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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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준비구령이 떨어지자 숲속은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휴식하는동안 나무껍질을 벗기고 구호를 쓰던 동무들은 먹을 건사하느라고 분주히 돌아가고 지휘관들은 대원들의 행장을 검열하느라고 정렬한 대오의 앞뒤를 오고갔다.

대렬은 그쯘하였다. 유표한것은 아직 바지저고리차림인 강정섭이 한사람뿐이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신문을 정지성에게 넘겨주시며 일어서시였다.

《준삼동무의 말대로 사건의 규모는 상당히 큰것이 사실입니다. 하이라르부근의 대초원지대에서 국경충돌이 벌어졌다면 간단히 끝나기 어렵습니다.》

신문을 넘겨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대기하고있는 강봉수와 전령병들을 돌아보시고나서 다시 김준삼에게 말씀하시였다.

《그럼 우리도 출발합시다. 그래 준삼동무도 이제는 이것이 틀림없는 전쟁도발이라는것을 믿습니까?》

국경쪽 적을 경계하느라고 여태 후위에 섰던 7련대가 이번에는 올기강서쪽의 적들을 제압하기 위하여 먼저 출발하였다. 사령부를 모신 대렬도 이미 행군을 시작하였다. 후위에 서게 된 8련대만 아직 저쪽 휴식장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있을뿐 경위중대도 독립대대도 다 출발하였다.

정지성은 신문을 받아들고 한쪽면을 펼쳐보면서 사령부의 뒤를 따랐다. 쏘련과 일본사이에 전쟁이 터졌다는 말을 장경수가 돌린 다음부터 누구나 그 문제에 흥미를 가지고있던차에 마침 그것이 신문에 났다니 그로서도 궁금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사령관동지의 어조에서는 평소와 별다른 변화를 느낄수가 없었다.

김준삼은 사령관동지의 말씀이 딱히 질문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던지 잠시 망설이다가 때가 썩 지난 다음에야 대답을 올리였다.

《이제 와서 보면 모든것이 사령관동지께서 말씀하신대로라고 생각합니다. 놈들의 보도만 보아도 국경에서 수백명단위의 부대가 하루에도 몇차례씩 드나들고 기계화부대와 기병부대가 충돌하고 게다가 쏘련비행기가 7대나 떨어졌다고 주어치니 그 규모가 벌써 단순한 사건의 범위는 벗어났다고 봅니다.》

《하기는 벌써 3년째 해오는 중일전쟁도 사변이라고 하는 놈들이니까 그건 충분히 그럴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놈들이 중국과의 전쟁도 힘겨워하고있는 처지에 쏘련과는 무엇때문에 해보자고 들었는가 하는것이 문제입니다.》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심중하신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만일에 적들이 쏘련과의 본격전쟁을 결심했다면 일제가 더욱 광란적인 단계에 들어섰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쏘련으로서도 매우 큰 시련이라고 봐야 할것입니다. 유럽에서 독일제국주의가 쏘련에 대한 침략기도를 로골적으로 보이고있고 영국, 미국 같은 자본주의렬강들이 히틀러를 음으로 양으로 뒤받침해주고있는 때에 배후로부터 일제의 공격을 받게 된다는것은 어쨌든 큰 타격이 아닐수 없습니다.》

김일성동지의 안색은 전에없이 엄숙하시였다.

준삼은 그것이 몹시 뜻밖이였던지 잠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여 말씀드리였다.

《사령관동지, 그러나 일제가 중국과 쏘련을 상대로 전쟁을 벌렸다면 아무래도 저놈들에게 승산이 없는것은 사실이 아닙니까? 어차피 망하고만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돌이킬수 없는 운명일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그리 헐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것입니다. 왜놈들이 전쟁을 시작했다면 그놈들로서도 일정하게 믿는 구석이 있을것입니다.》

《사령관동지, 그래도 우리 혁명에는 아주 유리한 정세가 아닙니까?》

사령관동지께서는 이윽히 준삼의 얼굴을 바라보시였다.

《유리한 정세라··· 놈들의 뒤통수를 간단히 후려갈겨서 혁명을 끝내보자는것입니까?》

《그런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전날 제가 경솔하게 말해서 사령관동지께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만 일제가 어려운 형편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우리는 많은 일을 할수 있다고 봅니다.》

《옳소, 많은 일을 할수 있소. 뿐만아니라 많은 일을 할것을 요구하고있소.》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웅심깊은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많은 일을 한다는것은 유리한 국제정세가 우리에게 그 무엇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는것이 아니라 더 많은 피와 땀을 흘리며 투쟁을 강화한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준삼동무, 전날도 말했지만 우리 조선의 공산주의자들은 한시도 이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에게 뼈저린 교훈이 없는가? 먼 옛날은 그만두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제정세만 바라보고있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러라고 권고하는 사람도 많았고··· 그런 사람들이 <열하원정>로선도 만들어냈고 그런 사람들이 그 로선때문에 참담한 손실을 빚어내기도 하였습니다.》

사령관동지의 말씀은 차츰 열을 띠여가는대신 어쩐지 혼자말씀을 하시는것처럼 조용히 가라앉았다.

