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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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까지 치는 새초가 강기슭에 한벌 깔렸다. 드문드문 들어선 백양나무가 이 평화로운 달밤의 파수병인양 껑충하니 서서 주절주절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있는듯 하다.

밤의 정적에 공명되여 물소리는 마치 지척에서 울리는듯하지만 실상은 새초밭의 폭이 100여m나 되고 그앞에 또 꽤 넓은 습지가 이어져있었다. 귀로 듣는 소리는 그처럼 가깝게 느껴지지만 눈으로 보는데는 반대로 달빛에 부스러지는 물결이 아득히 멀리 느껴졌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어제 정찰조들의 보고를 다 들으신 다음 백일평의 장조부대주력을 짓부실 전투를 당장 진행할 결심을 하시였다. 김준삼정찰조가 수련이를 통해 알아낸 1려단과 2려단의 움직임은 사령관동지께서 예상하신대로 적들이 올기강기슭에다 든든한 《토벌》, 봉쇄를 위한 거점을 꾸리고있다는것을 확증해주었다.

전투를 빨리 진행할수록 좋다고 결론하신 사령관동지께서는 김태규가 데리고온 백일평농민과 함께 몸소 이 강기슭까지 나오시여 지형을 살펴보시였다. 어제 김태규는 적을 생포해오겠다고 장담하고 강을 건너가 놈들이 지나다니는 소로가에 매복했으나 종시 한놈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는수없이 적병영으로 바싹 접근하려고 하는데 마침 백일평의 한 농민을 만나 그를 데리고왔던것이다. 다행히 그 농민은 마초며 나무들을 싣고 병영에 자주 드나든 사람이였다. 그 사람을 통해 백일평의 지형과 적의 동태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사령관동지의 결심에 의하여 조선인민혁명군은 새벽 2시에 비상소집을 일으켜 올기강기슭으로 진출하였다.

대원들의 사기는 높았다. 전투목적도 뚜렷하였다. 백일평은 안도, 돈화 그리고 화룡현성으로 통하는 도로를 끼고 이 일대에서 제일 높은 증봉산기슭에 자리잡고있어서 적들이 이 지대를 요새화하면 유격대가 두만강기슭의 좁다란 지역에 봉쇄될수 있다.

따라서 화룡, 안도일대의 광활한 지역에서 적을 군사적으로 제압하고 유격투쟁을 강화하기 위하여 우선 올기강기슭에 새 병영을 짓고 큰 무력을 상주시켜 도로분기점과 제일 높은 산을 제놈들의 완전한 군사적통제하에 넣으려는 적의 기도를 사전에 분쇄하여야 한다는 사령관동지의 구상은 전군에 침투되여있었다.

더구나 전투를 앞두고 알아본데 의하면 최근에 갑자기 증강된 봉천려단때문에 백일평농민들이 겪는 고통이 말이 아니였다. 그 고통을 풀어주기 위해서도 반드시 한번은 진행하지 않으면 안될 전투였다. 그렇기때문에 지휘관들이나 전사들이 여태까지 구질거리는 장마비속을 검질기게 따라다니던놈들을 되게 족침으로써 두만강기슭 광활한 땅에 유격대의 자유천지를 만들겠다고 벼르고있었다.

날이 밝자면 아직 2시간나마 있어야 할것이다. 초여름 농사철이라 일찍부터 들에 사람들이 나타날수 있기때문에 그전에 매복지점을 차지하기 위하여 한밤중에 비상소집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이미 매복지점을 차지한 이상에는 전부대가 뜬눈으로 밝힐 필요는 없었다. 그러기때문에 적들이 나타날 통로 맨 남쪽에 김준삼의 매복조만 경계를 서게 하고 새초밭 초입의 7련대나 중앙의 경위중대, 다리목에 바싹 붙어선 8련대에서는 모두 잠을 자게 하였다. 지난 겨울이래 간고한 로정을 헤쳐오느라고 지휘관들이나 전사들이나 모두 몸이 축간데다 최근 장마속의 행군으로 해서 상한 동무들이 많았다. 철구아주머니처럼 아예 몸져눕지는 않았지만 어느 얼굴을 보아도 광대뼈가 솟고 눈확이 꺼져들어갔으며 짬만 있으면 조는 동무들이 많다. 게다가 지난밤에는 새벽 2시에 일어나서 20리길을 단숨에 달려왔기때문에 닥쳐올 전투를 위해서도 몸을 쉬여야 하였다.

