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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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못가에서는 아직도 짝짜그르르 떠드는 녀대원들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그냥 물가에 앉아 무엇인가 씻고 빨고 하더니 서로 머리를 빗어주고 꽃을 꽂아주고 하면서 호수에서 떠나기를 아수해한다. 방금 세수들을 하였는데 잠시후에는 또 소매를 걷어올린 손끝에서 맑은 물을 연신 털며 귀밑머리를 쓸어넘기고 턱밑을 문지르고 한다.

마침내 녀대원들도 물가에서 떠났다.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여난 꽃그늘속에서 그들의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홀로 꽃그늘에 앉아서 방금 채운 야전물통의 물을 기슭에 쏟아버리고 새 물을 다시 채우시였다. 콜록콜록하고 수통아가리에서 소용돌며 들어가던 물이 꼴깍 하고 넘쳐나자 잠시 쳐들었다가 다시 물속에 잠그시였다. 장군님께 조금이라도 더 맑은 물을 올리기 위하여 출발직전까지 물속에 채워두고싶으시였다.

물통을 잡고계시는 손이 짜릿하도록 차고 생신한 기운이 번져왔다. 그것은 삼지연의 덞지 않은 기품같이도 느껴지셨다.

김정숙동지의 눈길은 어느사이에 백두산봉우리를 더듬고계시였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어서시였다.

장군님께서 천천히 삼지연기슭을 거닐고계시였다. 장군님의 뒤로 백두산은 흰 메부리를 구름속에 절반쯤 감추고 장엄하게 솟았는데 지금 장군봉아래 천지에서는 한창 바람이 뒤설레이고 안개가 피여오르는듯 서리발같은 흰 띠구름이 하늘높이 타래치며 솟구쳐오르고있었다.

그 장엄한 모습을 바라보느라니 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시였다.

세상에서 김일성장군님을 백두산장수라고 부르는것은 얼마나 뜻깊은 일인가.

바람사나운 민족수난의 력사우에 조선혁명의 기치를 높이 드시고 어리신 나이에 홀로 싸움길에 나서시여 오늘은 마침내 일제 100만대군과 온갖 사대망국풍조를 발아래 굽어보시며 천하를 호령하시는 장군님의 기상이 그대로 백두산의 그 장엄하고 숭고한 모습에 어리여있는듯 하였다.

그래서 이 땅은 삼지연못가에 이렇게도 아름다운 진달래꽃을 피우고 거울같이 아름다운 풍치를 수놓아서 백두산이 주인을 맞이한 이 뜻깊은 날을 기념하고있는것이 아닌가.

조국인민들의 죽지 못해 살아가는 참담한 처지를 생각할 때 장군님을 민족재생의 태양으로 모시게 된 행복감이 가슴가득히 차올라 김정숙동지께서는 어느새 눈시울이 축축히 젖어드시였다.

장군님을 모시지 못했다면 조선사람들의 앞날에 언제 번할 날이 있을것이며 무슨 희망을 가지고 오늘의 이 고생을 참고 견디여나갈것인가.

장군님께서는 어느새 가까이로 모여드는 대원들에게 둘러싸이시였다. 호탕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시는 그이의 목소리가 울리여왔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일구월심 장군님을 기다리는 우리 인민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이께 아름다운 꽃다발을 엮어 올리고싶으시였다. 그래서 탐스럽게 피여난 가지들을 골라 진달래꽃을 꺾으시였다.

가지가지 추억이 떠오르시였다. 올케와 함께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터로 달려가던 생각, 나물하러 갔다가 호젓한 산기슭에 피여난 진달래를 꺾어 어머니 몰래 등뒤에 감추어 다가가서 고생속에 세여버린 흰머리가 가리우게 꽂아드리던 일, 동생 기송이가 배고픔에 못이겨 철쭉꽃을 뜯어먹고 배를 앓던 일- 지나간 세월 피맺힌 한과 뼈아픈 설음이 갈피갈피 스며있는 그 어둠침침한 생활속에서도 꽃은 피여있었다.

물통을 호수에 채워놓은채 추억에 잠기여 한가지 두가지 진달래를 꺾던 김정숙동지께서는 숨가쁘게 달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드시였다.

순간 그이께서는 심장이 뚝 멎는듯 한 충격을 받으시였다. 방금 가슴을 후벼주던 기송이가 나팔을 메고 달려오는것이다.

한손을 쳐들고 《누나-》 하고 소리쳐부르는 그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던 김정숙동지께서는 옥죄였던 마음을 스르르 늦추시였다. 그것은 상철이였다. 신호수가 어디로 갔는지 나팔까지 척 메고보니 신통히 기송이를 련상시키는데가 있었다.

《누나 여기 있는걸 수태 찾았네.》

《장군님 모시지 않고 왜 왔어요?》

《장군님께서 정찰나간 동무들의 점심을 준비해두었다가 돌아오면 인차 식사를 시키도록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요? 다 준비해놓았다고 장군님께 말씀드려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도톰하게 부풀어오른 봉오리가 방금 벌어질것 같은 꽃가지 하나를 골라 상철이의 군복웃주머니에 꽂아주며 웃으시였다.