준삼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그이의 뒤를 묵묵히 따랐다.

《그럼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겠는가?》

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수선하게 뒤엉킨 문제의 초점을 곧바로 겨냥하듯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시였다.

《지금 우리가 진출하는 지대에서 적이 움직이는것을 보면 저놈들이 복잡한 정세에 파묻혀 어지간히 급해한다는것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춘기공세를 시작할 때 놈들이 <련합토벌사령부>를 새로 조직하고 그 우두머리를 갈아치웠다고 하더니 이놈들이 이해 여름에 무슨 꿍꿍이를 하겠는가 하는것이 대체로 짐작됩니다. 저놈들도 이제 우리와 근 10년이나 싸움을 해봤으니 여름에는 더구나 승산이 없다는것을 잘 알것입니다. 그런데 싸움판은 사방에 크게 벌려놓았지··· 그러니까 저놈들이 이 여름에 최소한도의 무력으로 좁은 지역에 우리를 봉쇄하고 제발 가만 있어주기를 바랄것입니다. 천만에!》

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일제가 침략전쟁을 더욱더 확대하고있는 이때 움츠러들것이 아니라 반대로 꼬리대가리를 돌아보지 못하게 사면팔방에서 들고쳐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맹렬한 군사정치활동을 벌려나갈것입니다. 이것이 이 여름에 우리가 수행해야 할 과업입니다. 그래야 우리 혁명도 크게 전진시킬수 있고 세계혁명에도 기여하게 됩니다. 이제 두고보시오. 우리가 무산지구를 들이치고 그달음으로 두만강줄기를 휩쓸어나가기때문에 저 압록강 여울목에 목을 늘이고있던놈들이 지금쯤 백두산줄기를 타고넘느라고 땀깨나 흘릴것입니다. 이미 코는 꿰여놓았습니다. 더 큰놈을 끌어다 더 큼직하게 쳐야 합니다. 그러면 또 더 큰놈을 끌어올것입니다. 이것이 올해 여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오백룡을 돌아보시였다.

오백룡은 사령관동지의 눈길을 느끼자 인차 달려왔다.

《조직과장동무도 좀 오시오.》

사령관동지께서는 두사람이 다가오는것을 기다리시며 걸음발을 늦추시였다.

김준삼은 자기 대오로 돌아갈양으로 보고를 드리자고 하는데 그이께서는 다시 말씀을 하시였다.

《정세가 유리하면 할수록 우리는 우리 인민들을 튼튼히 묶어세워야 합니다. 우리가 계획한대로 정치사업을 활발히 벌려야겠습니다. 우리는 광범한 대중을 조직함으로써만 우리 혁명의 승리를 거둘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움직일수 없는 철칙입니다. 조직과장동무.》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이미 수첩을 꺼내들고 그이의 말씀을 기다리는 조직과장의 재기넘치는 얼굴을 돌아보시였다.

《우리가 이 백두산동북부에서 떠난지는 퍽 오래되는데 우리 부대에 이 지방의 연고자들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지는 못합니다.》

조직과장은 기다리고있었다는듯이 그 자리에서 수첩을 번지기 시작하였다.

《누가 있습니까?》

《사령부 기관총소대장동무는 1927년부터 가막골에서 농사를 지었고 유격대 창건초기에는 어랑촌근거지에 있었습니다.》

《그건 나도 압니다. 그다음?》

《지금 곰의골밀영에서 치료를 받고있는 정치지도원 리학렬동무와 재봉대 최옥금동무입니다. 옥금동무는 본인은 연길에 있었지만 동생이 대립자에서 학교에 다녔고 지금은 그의 5촌큰아버지가 현성부근 어느 농촌에서 살고있다고 합니다.》

《기억이 납니다. 무슨 목산지 장론지 한다는 큰아버지 아닙니까. 옥금동무가 그 큰아버지때문에 <민생단>에 몰린적이 있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옥금동무는 그 큰아버지를 원쑤처럼 생각하고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료해해보지 못했습니다.》

회양동까지 30리길을 쳐도 저물기 전에 능히 가댈수 있을것이기때문에 사령관동지께서는 일부러 행군속도를 조절하시였다. 그러시면서 조직과장의 보고에 기초하시여 화룡지구의 연고자들을 하나하나 만나보시고 긴 담화들을 해나가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