사격진지를 만든 다음 전사들은 새초들을 쓸어눕혀서 폭신한 잠자리를 만들었다. 500∼600m나 길게 늘어선 매복진에서는 이어 고르롭게 코고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6월달의 싱그러운 밤바람, 주절거리는 물소리, 얼룩진 구름짬으로 내비치는 은은한 달빛 그리고 전신에 갈마드는 피로가 걷잡을수 없이 깊은 잠속으로 끌고들어갔다. 도투발이라는 보리쌀만큼씩한 모기가 사정없이 독침을 들이박아 처음 한동안 손등이며 목덜미를 두들기군하던 동무들도 나중에는 모기를 친다는것이 마치 그 누구를 부르는듯 나른한 손짓을 몇번 하더니 곧 그것마저 잊어버리고 코를 골기 시작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사령부성원들도 모두 잠재우신 다음 재영이 한사람만 데리시고 매복진을 돌아보시였다. 8련대가 차지한 끝머리부터 경위중대를 거쳐 7련대까지 천천히 걸어나오시며 기신없이 곯아떨어진 대원들을 보시니 측은한 생각이 가슴에 차오르시였다. 만일 지난 보름가까운동안 내처 장마비속을 적을 달고 달리지만 않았어도 대원들을 푹 쉬우고 그지간에 많은 일을 할수도 있었을것이다. 오늘 김준삼이네가 현성까지 들어가서 알아본 여러 자료를 종합해보면 쏘련과 일제 사이에 군사적충돌이 크게 벌어진것은 확실하고 그에 따라 적들의 행동성격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어떻든 여기 모여든놈들을 철저히 제압해야 다른놈들을 끌고올것이다.

사령관동지께서 경계진지에 오시니 준삼이가 영접하러 나왔다.

《어떻습니까? 아직 정황이 없소?》

《아무런 정황도 없습니다. 지금쯤 모두 단잠이 들었을것입니다. 오늘은 날이 흐려서 놈들이 온다 해도 여느날보다는 좀 늦어질것 같습니다.》

《그럴수도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미리 유인조를 준비하시오. 어쨌든 지도관이라는놈이 새 병실 짓는것때문에 그렇게 볶아친다니 틀림없이 오기는 올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지내 시간이 늦어지면 유인조를 보내겠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조용히 준삼을 돌아보시였다. 달빛아래 떠오르는 그 얼굴에는 큰 전투를 앞둔 흥분과 함께 피로가 력력히 어리여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대원들이 피로했고 또 적이 정말 나타나겠는가 하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계진지에서는 절대로 졸아서는 안됩니다. 전부대가 동무들을 믿고 잠자고있는데 동무들까지 졸아버리면 야단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준삼이네 경계진지는 더할나위없이 잘 꾸려졌다. 적들이 지나갈 도로가 20m가량 앞에 놓였는데 그 길은 나무 한그루 가린데 없이 넓은 시야속에 다 드러나있었다. 밝아서 적들이 나타난다면 이쪽에서는 2 000m거리에서부터 똑똑히 감시할수 있었다. 그러나 매복진지는 새초밭속에 다시 구뎅이들을 파고 그우에 새초로 위장을 철저히 했기때문에 바로 2m앞에 적이 나타나도 발견하기 어렵게 되여있었다.

《잘 꾸렸습니다. 이제 동무들이 각성만 높이고있으면 오늘 전투의 승리는 문제가 없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기쁨에 넘치신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사실 과장없이 말해서 진지는 잘 꾸려졌고 또 이런 부문에서 준삼은 빈틈이 없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얼마간 마음속이 가벼워지시여 사령부로 돌아오시였다.

《재영이.》

생각에 잠겨 걸으시던 그이께서는 문득 뒤따라오는 전령병을 부르시였다. 사사로운 이름으로 부르실 때는 항용 그이께서 심중깊이 품고계시던 말씀을 하신다는것을 잘 아는 재영은 걸음을 다그쳐 바싹 그이곁에 붙어섰다.

《힘들지?》

김일성동지께서는 나어린 전령병의 어깨우에 한손을 올려놓으시고 부드럽게 물으시였다.

《힘들지 않습니다.》

《힘들지 않다? 그래도 며칠만 쉬였으면 훨씬 견디기 헐하겠지.》

《그렇지만 우리가 며칠 쉬는 사이에 적들은 진지를 튼튼히 꾸려놓을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애를 먹어야 이 두만강기슭을 우리 세상으로 만들수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힘이 들지만 오늘밤에 꼭 전투를 하자는것이지.》

이렇게 받아외우시는 김일성동지의 마음속은 평온하지 못하시였다. 달빛아래서도 재영의 두볼은 까칠해보였으며 마른 버짐이 잔뜩 피여난것이 알렸다. 한창 자랄 나이라 잘먹고 편안히 지내도 버짐이 필수 있겠지만 성장에 가장 좋은 조건을 지어주지 못한 어버이심정은 그때마다 저리고 무거우시였다. 세상풍파에 부대낄대로 부대낀 완강한 장정들도 견디기 힘들어한다. 항차 열일곱살 소년에게 이 여름날의 풍만한 자연을 그대로 즐기고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이슬이 소리없이 내리여 새초줄기가 번쩍거렸다. 그이의 군복어깨는 가랑비라도 맞은듯 축축해졌다. 어쩐지 온몸이 으시시해나는것 같은 느낌이 드시였다. 밤은 그냥 깊어만 가는듯 만물이 숨소리를 죽여버렸다. 그속에서 오직 물소리만 주절거리고 이슬에 젖어 껍진껍진하게 느껴지는 어둠은 그야말로 무슨 장막이라도 늘인듯 두텁게 느껴졌다.

