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3


 
 

제 7 장

3

 

이해의 첫눈이 내리고있었다 처음에는 어설피게 내리더니 차츰 눈송이들이 늘어나고 솜뭉치처럼 커지면서 펑! 펑! 쏟아졌다. 흰눈꽃이 춤추는것 같았던 풍경이 하늘이 꺼져내리는듯 한 눈천지로 변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해를 보내고있는 협동조합들을 찾으시여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 북쪽으로 승용차를 달리고계시였다.

흔히 말하기를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순박하고 덕있는 녀인의 마음인듯 함박눈이 내리면 저절로 푸근하고 흐뭇한 기분에 잠기기때문일가.

눈이 많이 내리면 봄에 땅속에 단물이 많이 고여 움트는 농작물의 새싹들에 영양소를 충분히 대주기때문일가. 어쨌든 함박눈은 풍년에 대한 희망을 사람들에게 안겨준다.

래년에는 강냉이를 대대적으로 심어 밭농사에서 전변을 가져오고 래후년에는 논에 랭상모를 많이 내여 논농사에서 변혁의 새 시초를 열어놓으실 계획이였다. 협동화된 벌에서 이러한 전변이 이룩되면 나라에 쌀이 넘쳐나게 될것이다.

그이께서는 11월 15일에 원화리에 나가시여 래년에 강냉이를 많이 심을데 대한 중요한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이날 김일성동지께서는 관리위원회에 들리시여 관리위원장, 부기장, 녀맹위원장 정성옥 등 조합일군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며 정성옥의 남편을 비롯하여 일곱명의 제대군인들이 귀향하였다는 말을 들으시고 흡족해하시였다.

《내가 이 조합에 오래전부터 다니는데 이전에는 나이 많은 늙은이들과 아주머니들이 많아서 그리 재미가 없었소. 그러나 이제는 학교를 졸업하고 진출한 새 세대 민청원들과 제대군인들이 많아져서 일할 재미가 날거요.》

《얼마나 재미난지 모릅니다. 손풍금소리도 울리고···》

김일성동지께서는 앞으로 제대군인들을 농촌에 많이 보내주겠다고 말씀하시였다.

키가 크고 갱핏한 젊은 제대군인이 들어오며 인사를 올리였다. 그는 세포위원장이라고 하였다.

《어느 계선에서 싸웠소?》

《전선동부에서 싸웠습니다.》

《오, 싸움 잘하는 2군단!》

그이께서는 전쟁시기 2군단이 잘 싸웠다고 하시며 이제는 제대되여 협동조합에 있으니까 군대에서처럼 일을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부기장이 《수상님, 세포위원장동무가 정성옥동무의 남편입니다.》하고 말씀드리였다.

《그렇소? 사람들두, 그 말부터 할것이지. 허허··· 좋소. 아주 좋아!》

그이께서는 대견해서 세포위원장의 등을 두들겨주시였다.

《원화리가 원래 토지가 척박하고 가난한 고장인데 이제는 조금 나아진것 같소. 원화농업협동조합이 발전하는것을 보면 기분이 흐뭇해지오. 나도 여기 조합원이요!》

정성옥이와 그의 남편, 기타 관리위원회안에 있던 조합원들이 박수를 쳤다.

《수상님, 고맙습니다.》

《원화농업협동조합의 영광입니다!》

《너무 그러지 마오. 내가 조합원이 되여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소. 어디 함께 농사를 잘 지어서 원화농업협동조합을 발전시켜봅시다.》

조합원들은 다시 박수를 쳤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관리위원장에게 농산계획을 비롯하여 장부책들을 가져오게 하시고 빼람도 없는 허름한 앉은뱅이책상에 마주앉으시여 조합형편을 료해하시였다. 그이를 중심으로 빙 둘러들 앉았다.

올해 심은 밭작물의 비률을 따져보시느라 알 하나가 당콩알만 한 주산을 데그럭데그럭 튕기시면서 계산을 해보시였다.

