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22

 

22

 

어둠만 깃들면 불빛 한점 새여나오지 않던 한적한 숲속-칭칭 동아줄에 휘감기여 신음소리도 지를수 없던 답답한 생활의 시꺼먼 심연속에서 아닌밤중에 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선잠이 깬 그것들은 불시에 터져오른 함성과 불빛에 놀라 어두운 하늘높이 치솟아오르기는 하였으나 아무리 내려다보아야 이날 이밤에 신사동일대에서 벌어진 이 엄청난 사변의 뜻을 리해할수 없었다.

새들은 종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채 어딘가 더 깊은 숲속으로 날아가버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차츰 이 꿈만 같은 일이 꿈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라는것을 깨달았다.

정섭이의 집에서는 초저녁부터 불도 켜지 않은채 외롭게 남은 모자가 포대기 한쪼박을 걸치고 쓰러져있었다.

정섭이까지 잡혔다는것을 알았을 때 어머니는 더는 살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대로 죽을수도 없는 처지였다. 경섭이가 칭얼대고 보채니 하루에 한끼든 이틀에 한끼든 끓이지 않을수 없었다. 감자나 귀밀죽을 바가지에 퍼담아들고 구들에 앉으면 눈물이 앞을 가려 들었던 숟가락도 내려놓게 되였다. 그러나 어린 자식앞이라 마음놓고 울수도 없었다.

《어서 많이 먹어라.》

눈물을 가리우기 위해 돌아앉아 이렇게 말하면 경섭이는 암만해도 이상한지 빤히 올려다보군 하였다.

남편을 앞세우고 영섭이까지 자식 넷을 떼우고 거기에 시아버지와 맏아들까지 잡혀가고보니 그러지 않아도 종이장같은 가슴에 재무지만 남은것 같았다.

썰렁한 구들에 걸리는 허리를 조심하며 힘들게 드러누우면 번한 뙤창밖에서 또 무슨 흉한 소식이 쳐들어올것만 같아 잠도 들지 못하면서 몸을 한줌만하게 옹송그렸다. 그러나 밤마다 뜬눈으로 밝혀도 음침한 산속의 밤은 멀리서 새로운 불행을 장만하느라고 윽벼르듯 소리 하나 없이 고요히 지새군 하였다. 별일 없이 지나가는 그러한 밤들이 불행에 습관된 아낙네에게는 안도의 숨보다도 새로운 불안을 가져오는것이였다.

오늘밤은 꼭 무슨 일인가 일어날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초저녁부터 누워있는데도 가슴이 활랑거려 정신은 새록새록해지기만 하였다.

아니나다를가 수많은 사람들이 동네로 들어오는것이 느껴졌다. 동네집 문들이 여닫기고 골목으로 뛰여다니고 하는것이 캄캄한 어둠속에 누워서도 환히 느껴졌다.

녀인의 가슴은 후두둑후두둑 뛰기 시작하였다. 무슨 일일가? 모두 불들을 켜는 모양인데 누가 왔을가? 웬 손님들이 이 밤중에 이리도 많이 왔을가?

어머니는 갈피를 잡을수 없는 생각을 더듬으며 여전히 불안에 후둑거리는 가슴을 옹송그리고있는데 마침내 밥집쪽에서 함성이 터져올랐다. 만세소리가 쩌렁쩌렁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집앞으로 난 골목길로 급히 달려가는 발자국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러다가 웬 발자국소리가 문득 멎더니 정지문을 쾅쾅 두들긴다.

《정섭이 어머니, 혁명군이 왔소다. 어서 나오시오다.》

혁명군이라니? 어머니는 어망결에 포대기를 들추었다가 경섭이가 일어나려고 꼼지락거리는것을 보고 서둘러 아이를 다가끼고 몸을 더 옹송그렸다.

이 깊은 산골에 혁명군이 오다니, 그럴수가 있는가? 내가 너무 원통해서 원쑤갚을 생각만 하다나니 무슨 꿈이라도 꾸는게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그냥 높아지기만 하는 함성에 다시 귀를 기울이지 않을수 없었다.

이제 소리친것은 봉식이 같았는데··· 봉식이가 무슨 일로 그런 말을 했을가···

여태 어머니의 겨드랑밑에 누워있던 경섭이가 갑갑해 못견디겠는지 포대기자락을 와락 잡아헤치면서 소리쳤다.

