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18

 

18

 

살아서 천대받던 사병들은 죽어서도 역시 차별대우를 받았다. 왜놈지도관의 시체는 그길로 현성으로 실려갔고 거기서 모모한 유지인사들의 참석하에 단독장례를 올렸지만 이백셋이나 되는 나머지 시체들은 거름더미처럼 달구지에 실려서 백일평병영으로 실려왔다. 그가운데는 멀지 않은곳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언제 기별을 띄우고 어쩌고 할 겨를이 없었다. 6월의 폭양이 사정없이 내리쬐여 하루가 지나니 벌써 크지 않은 동네에 시취가 푹 배였다.

이백셋이나 되는 송장우에 또 두사람의 송장이 보태여졌다. 올기강기슭의 죽음의 싸움터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2대대장과 그의 안해가 총살당하였다.

공산군에게 포로되였다가 놓여난 쉰두명의 하졸들가운데 제발로 병영을 찾아온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공산군에게 자진해서 총을 바치고 관대한 취급을 받았으며 다시는 침략군대에 복무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다진 다음 각자 려비까지 타가지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중 10여명이 헌병과 경찰에 붙들리여 부랴부랴 달려온 시마끼소좌에게 압송되여왔다.

시마끼는 심문과정에 그들이 공산군으로부터 어떤 선전을 들었으며 누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 하는것을 알게 되였다.

2대대장이 밤중에 몰래 백리평으로 스며들어온것은 자못 뜻밖이였다. 자료에 의하여 그는 평소에 벌써 염전사상이 농후하고 불평불만을 감추고 다닌다는 인간인데 같이 포로되였던 하졸들은 그가 공산군에 그대로 남아있는것으로 알고있었다.

그런 그가 한밤중에 마을로 기여든것은 자신이 대대장이기때문에 설마 병졸들이 자기를 다치랴 하는 타산이 있었고 또 어떻게 하나 안해를 빼가지고 가서 앞으로 자유롭게 행동하려는 생각에서였다.

시마끼는 하루종일 붙잡아온 포로들을 심문하고 려단장 장조의 무능을 꾸짖고 신경에 올려보낼 보고서를 검토하느라고 시달리다가 2대대장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자 당장 잡아오라고 소리쳤다.

2대대장은 순순히 오라를 지려 하지 않았다. 잡으러간 헌병들과의 사이에 불질이 오고갔는데 그틈에 끼여든 그의 안해가 탄알을 맞고 쓰러졌다. 안해가 쓰러지자 그는 반항을 중지하였으며 묶이여올 때 거듭 안해의 시체를 어루만졌다.

이튿날 200여개의 송장들을 석유를 뿌려서 한꺼번에 화장을 하고 2대대장은 총살당하였다. 그들 부부의 시체는 누가 치웠는지 또 따로 처치되였다.

그럭저럭 송장들은 다 없어졌으나 동네에는 그후 보름가까이나 시취가 떠돌았다.

유격대는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사흘후 올기강에서의 참패상을 구체적으로 료해하기 위하여 먼길을 달려온 혼마중장은 길림으로 돌아가는길에 백일평에 들리여 현지를 돌아보았다.

《내 생각에는···》

하고 혼마는 말하였다.

《유격대가 결코 멀리 갔다고 볼수가 없단말이야. 소좌, 그런데 당신들은 무슨 그런 방면의 수단과 방법이 있을듯한데 그런것이 전혀 없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런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만일 각하께서 꼭 유격대의 소재지가 알고싶다면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마끼는 어딘가 수도승비슷하게 생긴 혼마의 버쩍 마른 얼굴을 모멸에 차서 바라보며 말했다.

《여보게 소좌.》

하고 혼마는 정색해서 불렀다.