《강냉이를 겨우 12프로 심었구만. 래년에는 강냉이파종면적을 결정적으로 늘여야 하겠소. 내가 강냉이를 많이 심어보았는데 제일가는 다수확작물이요. 가꾸기도 좋소. 먹기도 좋고 영양가도 높고 페니실린을 비롯한 의약품도 만들고 각종 공업원료로도 쓰고··· 제일이요. 래년에 전국에 강냉이선풍을 일으켜 협동조합들에서 알곡수확고를 쑥 올리자고 하오. 원화리에서 앞장서시오. 밭면적의 60프로정도 심는것이 좋겠소. 어떻습니까?》

그이께서는 조합관리일군들의 의견도 들어보시며 같이 래년도 생산계획을 구체적으로 짜주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늘은 중간지대에 가시여 그 고장에서도 강냉이선풍이 일어나도록 협동조합원들을 불러일으키시려고 이처럼 눈속을 승용차로 달리고계시였다. 그 고장들에서는 이전부터 토질이 적합치 않아 강냉이는 잘되지 않는다는 로인들의 고집때문에 조합간부들이 애를 먹고있다고 하였다.

승용차는 눈발을 가르며 숫눈길을 천천히 달리였다. 차창으로 내다보이는 가로수며 논밭이며 거무스레한 야산들이 눈발속에서 흐릿하게 보이였다.

문득 어떤 자그마한 사람이 앞에서 부지런히 걸어가고있는 모습이 내다보이였다. 지방으로 다니시는 길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길손이겠거니 여기였는데 가까이 가며 보시니 어찌나 작은지 아이처럼 보이는 체소한 길손은 머리수건을 푹 쓰고 나들이옷으로 수수한 솜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녀인이였다. 솜신을 신은 발이 길에 깔린 눈속에 푹푹 빠지였다. 어디로 무엇때문에 쏟아져내리는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녀인인지? 키는 작아도 몸매가 통통한 녀인의 활달한 걸음새에서는 로동생활에서 단련된듯 힘과 약동하는 청춘의 활력이 느껴졌다. 젊은 처녀 같았다.

내리는 눈때문인지 생각에 옴해서인지 걸음을 다그치고있는 녀인은 뒤에서 승용차가 다가오는것을 모르고있었다.

《저 녀동무를 태워줍시다.》

김일성동지께서 운전사에게 말씀하시였다. 세차게 쏟아져내리는 눈을 맞으며 길을 가는 나들이옷차림의 녀인에게 무슨 사연이 있을것만 같았다.

승용차는 빵빵 소리를 내고 녀인을 조금 지나치여 멈추어섰다. 녀인은 푹 쓴 양털머리수건 가운데에 드러난 얼굴을 승용차쪽으로 돌리였다. 동그스름한 무척 낯익은 얼굴이였다. 추위에 발그레해지고 싱싱하고 신선한 기운이 확 풍기는 그 얼굴과 축축히 젖은듯 한 흑진주같이 까만눈. 최옥금이가 아닌가! 옥금이를 여기 로상에서 만나다니? 처녀는 웬 승용차가 자기옆에 멈추어서는가고 의아해하는 표정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차문을 여시고 반가움에 넘치신 목소리로 찾으시였다.

《옥금동무가 웬일이요?》

옥금이는 장갑을 낀 두손을 맞잡으며 부르짖었다.

《수상님?!···》

김일성동지께서는 놀라는 처녀의 모습에 웃음을 금치 못하시였다.

《자, 어서 타라구.》

《제가 어떻게···》

《타라구. 어디 가는 길이요?》

《정거장으로 갑니다.》

《현촌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구?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가는 길인데 마침 잘 됐소. 어서 타오.》

옥금이는 머리수건을 벗어서 솜덧저고리의 눈을 털고 승용차에 올라 수령님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승용차가 달리며 몸이 좌석에 푹 빠지자 처녀는 황황히 일어서려 하였다.

《마음놓고 앉소.》

《네···》

처녀는 방긋 웃으며 앞자석의 뒤에 달린 손잡이에 매달리였다.

