씩씩거리는 박덕산의 거동을 눈여겨보시다가 리경서로인의 두루막자락을 슬쩍 잡아끄시며 덕산을 보라고 눈짓하시였다.

덕산은 그것도 모르고 발을 내려다보니 신이 없다. 아까 신을 바꾸어주고 어방없이 작은것을 뒤축을 꺾어신고있었는데 잠시 내려다보다가 두짝 다 훌 벗어팽개쳤다. 그리고는 곧장 경기장으로 달려나갔다.

심판이 뽈을 중앙선에 갖다놓고 다시 호각을 불려다가 한손을 쳐들고 달려들어오는 덕산을 보자 놀라서 나가라고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그러나 덕산은 경기장안에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다가 그중 약해보이는 대원 한사람을 밀어내고 제가 그자리에 섰다.

덕산이가 경기에 참가하게 되자 장내는 더욱 끓어번졌다.

오백룡이도 뽈을 괜찮게 찼지만 덕산은 몸집이 커서 그가 한번 뽈을 잡기만 하면 범접하기 힘들고 또 빨랐다. 그런데다 잔뜩 열이 올라서 눈을 희번덕거리며 돌아가는바람에 기가 약한 사람들은 감히 맞서지를 못하였다.

《하하하.》

사령관동지께서는 통쾌하게 옷으시였다.

얼마나 천진란만한 사람들인가. 조국을 광복하고 인민을 구원하겠다고 싸움에 떨쳐나서 10년세월 숲속에서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시련을 다 겪었지만 가장 뜨거운 인간미를 가슴깊이 간직하고있는 전사들을 보시니 왜 그런지 가슴 한구석이 징하니 젖어드는것을 어찌할수 없으시였다. 저렇게 어질고 곧은 사람들이 무엇때문에 짓밟혀야 하는가. 저런 인간들을 용납하지 않는 계급사회를 어찌 참다운 인간들의 사회라고 하겠는가.

오백룡이와 박덕산이 들어가서 맹활동을 했지만 별로 큰 역할은 못했다. 그대신 선수들뿐아니라 응원군들의 가슴에까지 불을 달아놓았다.

후반전에 들어가서 박덕산이와 오백룡에게 관심이 쏠려가는 사이 경위중대의 중간방어수들인 정지성이와 리성림이가 서로 련락을 잘해서 한쪽 귀퉁이로 몰고들어가다가 정지성이가 넘겨준 뽈을 성림이가 머리받이로 우습게 한알을 넣어버렸다.

결국 경기는 2대 1로 경위중대편에서 이겼다.

후끈 달아난것은 박덕산이였다. 그는 다음경기는 아예 자기가 처음부터 나갈 차비로 휴식시간에 선수들을 몽땅 불러앉혀놓고 전술을 짰다.

다음경기는 7련대와 경위중대였다. 방금 경기를 한끝에 계속해서 경기를 하게 되는것때문에 서로 안하겠다고 뻗대다가 제비를 뽑아서 대전하는 차례가 정해진것이라 경위중대는 딱 싫은것을 억지로 들어갔다. 그런데 역시 그것이 불리해서 그런지 어쨌든 경위중대는 별로 맥을 못쓰고 두꼴이나 먹었다. 공격은 김준삼이가 거의 독판치다싶이했지만 매번 빗나가기만 하였다. 만일 정지성이와 리성림이가 둘이 발을 맞추어 방어를 잘하지 않았다면 두꼴을 더 먹었을는지 모른다.

