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

 

×

 

얼마후 조선인민혁명군부대들은 출발하였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선두척후는 벌써 길을 떠나 《갑무경비도로》에 접어들었다.

주력부대도 행군을 시작하였다. 앞에는 7련대, 가운데는 사령부를 옹위한 경위중대가 가고 뒤에 독립대대와 8련대가 섰다. 기본대렬이 저만치 사라진 다음에 역시 기관총으로 무장한 후방경계가 따른다. 길좌우의 밀림속에도 측방척후가 나간다.

길은 곧게 열려있고 눈앞에는 개미 한마리 얼씬거리지 않았다. 비자루질까지 깨끗이 한 길이였다.

행군대오는 천하에 두려울것이 없다는듯 씽씽 나간다. 어떤놈이 접어들어보라는 심정이였다. 그러나 촌순사 한놈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사령관동지의 예언과 대담한 작전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는것을 느낄수록 행군대오에는 기쁨과 신심이 넘쳐흘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행군의 비상하고 심오한 뜻을 깊이 새길수록 긴장되고 준엄해지기도 하였다.

오중흡은 련대의 선두에 서서 나가다가 조급증을 이기지 못하여 멀리 앞에서 나가는 척후를 몇번이고 따라잡았다. 아까 혼자서 이 길을 미리 돌아보았을 때는 사령관동지의 너무나 기묘한 착상에 감탄한나머지 기쁘고 행복하기만 하던것이 정작 이 길에 전대오가 들어서고 사령관동지께서도 이 길을 걷고계신다고 생각하니 어쨌든 이 길이 놈들의 이른바 《경비도로》라는것을 새삼스럽게 상기하지 않을수 없었고 더구나 이 행군이 결국에 가서는 이번 국내진공의 성과여부를 결정한다고 생각할 때 이 뜻깊은 행군을 위하여 헤쳐온 로정이 떠올라서 가슴을 옥죄여주었다.

척후를 따라잡아보니 그저께부터 이 일대를 정찰한 김준삼이와 성림이 그리고 박인섭이가 길라잡이로 앞장에서 걸어가고있었다.

《아무것도 없소?》

오중흡은 별 의도없이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허참, 아무러면 이렇게 개새끼 한마리 얼씬 안할수가 있습니까?》

김준삼은 긴장한나머지 쉰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세상에 반죽좋기로 소문난 그로서는 드문 일이였다.

《그게야 동무들이 미리 다 정찰해서 사령관동지께 보고까지 올린게 아니요.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남의 말하듯 하는군.》

오중흡은 그의 마음을 풀어줄양으로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직접 사령관동지께 정찰보고를 올린 그로서는 이 비상한 행군의 앞장에 서나간다는것이 간을 말리우는 일일것이다.

슬쩍 곁눈질을 해보니 박인섭이의 표정도 여간 심각하지 않고 더구나 성림이는 긴장한나머지 이마에 번지르르 땀까지 솟았지만 닦을념도 못한다.

《좀 활개짓이나 하며 걸을게지. 누가 볼지도 모르는건데··· 땀이나 훔치오.》

오중흡은 이러며 허리에 찬 제 수건을 슬그머니 뽑아 내밀어주었다.

《련대장동지, 보기는 누가 보겠습니까. 다 사령관동지께서 예언하신건데···》

리성림은 얼핏 돌아보더니 너무 마음을 옥죄인것이 쑥스러운듯 이렇게 말했다.

《알기는 아는군. 사령관동지께서 결심하신 일에는 틀림이 없단말이요. 그러니 마음 푹 놓고 가기요.》

오중흡이 이렇게 말했으나 척후대원들은 자기들의 마음이상으로 그의 마음 역시 긴장되여있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이때 사령관동지께서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시고 행군종대를 따라가시며 마음속으로는 벌써 이해여름에 두만강기슭에서 진행하실 군사정치활동의 구상을 하나하나 무르익혀나가고계시였다.

(우리가 2∼3일후에 강 이쪽에서 전투를 하게 된다면 대안의 적들은 적어도 보름이상 걸려야 《토벌》무력을 재편성할수 있겠지. 그렇게 되면 응당 다음번 큰 전투는 증봉산부근이 될것인가? 역시 두만강의 한가닥이니 매우 좋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일을 할수 있을것이다. 우선 국내의 조직을 급속히 복구하고 국내와 통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교두보를 튼튼히 꾸리고···)

새로운 구상이 뭉게뭉게 피여오르시였다.

무엇보다도 인민들을 만나실 생각을 하시니 벌써부터 가슴이 뛰시였다. 이제까지는 부대행동의 은밀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그렇게도 그리워하시던 인민들을 찾아보시지 못했지만 어차피 전투를 하게 된것만큼 이제는 마음놓고 인민들을 만나실수 있을것이다.

남리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은 소박한 인민들의 손을 잡고 고생스럽게 살아가는 그들의 낯익고 친근한 살림살이걱정이랑 함께 나누실 생각을 하시니 절로 걸음이 빨라지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