《어디 왔다가는 길이요?》

《원화협동조합에 갔다가 락원협동조합에 들렸습니다. 일을 다 보고 가는중입니다.》

옥금이는 솜신에 묻은 눈을 미처 털지 못해서 차안이 어지러워질가봐 겁나 하였다. 눈녹은 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리면 야단이다.

《원화리에는 왜 갔댔소?》

그이께서는 처녀의 눈이 묻은 남자솜신을 못본척 하시고 온화하게 물으시였다.

《수상님께서 11월에 원화농업협동조합을 현지지도하시면서 강냉이를 많이 심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시였습니까. 그래서 저희들은 밭작물에서는 강냉이로 결정적인 전환을 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게 되였습니다. 원화리의 정성옥동무가 수상님말씀대로 밭면적의 60프로에 강냉이를 심을수 있게 새로 세운 계획을 보여주면서 락원농업협동조합에도 가보라고 했습니다. 거기서는 수상님의 가르치심을 받들고 올해에 강냉이를 적지 않게 심었으니 경험을 배울수 있다는것이였습니다. 자기도 가보았답니다. 그래서 저는 락원농업협동조합에 들려보았습니다. 저희 조합에서도 올해에 강냉이를 좀 심으려했는데 완고한 로인들이 반대했습니다. 우리 고장은 워낙 땅이 척박한데다가 비탈밭이 많아서 조를 심어야지 강냉이는 잘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강냉이를 거의 심지 않고 이전처럼 조, 피, 고구마를 기본으로 심었습니다. 그랬으니 수확에서 큰 전진이 없을것은 뻔하지 않습니까?

명년에는 어떻게 하나 1.2배의 장성을 해야겠는데 방도는 퇴비를 많이 내는데도 있겠지만 기본은 수상님께서 가르쳐주신대로 다수확작물인 강냉이를 많이 심는데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관리위원회에서 명년 농산계획을 세울 때 다시 제기했습니다. 여전히 로인들이 머리를 기웃거렸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번 걸음을 하게 된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옥금이의 이야기를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 들어주시였다.

《락원농업협동조합의 경험은 어떠했소?》

《거기서는 올해에 25프로의 밭면적에 강냉이를 심었는데 재미를 보았답니다.》

《재미를 보았단말이지···》

《네, 그런데 수상님, 그 조합은 우리 조합과 자연조건이 비슷했습니다. 우리 조합 령감님들이 오래동안 조와 피를 심어왔기때문에 보수주의를 부리는것입니다. 락원조합에서는 올해에 40프로 면적에 심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소? 그래 옥금동무는 올해에 얼마나 심으려 하오?》

《이제껏 걸어오며 타산해보았는데 밭면적의 70프로에 심을수 있을것 같습니다.》

《70프로에?!》

《네.··· 적습니까?》

《아니, 적지 않아. 하여튼 옥금동무는 키는 자그마해도 통이 크단말이요. 우리와 손이 맞아!》

김일성동지께서는 껄껄 웃으시였다.

《그러니 밭곡식의 왕인 강냉이를 많이 심을데 대한 당의 호소를 동무가 받아들이고 벌써 기치를 들었구만. 응?》

《수상님께서 저희 농민들을 깨우쳐주셨습니다.》

옥금이는 그이를 우러러 말씀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나도 농민이라고 할수 있소.》하시며 뜻깊은 말씀을 하시였다.

《우리가 이 길에서 만난것이 결코 우연한것이 아니요. 뜻이 같고 목적이 같으니 한길을 걷기 마련이지. 안그런가?》

《저희들은 언제나 수상님을 따르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눈이 녹아 축축해진 옥금의 어깨를 두드려주시였다.

《동무를 만나니 머리가 시원하게 맑아지고 용기가 나오!》

강냉이를 많이 심을데 대한 호소를 받들고 70프로의 면적에 심을것을 결심하고 눈내리는 길을 걸어가고있는 옥금이는 얼마나 미더운 우리 농촌의 딸인가.