《엄마, 누가 왔대. 빨리 나오래.》

《경섭아, 제발 너나 덤비지 말아라.》

어머니는 아들의 어깨에 다시 포대기를 씌워주며 눕혔다.

《아니야.》

하고 경섭이는 도리질을 하며 발딱 상반신을 일으켰다.

《저것 봐, 소리를 막 치지 않아? 엄마 우리도 가보자.》

어머니는 다시 귀를 기울였다. 아닌게아니라 혁명군 만세라고 웨치는 함성이 울려온다.

혁명군이라면? 시아버지와 정섭이가 그렇게도 목마르게 기다리던 그 혁명군이라면···

《경섭아, 불을 켜라! 내 좀 나갔다오마.》

어머니는 문을 쩡 열어젖히고 앓는 사람같지 않게 토방에 내려섰다.

《엄마, 나도 갈래.》

하고 경섭이가 치마꼬리를 잡고 맨발로 마당에 내려섰다.

어머니는 당장 달려갈것처럼 문을 열고 나섰으나 눈앞에 벌어진 동네의 정경을 바라보자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캄캄한 방안에서도 이집 저집에서 불을 켠다는것은 느꼈으나 이처럼 동네가 대낮같이 환해진줄은 짐작도 못했다. 밥집에서는 남포등을 바깥처마에 매달기까지 하였다. 골목마다 사람들이 씨글씨글 넘쳐났다.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집집으로 찾아들기도 하고 《이시가와구미》의 창고앞이며 밥집앞에서는 연설도 한다.

녀인은 너무나 심한 충격에 머리가 휘 내둘리여 실그러져가는 구새통을 붙잡았다.

물동지기령감네 집앞에 동네사람들과 군복입은 사람들이 엇섞여 한마당 몰켜있더니 누가 집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는지 모두 이쪽으로 움직여온다. 아마 혁명군들이 동네의 집집을 죽 돌아보며 이쪽으로 오는 모양같다.

어머니는 당황하였다. 물동지기령감네 집 다음은 바로 이 집이다. 이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이라도 하고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캄캄한 곳에 어떻게 손님들을 맞이하랴. 어머니는 허둥지둥 부엌으로 달려가 부지깽이로 재무지를 헤치고 불씨를 찾아냈다.

가까스로 등디에 불을 밝혀놓았을무렵 벌써 집뒤를 흐르는 개울의 나무다리를 건너선 사람들이 가래나무아래에 들어섰다.

《이 집이 강령감네 집입니다. 정섭이 에미, 좀 나오라구.》

물동지기령감의 목소리에 어머니는 머리를 쓰다듬어넘기며 마당으로 나갔다. 짚신이 발끝에 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벌써 가래나무아래로 키가 후리후리하신분이 다가오시였다.

어머니는 이런 후미진 곳, 더구나 자기 집 문전에 김일성장군님께서 오시리라는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만 혁명군이 왔다니 반가운 나머지 짚신을 겨우 발끝에 걸치고 앞으로 나가 두손을 모으고 공손히 인사를 드리였다.

장군님께서는 서둘러 다가오시여 어머니의 두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아주머니가 고생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 백성들의 고생이사 내남없이 다 하는것이지만서두 실루 고생하는것은 혁명군들입지. 날래 올라들 오시오다. 집안을 거두지 않아서···》

어머니는 자신이 그렇게 목메여 구원을 청하던 장군님앞에 서있다는것은 모르고 이렇게 말씀드리며 손님들을 구들로 청하였다.

장군님께서는 허물없이 토방으로 다가가시였다. 처져내린 추녀를 올려다보신 장군님께서는 실그러진 구새통을 바로세우시며 말씀하시였다.

《굴뚝이 이렇게 넘어져서야 불이 들겠습니까. 이런 귀틀집이란 원래 겉바람이 심한데 구들이라도 뜨뜻해야지.》

그러시면서 장군님께서는 토방에 올라서시여 열려진채로 있는 방안을 들여다보시고 구들을 만져보시였다.

희미하게 비쳐나오는 등불빛을 통해서도 그이의 안색에 그늘이 비끼는것이 느껴졌다.