사령부자리에 돌아오신 그이께서는 잠든 대원들을 한바퀴 돌아보신 다음 재영이를 자라고 이르시고 자신께서도 잠시 눈을 붙이실 작정으로 군복단추를 끄르시였다. 여름밤이지만 강기슭이라 랭기가 엄습해왔다. 버드나무등걸에 몸을 기대신 그이께서는 지그시 눈을 감으시였다.

모두 추워서 새초더미에 머리를 파묻고 잔뜩 옹송그리고들 잔다. 이슬에 젖어가지고도 코를 골며 한잠들이 들었다. 노루가죽들을 깔기는 했지만 하늘을 가리울 방도는 없다. 우등불을 못피우니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모처럼 잠잘 시간을 얻은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누가 들어가도 모르게 잠에 취해버렸다. 닥쳐올 전투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도 안한다.

과연 그 전투가 얼마나 간고한것이며 얼마나 가슴아픈 희생을 강요하였던가. 그래도 유격대원들은 전투에서의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두려워하는것은 무의미한 죽음이다. 얼마나 귀중한 사람들인가. 그들의 그 숭고한 정신을 생각할 때 그런 인간들이 이 독한 밤이슬을 노박 맞고있다는것이 참을수 없이 안타까우시였다.

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잠꼬대소리도 간간 울린다. 소스라쳐 소리를 치는 동무들도 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온몸이 잦아드는듯 졸음이 무겁게 실리는것을 느끼셨지만 꿈속에서도 괴로와하는 대원들을 느끼시자 어쩔수 없는 충동에 다시 몸을 일으키시였다.

어느새 재영이도 잠들었다. 상철이도, 강봉수도, 오백룡이도 모두 잠들었다. 기관총소대에서는 금시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코소리가 울리여나왔다. 모두 건장한 대원들이라 기관총진지를 든든히 꾸려놓고 새초를 푼푼히 베여 잠자리도 푹신하게 마련했는데 코소리 또한 요란하였다. 네활개를 쭉 뻗고 꿈에 무엇을 먹는지 입을 우물거리며 태평스럽게 잠들어있는 그들을 보시니 한결 마음속이 밝아지시였다. 그러나 어떤 대원들은 너무 피로해서 그런지 대수 풀을 베여깔고 잔뜩 꼬부리고 누웠는데 이슬에 맞은 얼굴이 달빛에 번들거렸다. 이렇게 밤을 자고나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

모든 대원들에게 풀이나마 푹신히 덮어주고싶으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마른풀도 귀한 철이다. 하는수없이 몇장 안되는 사령부의 모포를 전령병들을 위해 한장만 남겨놓고 다 거두시여 그중 약해보이는 대원들에게 덮어주시였다.

7련대매복진지에 오시니 역시 옹송그리며 이슬을 맞고있는 대원들이 한둘이 아니였다.

그중에도 나이 어린 영남이가 오중흡의 품에 안기여 쌔근쌔근 잠자고있는것을 보시니 명치끝이 새삼스럽게 아릿해나시였다. 오중흡이도 잠자는 모상이 말이 아니였다. 하기는 이 대오에서 오중흡이만큼 분주히 뛰는 사람이 없다. 단순한 행군량으로 말해도 여느 대원의 곱은 될것이다. 그래도 평소에는 힘들어하는 기색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는데 잠들어버린 지금에는 그 과중한 정신적, 육체적 부하의 흔적을 감추어내지 못하였다. 숨소리가 다급하게 높아졌다가는 별안간 뚝 멎어서 보는 사람의 가슴을 섬찍하게 만들기도 하고 목에 무엇이 걸렸는지 한참 갈린 소리를 내기도 한다. 반쯤 열린 입에서는 숨이 아니라 그대로 힘이 빠져나가는듯 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무의식중에 사위를 둘러보시였다. 련대장에게 담요가 없을수 없는데 누구를 덮어주었는지 자신은 이슬아래 온몸을 드러내고있다. 무엇을 덮어주고싶으셨지만 방금 8련대의 한 대원이 끙끙 앓음소리를 치는것을 보시고 마지막 담요를 덮어주셨기때문에 그이자신께서는 이제 아무것도 가지신것이 없으시였다.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정신과 자질을 타고난 대원들에게 이 세상 모든것을 다 안겨주고싶으신 그이의 심정에는 밤이슬을 가리울 한장의 담요가 없어서 골고루 덮어주지 못하시는것이 가슴아프시였다.