《나도 다 해놓았을줄 알았어요. 그런데 누나.》

하고 상철이는 돌아서려다 걸음을 멈추고 눈을 반짝거렸다.

《휴양소라는거 어떻게 하는건지 알아요?》

《그건 무슨 말이예요?》

《아까 장군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이담에 혁명이 승리한 다음 여기다 휴양소를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그런데 휴양소라는거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그래요.》

《나도 잘은 모르겠어요.》

하고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께서 휴양소를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던 푸른 물결 남실거리는 못가를 굽어보시였다.

《그걸 지금이야 장군님 아니시고 누가 똑똑히 알 사람이 있겠어요. 우리 나라에 언제 휴양소라는게 있어봤어야 그게 어떤것인지 짐작이라도 할게 아니겠어요. 그런데 조국광복회10대강령에는 그런것이 다 들어가있어요. 언젠가 장군님께서 10대강령 제9조를 해설하시면서···》

김정숙동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진달래꽃덤불 저쪽에서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터지더니 녀대원들이 몰려왔다.

《여기 있었구나.》

《정말 오누이같네.》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며 덮칠듯이 달려드는 녀대원들을 보고 상철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입을 비쭉 내밀며 두덜거렸다.

《야, 과연 드살도 세구나.》

《아니 뭐 어쨌어요? 아이구 요렇게 깜찍한게 벌써 어른흉내를 내네.》

채옥이가 손벽을 딱 치며 눈을 흘기더니 다짜고짜로 상철이의 귀를 비틀어올렸다.

《자, 바른대로 대요. 여기서 무슨 이야기했어요?》

《아야, 이거 놓지 못할테야! 야- 귀 떨어지네.》

상철이가 엄살을 피우며 채옥이의 팔을 비틀었다.

《안댈테야,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혼자 들었어요?》

《이야기하게나 하구선 이 야단이야, 막 재미있는 이야기하자는데 접어들구선···》

두사람이 이러고있는데 옥금이랑 철구아주머니랑 벌써 김정숙동지를 둘러싸고 앉았다.

《자, 부산을 피우지 말아요. 그래 장군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옥금이가 정색해서 묻는바람에 상철이와 채옥이도 서로 마지막으로 눈을 한번씩 흘기고 싱갱이를 그치였다.

《흥, 우리도 다 들었다나.》

채옥이는 상철이를 향하여 이렇게 한마디 약을 올려주고는 김정숙동지의 무릎앞에 바싹 다가앉으며 말했다.

《언니, 우리도 거기서 휴양소라는게 어떻게 하는델가 하고 이야기들을 하다가 언니를 찾았댔어요. 글쎄 장군님께서 여기다 휴양소를 짓자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그게 어떤겐지도 모르니 한심하지 않아요. 철구아주머니는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휴양소라는데는 혁명투쟁이랑 일이랑 많이 한 사람들이 늙어서 자식들이 없을 때 이렇게 조용하고 경치좋은데다 집을 짓고 푹 쉬우면서 거두어주는델거라고 했어요. 언니, 그게 옳아요?》

《쳇, 락후한 소리만 하네.》

꽃나무뒤에 서있던 상철이가 말같지도 않다는듯이 퉁을 놓았다.

모두 손벽을 치며 까르르 하고 바스러지는 소리를 내였다. 철구아주머니당자도 허리를 잡고 꺼이꺼이 갑자르며 웃었다.

김정숙동지께서도 웃음이 북받치여 견딜수 없으시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가슴이 징하니 젖어드시였다. 세상에 녀자의 몸으로 태여났지만 언제한번 녀자답게 아늑한 집안이나 구들에서 살아보지 못하고 오직 혁명을 위하여, 로동자, 농민이 주인된 새 사회를 세우기 위하여 청춘시절을 다 보내고있는 동무들이였다. 눈속에 딩굴고 숲속에 굶으면서 총을 그러안고 한지잠을 잘 때 이네들이 그려본 미래의 내 나라는 그렇게도 아름답고 훌륭하였지만 그 사회는 오늘의 참담한 현실과는 너무나 엄청난 차이가 있었기때문에 휴양이란 말자체의 뜻을 딱히 가늠하기 어려워하는것이다.

《정말 철구아주머니가 말하는 그런데도 장군님께서 꼭 세워주실거예요. 허지만 휴양소란 그런데가 아닐것 같아요. 장군님 말씀을 들어보면···》

김정숙동지께서는 겨우 웃음이 가라앉자 철구아주머니의 터갈라진 손을 끌어당겨 다정히 쓰다듬으며 꿈꾸듯 말씀하시였다.