《산에 다른것은 몰라도 나무는 흔하겠는데 불도 때지 않았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누구에게라없이 이렇게 말씀하시며 잠시 생각에 잠기시더니 어머니더러 물을 한사발 청하시였다.

어머니가 허둥거리며 그릇을 두세번 거퍼 부신 다음 물을 정히 떠서 갖다올리자 사령관동지께서는 몹시도 속이 타시는듯 그 물한사발을 다 드시였다.

《아주머니, 여기 와 좀 앉으십시오. 내가 아주머니 고생하시는 이야기를 대충 듣고 왔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사발을 받으려고 내미는 어머니를 곁에 와 앉으라고 부르시면서 사발을 방바닥에 내려놓으시였다.

어머니는 엉거주춤 그이앞에 서서 두손을 치마자락에 감추고 문대였다. 경섭이가 어머니뒤에서 머리를 배죽이 내밀고 장군님을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한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자꾸 뒤로 밀었으나 철없는것은 그냥 고개를 내민다.

장군님께서는 두손을 뻗치시여 경섭이를 덥석 안아올리시더니 자신의 무릎우에 앉히시였다.

《이름이 뭐냐?》

《경섭이.》

어머니는 질겁해서 아들을 꾸짖으려 하였지만 그럴사이도 없이 경섭이는 장군님의 가슴에 드리운 가죽띠를 매만지며 대답하였다.

《경섭이, 강경섭이로구나, 그래 몇살이냐?》

《여섯살.》

어린것은 장군님께서 자기를 귀여워해주신다는것을 느끼자 점점 어려움을 잊고 이번에는 쌍안경을 만지기 시작하였다.

어머니는 어찌할바를 몰라 괜히 손만 허공에서 내밀다가 거두었다가 하였다.

《애가 중병을 치렀다더니 몹시 상했습니다. 그래도 네가 용타. 혼자 병을 견디고 이렇게 일어났으니··· 가만, 상철동무, 아주머니가 허리를 다쳐서 몸이 불편한 모양인데 누가 군불을 좀 지피시오.》

《알았습니다.》

그이를 수행해온 유격대원들이 우르르 부엌으로 달려가는것을 보고 어머니는 더구나 당황하여 몸둘바를 몰라하다가 부엌으로 갔다.

《제발 이러지들 말아주오다. 내가 지금 마음에 경황이 없어서 그렇지 불이사 내손으로 못때겠슴메.》

《어머니, 걱정 마십시오. 장군님께서 동네에 들리시여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모릅니다. 장군님의 마음을 풀어드리기 위해서도 어머니는 가만 계세요.》

벌써 아궁앞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구들고래를 들여다보고있던 나어린 대원이 상냥하게 말했다.

《아니 장군님이시라니? 그럼?》

어머니는 너무나 놀라 허공중에 손을 멈추고 다급히 물었다.

《그럼 저분께서 우리 김일성장군님이시란말이요?》

어머니는 우르르 쓸어드는 혁명군을 번갈아 돌아보며 애원하듯 물었다.

《그렇습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아주머니네 집에 불행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일부러 찾아오셨습니다.》

진중하게 생긴 한 대원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어머니는 그만 멍 하니 서버렸다. 시아버지도, 아들도, 동네사람들도 가슴이 터져나갈 지경으로 분하고 원통하면 하늘에 대고 구원을 청할 대신 장군님을 불렀다. 어머니 역시 그렇게 장군님을 부르며 힘겨운 고생살이를 참아왔다. 그러나 세상에 이름 높으신 장군님께서 아무리한들 이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화전촌 처서판에 몸소 들리시여 그런중에도 볼꼴없는 자기 집 문지방에 저렇게 허물없이 걸터앉으실수가 있는가.

어머니는 믿을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이 세상에 장군님이 아니시고야 어찌 이런 궁상맞은 집까지 찾아오시여 구새통을 바로세워주시고 불 땔 걱정까지 하시며 저런 부엉이새끼같은 자식을 무릎우에 앉히시고 저렇게도 따뜻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실것인가.

어머니는 불시에 천대받고 모욕당한 온갖 설음이 한꺼번에 떠올라 울음이 북받쳤다.