그러나 이들이 오늘 수행하자는 전투는 얼마나 중요한 전투인가? 위기에 처한 조국의 운명을 구원하기 위하여 적의 10만대군을 물리치며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 조선인민혁명군이 이 두만강류역에서 적을 군사적으로 제압하고 광범한 혁명군중을 묶어세워 또다시 조선혁명의 일대 앙양을 마련하기 위하여 피를 뿌리고 살을 저미며 헤쳐온 그 간고한 투쟁로정에서 뚜렷한 결절점으로, 리정표로 될 그런 전투이다. 이해에 조선혁명이 이룩하고저 하는 총적인 과업을 놓고볼 때 무산지구전투가 위대한 서곡이였다면 오늘 진행될 전투는 적아간의 력량관계를 이 과업수행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전변시킬 력사적인 전환점으로 될것이다.

이런 위업의 높이에서 볼 때 우리 전사들의 모습은 너무나 소박하였다.

《누구요?》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누가 소리쳤다.

《쉿!》

사령관동지께서는 놀라시여 우선 말소리를 못내게 막으신 다음 그리로 다가가시였다.

《누구요?》

이번에는 아까보다 퍽 낮았지만 더 깊은 의문이 어린 물음이였다.

《나요. 그런데 왜 자지 않습니까?》

《아, 사령관동지.》

그이의 모습과 목소리를 제깍 알아본 대원은 허둥지둥 일어서려 하였다. 7련대의 신대원 강정섭이였다.

《앉으시오. 앉으시오. 다른 동무들이 깨겠소. 그래 왜 여태 자지 않소?》

사령관동지께서는 정섭이곁에 나란히 앉으시며 미끈하게 자란 청년의 몸매를 대견하게 바라보시였다.

《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놈들에게 제발로 찾아가서 죽을번한 생각을 하면···》

정섭이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하였다. 누구나 첫 전투를 앞두고 겪게 되는 과민한 상태에 있다는것을 알아보신 사령관동지께서는 정섭이의 어깨를 쓰다듬어주시며 말씀하시였다.

《그게 얼마나 기막힌 일이요. 가만있자니 할아버지가 고생하시겠고 그러니 동무는 하는수없이 죽여도 시원치 않을 그놈들한테 찾아가서 죽여달라고 청한셈이 되였소. 이것이 다 조직적투쟁을 하지 못하면 누구나 겪게 되는 비극이라는것을 알아야 하오. 우리가 만일 조직적인 무장투쟁을 벌리지 않았다면 조선사람은 모두가 이런 운명에 빠지게 될것이오.》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하고 정섭이는 더수기를 긁적거리다가 숨김없이 자기 심중을 말씀드리였다.

《지난 장마행군때까지도 그렇게 깊은 생각을 못하고있었습니다. 오랜 대원들은 다 단련이 돼서 잘 견디고 나는 단련이 못돼서 힘이 들다고 생각하면서 좀··· 저, 주저앉을번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았습니다. 우리가 사령관동지를 모시고 투쟁을 하는것이 아무리 힘이 들어도 이보다 더 좋은···》

정섭이는 어떻게 자기 마음속을 표현했으면 좋겠는지 몰라서 더듬거렸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고 말씀하시였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나라와 인민을 위해 싸우는것이 제일 사람답고 떳떳하고 행복한 일이지. 그래서 우리모두가 견디여나가는거요.》

《그렇습니다. 바로 저도··· 이제는 저도 그런것을 어렴풋이 알것 같습니다. 그렇게 각오가 선 동무들은 저보다 힘이 약한 동무들도 훨씬 더 잘 견딥니다.》

《좋은것을 깨달았소. 아주 중요한 문제요. 그런 각오를 가지고 싸우면 이번 전투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둘수 있소.》

《그런데···》

정섭이는 또다시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며 말끝을 여미지 못한다.

《왜 자신이 없소?》

사령관동지께서는 웬일인지 정섭이의 일에 왼심이 쓰이는것을 느끼시며 심중하게 물으시였다.

《암만해도 총이 제대로 나가겠는지 걱정입니다.》

《그래 잠을 못자는구만. 어디 총을 봅시다.》

정섭이는 그러안고있던 총을 그이께 내드리였다.

《좋은 총이구만, 신식총이요. 사격련습은 해봤습니까?》

《조준련습은 회양동에서부터 했습니다. 실탄사격은 몇번 못해봤습니다. 련대장동지가 저에게 탄알 한쌈을 주면서 쏘아보라고 해서 다섯발 쏘아봤습니다. 그런데 잘 맞지 않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맞지 않을가봐 겁납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어린애처럼 순진하게 제속을 다 터놓는 청년에게 정이 가시였다.

《그래? 그럼 나도 잠이 오지 않는데 한번 련습을 해볼가?》

풀밭에 드러누워 이리저리 몸을 궁싯거리면서 전투정황을 끝없이 머리속에 그리고있던 정섭이는 시원하게 련습이라도 해보는것이 좋을것 같기는 하였으나 사령관동지앞에서 련습하다가 더 망신을 할것 같아 은근히 겁도 났다. 그래 쭈밋거리는데 사령관동지께서 먼저 백양나무아래 사격좌지로 걸어가시였다.