《앞으로 우리가 세우게 될 나라에서 주인은 로동자, 농민인데 그러니까 우리모두가 주인이 아니겠어요. 그때는 모든 권리가 로동자, 농민에게 있단말이예요. 그런데 그 권리가운데는 선거하고 선거받을 권리라든가 정치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한다든가, 언론, 출판, 집회를 하는 권리뿐아니라 누구나 다 배울 권리, 치료받을 권리, 일할 권리가 있고 또 누구나 쉴 권리가 있다는거예요.》

《아니 쉴 권리도 있다나? 쉬는것도 권리가 되나?》

철구아주머니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여러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쉬는것이 왜 권리가 아니겠어요.》

하고 김정숙동지께서는 측은한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보세요. 철구아주머니가 이렇게 험하게 손이 터갈라지도록 우리 혁명을 위해 싸웠는데 이것은 우리가 장군님을 모시고 싸우는것이 우리 나라와 우리 인민의 자유를 위한 떳떳한 길이고 또 누구도 막을수 없는 권리라는것을 깨달았기때문에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숱한 방해가 있었지만 다 물리치고 싸움의 길에 나서지 않았어요. 이 다음에 우리 조국이 해방되면 우리는 또 새 사회를 위하여 누구나 힘껏 일하고싶어질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학습에서 배웠지만 로동자, 농민에게 일할 권리가 없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아무리 일을 하고싶어도 일할데가 없어서 실업자가 우글거리고있어요. 그대신 겨우 일자리에 붙어있는 사람들은 하루에 열다섯시간, 열여섯시간, 어떤데서는 스무시간이상 고역에 시달리다가 죽어간다지 않아요. 얼마나 쉬고싶겠어요. 허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쉴 권리가 없기때문에 죽기 전에는 쉴수가 없는거예요. 장군님께서는 로동자, 농민이 행복하게 잘살 참된 인민의 나라를 세우시려고 벌써 10대강령에다 8시간로동제를 실시한다는것을 밝히시고 로동조건을 잘 지어주며 임금도 많이 줄뿐아니라 로동자의 여러가지 보험법을 실시한다고 규정하시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더 많이 일을 하고 오래 살자면 알맞춤하게 일할뿐아니라 푹 쉬기도 해야 할것이 아니겠어요. 생각해보아요. 만일에 우리가 하루에 8시간씩만 딱딱 일하게 되면 나머지시간에 공부도 하고 얼마든지 푹 쉬기도 할것 아니예요.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그렇게 쉴뿐아니라 1년에 한두번씩 나라에서 돈을 대주면서 학교아이들이 방학하듯 목으로 쉬우기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실컷 일하고나서 그렇게 쉬게 되면 얼마나 즐겁겠어요. 그건 정말 꿈같은 세상일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여러날을 한꺼번에 쉬게 되면 밤낮 자기가 살던 고장에만 있고싶지는 않을거예요. 아이들이랑 데리고 나들이도 가고싶고 또 금강산이나 한나산같은데도 가고싶고 경치가 좋다는 곳마다 찾아가보고싶지 않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가보고싶어하고 놀기도 좋은, 경치좋은 곳마다 우리 로동자, 농민들이 모여서 푹 쉴수 있는 곳을 짓게 되는데 그런것을 휴양소라고 한대요.》

《아이구 황송해라. 그냥 쉬는것만도 모자라서 경치좋은 곳마다 찾아다니겠구만···》

철구아주머니가 너무 기가 차서 한숨처럼 중얼거렸으나 이번에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채옥이도 상철이도 눈을 슴뻑거리며 어딘가 먼곳을 바라보고있었다. 저마다 머리속에 무엇인가를 그리고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그 황홀한 새 세상을 세우기 위하여 장군님을 모시고 헤쳐온 피어린 싸움의 길일수도 있었다. 혹은 장군님께서 구상하고계시는 그 꿈과 같이 아름다운 새 사회에로 뻗어있는 간고하고도 영광스러운 혁명의 길일수도 있다.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조국땅에 와보니 우리가 장군님을 모시고 그렇게 훌륭한 조국을 건설할 그때가 바로 눈앞에 닥친 일같지 않아요. 그날을 생각하면···》

김정숙동지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수집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뒤를 이으시였다.

《우리가 바친 희생도, 겪은 고생도 하나 아깝지 않고 앞으로 닥칠 어떤 시련도 두렵지 않아요.》

《정말 그래요. 장군님의 그런 훌륭한 뜻을 받들고 싸우다가 죽은들 무슨 한이 있겠어요.》

옥금이가 맞받아 부르짖었다.

《우리모두 더 잘 싸우자요. 불쌍하게 살아가는 우리 조선사람들이 이런데 와서 휴양을 하게 되다니··· 나는 그런 앞날이 있다는것만 생각해도 힘이 솟는구만.》

철구아주머니는 눈을 슴뻑슴뻑하며 남자들처럼 석쉼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름할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 가슴마다에 차고넘쳤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진달래꽃포기에 볼을 대이고 조용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시였다.

 

이십세기 용감한 녀성투사들

문명한 활무대에 나서 싸우자

 

모두다 눈물이 글썽해서 그 노래를 따라불렀다.

 

로동자와 농민의 자유해방은

무산자의 굳고굳은 단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