《지금 우리가 당하고있는 실정은 자네도 잘 아는터가 아닌가. 우리는 지금 사방에 널어놓은 전선들때문에 고충을 겪고있네. 만일 이곳 전선까지 확대된다면 큰 문제일세. 그런데 적이 이만저만한가. 사병들이 사기를 잃고 대대장까지 공산군에 설복되여 도망치려는판에 자네가 관동군 수뇌부의 한 성원으로서 더 좀 실질적인 방조를 주어야 옳지 않을가?》

《본관으로서도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에게는 전날 휘풍동일대에 유격대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가지고 각하를 찾아갔을 때 각하께서 타산하신것이 바로 오늘의 이와 같은 사태가 아니였던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그때 각하의 타산에 의한다면 이것은 결코 예상외의 사태라고 볼수가 없습니다. 김일성유격대와 대결하는데 그 정도의 노력으로써 이보다 나은 결과가 있을것을 기대한다는것은 실례입니다만 평소의 명석하신 각하의 판단력에 비추어볼 때 리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허허허···》

혼마는 별안간 어울리지도 않는 호걸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문제를 요란하게 세우지 말라구. 10분간의 전투에서 한개 대대의 손실을 입었다는것은 물론 간단치 않은 일인것만은 사실이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또한 귀중한것이네. 김일성유격대가 얼마나 만만찮은 상대인가 하는것을 깨우치는 점에서는 이백세개의 시체나 52명의 포로가 그리 많은것도 아니네.》

《각하.》

하고 시마끼는 타협조로 불렀다.

《나는 각하의 방침이나 견해에 대해 별반 딴 의견이 없습니다. 요컨대 이번 타격에서 얻은 교훈을 충분히 살려서 앞으로의 작전에서 만전을 기할수만 있다면 희생이 적지 않은 대신 거기서 우리가 얻는것도 적지 않을것만 사실입니다. 다만 우려되는것은 본관의 경험에 의하면 김일성유격대의 이번 행동성격으로 보아 우리가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숲속에 가만히 박혀있지 않을것 같다는 점입니다.》

《그건 그래, 그건 그렇단말이야, 그들을 여기서 놓치면 더욱 걷잡기 어렵게 되네. 문제는 여기 안도, 화룡 지구에서 결판을 내야 하네. 그러나 소좌, 자네가 보기에도 우리의 태세는 확고한것이 못되지 않는가. 이제 백일평이 이 지경이 되고보니 김일성유격대를 자루같은데 걷어넣는다는것은 지나친 환상이라는것이 명백해졌네. 나는 고집쟁이는 아니야, 역시 일정한 병력이 있어야 올기강에서 꿰진 구멍을 틀어막을것 같네. 나에게는 이제 두어개사단만이라도 더 보강해준다면 무엇을 해볼것 같은데 어떤가. 지금 형편에서 그것이 가능할것 같은가?》

혼마도 어느 정도 누그러들어서 시마끼에게 의논을 걸었다.

《글쎄올시다. 각하의 성과이자 곧 우리 공작반의 성과나 다름없으니 나도 그 점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해보았습니다만 현재 이 좁은 현경안에 무려 4만여명의 병력이 집결되여있습니다. 병력문제를 가지고 수뇌부를 설복하기는 난관이 있을것 같습니다.》

《글쎄 그렇다니까. 유격대를 좁은 지역에 봉쇄하는데는 이만한 병력이면 넉넉하고도 남지. 허나 우리가 당초에 타산했던것처럼 락엽이 질 때까지 그들이 가만있어주어야말이지. 가만있기는커녕 우리가 매복하자는곳에 먼저 매복하고있다가 들고치니 견딜수가 있나.》

《두고봐야 알겠지만 유격대가 계속 이와 같이 공세를 취한다면 당초의 계획을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가요?》

시마끼는 그 당초의 계획을 세우는데 자기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는것만큼 될수록 자극을 안주려고 부드럽게 떠보았다.