《이게 동무의 좌지로군, 조용히 소리 안나게 움직이시오. 사격좌지를 잘 잡았습니다.》

《련대장동지가 잡아준것입니다.》

《그래, 유격대원들은 아무데서나 이렇게 적을 감시하고 묘준하기에 편리하면서 자신은 은페하기 좋은 사격좌지를 재빨리 차지할줄 알아야 합니다. 그럼 여기에 엎드려 한번 사격자세를 취해 보시오.》

정섭이는 머밋머밋하다가 백양나무그루옆에 총을 내대고 엎드렸다.

《그렇게 어물거리다가는 적탄에 얻어맞겠소. 다시!》

잠든 동무들을 깨우지 않으시려고 한껏 낮추신 음성이시였으나 등줄기로 불줄기가 흐르는것 같은 기상이 어린 그이의 구령이였다.

정섭이는 감전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엎드렸다.

《다시!》

어지간히 잘하느라고 했던 정섭이는 다소 뜻밖이여서 인차 동작을 취하지 못했다. 그렇기때문에 또다시 그이께서는 《다시!》 하고 엄한 구령을 떨구시였다.

정섭이는 이제는 이 생각 저 생각 좇을 겨를이 없었다. 거퍼 서너번 일어났다 엎드렸다 하고나니 흐리멍텅하던 잠기운은 씻은듯이 달아났다. 으시시하던 어깨도 어느새 후끈해지면서 숨이 절로 가빠올랐다.

《다시!》

또다시 사령관동지의 구령이 울리였다.

정섭이는 온몸을 내던지다싶이 백양나무아래 쭉 뻗으며 재빨리 총구를 내댔다.

《그만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 한가지 결함이 있소.》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정섭이곁에 한쪽무릎을 꿇어앉으시며 말씀하시였다.

《정섭동무는 지금 사격자세를 잘 취해보겠다는 생각뿐이지 적을 잡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덮어놓고 엎드리기는 했지만 그 방향이 적을 묘준하기는 적당치 못한것 같습니다. 동무는 적이 어디쯤 왔을 때 쏠 생각이요?》

정섭이는 예상 못했던 질문이라 잠시 떨떨해있었으나 적들이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리라는것은 무수히 머리속에 그려본것이기때문에 생각한대로 대답하였다.

《저 길이 구붓하게 휘여돌아간곳에 나타나면 쏘겠습니다. 좀 멀기는 하지만 잘 겨누면 맞힐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엇비듬히 자세를 취하군하는 모양이군.》

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웃으시며 정섭이의 어깨를 바른편으로 바싹 돌려놓으시였다.

《자, 이렇게 자세를 잡고 저 강가에 불뚝 솟아난 바위같은것을 보시오. 그옆으로 조그마한 나무가 한그루 서있지? 지금은 어두워서 똑똑지 않지만 저게 아마 봇나무던것 같소. 동무는 저 바위와 봇나무 어간에 들어선 적을 쏘아잡아야 할것 같소.》

《그렇게 가깝습니까?》

정섭이는 놀라서 큰소리로 물었다.

《쉿, 목소리가 너무 높소. 그렇기때문에 이런 매복전투에서는 은페지를 잘 잡아야 하는거요. 적들을 바싹 접근시켰다가 사격구령이 떨어지면 삽시간에 적을 다 쏘아잡아야 하오. 정섭동무는 적이 저 길이 구부러진데까지 오면 쏘겠다는 생각이지만 이제 날이 새면 그보다 훨씬 먼데서부터 적을 감시할수 있을거요. 그러나 사격구령은 없을거요. 선두대렬이 동무의 앞을 지나가도 망탕 쏘아서는 안되오. 맨 앞장에 선놈들이 동무네 련대를 다 지나쳐서 저 8련대 매복진앞에 이르렀을 때에야 전부대가 한꺼번에 불질을 하게 될거요. 왜 그렇게 하는지 알만하오?》

《알겠습니다. 한꺼번에 적을 많이 잡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았소.》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엎드린채 올려다보는 정섭이의 고개를 앞으로 돌려놓으시며 말씀하시였다.

《적들이 우리 매복진에 몽땅 기여든 다음에 아래우 자루목을 기관총으로 든든히 틀어막고 전부대가 한꺼번에 불을 퍼부어야 하오. 이런 매복전은 5분, 혹은 10분동안에 놈들을 전멸시키는 우리 혁명군의 가장 힘있는 전법이요. 그래서 왜놈들은 유격대의 매복을 그처럼 겁내는거요. 우리가 오늘밤에 이렇게 매복전을 준비하고있는것도 여기 올기강기슭의 적을 단숨에 무찔러버리기 위해서요. 그런 의미에서도 우리 매 전사들이 다 잘 싸워야 하오. 그러니 련습을 잘해봅시다. 자, 묘준을 해보시오. 약통실에 탄알이 없소? 다시 확인해보시오. 없다면 좋소. 그럼 해봅시다. 선두대렬이 이미 동무네 앞을 지나갔소. 작업하러 오는놈들이니까 그렇게 긴장된 대렬은 아닐것이요. 한 400∼500명쯤 된다고 생각합시다. 끝머리가 이제는 저 구부러진 길목을 지나 우리 매복진지앞으로 다가오고있습니다. 이때 동무는 사격구령을 기다리면서 대상을 골라잡아야 합니다. 자, 저 바위옆에 칼찬 지휘관놈이 나타났습니다. 그렇지, 어깨를 썩 낮추고··· 사격구령이 내렸소. 쏘앗!》

김일성동지께서는 쳐드신 한팔을 내리그으시였다.