남의 구박을 받던 아이가 제 친어버이를 만났을 때와 같은 심정이였다.

어머니는 새삼스럽게 머리를 쓰다듬고 토방으로 나갔다.

《장군님, 이 산골아낙네가 장군님을 몰라뵙고···》

하고 어머니는 그이의 앞에 허리를 굽혀 절을 드리였다. 그러나 인사의 말씀을 미처 드리기도 전에 울음이 북받쳐 그대로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아주머니, 웬일입니까? 아이들이 보는데서 이러면 됩니까? 어서 일어나십시오.》

장군님께서도 당황하시여 경섭이를 한옆에 내려놓으시고 어머니의 두손을 잡아일으키시였다.

《이리 와 앉아서 진정하십시오. 내가 아들을 잃은 이야기도 듣고 시아버지와 큰아들이 왜놈들에게 잡혀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자식을 여읜 어머니의 가슴이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마음을 굳세게 가져야 합니다. 듣자니 잃었다는 아이도 그저 병때문에만 죽은것이 아닌데 슬프다고 울고만 있어서는 안됩니다. 원쑤를 갚아야 합니다. 그리고 시아버지와 큰아들은 걱정 마십시오. 신개척쪽에도 우리 부대가 나갔습니다. 이제 좋은 소식이 있을것입니다.》

장군님께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지는 어머니의 손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시며 타이르시였다.

《장군님!》

어머니는 한순간에 푹 잠겨버린 목소리로 조용히 말씀드리였다.

《저는 방금까지도 제 설음이 크고 제 걱정이 큰것 같아서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는것은 슬퍼서 우는 눈물이 아니오다. 이런 화전촌에 버림받은 우리같은 불쌍한 인간들도 골고루 돌봐주시는 김일성장군님께서 계시다는 생각을 하니 기뻐서··· 기뻐서···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살아갈수 있다는 힘이 나고··· 그래서 이렇게 주책없이 웁니다. 장군님, 우리 장군님···》

어머니는 다시금 울음을 터쳐놓았다.

《너무 이러지 마십시오. 아주머니가 이러시면 우리 마음이 좋겠습니까.》

이렇게 말씀하시는 장군님의 목소리도 떨리시였다.

가래나무아래 서성거리며 서있던 유격대원들도 마을사람들도 모두 눈굽을 훔치였다.

기우뚱하던 구새통굴뚝에서 연기가 피여올랐다. 골목에 사람들은 더욱 넘쳐났다.

잠시후 동구쪽이 술렁거렸다. 아까 어머니에게 김일성장군님께서 오셨다고 알려주던 진중한 유격대원ㅡ오백룡이 무슨 정황이 생겼는가 해서 달려나가더니 얼마 못지나 되달려왔다.

《사령관동지, 7련대에서 보고를 보내여왔습니다. 신개척과 두지바위의 적들은 완전히 제압되고 자위대, 십장, 감독, 두루 한 20명 생포했답니다. 그런데 자위대 영창에서 풀려난 인민들이 전령병을 따라왔습니다. 이 집 로인도 옵니다.》

《아니 몹시 상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산을 넘어옵니까?》

사령관동지께서는 안고계시던 경섭이의 머리를 다독거려 내려놓으시고 성큼 토방으로 나서시였다.

《좀 상한것 같습니다. 그래서 련대장동무도 말렸지만 사령관동지를 기어이 뵙겠다고 해서 어쩌는수가 없었답니다.》

《상한 로인이 이밤중에 산을 넘어오다니··· 어서 가봅시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몹시 마음이 급하신듯 걸음을 다우치시였다.

골목길우에 길을 메우며 사람들이 나타났다. 부축되여오는 사람도 있고 지팽이를 짚고 절뚝거리면서도 마음이 급하여 모둠발로 뛰는 사람도 있다.

맨앞에서 만호와 유격대원에게 부축되여오던 강로인은 너무나 변해버린 동네를 보고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온통 대낮처럼 불이 환한데 노래소리, 북소리가 들썽들썽하고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다닌다.

《이걸 놓아주오. 내발로 걷겠소. 내발로 걸어가서 장군님께 축수를 올려야 하겠소.》

로인은 방금까지 부축되여오던 사람같지 않게 기운이 뻗쳐서 두팔을 뿌리치고 혼자힘으로 비틀비틀 몇걸음 걸었다. 그런데 다시 유격대원이 곁으로 다가가서 귀전에 대고 속삭였다.