《글쎄 실정을 반영하고 이와구니소장과 새 방침을 세워야 할것 같네. 여하튼 시마끼군, 앞으로 피차 련계를 강화하면서 이 문제에서만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기로 하자구. 그런데 그 장조라는자는 처먹기는 잘하는데 군사는 판무식한놈이더군.》

《그러기에 지도관을 똑똑한것을 박아야 합니다. 려단장자리를 실력으로 차지한것이 아니니까 그를 나무랄것도 없지요.》

이렇게 두사람사이에 다소 헝클어졌던 감정이 순하게 풀리여 담배들을 한대씩 구수하게 피워물고 장조에 대한 뒤소리를 하고있는데 장조 당자가 뚱뚱한 몸을 흔들며 달려들어오더니 손수건으로 이마전을 훔치며 말했다.

《본부 수비대에서 전화가 왔는데 석인구경찰서가 김일성유격대의 습격을 받았답니다.》

《뭐 석인구가?》

혼마는 아직 석인구에 대해서는 아는것이 없는지라 이렇게 받아외우며 시마끼를 돌아보았다.

《그걸 본부에서는 어떻게 알았다는거요?》

시마끼는 혼마의 눈길을 못본체하고 이렇게 물었다.

《거기서 원군을 보내달라고 전화를 걸어온 모양이요.》

《본부경찰에서는 아무 련락도 없소?》

《경찰쪽에서는 원체 이런 일에···》

《그래 출동했다는가?》

《그런것 같긴 한데···》

시마끼가 따지고드니 장조는 땀을 훔치던 손수건을 기계적으로 이마와 목덜미로 옮겨가며 꾹꾹 누를뿐 대답을 못했다.

《바보같은자식들, 가봅시다.》

《어떻게 된 일인가?》

시마끼가 나가려 하자 혼마는 영문을 알수 없어 엄하게 물었다.

《암만해도 공산군의 수에 또 걸려든것 같습니다. 전화를 걸어봐야 알겠지만 석인구경찰에서 직접 본부의 수비대에 전화를 걸수는 없습니다. 본부에 같은 경찰이 있는데 무엇때문에 수비대에 전화를 직접 걸겠습니까? 출동했다면 필시 또 매복에 걸렸을것입니다. 그러기때문에 공산유격대와의 전투에서는 군사일면만 가지고 싸우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것이 우리의 주장이란말입니다.》

시마끼는 어쩐지 번마다 자기를 누르려는듯한 혼마에게 은근히 한대 안겨준 다음 전화가 걸려왔다는 장조의 방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그의 추측은 틀림이 없었다. 현경찰에도, 린접한 대마록구본부의 경찰대에도 아무런 련락이 없다는것이였다. 어수룩한 본부 수비대는 한개중대의 인원만 병영에 남겨두고 총출동했는데 석인구를 불의에 포위하기 위하여 일부러 길을 버리고 산속으로 행군해갔다는것이였다.

《사람을 웃기는군.》

하고 시마끼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혼마에게 정중하게 자기가 예측하는바를 설명하였다.

《공산군이 석인구경찰을 습격한것은 사실일것입니다. 그러나 전화를 건것은 경찰이 아니라 유격대라고 짐작됩니다. 전화 걸어놓고 기다리는 유격대를 포위하겠다고 산길로 찾아갔다는 본부수비대의 운명은 묻지 않아도 명백한것입니다.》

《흠.》

혼마는 입을 꾹 다물고 시마끼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만만찮은데···이 사실까지 겹치고보니 올기강에서의 유격대의 진출은 우연적인 전투가 아니라 김일성장군의 전반적인 구상과 련결된 전투라고 봐야 할것 같네. 우리는 암만해도 아까 말한대로 당초의 계획을 변경하고 노몽한전선을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대병력을 증강하도록 해야겠네. 만일 이와구니소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중앙에 보고하기라도 해야 할것 같네.》

《병력의 보충만으로는 부족할것입니다. 김일성장군이 이 여름에 새로 진출한 백두산 동북부에서 무엇을 하자는것인지 그 구상을 우선 알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정연한 정보체계와 통신체계를 세워야 합니다.》

《그럴듯한 말이야.》

혼마는 팔장을 끼고 연신 턱을 끄떡거리며 방안을 오락가락 거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