정섭이의 총에서 격침 떨어지는 소리가 딸칵하였다.

《안됐소. 탄알은 공중으로 날아났습니다. 방아쇠를 당길 때 그렇게 갑자기 당기면 묘준이 다 흐트러집니다. 그리고 총탁판을 바싹 어깨에 끌어붙이고 힘껏 받쳐쥐여야지 허술하게 쥐고있으면 반동력때문에 총구가 훌 쳐들리게 되오.》

한시간가까이나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고나니 정섭이의 사격자세에도 틀이 잡혀갔다.

이제는 잠시나마 눈을 붙이게 해야 할것이였다.

《어떻소? 이제는 좀 자신이 생기지 않습니까?》

《자신은 그렇게 없는데 어서 한번 쏘아봤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정섭이는 이마전에 맺힌 가는 땀발을 군복소매로 훔치며 씩하고 웃었다.

하얗게 드러나는 굵직굵직한 이가 으스러져가는 달빛을 받아 인상적으로 빛을 뿌렸다. 어딘가 한태혁을 련상시키는 구석이 있었다. 찬찬히 봐야 모상도 다르고 성격도 판다른데 무엇이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것인지 알수 없었지만 그런것을 느끼시는 순간 김일성동지의 가슴은 저릿해나시였다. 이제는 철도 바뀌니 허비는것 같은 그런 아픔은 사라졌으나 무시로 지나간 일들이 떠올라서는 더께앉은 상처가 저려나듯이 쓰린것이 가슴을 훑어내리는것이였다.

《동무는 틀림없이 명사수가 될수 있소. 이제 정작 전투에 진입했을 때 덤비지 않도록 하시오. 그리고 내가 틀림없이 저놈을 명중시킬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고 쏘아야 하오. 전에 우리 부대에 한태혁이라는 명사수가 있었소.》

《저도 여러번 한태혁동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0m거리에서 솔방울을 쏘아떨군다던데요.》

《그렇소.》

하고 사령관동지께서는 긍지높이 말씀하시였다.

《태혁동무는 날아가는 오리떼를 기관총련발사격으로 여섯놈이나 쏘아떨군 명사수였소.》

그이께서는 말씀끝에 자신도 모르시게 외면하시였다. 명사수요하고 말할 대신 명사수였다고 말하지 않을수 없는것이 새삼스럽게 분하시였다.

《야, 정말 대단합니다. 한태혁동지는 눈을 감고도 척척 목표물을 맞혔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입니까?》

《허허허, 그건 누가 그런 소리를 했소?》

사령관동지께서는 희생된 전우를 잊지 못하여 그런 말까지 꾸며냈을 전사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려보시며 허구프게 웃으시였다.

《기관총소대의 박인섭동무가 그랬습니다.》

《박인섭동무가? 하기는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내가 아는것은 그 동무가 눈을 감고도 기관총의 분해결합을 누구보다도 재빨리 해제끼던것이요. 그만큼 자기 무기에 정통해있었소. 한태혁동무는 여느 사람은 잘 모르지만 무서운 노력가였소. 한태혁동무가 총을 하도 잘 쏘니까 그 동무가 무슨 타고난 재간이 있는것처럼 생각들하는데 그와는 정반대요. 그 동무도 첫 전투때는 강동무이상으로 덤비면서 총알을 공중으로 날려보내군했소.》

《그렇습니까?》

정섭이는 저으기 놀란 표정으로 그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이도강부근의 갈대 설렁거리던 옛싸움터를 머리속에 그려보시며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그 동무도 처음에는 7련대 4중대에 있었지. 그 동무가 첫 전투에 참가한것도 이도강부근의 이런 강기슭이였소. 그 언덕에는 새초가 아니라 이렇게 좋아진 갈대가 자욱히 깔려있었소. 참 신통하오. 그때도 우리는 이렇게 한밤중에 매복진을 차지하고 적을 기다렸댔소. 그런데 전투가 시작되자 한태혁동무는 덤비기 시작했소. 탄알을 마구 쏘아대는데 쏘는대로 공중으로 날아갔단말이요. 허허허, 그렇던 동무가 1년이 채 못되여 유격대에서도 소문난 명사수로 되였소. 어떻게 그렇게 될수 있었겠는가? 그는 놀기 좋아하는 익살군이였지만 사실은 무서운 노력가였소. 한번은 식량이 떨어져서 이틀인가 굶으며 수백리를 행군했는데 15분동안의 휴식이 선포되였소. 내가 련대장동무를 만날 일이 있어서 그 동무들의 휴식장소로 가니 다른 동무들은 모두 그 짧은 토막시간에 벌써 잠이 들었는데 태혁동무는 총신우에 작은 돌멩이를 올려놓고 방아쇠를 당기는 련습을 하고있었소. 방아쇠를 당길 때 그 돌멩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훈련하는것이요. 그런데 그때 이미 그는 명사수로 소문이 났을 때였소. 그러면서도 그는 시간을 아껴가며 묘준련습을 하여 사격술을 완성시켜나갔단말이요.》