《리성림동무가 기왕에 못해본 체육이 없다더니 확실히 뽈을 잘 찹니다. 훈련만 제대로 했다면 거의 전문선수만큼 찰것 같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마구 차대는 엉터리선수들가운데서 별로 날뛰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요진통에 자리를 잡고있다가 매번 깨끗하게 뽈을 차고 정황을 능숙하게 처리하군 하는 성림을 유심히 살피시며 말씀하시였다,

《본시 재간이 있는 동무입니다.》

사령부 조직과장이 이렇게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저 동무에게 기회를 주면 경위중대가 두꼴씩 먹고 저희들은 한꼴도 못내서 저렇게 초조해 돌아가지 않겠는데 김준삼동무가 오랜 선수라니 모두 김준삼동무에게만 뽈을 들이민단말입니다.》

《그래도 리성림동무와 정지성동무가 방어를 잘하니 7련대의 저 불같은 공격을 그만큼이라도 막아내는것 같습니다. 리성림이하고 정지성이 발이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집단경기에서는 집단주의정신이 있어야 하는건데 저 지휘관들을 보시오. 모두 독판치기거던. 뭐 여기서는 인민적작풍이란 꼬물만큼도 없군. 허허허.》

사령관동지께서는 경기다 하면 체면불구하고 기가 돋아서 펄펄 뛰는 지휘관들을 사랑스럽게 살펴보시였다. 그것이 얼마나 인민적인가. 높은 사람이라고 틀이나 차리고있는 인간들이라면 전사들이 결코 그들을 친형처럼 따르지도 않을것이고 생사고락을 같이 하자고 나서지도 않을것이다.

마감경기는 차례에 의해서 7련대와 8련대사이에 벌어졌다. 이번에는 아까 경위중대가 겪은 고충을 7련대가 겪게 되였다 .이번 경기의 심판은 정지성이였다. 그가 속으로 타산해보니 여기서 7련대가 이기면 결국 7련대가 우승을 하고 경위중대는 2등밖에 못한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비기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정지성은 중간휴식시간을 각박하게 지켜 20분이 되기 전에 제먼저 경기장에 나가 선수들을 나오라고 소리쳤다. 이번에는 8련대가 먼저 나가섰다. 방금 경위중대와의 만만치 않은 경기를 치르고 난 7련대에서는 아직도 가쁜숨이 가라앉지 않은 때라 좀체로 일어날 차비가 아니였다.

경기가 시작된 때로부터 내내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던 오중흡이 이때에야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이거 심판이 공정해야 될것 아니요. 아까는 30분이나 쉬는 시간을 주었는데 왜 이번에는 소변볼 짬도 안주면서 이렇게 볶아치오?》

《련대장동지, 경기와 경기사이의 휴식시간은 20분으로 미리 정해져있습니다. 어서 내보내십시오. 그러지 않다간 규률점수를 깎겠습니다.》

《뭐 규률점수? 그런것도 있소? 여보 정동무, 그런데 선수들이 숨을 좀 돌려야지 방금 뛰고난 동무들을 그자리에서 불러낸단말이요.》

《그야 마찬가지지요. 아까 우리는 안그랬나요?》

《그런데 아까는 이렇게 짧지 않았단말이요.》

《아 시계를 보면서 하는건데 틀림이 있겠습니까.》

정지성은 시계를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그는 무척 엄격하게 하는척했지만 사실은 오중흡의 수에 넘어가고있었다.

오중흡은 시간이 됐다는것을 자신의 시계를 가지고도 알고있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선수들에게 여유를 주기 위하여 일부러 심판에게 시비를 걸어 시간을 끌고있는것이였다.

그는 오백룡이나 박덕산이처럼 경기장으로 웃동을 벗어붙이고 뛰여들지는 않았지만 그들보다 훨씬 더 경기에 열을 내며 돌아갔다. 지휘관자리로 마련해준 곳에 얼굴도 내밀지 않고 처음부터 련대에 가서 선수들을 데리고 전술을 함께 짰으며 나가라, 들어가라 하고 소리를 치고 선수들을 불러서 누구누구를 봉쇄하라고 속삭이기도 하였던것이다.