《저기 장군님께서 몸소 나오십니다.》

《아니 장군님께서 나오시다니··· 그럼 내가 종시 로상에서··· 이런 법이···》

로인은 동구밖으로 급히 걸어나오시는 장군님의 모습을 뵈옵자 정중히 두손을 읍하고 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마음만 급했지 쇠잔한 육체는 말을 듣지 않아 미처 다섯걸음도 못가서 무너져앉듯 쓰러져버렸다. 쓰러져서도 앞으로 나가겠다고 허우적거렸으나 허사였다. 겨우 한팔을 짚고 길바닥에 퍼더앉아버린 로인은 마침내 땅을 치며 통탄하였다.

《내 앉아서 장군님을 맞이하다니··· 천하에 이런 일도···》

서둘러 마주 걸어가시던 장군님께서는 어둠속이라 처음에는 누가 누군지 알길이 없어 무춤 걸음을 멈추시였다. 그러다가 쓰러져앉아가지고도 앞으로 나오겠다고 허우적거리는 로인을 보시고 급히 다가가시였다.

로인을 부축하여 안아일으키시는 장군님의 두손에 로인의 눈물이 비발처럼 떨어졌다.

아들 셋, 손자 넷을 앞세우고도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았다는 강의한 로인의 어디에 이처럼 뜨거운 눈물이 많이도 괴여있었단말인가.

로인은 장군님의 가슴에 백발을 묻고 흐느끼더니 꺼이꺼이 갑자르며 말씀드리였다.

《장군님, 이 늙은 백성의 축수도 받으신것으로 치부해주십시오. 제 평생에, 제 평생에 장군님을 흠모해오다가 큰절 한번을 올리지 못하니 죄가 막중합니다.》

《아버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인사야 의례 우리 젊은 사람들이 올리고 로인들이 받는 법이 아닙니까? 듣자니 뜻밖의 일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데 너무 이러시면 몸에 해롭습니다.》

《장군님, 제 이제 죽어도 눈을 감겠습니다. 이 백발을 날리며 저 원쑤놈들에게 갖은 수모를 당해도 이 늙은것한테는 호소할데가 없어 울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장군님을 뵈온 이 자리에서 이렇게 눈물이 나오다니 장군님, 부디 이 주책없는것을 용서하여주십시오.》

로인은 마침내 철부지처럼 꺼이꺼이 갑자르며 흐느껴 울었다.

정섭이 어머니도 시아버지가 온다니 무슨 소릴가 하고 따라나섰다가 비로소 영문을 깨닫고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여 흐느껴 울었다. 경섭이가 어머니 손을 잡고 발돋움을 하더니 《할아버지다. 할아버지가 운다.》하고 달려나가겠다고 몸부림쳤다. 어머니는 앓고난 뒤끝이라 조심을 하느라고 내내 품에 끼고있던 아이를 골목으로 놓아보내며 마음속으로 목메여 외웠다.

《아버님, 실컷 우시우다. 그렇게 속을 태우시며 장군님을 부르시더니 하늘같으신 우리 장군님께서 아버님을 구해주시고도 모자라 이렇게 몸소 우리 집에까지 오셨소다.》

뒤전에 서서 눈물이 글썽해있던 만호가 두팔을 높이 쳐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웨쳤다.

김일성장군님 만세!》

그러자 골목에 넘쳐나는 사람들이 일제히 만세를 받아불렀다.

김일성장군님 만세!》

《조선인민혁명군 만세!》

장군님께서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시고 손을 높이 드시여 화답하신 다음 다시 두손으로 강로인을 부축하시고 말씀하시였다.

《얼마나 고생들을 했습니까? 우리도 조국의 동포들이 왜놈들의 학정아래 숨도 못쉰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급히 왔습니다. 서로 고생을 한끝에 이렇게 만나니 얼마나 반갑습니까. 우리 서로 그리워하다가 이렇게 만났는데 그지간에 쌓이고쌓였던 회포를 풀어봅시다.》

그러자 또다시 숲이 들썩들썩하도록 만세소리와 환호소리가 터져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