정섭이의 표정은 차츰 심각해졌다.

달빛은 으스러져가고 동쪽하늘 한끝이 희붐해졌다. 새벽빛이 돌면서 그쪽 산발우에 두터운 구름층이 깔려있다는것이 알려졌다. 그래서 그런지 달빛이 지새자 사위는 불시에 어두워졌다.

《이제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잠시라도 눈을 붙이시오. 전투전에 한쉼 푹 자는것이 좋소.》

사령관동지께서는 무릎에 묻은 흙을 터시며 일어서시였다.

《알았습니다.》

하고 정섭이는 따라일어서며 잠시 머밋거리다가 고개를 수굿한채 말씀드렸다.

《사령관동지, 저도 노력해서 명사수가 되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요. 내가 한태혁동무를 잃고 지금도 가슴이 아픈데 정섭동무가 그런 명사수가 되여준다면 내 마음이 한결 가볍겠소.》

사령관동지께서는 정섭이의 어깨를 따뜻이 쓸어보신 다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시였다.

사령부로 돌아오신 그이께서는 이제는 자신께서도 잠시 눈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그러나 좀체로 잠들수 없으시였다.

다시금 싸움속에 흘러간 세월과 헤쳐오신 수만굽이 산하가 떠오르시였다. 으스러져가는 그믐달을 바라보시니 이제는 가고 없는 얼굴들이 살아있는듯 연줄연줄 하늘가에 떠올랐다. 정섭이같이 그렇게 소박하고 순진한 그들이 그렇게 혁명의 길에 나서서 남과 같이 오래오래 살지는 못했어도 바로 그때문에 영원히 청춘으로만 남아있을 강력하고 생신하고 애틋한 정을 산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놓았다.

어쩐지 날은 더 어두워지는것 같았다. 그래서 동쪽하늘을 바라보시니 아까부터 깔려있던 구름장들이 점점 넓게 번져간다. 달은 서쪽 산마루우에 걸려서 그나마 반쯤 구름속에 숨은것이 마치 베여던진 무우쪽같이 어설프게 보였다.

저만치서 무엇이 절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소리나는쪽을 유심히 살펴보시였다. 무척 조심한다는것이 알려지지만 어쨌든 무기를 다루는 소리가 틀림없었다.

누가 일어났는가?

자세히 살펴보시니 기관총소대 진지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일어난다.

그 형상이 뚜렷한것으로 보아 날이 다 밝은것이다. 날씨가 흐려서 그렇지 사실은 벌써 이른아침이였다.

그런데 코고는 소리가 들릴뿐 사위는 여전히 괴괴한 정적에 묻혀있다.

적들은 웬일인가? 이제는 기동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아무리 군기가 문란하다고 해도 어쨌든 정규군행새를 하는것들이 날이 좀 흐렸다고 일을 중단할수는 없겠는데 이상한 일이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어쩐지 심상치 않은것이 느껴지시여 멀리 까뭇하게 바라보이는 백일평 웃마을쪽을 살펴보시였다.

무엇인가 움직이는듯하다. 눈정기를 모으시고 다시 찬찬히 바라보시였으나 무엇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있을뿐 형상은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틀림없이 적이 온다는것을 간파하시였다. 경계진지쪽에서는 그 형상이 더 좀 뚜렷하게 보일것이다.

이때 경계초소에서 김준삼이 보낸 전령병이 언제 왔는지 풀밭에 납작 엎드려 소리없이 기여왔다.

아니나다를가 적정에 대한 보고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김준삼의 전령병을 돌려보내신 다음 강봉수를 조용히 흔들어깨우시였다.

《봉수동무, 재영동무와 상철동무를 깨우시오. 곧 각 련대지휘관들에게로 보내야겠소. 적정이요.》

누구보다도먼저 오백룡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뚜릿뚜릿 사위를 살피였다. 재영이와 상철이 그리고 강봉수가 한꺼번에 어깨를 낮추고 새초밭속을 다람쥐처럼 날쌔게 달려나갔다.

어느새 사격좌지들을 차지한 전사들이 절컥절컥하며 탄알을 재우는 소리가 났다.

사령관동지께서도 권총을 뽑아서 안전장치를 푸시였다.