이처럼 오중흡이 수를 써가며 시간을 끌었지만 한경기분의 시간을 푹 쉰데다 한번 실패한데서 교훈을 찾고 든든히 짜고나온 8련대를 당할수는 없었다. 전반전은 7련대편이 공격을 더 많이 해서 우세해보이는듯 하더니 후반전에 들어가자 눈에 알리게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어쩐지 앞선 경기의 피로뿐만아니라 고난에 찬 지난 겨울의 흔적까지 드러나는듯 하였다. 숨이 차서 달리지를 못하고 뽈을 잡아도 픽픽 쓰러지군 하였다. 그래도 꼴을 먹지는 않던것이 경기마감시간을 10분쯤 남겨놓고 박덕산이가 뽈을 잡더니 《나가자!》하고 소리를 쳤다. 그러자 8련대의 선수들이 문지기 하나를 내놓고 몽땅 떨어나서 공격에로 나왔다. 그것이 박덕산이가 근 두시간동안 토론하고 궁리하고 론쟁을 한끝에 짜낸 전술이였다. 뽈을 차는것이 아니라 열명의 선수들이 몽땅 달라붙어 억지로 구겨박다싶이 한꼴을 내버렸다. 그러자 시간이였다.

이때 경기장 바깥에서도 하나의 사건이 생겼다. 8련대선수들이 7련대문전으로 짓쳐들어가자 구경군들도 덩달아 와- 소리를 치며 한쪽으로 쏠렸는데 그 사품에 내뛰던 리춘서의 아들 갑성이가 넘어져서 마침 경기장을 만들 때 찍어낸 나무그루터기에 이마가 째졌다.

꼴을 낸 8련대응원석에서 또다시 양푼을 두드리며 춤을 추고 련대정위까지 목말을 태우겠다고 떠들썩 돌아갈 때 상수의 아들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자기네 대장격인 정섭이를 찾아왔다.

《아저씨, 큰일났어요. 갑성이 죽어가요.》

정섭이는 자기 련대가 꼴을 먹었기때문에 기분이 나빠서 마음에도 없는 박수를 치고있다가 깜짝 놀라 일어섰다.

《왜 그러니? 어디 아파?》

《피가 막 나요. 빨리 가자요.》

상수의 아들은 정섭이의 팔을 끌고 냅다달렸다.

아닌게아니라 갑성이는 손바닥을 이마에 갖다대고 울고있는데 어른들한테 욕을 먹을가봐 소리도 크게 못치고 쿨쩍거리기만 한다.

《어찌다가 이렇게 됐니?》

정섭이는 피가 질펀한 아이의 손바닥을 잡아제끼며 다급히 물었다.

《나무뿌리에 찔렸어요. 달려가는데 저 휘풍동령감이 밀쳤어요.》

상수의 아들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령감을 눈을 흘겨 돌아보며 고해바쳤다.

《휘풍동령감이 뭐냐? 할아버지보고···》

정섭이는 이렇게 말하며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상처는 그리 대단치 않았지만 피를 멈추어야 하겠는데 당장 가진것이 없다. 버릇처럼 주머니와 옷섶을 뒤적거리던 그는 불에 덴것처럼 흠칫했다. 손에 말큰한 촉감이 느껴진다. 명주수건이다. 순간 가슴이 찌르르해졌다. 필네의 얼굴이 커다랗게 확대되여 떠올랐다. 그것을 꺼내자니 어쩐지 가슴이 허전하였지만 어쩌는수 없는 일이였다. 유격대는 인민을 위한 군대가 아닌가.

정섭이는 대홍단전투때 본대로 제 탄띠에서 많지도 않은 탄알 한알을 꺼내여 화약을 상처에 바르고 아직 한번도 써본적 없는 새하얀 명주수건을 동여맸다.

이날은 여러가지로 뜻깊은 날이였다.

저녁은 동네에서도 유격대에서도 푸짐하게 차렸다.

밤에 대규모적인 오락회가 벌어졌다. 그리고 바로 이날밤에 회양동에 조국광복회조직이 무어졌다.

사령부 조직과장의 지도밑에 리춘서를 책임자로 선거한 첫 회의에서는 수일후 마을청년들을 다 망라한 반일청년회를 내올데 대한 분공이 손영백에게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