정적은 삽시에 흩날려버렸다. 아직 아무런 음향도, 크게 눈에 뜨이는 움직임도 없었으나근 1 000m에 걸쳐 길다랗게 펼쳐진 새초밭매복진에는 삼엄한 분위기가 떠돌았다.

불시에 사위가 환해졌다. 두터운 구름장속에서 해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고보니 해는 벌써 동쪽 산마루우에 높이 솟아있었다. 아침도 퍽 늦은 아침이였다.

새초잎에 맺힌 이슬이 반짝거린다. 바람이 새초밭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이슬은 금구슬처럼 해빛을 반사하더니 수집은듯 쭈르르 미끄러져내려 어디론가 숨어버리군한다.

어느새 군화소리가 저벅저벅하는것이 느껴졌다. 말발굽소리도 울린다. 선두대렬에 말을 탄 적지휘관놈이 거들거들하다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였다. 그놈도 간밤에 잠을 설친 모양이다. 선두대렬은 경위중대앞을 지나 거의 8련대 매복구역어구에까지 들어섰다. 후위는 벌써 경계진지앞을 지나치려 하고있었다. 그끝에 또 한놈 말탄놈이 나타났다. 누르스름한 군복빛으로 보아 그놈이 왜놈지도관인 모양이다.

300명 남짓한 대렬이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권총을 쳐드시였다. 아래우 매복진을 둘러보시니 어디가 매복장소인지 사령관동지께서도 인차 가려보실수 없을만큼 정적에 묻혀있다. 완전히 전투준비상태에 들어갔다는것을 말해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정적에 묻힌 산천이 쩌렁 울리게 권총을 발사하시였다.

다음순간 엄청난 불비가 찢어지는듯한 우뢰소리를 지르며 새초밭으로부터 엇비듬히 길우로 쏟아졌다. 사령관동지의 사격구령과 함께 모든 총구에서 한꺼번에 불을 뿜었다. 한적하게 누워있던 도로우에는 삽시에 수많은 송장이 나딩굴고 설맞은 부상병들이 아우성치며 벌벌 기여다녔다. 단번에 두세발의 탄알을 받고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한채 누덕누덕 헤쳐진 시체도 있었다. 한 목표를 여러 사람이 겨냥한것이다.

말은 두필 다 길길이 뛰여오르더니 뒤의놈은 그 자리에서 꼬꾸라지고 앞놈은 주인을 어디다 내동댕이쳐버렸는지 빈몸으로 다리목을 향하여 미친듯이 내달렸다.

어찌나 맹렬한 사격이였던지 적들은 미처 약통실에 탄알을 재울 사이도 없었다.

5분후 사령관동지께서 몸을 높이 일으키시며 돌격명령을 내리시였다.

《만세-》

유격대원들은 막혔던 동이 터진듯이 아우성치며 달려나가 적을 덮쳤다.

사령관동지께서는 한손에 권총을 쳐드시고 성큼성큼 새초밭을 헤쳐나가시였다.

7련대 돌격서렬의 맨 앞장에서 키가 꺽두룩한 대원이 총창을 휘두르며 달려가는것이 보였다. 강정섭이였다.

적들은 모두 길우에 꿇어앉았다. 앉지 못한놈은 죽어넘어진것들뿐이였다.

정섭이는 길우에 뛰여오르더니 손을 드는 적들은 돌아보지도 않고 웬 시체를 이리저리 살피고있다. 제가 쏜 탄알이 제대로 맞았는가 확인하는 모양이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유격대의 많은 명사수들이 저렇게 자라났다.

5분간의 수색전투가 진행되였다. 팔자수염을 기른 왜놈지도관놈이 말옆에 쓰러져있었다.

《저놈 뛴다!》

누군가가 웨쳐서 총과 탄약을 거두던 동무들이 고개를 들어 보니 한놈이 모자도 총도 다 집어던지고 강건너로 껑충껑충 뛰여간다. 몇동무가 꿇어사격자세로 몇방씩 갈겼으나 너무 거리가 멀어서 맞히지 못하였다. 그놈은 한절반 정신이 나갔는지 옆에서 총소리가 자지러져도 곁눈 한번 팔지 않고 그냥 내달리기만 하였다.

다시 5분후 유격대원들은 50여명의 포로와 수많은 무기 탄약을 걷어모아가지고 숲속으로 철수하였다.

화력습격에 5분, 돌격과 수색에 5분, 철수에 5분, 면밀하게 조직된 올기강전투는 실 한오리 흐트러지지 않고 사령관동지의 의도대로 진행되였다. 그리하여 장조부대의 사등뼈를 단매에 짓조겨버린 이 엄청난 전투가 시작되여 불과 15분후에는 길우에 200여개의 송장이 나딩굴어있을뿐 올기강기슭은 다시 괴괴한 정적속에 묻혀버렸다.

해빛만이 하늘에 얼룩진 구름장들을 무시무시한 형상으로 물들이면서 어수선한 빛을 내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